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6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63화
#163화
“헤헤- 젊은이! 대단한 경신법을 사용하는군…….”
산로를 오르던 중…….
흑의인의 경신법을 본 노인이 감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흑의인은 신형을 멈추고 평범한 걸음으로 길을 걸었는데, 노인 역시 경신법을 쓰는 대신 흑의인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걸음으로 바꾸었다.
“경신법이 아닙니다. 방금 저는 비행술을 펼쳐 따랐으니까 말입니다.”
흑의인의 입꼬리가 가늘게 늘어났다.
노인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비행술이라! 대단한데? 그런 신묘한 재주를 구사하는 사람은 강호를 통틀어도 몇 안 될 텐데 말이야?”
“어르신의 경신법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새삼 무당파의 제운종이 얼마나 지고한 무공인지 알 것 같습니다.”
“어? 제운종을 알아본 거야?”
“천하에 제운종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흐흐흐! 젊은이. 내 제운종은 현 무당의 아이들이 쓰는 제운종과 제법 궤가 다르네. 여간하면 알아보지 못할 텐데 식견도 대단하군!”
흑의인의 말에 노인이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하나 흑의인은 미소 짓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고, 노인은 재차 들뜬 음성으로 말했다.
“젊은이……. 가는 도중 무료할 테니, 내 넋두리를 재미 삼아 들어볼래?”
“그러죠.”
“내가 어제 꿈을 꿨는데 말이야. 글쎄 꿈에서 사조님이 나오는 게 아니겠어? 환갑이 넘은 후로는 한 번도 꿈에서 사조님을 뵌 적이 없는데 말이지.”
뭐가 그리 신이 났을까?
노인은 말을 할수록 점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흑의인은 그런 노인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이내 흥미가 일었는지 맞장구쳤다.
“사조가 꿈에 나온 것은 길몽(吉夢)이 아니겠습니까?”
“당연하지! 특히 우리 사조님은 우화등선하신 분이니, 난 꿈속에서 신선을 만난 거야. 선계에 다녀온 셈이지.”
“어르신의 사조가 누구신데 우화등선 운운하십니까?”
“에이! 알면서 물어보기는!!”
“모릅니다.”
“흐흐. 내 사조님은 강호 역사상 최강의 고수셨던 삼봉 조사시다!
일순…….
노인의 표정과 음성에서 무한한 자부심과 기백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하나 흑의인은 경악할 만한 말을 듣고도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한 채 평범히 물었다.
“장삼봉 조사는 오래전 사람인데 그분을 사조로 모셨다면…… 어르신도 나이가 많으시겠군요?”
“그렇지. 따지고 보면 강호에서 나보다 배분이 높은 사람도 없을걸? 사실 난 진작 죽었어야 할 사람이지.”
두 사람은…….
다소 기묘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묵묵히 산로를 거닐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왜 그리 생각하십니까? 혹시 죽고 싶으신지요?”
“죽고 싶은 건 아니지만…… 뭐랄까? 이제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야. 그래도 인생 말년에 재밌는 유희 거리를 찾았으니 다행이지만.”
그때.
노인의 입에서 유희 거리란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여태껏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했던 흑의인의 표정이 보일 듯 말 듯 미세하게 뒤틀렸다.
“유희 거리라…….”
“그래! 그것도 아주 아주 재밌고 신나는 유희 거리지.”
“어떤 건지 알 수 있겠는지요?”
어딘지 모르게 날카롭게 느껴지는 물음.
노인은 그제야 더 이상 흑의인의 태도에서 호의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노인은 더욱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낄낄낄! 그 유희 거리란 게 얼마나 재밌냐면……. 극악무도한 짓만 일삼는 못돼처먹은 놈들이 있거든? 난 그놈들을 찾아다니며 호되게 혼내주고 있다고! 뭐…… 대부분 때려죽이는데, 반항하지 않는 놈들은 단전을 폐하고 팔다리의 심줄을 끊어 다시는 못된 짓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중이지!”
그러자 흑의인의 얼굴에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윽고 잔잔한 노기를 담은 음성이 나직하게 흘러나왔다.
“무당파는 원시천존을 모시는 도교 성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살인과 폭력을 일삼는 곳이었나 보군요.”
“에헤-! 그건 젊은이가 몰라서 하는 소리.”
“…….”
“도사는 하늘의 뜻을 인간 세상에 실현하는 사람이지.”
“살인과 폭력이 하늘의 뜻입니까?”
“아니?”
“한데 어찌 그런 짓을 자행한 겁니까?”
“응! 마교도를 패 죽이는 건 살인도 폭력도 아닌 까닭이다.”
이번에는 노인의 음성 또한 돌연 무겁게 가라앉았다.
“젊은이…….”
“…….”
“난 말이지. 한 번도 마교도를 사람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네. 적어도 살아 숨 쉬는 인간을 제물 삼아 사특한 짓을 일삼는 버러지들을 어찌 같은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겠어?”
“그렇소?”
“흐흐! 그렇지, 그렇지!”
순간.
찰나였지만 흑의인은 은은한 살기(殺氣)를 피웠는데, 노인은 그 살기를 느끼면서도 헤벌쭉- 웃음 지었다.
“어르신의 유희 거리란 거. 잘 들었습니다.”
“어때? 재밌나?”
“유쾌하진 않았습니다만,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있군요.”
“그게 뭐야?”
“그건 바로 어르신과 내 유희가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엥? 자네도 그런 유희를 즐기는 중이야?”
“네. 하나 내 유희와 어르신의 유희는 목적과 방향이 다릅니다.”
“이를테면?”
노인의 물음에…….
흑의인은 지금까지 피우던 모든 살기를 깡그리 지웠는데, 음성과 표정조차도 처음과 마찬가지로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어르신의 살인과 폭력은 흔히 말하는 정의와 대의를 내세우지만. 나의 살인과 폭력은 오직 나의 야망을 위한 것입니다.”
그때…….
어느덧 두 사람의 신형이 산 중턱에 다다랐고, 그들의 눈앞에 자그마한 사원의 모습이 들어왔다.
“헤헤! 젊은이……. 내가 찾던 곳이 바로 여길세.”
“그렇습니까?”
“그렇지! 무료하던 참이었는데 자넬 만나 즐거웠네. 재밌는 대화였어.”
“마찬가집니다.”
“흐흐흐! 한데 자네는 기도를 드리기 위해 사원을 찾고 있댔지? 자네가 찾는 사원은 어디야?”
“제가 찾는 사원은 이곳이고 저는 이곳에서 기도를 드릴 겁니다.”
“정말?”
“네.”
“음……. 한데 이걸 어쩌나? 노부는 오늘 이 사원을 부숴버릴 생각인데. 하면 자네가 기도를 드릴 수 없을 텐데.”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왜?”
“결국 어르신은 그럴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응?”
“대(大) 천마신교에 방문한 걸 환영합니다. 주영천 선배.”
“오호!”
“교주 위지혼입니다.”
* * *
“…….”
외과술이 진행된 지 한 시진이 넘어갈 무렵…….
나는 내심 걱정이 일었다.
‘저렇게 피를 많이 흘리고도 괜찮을까?’
물론…….
독선 최일경은 동벽 선생이 추천한 사람이니 오죽 알아서 잘하겠냐마는.
그런데도 우려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르신. 출혈이 심한데요. 지혈해가면서 외과술을 시행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때문에 나는 수술을 집도 중인 최일경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나 돌아온 그의 대답은 싸늘하기만 했다.
“주둥아리 닥치거라. 감히 네 녀석이 내 앞에서 지혈 운운하는 것이냐? 설마하니 노부가 강백산을 죽이기라도 할까 봐?”
나는 순간 살의(殺意)가 치솟는 걸 느꼈다.
대체 이 막 돼 먹은 노친네는 성질이 왜 이 모양이야?
좀 물어볼 수도 있지…….
“소천아.”
게다가 언제 봤다고 뭐?
소천아?
첩첩산중이요, 점입가경이지만…….
“네?”
지금 나는 지랄맞은 영감에게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
당장 영감의 두 손에 백산이의 목숨이 달린 까닭이다.
“너는 이시진 영감과 오랜 시간 살았다고 했지?”
“그렇죠?”
최일경은 내게 말을 건네면서도 손을 쉬지 않았다.
사실…….
기린의 비늘과 뼈를 이식하는 그의 손놀림은 굉장히 완숙해 보였는데, 대화까지 건넬 정도로 여유로운 걸 보면 백산이가 출혈로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했다.
“하면 너도 영감에게서 의술을 배웠느냐?”
“조금 배웠습니다. 침술과 뜸 탕약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셨죠.”
“허! 그럼 네놈도 어디 가서 의원 행세할 정도는 되겠구나?”
“웬만한 병자는 고칠 수 있달까요?”
“재밌군……. 하면 네놈은 앞으로 날 사숙이라 불러야겠다.”
“네?”
“뭘 놀라는 게야? 네놈이 이시진 영감에게 의술을 배웠으면 응당 내가 네 사숙이 되는 게 당연한 일이거늘.”
나는…….
순간 혼란스러워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한번 정중히 되물었다.
“그러니까……. 제가 왜 어르신을 사숙이라고 불러야 하냐고요.”
“허! 이 망아지 같은 놈! 이시진 영감이 내 사형이니, 그에게 의술을 배운 네가 사질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냐?”
이게 무슨…….
‘……실화?’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내가 이처럼 당혹스러워하는 건…….
다짜고짜 날 사질로 대하는 최일경의 태도 때문이 아니었다.
‘세상에……. 아무리 싸가지없는 인간이라지만 사형을 저딴 식으로 불러왔다고?’
그것은 사형을 말끝마다 ‘이시진 영감’ 또는 ‘미친 영감탱이’로 칭해왔던 최일경의 말본새에 치가 떨린 까닭이었다.
“하면……. 어르신이 동벽 어르신의 사제입니까?”
“그런 셈이지. 영감과 나는 소싯적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했으니. 물론 노부는 무림에 뜻을 두고 한때 흑도에서 활동했으나, 이시진 그 영감은 의원으로 살았지. 그렇다고 내가 영감에 비해 의술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외려 부술과 외과술에 있어선 한 수 위지. 그 영감이야 성형술 같은 잔재주나 부릴 줄 알지 이런 이식수술(移植手術)을 할 줄 알겠느냐? 고로 진정한 인술을 펴는 의원은 나다. 너도 명심해라.”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확 진짜…….
“너 속으로 나 욕했지?”
“네?”
“노부에겐 다 들린다 이놈아.”
“죄송합니다.”
나는 더 이상 최일경과 입씨름했다간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 포기했다.
웬만하면 주둥이로 안 지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굽히는 게 상책일 듯했다.
그때…….
“후……. 다 됐구나.”
수술을 끝냈는지 최일경이 나지막한 한숨을 뱉었다.
나는 백산이의 환부를 심유히 살폈는데, 놀랍게도 방금까지 피가 철철 흐르던 백산이의 손은 완벽히 지혈돼있었고
“와! 기린 비늘이 아니라 그냥 사람 손 같은데요?”
백산이의 손은 기린의 비늘을 이식한 흔적이 조금도 남지 않은…… 온전한 사람의 손 모양새를 띤 채였다.
“소천아. 영물이 괜히 영물이겠냐? 앞으로 백산이가 손에 공력을 주입할 때마다 손이 기린 피부처럼 변하겠으나, 평소엔 평범한 사람의 손과 다를 바 없는 모양을 유지할 것이다.”
“아……!”
나는 그제야 독선 최일경을 다시 봤다.
성격은 인세에 보기 드문 개차반이지만…….
의술만큼은 화타-편작 부럽지 않을 신의란 확신이 들었다.
“어르신. 백산이 의식은 언제쯤 돌아옵니까?”
“일부러 마비산의 용량을 늘렸다. 해서 오늘은 깨어나지 않을 게다. 나는 그사이 기린의 내단을 녀석이 복용할 수 있는 환약 형태로 제조할 것이다.”
“다 생각이 있으셨군요.”
“당연한 거 아니냐, 이놈아?”
“네…….”
“그리고 환약을 복용한 백산이는 예전보다 훨씬 방대한 공력을 체득할 거다. 보아하니 녀석은 환골탈태의 초기 현상을 지나는 중인 듯한데……. 회복 후 환약을 복용하고 나면 능히 조화지경의 벽을 부술 것이니라.”
‘개나 소나 화경이 되는구나…….’
내가 피식- 웃음 지을 때…….
최일경의 입에서 또 한 번 무시무시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소천아.”
“네.”
“딸아이 이름이 뭐라고 했더냐?”
“소윤입니다. 진소윤.”
“……하면 앞으로 소윤 애비라 불러야겠군.”
“네?”
“소윤 애비야.”
“후…….”
“소천문에 자리 좀 비워놓거라.”
“네?”
“이제 나도 속세로 나가야겠다.”
“그게…… 무슨?”
“여생을 동벽 영감과 보내야 할 듯싶구나.”
“아니, 지금 대체 무슨 소릴 하시는 거냐……”
“의탁 좀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