아빠는 마교대장 13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35화
#135화
자시(子時: 23시~01시) 말 무렵.
소윤이를 재우고 연무장에서 심법을 외우던 나는 동벽 선생의 호출에 의약당으로 향했다.
“할 말이 있네. 앉게.”
“네, 어르신.”
“하나 물음세.”
“네.”
“자네. 화경에 오른 겐가?”
동벽 선생은 만귀곡에서 복귀한 나의 변화를 대번에 알아차렸다.
다만 할 일이 많아 지금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맞습니다.”
“머지않아 자네가 화경을 뚫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천하에 화경 뚫은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후훗. 은근히 많기는 하지.”
“그래서 별 감흥도 없습니다.”
“틀렸네.”
“네?”
“자네는 자네가 이룬 경지를 별일 아니라 치부하지만…… 내가 보기에 자네의 화경은 보통 화경과는 궤가 다르네.”
동벽 선생의 말에 나는 고갤 갸웃했다.
화경이면 화경이지, 내 화경은 보통 화경과 궤가 다르다?
이에 관해선, 무공 이론 전문가인 나조차도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궤가 다르다니요? 무슨 말씀이신지 감이 안 잡힙니다만.”
“소윤 애비.”
“네.”
“대개 조화지경을 체득하면 어떻게든 티가 나게 되어 있네. 늙은이가 젊은 사람의 신체를 얻는다든가, 태양혈이 우뚝 솟는다든가, 아니면 안광이 달라진다든가. 또는, 전신의 기도가 완전히 변하기도 하지.”
“어르신……. 고수가 될수록 자신의 힘을 잘 갈무리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어르신 말대로면 세상의 모든 고수는 힘을 숨길 수 없을 겁니다.”
“내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닐세.”
“…….”
“나는 초절정 고수가 화경을 뚫었을 때 생기는 필연적 변화를 말하는 걸세.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 변화뿐만 아닌, 마음가짐도 포함되지.”
“아…….”
“나는 살면서 많은 화경의 고수를 보았네.”
“그러실 테죠.”
“그중 화경을 뚫고도 자네처럼 조금도 경동하지 않는 인간은 한 번도 본 적 없네.”
그제야…….
나는 동벽 선생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러니까…….
동벽 선생은 지금 내게 ‘화경의 벽을 넘고도 어찌 그토록 무덤덤한 건가?’라며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음…….”
나는 순간,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저는 이미 전생에 화경을 경험했기 때문에 별일 아니라서 그런 거죠.’라고 답한다면?
아마 동벽 선생은 당장, 내 상태를 주화입마라 판단하고 치료를 시작할 것이었다.
그래서,
“당연한 거니까요.”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응?”
“어르신. 제가 화경을 뚫은 것은…… 그냥 당연한 일입니다. 어차피 거쳐야 할 단계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지요.”
“허……!”
“화경은 신체 변화를 동반한 내력의 상승을 뜻할 뿐 사실 별것도 아니잖습니까.”
“정녕 그리 생각하나?”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실제 화경은 그보다 낮은 단계인 초절정에게 질 수 있고 반대로 현경에게 이길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경지를 관념, 추상적인 것으로 정의할 뿐입니다.”
“…….”
“제 목표는 최고의 싸움꾼이 되는 것이지, 화경이니 현경이니 경지에 목맬 생각은 없다는 것이죠.”
내 말에 동벽 선생은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더니, 차 한 모금 마시고 목을 축인 뒤, 나직이 말문을 열었는데.
“그래서였군.”
“네?”
“그래서 자네가 화경의 벽을 부수고도 초연할 수 있었던 게야.”
“아…….”
“자네는 무서운 사람일세. 아마 이대로 10년간 무탈하게 수련한다면……. 천하의 누구도 자네를 이길 수 없을 걸세.”
“10년이라…….”
그렇다.
만약 내가 지금처럼 꾸준히 10년을 수련한다면 무림사에 길이 빛날 위인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왜냐면…….
전생 후의 나는 비록,힘을 잃었지만.
외려 전생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종남산의 이름 모를 협곡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하나 햇수로 2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벌써 화경을 이룩했다.
이는 내 영혼에 아로새겨진 전생의 경험과 기억을 감안해도 믿을 수 없는 발전 속도인 것이다.
“하나 나는 그 때문에 괜한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네.”
그 순간.
동벽 선생이 가라앉은 음성을 이었다.
“나는 자네의 과거를 물을 생각이 없었네. 그것은 자네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든 중요치 않단 생각 때문이었지. 하나, 자네를 알면 알수록 과거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군. 대체 어디서 뭐 하던 인간이기에 이토록 빠르게 성장하는지.”
나는 동벽 선생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렸다.
입장 바꿔 생각해서 나 같아도 나 같은 인간을 알면 머릿속에 오만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까?
“어르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언젠가…… 아주 먼 훗날엔 제 과거사를 들려드릴 날이 올 겁니다.”
하나,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어떤 식으로도 내 전생을 설명할 길이 없는 까닭이었다.
“알겠네. 그렇게 알고 있겠네.”
“고맙습니다.”
“한 가지만 약속하게.”
“뭘 말입니까?”
“내가 죽기 전엔 자네의 과거를 들려주겠다고.”
“언제 돌아가실 생각입니까?”
“흐흐. 그걸 어찌 알겠나?”
나는 문득 웃음이 튀어나와 킥킥거리다 다시 말했다.
“약속하겠습니다.”
“궁금하면 죽어보란 소리로 들리는군.”
“어르신은 오래 살 겁니다.”
“왜 그런가?”
“독한 사람은 쉽게 안 죽으니까요.”
“그럼 자네는 무병장수…… 아니지. 아예 불사신이겠구먼?”
“그럴 지도요.”
“허허허.”
“술이나 한잔하시겠습니까?”
“좋네.”
* * *
이튿날-.
새벽 단체 체력 단련이 끝난 후, 진소천은 동동이 형제, 강백산, 석연우를 문주실로 소집한 뒤 공표했다.
“내일부터 우리는 입산 수련에 돌입한다. 어제만 해도 나는 백산이 하나만 데리고 수련을 나서려 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너희 모두를 고수로 만들어야겠단 결심이 섰다.”
순간, 강백산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형님? 지금도 저희는 충분히 수련하고 있잖아요? 웬 입산 수련입니까?”
그때.
의문을 느낀 석연우가 물었다.
진소천은 턱을 만지며 신중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지금까지의 수련은 잊어라. 우리는 앞으로 입산 수련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하나 진지한 진소천의 말에도 동동이 형제와 석연우의 심경에는 변화가 일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수련도 충분히 지옥이었는데. 더 힘들어 봤자지!’
‘수련이 수련이지, 별거 있겠어?’
‘어림도 없수다, 이 양반아!’
‘형님! 이제 우릴 불구덩이에 집어 던져도 끄떡없을 겁니다.’
그들은…….
내심 진소천의 겁박이 우스웠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도 그들은 하루 반 이상의 시간을 수련에 쏟아부었다.
그중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 약수에 몸 담그고 부상을 치료하는 시간을 빼면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수련만 하는 것이거늘.
입산 수련이라 해봤자, 다를 게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나…….
“백산이는 알겠지만. 나는 만귀곡에서 화경의 벽을 뚫었다. 이것으로 나는 그간 내 발목을 잡던 내력의 제약을 깬 셈이다.”
그러자,
“???”
“???”
“???”
“???”
동동이 형제와 석연우는 순간, 자신들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얼빠진 표정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다만, 나는 내력의 제약을 해결했으므로, 그간 너희에게 해줄 수 없었던 많은 걸 이제야 해줄 수 있게 되었을 뿐.”
“문주님!”
“무, 문주님!”
“문주님. 그게 정말입니까?”
“형님! 실화입니까!!”
그제야 동동이 형제와 석연우의 음성이 세차게 떨렸다.
그에 진소천이 한심하단 표정으로 덧붙였다.
“다들 왜 그리 호들갑이냐? 화경이 뭐라고……. 그래 봤자 거쳐 가는 길목에 지나지 않은데.”
그러자, 황당했는지 석연우가 따지듯 물었다.
“형님! 구파일방의 장로급 고수도 화경을 체득한 사람은 흔치 않아요! 이는 형님이 당대 최고수 반열에 접어들었다는 걸 방증하는 건데……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하나 진소천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래서?”
“네?”
“그래서 어쩌라고?”
“네?!”
“전에도 말했지만 내 목표는 천하제일의 싸움꾼이다. 한데, 내공 좀 깊어진 것 가지고 뭘 그리 야단법석이냐?”
“이 형님 진짜……!”
“연우야.”
“왜요.”
“너 이런 식으로 나오면 국물도 없는 수가 있다.”
“네?”
“네 말대로 내가 그리 잘난 사람이라고 치자. 하면, 날 통해서 네가 얻을 게 얼마나 많을까?”
“그게…….”
“당장 구파일방의 장로급 인물이 널 멱살 잡고 끌고 간다 생각해봐. 이건 일생의 기회가 아닐까?”
“아…….”
“나는 입산 수련에서 너희의 격을 상승시키고 막힌 임독양맥을 타통시킬 생각이다. 그냥 대충 기혈을 뚫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전부 다 뚫겠다는 뜻이다.”
“그,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다.”
“그럴 수가…….”
“물론, 쉽진 않다. 왜냐면 임독양맥을 인위적으로 타통시키는 방법은…….”
“…….”
“타통될 때까지 존X게 후려 까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 * *
일류와 절정을 가르는 차이는 바로, 임독양맥의 타통에 있다.
우선…….
임독양맥을 모두 타통하면 기의 흐름을 막는 신체의 벽을 부술 수 있는데, 그러면 같은 양의 내력을 보유해도 출력할 수 있는 내력이 급격히 늘어난다.
그런 점에서.
강백산은 이미 임독양맥을 타통하고 초절정에 오른 상태다.
화경의 벽을 마주한 백산이에게는 이미 지나간 길.
하나, 연우와 일동이는 달랐다.
물론 연우도 어느 정도 임독양맥을 뚫은 상태고, 무림 대회에서 검기도 펼쳤으니 고수 흉내는 낼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막힌 부분이 남은 데다, 일동이는 그보다 한참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두 사람의 임독양맥을 타통시킬 생각으로 본래 백산이만 참가시키려 했던 입산 수련에 함께 데려갈 작정이었다.
하나, 임독양맥을 모두 타통시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내가 녀석들의 임독양맥을 타통시킬 방법은 ‘물리적’ 특징을 지니는데 예를 들어, 안마도인술-분근착골-추궁과혈-격타(패는 것) 등이 있다.
거기다 하루아침에 골절도 치료하는 동벽 선생의 의술이 더해지면, 단기간 일동과 연우의 임독양맥을 타통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란 계산이다.
다만 안타까운 건, 이동이와 삼동이려나?
사실…….
놈들은 아직 여러 면에서 부족해, 입산 수련 후에도 임독양맥을 모두 타통할 순 없을 터다.
하나 어느 정도만 뚫어도, 고수로서 첫걸음을 디디게 될 테니 입산 수련은 모두에게 유익한 수련이 될 참이었다.
“나는 무림맹의 요청을 받았다. 요는, 내가 청룡-백호-현무-주작으로 나뉜 무림 청년단의 청룡단주를 맡게 되는 건데, 너희를 청룡단원으로 임명할 생각이다. 무림 청년단의 역할은 마교의 저지고 그 과정에서 우린 마교와 싸운다. 그러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강해져야 한다.”
“문주님!”
“무, 문주님!”
“청룡단이라……!”
“형님!”
“그리고 백호단의 단주로 무당파의 진후가, 현무단의 단주로 소림의 각원이, 주작단의 단주로 제갈세가의 제갈승이 내정되었다. 말인즉슨, 나를 제외한 모든 모두가 백도구봉이고 그 배경도 대단하다.”
“…….”
“하나 꿀릴 거 없다. 비록 지금은 미약하지만, 우리의 끝은 창대할 테니.”
“문주님.”
“문주님…….”
“문주님!”
“형님…….”
“고로, 우리는 이번 입산 수련을 통해 기적을 만든다.”
“…….”
“강호에 불가능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