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7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70화
#170화
전생의 나는…….
천마신교의 고위 간부면서도 사실 교내의 인물들과 별다른 친분이 없었다.
왜냐?
나는 친구였던 3호의 모가지를 내 손으로 비틀었던 순간, 이미 내면의 인간성을 말살당한 까닭이다.
이후 나는 줄곧 교주만을 주군으로 모셨다.
교주 외에는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았으며, 마도사천왕이나 방태산 군사는 물론, 전전대의 교주를 모시던 원로원 고수들에게도 상관 대접을 해준 적이 없었다.
아마 그런 외골수적 면모 때문에 나는 숙청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하나…….
그렇다고 내가 마교의 모든 인물을 경멸한 건 아니었다.
가령 마교도지만 마교도 같지 않은 자들에겐 동질감을 느꼈는데, 음양쌍마는 내게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음양쌍마라…….’
그들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강호에서 군림하던 쌍둥이 고수였다.
듣기로 소싯적 악랄했다던데, 내가 직접 경험한 둘은 마도에 물들어 나쁜 짓을 자행하는 인간들이라기보다 무극의 기치와 힘을 숭상하는 순수한 영감들이었다.
‘난적이 되겠지?’
그러나…….
단언컨대 음양쌍마의 무공은 ‘진짜배기’ 중의 진짜배기다.
솔직히 음양쌍마와 마도사천왕 중 두 사람을 뽑아 싸움을 붙이고 돈을 걸라면, 나는 어디에도 걸 수 없을 것이다.
말인즉슨, 현 마도(魔道)를 통틀어 봐도 교주를 제외하면 음양쌍마의 무공이 가장 강한 축에 속한단 뜻이었다.
“소윤 애비…….”
그때 동벽 선생이 허탈한 음성으로 날 불렀다.
“네 어르신.”
“내가 자네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네.”
“물론입니다. 지금껏 제가 무모한 도전을 할 때마다 한 번도 타박 안 했으니까요.”
“하나 이번엔 자네 말을 따라줄 수 없네. 음양쌍마가 얼마나 무서운 고수인지 자네는 모를 거야. 하나, 나나 독선은 과거 음양쌍마를 잘 알지. 어쩌면 그들은 마도사천왕보다 더 강적일 수도 있네.”
동벽 선생의 말에 독선 영감이 고갤 끄덕이며 말문을 뗐다.
“그건 맞다, 소천아. 음양쌍마가 소싯적엔 진짜 이름을 날렸느니라. 한데 네놈이 생각보다 거물인가 보구나?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면, 너처럼 새파랗게 젊은 놈을 잡기 위해 음양쌍마 같은 전대(前代)의 고수가 장안까지 찾아온단 말이냐?”
독선 영감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제가 얼마 전에 마교도 한 놈의 목을 따고, 또 한 놈은 병X을 만든 뒤 인질로 붙잡았는데, 그 때문에 마교에서 음양쌍마를 보낸 게 아닐까 싶군요.”
“허! 그게 누군데?”
“죽인 놈은 원로원의 철응이고, 인질로 잡은 놈은 적마왕입니다.”
순간 독선 영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왜 안 그렇겠나?
말하는 나도 어이가 없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세. 최가 네놈은 입 다물고 있거라.”
하나 이내 동벽 선생은 최일경을 나무라고 다시 화제를 전환했다.
“문주. 아무튼 내 말의 요체는 이걸세. 왜 어려운 길을 택하냐는 거야. 괜히 모험할 것 없네. 그러기에 음양쌍마는 너무도 강한 자들이니 고집을 꺾게나.”
나는 동벽 선생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만큼 음양쌍마는 고수고, 행여 내가 잘못될까 봐 우려하는 그 마음을 왜 모르겠나.
하지만.
“어르신. 말씀드리지 못한 게 있습니다만…….”
“뭔가?”
“제가 이번 여정에서 기연을 만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러자 동벽 선생은 기가 찼는지 입꼬리를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네가 심심하면 기연을 얻고, 밥 먹듯이 깨달음을 얻는 건 이미 익숙한 일일세. 하나 그렇다고 음양쌍마의 상대가 될 수 있겠나…….”
“그 깨달음이 현경이면요?”
“농담하지 말게. 그런 농담은 재미가 없으니까.”
“농담이 아니면요?”
“……?”
그제야…….
동벽 선생의 표정이 기이하게 뒤틀렸다.
나름대로 그 표정을 해석하자면…….
‘저놈이 또 믿을 수 없는 짓을 저지른 거야?’랄까……?
“흐흐흐……. 사형! 소천이 말이 맞소. 글쎄 저놈이 전설의 태봉(太蜂) 떼를 발견한 게 아니겠소?”
그 순간 독선 영감이 적절히 거들었고, 잠자코 있던 백산이도 지그시 고갤 끄덕이며 말했다.
“어르신……. 배 아프지만…… 그게 아니라…… 믿기 힘들지만, 사실입니다. 지금 소천이 내공만 무려 9갑자에 달하니 음양쌍마와 싸워도 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동벽 선생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노랗게 얼굴을 물들이며 물었다.
“그…… 그게 사실인가? 자네가 진정 현경의 경지에 들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하면…… 정말 음양쌍마와 정식으로 대결할 수 있겠나?”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영감탱이들 강호에서 은퇴시켜 줄 작정입니다만.”
내 말에 동벽 선생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미소 지었고, 독선 영감은 아예 박장대소했다.
“하하하! 소천아. 네 녀석은 참 웃기는구나? 이제 보니 이놈도 물건이구려, 사형! 왜 사형이 소천문에 의탁한 건지 알겠소.”
“넌 좀 닥치고 있거라.”
“뭐요? 이 영감이!”
근데…….
이 양반들 진짜 사제지간이 맞나?
걸핏하면 싸우네?
“두 분 잠시 고정하시고.”
나는 대번에 두 사람의 입씨름을 진압하고, 자신 있게 내뱉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죠. 당장 의약당으로 가서 음양쌍마와 담판 짓겠습니다.”
그러자 동벽 선생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아니 그렇다고 지금 당장에?”
나는 고갤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침이 되면 소윤이가 깰 겁니다. 하면 싸울 수나 있겠습니까? 게다가 연우가 또 난리 피울 거 생각하면 피곤하군요.”
“허……!”
“동이 트기 전까지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말한 나는 곧장 신형을 돌려 문주실을 빠져나갔다.
아마…….
내 상남자다운 모습을 보며 백산이는 오줌을 지릴 뻔하지 않았을까?
* * *
“한판 뜹시다.”
“???”
“???”
일단…….
다짜고짜 한판 뜨자고 선언하니, 음양쌍마는 둘 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영감님들이 저랑 백산이 잡으러 왔다고 들었습니다. 응수해줄 테니 한판 뜨자는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선언했다.
어차피…….
이 지독스러운 영감들이 날 잡으러 온 이상 싸움은 피할 수 없다.
하면 당장이라도 시원하게 한판 붙고 깔끔히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사실 현재 내 힘을 확실히 점검하고 싶기도 했고.
“자네가 진소천인가?”
그때.
병상에 누워 있던 음마가 재밌다는 눈으로 물었다.
‘오랜만이네요. 음마 영감?’
나는 전생의 내 지인에게 속으로 인사 건넸으나, 겉으로는 퉁명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다.
“그렇소. 당신이 음마겠지?”
“맞네. 내가 음마 백원천이네.”
“백 영감.”
“배, 백 영감……이라니?”
“성이 백씨니까 백 영감 아니겠소? 아……. 그러면 뚱뚱한 백 영감이랑 구분 안 되니까 그냥 원천 할아범이라 부르는 게 나으려나?”
낄낄낄…….
내 딴에는 웃으라고 한 말이고, 나는 웃겨서 속으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돌았는데…….
‘재미…… 없는 건가?’
뒤에서 나를 보던 동벽 선생과 백산이 얼굴이 똥 씹은 얼굴로 바뀌는 걸 보면…… 아무래도 무리수였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네놈…… 혹시 우리가 무서워서 정신이 나간 것이냐? 아니면 주화입마에 빠진 게야?”
이번에는 양마 백원교가 쌍심지를 켠 채 물었다.
솔직히…….
양마 같은 고수가 노기를 담아 저리 겁박하면 누구라도 오금이 굳을 터였다.
하나 내가 누군가?
내 굳건한 정신력은 섬서 제일 배짱, 두둑하기로는 중원 제일이며, 겁대가리 상실한 걸로는 천하제일인이 바로 나다.
말인즉슨, 양마 할아비라도 날 쫄게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여보쇼, 원교 할아범.”
“뭐?! 원교…… 할아범?”
“한 가지 제안하겠소.”
“무슨 제안?”
“음마 영감은 지금 한병을 회복 중이라 싸울 형편이 못 될 듯하고…… 원교 할아범 당신이 나랑 싸우는 걸로 합시다.”
“…….”
“솔직히 협공해서 당신들을 쉽게 상대하는 방법도 있으나, 나는 무림인이며, 일문의 문주요. 그러니 정정당당하게 싸웁시다.”
내 말에 음양쌍마는 학을 뗀 표정이 되었다.
아마…….
평소 차분한 성정의 음마는 날 천지 분간 못 하는 또라이로 여길 테고, 양마는 피가 거꾸로 솟아 당장 내 대가리를 박살 내고 싶겠지?
‘한껏 흥분시켜 놔야 편하다.’
사실…….
이 모든 게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아무리 내가 현경의 벽을 깼다 해도 음양쌍마는 음양쌍마.
양마 정도의 고수를 해 뜨기 전에 잡으려면 죽을힘을 다해야 하고, 이렇게 흥분시켜 놓지 않으면 그마저도 불가능할 거란 계산이었다.
“오냐! 노부가 네놈의 가죽을 벗겨주마.”
역시 예상대로 양마는 길길이 날뛰었고, 나는 조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원교 할아범. 그냥 싸우면 재미없으니, 내기하는 게 어떻소?”
“난 네놈을 그냥 죽일 것인데, 무슨 내기를 한단 말이냐?”
“자신 없소?”
“뭐야? 이놈이……! 좋다. 말해 보거라.”
걸렸다, 이 양반아!
나는 줄곧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양마가 내 조건을 수락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선 내가 졌을 경우. 당신 손에 죽는 건 물론, 백산이도 싸움을 피하지 않을 거요. 또한 외부 인사는 싸움에 개입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오. 말인즉슨 당신이 이기면 깔끔하게 목적을 다 완수하는 것이오.”
내 말에 양마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수긍하는 눈치였다.
“좋다. 장부다운 구석은 있구나. 받아들이겠다.”
“하나, 만약 내가 이겼을 경우. 당신들은 깔끔하게 승복하고 백산이의 암살 또한 포기해야 하오.”
“그럴 일 없겠지만, 혹여 지면 그리하마.”
“그리고 두 번 다신 소천문을 해하려 들면 안 되오.”
“당연한 일. 음마는 동벽 선생의 침술로 죽다 살아났다. 우리는 네놈에게 볼일이 있을 뿐, 소천문과 원한이 없는데 어찌 해하려 들겠냐?”
“남아일언은 중천금이오. 부디 우리 둘의 대결로 모든 게 풀리길 바라겠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너는 내 십초식도 못 버틸 테니!”
양마가 호기롭게 웃으며 말했다.
십초식이라…….
이 영감은 옛날부터 참 분위기 파악 못 한다.
* * *
나와 양마의 대결은 소천문과 10리 떨어진 광양산 초입의 죽림에서 치러졌다.
나, 음양쌍마, 백산이, 동벽 선생, 독선 영감이 대치한 상태였고, 그 외에 소천문의 누구도 대동하지 않은 채였다.
“동벽 선생! 귀하도 들었다시피 저 방종이 나를 한없이 자극했소. 하니 놈을 때려죽일 작정이외다. 하나 내가 진소천을 죽이더라도 당신은 음마의 한병을 봐주길 바라오. 어디까지나 당신은 의원이니, 의원의 본분에 충실하란 말이오.”
나와 나란히 마주 보고 선 양마가 대뜸 동벽 선생에게 말했다.
동벽 선생은 당혹스러운 눈치였지만, 나는 괜찮다며 눈을 깜빡였고, 내 눈빛을 읽은 동벽 선생도 이내 수긍했다.
“그리하겠소. 귀하가 문주를 정녕 꺾을 수 있다면 말이오.”
“클클! 동벽 선생. 당신도 불세출의 고수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요? 설마하니 내가 저 햇병아리한테 지겠소?”
양마는 시종일관 날 병X 취급했다.
나는 그 모습에 슬슬 짜증이 치밀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직이 입을 열었다.
“원교 할아범.”
“뭐냐? 갑자기 빌기라도 할 생각이냐?”
“노망났소?”
“뭐!”
“됐고. 혹시 빙강(氷罡)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만, 조심하시오.”
“…….”
“빙강에 처맞으면 당신 수염이 고드름처럼 꽁꽁 얼어붙을 테니까.”
내 말에 뒤에서 묵묵히 서 있던 백산이가 눈치도 없이 풉- 폭소를 터뜨렸다.
새끼…….
웃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