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69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3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69화
#169화
“어떻소? 한결 차도가 있소?”
음마 백원천은 왜 동벽 이시진을 천하제일의 명의로 손꼽히는지 깨달았다.
‘실로…… 신의가 맞구나!’
그것은 10년 가까이 온갖 좋은 약을 써도 효험이 없던 자신의 한병이, 이시진이 진료에 들어간 지 하루 만에 차도를 보인 까닭이었다.
그러나…….
‘왜 하필…… 이자가 소천문에 있단 말인가!’
다른 한편으로 음마의 마음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소천문의 문주를 죽여야 하지 않나.’
음마에겐 진소천과 강백산을 제거하란 임무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어찌 말이 없으시오? 차도가 없소? 병자의 증언은 병부를 작성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되오. 노인께선 현재 자신의 상태를 느낀 대로 말해주시오.”
그때.
침술로 응급조치를 마친 동벽 선생이 물었고, 음마는 번뜩 정신을 차린 뒤 고갤 끄덕였다.
“아! 어찌 차도가 없겠소? 명색이 천하제일의 명의께서 봐주셨거늘……. 근 10년 만에 이처럼 몸이 따뜻해진 건 처음이라오.”
동벽 선생은 그제야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다행이구려. 하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치료는 될 수 없소. 아무래도 귀하는 오랜 시간 강한 음기를 지닌 무공을 수련한 듯한데, 그 음기가 육신을 해하고 있는 형국이오……. 해서 지금까지 백약이 무효했던 것이오.”
동벽 선생의 말에 잠자코 있던 양마 백원교가 끼어들었다.
“동벽 선생! 무슨 말이오? 이놈이 천운이 닿아 이제야 선생을 만났는데……. 임시방편이라니? 하면 저놈의 한병을 고칠 길이 없단 말이오?”
흥분한 듯 언성이 높이는 양마의 태도를 음마가 나무랐다.
“원교야……. 무슨 무례냐? 나는 동벽 선생이 아니었으면 벌써 염라대왕을 만났을 거다. 한데 어깃장을 놓느냐?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면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더니, 지금 네가 그짝이다. 이것아.”
“뭐?”
그러자,
“허허. 두 분 다 고정하시구려.”
두 사람의 옥신각신에 동벽 선생이 허허롭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쉬이 고치기 힘든 지독한 한병이 깃든 게 맞소만…… 그렇다고 영영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은 아니니, 심려 놓으시오.”
순간 음마가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하면…… 선생은 내 병을 고칠 수 있단 소리요?”
“그러하외다. 물론 노인의 한병을 하루아침에 완치시킬 순 없으나……. 내 지침을 어기지 않고 장기간 꾸준히 치료받는다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거요.”
동벽 선생의 말에 양마가 크게 반색했다.
“하하! 정말이오. 동벽 선생? 원천아……. 축하한다. 얼음 귀신이 될 줄 알았더니, 살길이 생겼구나!”
하나 음마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불편함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이제야 한병을 치료할 수 있겠거늘……. 내가 진소천을 죽이면 동벽 선생이 날 치료해줄 리가 없지 않은가?’
그의 심경이 복잡한 상념으로 얽혀갔다.
“단……. 내가 한병을 치료하는 데는 한 가지 조건이 있소.”
그때.
동벽 선생이 진중한 음성으로 넌지시 말하자, 양마가 고갤 갸웃했다.
“조건이라니? 의원이 병자 고치는 데 조건도 있소?”
“그렇소.”
“그 조건이 뭐요? 말해보시오. 천금을 달라고 해도 내놓을 테니.”
“돈은 필요 없소.”
“돈이 필요 없다? 하면 뭐요?”
양마의 물음에 동벽 선생이 입술을 달싹였다.
“진소천을 죽이지 마시오.”
“……!”
“음양쌍마……. 당신들이 아직 살아 있을 줄 몰랐구려.”
“우리 정체를 진작 알았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오.”
“……?”
“당신들이 음양쌍마든 아니든……. 결코 진소천을 죽여선 안 된다는 거요.”
“…….”
“부탁이오. 부디 진 문주를 해하려 하지 마시구려.”
* * *
감숙 독고세가 임시 별초-.
‘이럴 수가……!’
서찰을 받아 든 검황 독고황의 시선이 폭풍 앞의 호롱불처럼 불안하게 떨렸다.
‘주 선배…… 선배가 정녕 그리 갔단 말이오!’
그는…….
외부인으로서 최초로 주영천의 비보를 전해 들었다.
“선배…….”
그의 심정이 착잡하게 가라앉았다.
“조부님……. 무슨 일이십니까? 어찌 무당파에서 온 서찰을 읽으시고는…….”
독고황의 한탄을 들은 손자 독고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준아…….”
“네 조부님.”
“주 선배가 작고하셨다는구나…….”
독고준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주영천 선배께서 말입니까?”
“그렇다……. 얼마 전만 해도 나와 술잔을 기울였거늘…….”
“조부님! 주 선배님이 어찌 작고하신 겁니까? 노환으로 귀천하셨습니까?”
“아니다.”
“하면……?!”
“주 선배는 원종산의 마교굴에서 위지혼과 비무를 벌이셨고, 부상으로 인해 무당파 조사전에서 운명하셨다고 한다.”
순간 독고준을 비롯한 장내의 모든 인물이 아연실색하였다.
“위지혼이라면! 마교주가 아닙니까? 어찌!!”
“나 역시 통탄을 금치 못하겠다. 그러잖아도 주 선배가 그랬지. 마교도를 사냥하다 보면 언젠간 위지혼을 만나게 될 거라고. 하나 그날이 이토록 빨리 올 줄 몰랐구나.”
꽈악-.
동시에 독고황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가늘게 떨리는 그의 어깨를 보며 가솔들은 현재 그가 얼마나 원통해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조부님!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마교와의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지금…… 백도무림 최고수 중 한 분이 돌아가셨으니…….”
“준아. 아무래도 내가 원종산에 올라야 할 듯싶다.”
일순…….
“네?”
“네?”
“네?!”
독고준과 가솔 모두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나 대답하는 독고황의 음성은 외려 한결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주 선배가 이르길, 지금이 마교주를 죽일 적기라 하셨다. 아마 주 선배와의 대결로 위지혼도 부상이 적지 않을 것이다.”
“조부님! 그건…….”
“원종산의 마교굴이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구나. 당장 채비해야겠다.”
독고황의 말에 식솔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
누구도 감히 이견을 제시하진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천마를 죽이는 건 백도무림의 염원이다. 비록 무인으로서 부상당한 천마에게 도전하는 건 비겁하나…… 내 무인의 자긍심보다 강호의 평화가 중요함이다. 나는 그를 꺾고 무림의 기틀을 세우며, 마도천하란 허상아래 천하를 피로 물들이는 마교를 막겠다.”
독고황의 선언에 중인들의 가슴엔 뜨거운 감정의 파문이 일었다.
그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부님……. 저도 데려 가주십시오.”
“준아! 너는…….”
“저는 조부님과 천마의 싸움을 보고 싶습니다. 결과를 떠나, 이 대결은 천하제일인을 가리는 대결이며 모든 무림인에게 큰 공부가 될 것입니다.”
“하나…….”
“조부님. 어찌 망설이십니까? 저는 가겠습니다. 조부님을 보필하고 싶습니다.”
독고준의 음성에 담긴 결연한 의지를 읽은 독고황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그리하자.”
“감사합니다.”
“하면 준아. 내가 편지를 써줄 터이니, 너는 무림맹주와 사도맹주에게 각각 서찰을 보내고 원종산에 오를 채비를 해라.”
“네 조부님.”
“내 평생의 숙원이 드디어 이루어지겠구나.”
하늘로 향한 독고황의 시선이 아련함을 담는 순간이었다.
‘주 선배……. 나는 이길 수 있겠소?’
* * *
진소천 일행이 돌아온 건 늦은 밤이었다.
그 때문에 진소천은 소윤이, 동동이 형제, 연우, 백강 등을 깨우지 않고 조용히 문주실로 향했는데, 때마침 동벽 선생이 문주실을 찾았다.
“네, 네놈이 여기 왜 온 것이냐?”
하나…….
동벽 선생이 처음 말문을 연 대상은 진소천도 손을 고치고 돌아온 강백산도 아니었다.
“흐흐! 오랜만이오. 영감?”
그의 시선은 오직 독선 최일경에게 꽂혔는데, 최일경은 비릿하게 조소 지으며 동벽 선생을 맞이했다.
“오랜만이고 자시고, 네놈이 여기 왜 있냐고 물었다.”
“왜 있긴 뭘 왜 있어? 내 발로 걸어왔으니까 있는 거지.”
“뭐야? 이놈이!”
“허……! 사형.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이놈 저놈 하는 거요?”
“닥쳐라! 소싯적 네가 얼마나 망종이었는지 잊었느냐? 천하제일의 명의가 되어 불쌍한 병자들을 돌보라는 스승님의 말을 거역하고, 흑도 놈들과 어울려 사파의 우두머리가 되었던 놈이 어디서 큰소리야? 너는 평생 나한테 조아려도 부족하다 녀석아!”
동벽 선생의 말에 진소천과 강백산은 그제야 왜 최일경이 그토록 막 돼 먹은 인성을 자랑(?)하게 됐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였구나…… 한 마디로 저 영감은 어릴 때부터 보기 드문 꼴통이었던 거군.’
하나 진소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일경은 더욱 이죽거렸다.
“흐흐흐! 사형. 그래서 이번에 빚을 갚았잖소?”
“뭐?”
“백산이 보시오……. 심맥이 끊어져 평생 젓가락질도 할 수 없었을 놈이 기린의 비늘을 이식받고 내단까지 섭취해 불세출의 고수로 다시 태어났소.”
“기린의 비늘을 이식했다고? 하면 이식수술을 했다는 것이냐?”
“그렇소. 내가 아니었다면 화타가 살아 돌아와도 손을 고칠 수 없었을 거요.”
“허……!”
순간 동벽 선생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강백산의 손을 살폈다.
“거참! 재주 한번 좋은 녀석이군.”
그는 신기할 정도로 깔끔히 치료된 강백산의 손을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사실 나도 영물의 비늘을 사람 피부에 이식해 본 건 처음이오. 그 때문에 거절하려 했으나 차마 사형의 부탁이니 그러지 못했소. 하니 역정 그만 내시오.”
“험험! 한데 진짜 여긴 어쩐 일이냐?”
“어쩐 일은……. 살러 왔지.”
“뭐야?”
“살러 왔다니까?”
최일경의 말에 동벽 선생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하나…….
이윽고 그는 어떤 생각을 떠올렸는지 쾌재를 부르며 말했다.
“너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진 문주에겐 잘된 일일지 모르겠구나!”
그러자 진소천이 물었다.
“어르신. 저한테 잘된 일이라니요? 저는 독선 영감님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장난기 섞인 진소천의 표정에도 동벽 선생의 얼굴은 한껏 진지했다.
“소윤 애비.”
“네?”
“지금 의약당에 병자가 있네.”
“우리가 외부 병자 받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한데 병자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기 위해 소천문을 찾은 게 아닐세.”
그제야 진소천은 뭔가 사달이 났음을 알아차렸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병자는 마교 원로원의 음양쌍마일세.”
일순.
진소천은 물론 강백산과 최일경도 충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어르신……. 어찌 그들을 소천문에 들이셨습니까?”
“나도 처음에는 그들의 정체를 확신하지 못했지. 사연이 있는 무림인일 거라 생각했지만, 음양쌍마는 전전대 교주였던 위지록의 심복이고, 은거한 지 오래되어 선뜻 생각나지 않았던 게야. 하나, 둘의 대화를 듣던 중 그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제야 그들이 음양쌍마임을 짐작할 수 있었네.”
평소 웬만한 일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진소천이지만…….
이번에는 그로서도 놀란 기색을 감출 길이 없었다.
“문주. 난 그들에게 자네와 백산이를 죽이지 말라 부탁했네…… 하나 그들은 한사코 자네와 싸워야 한다는군.”
“어르신…….”
“그 때문에 나는 내 선에서 문도들과 그들을 죽일까 고민했네. 하나 그랬다간 많은 문도가 죽을 게 자명한바. 어쩌면 소천문이 멸문할지도 모를 일이기에 결정을 보류하고 자넬 기다렸네.”
“잘하셨습니다.”
“이제 자네가 돌아왔고, 백산이도 더 강해져서 왔네. 게다가 독선 영감까지 있으니, 우리 넷이 힘을 합치면 애꿎은 문도들 희생시킬 것 없이 해볼 만하단 판단이네.”
그러자…….
진소천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르신.”
“…….”
“외려 잘됐습니다.”
“응?”
“음양쌍마 정도면 몸풀기로 딱 제격이거든요.”
“???”
순간 동벽 선생은 진소천이 주화입마에 빠진 게 아닌가 싶어 대뜸 진맥을 하려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