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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5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58화

#158화

 

 

 

 

 

“네놈의 각오가 그러하다면…… 방도를 일러주겠다.”

 

독선 최일경의 말에 강백산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걸 알려주려고 저리 뜸을 들이는 것도 모자라 무게를 잡을까?

 

‘진짜 별거 아니기만 해봐라……. 동벽 선생 지인이고 뭐고 욕을 한 됫박 갈겨 줄 테니까.’

 

진소천은 그런 최일경의 태도가 못마땅했으나…….

 

이윽고 흘러나오는 한 마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인들은 화타를 최고의 의원으로 꼽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편작(扁鵲)이야말로 인세에 다시 없을 의원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데, 그 편작의서(扁鵲醫書)의 12권을 보면 기린(麒麟)의 비늘을 사람의 피부에 이식하는 외과술(外科醫)이 등장한다. 나는 네놈을 통해 나의 의술적 한계를 시험코자 하며, 네놈은 새로운 손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기린의 비늘은 사람의 피륙과 비교할 수 없는 강인한 힘을 가진바 외과술이 성공한다면, 너는 권사로서 다시 없을 행운과 기연을 얻게 되는 게다.”

 

‘기…… 기린의 비늘을 사람의 몸에 이식한다고?’

 

일순…….

 

강백산의 어깨가 부르르- 떨었다.

 

“도 독선 어르신. 그게 정말입니까?”

 

강백산의 물음에 최일경은 고갤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는 허언을 한 적이 없다. 물론……. 한 번도 기린 같은 영물의 비늘을 사람에게 이식해 본 경험이 없기에 외과술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지.”

 

“…….”

 

“그러나 나는 평생을 독 연구와 외과술에 바쳤고, 외과술에 있어 천하제일을 자부한다. 말인즉슨, 네 손을 내가 못 고치면 누구도 고칠 수 없다는 뜻이다.”

 

“어르신…….”

 

“너로서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니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독선 최일경의 표정과 음성에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자부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 동벽 어르신이 추천한 사람이다. 믿어도 될 거야.’

 

그 때문에.

 

영물의 비늘을 제 몸에 이식하겠단 미친 소릴 듣고도 강백산은 흔쾌히 수락했다.

 

“하겠습니다. 기린이든 뭐든……. 제가 다시 권법을 펼칠 수 있다면…… 뭐든 자신 있습니다.”

 

“클클……. 보아하니 네놈도 무공에 미친 자로구나.”

 

“어떤 무인이든 같지 않겠습니까?”

 

“좋다. 하면 노부가 네 손을 고쳐주겠다.”

 

“감사합니다. 한데…… 어르신. 외과술이란 게 정말 목숨을 담보해야 할 만큼 위험한 겁니까?”

 

문득 궁금증이 일어난 강백산이 물었다.

 

그러자 최일경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고갤 저으며 말했다.

 

“외과술이란 게 위험한 치료긴 하나, 네 환부가 손이니만큼 최악의 경우에도 목숨을 위협할 일은 없다.”

 

“네? ……아깐 목숨을 걸어야 할 거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하! 그건 다른 의미에서 한 말이니라.”

 

“다른…… 의미요?”

 

“기린의 비늘을 이식하려면 기린이 필요할 게 아니냐?”

 

“그렇……죠?”

 

“너는 기린이 영물임을 모르느냐?”

 

“아는데요?”

 

“허……! 아는 녀석이 그런 우매한 질문을 하는 게야?”

 

“네?”

 

“네놈들이 기린을 구해와야 한다는 뜻이다.”

 

“네?”

 

“기린은 대별산 인형봉의 공동에 산다.”

 

“…….”

 

“대별산 인형봉의 또 다른 이름은 혈광곡이니라.”

 

 

 

 

 

* * *

 

 

 

 

 

‘그러면 그렇지……!’

 

진작 이럴 줄 알았다.

 

어쩐지 이 노친네 처음 봤을 때부터 싸가지가 없더라니…….

 

결국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구나!

 

“최 선생.”

 

“???”

 

“혈광곡이면 강호의 금역으로 알려진 곳이 아니오?”

 

나는…….

 

독선 최일경의 입에서 혈광곡이란 말이 튀어나오기 무섭게 태도를 싸늘히 바꿨다.

 

왜냐?

 

이 영감이 순전히 우릴 엿 먹이려고 작정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최 선생?”

 

“당신 이름이 최일경 아니오? 하면 최 선생이지 장 선생이오?”

 

“뭐야?!”

 

“게다가……. 최 선생 말을 종합하자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외과술을 지금 백산이 몸을 통해 실험하겠다는 거고. 거기에 필요한 기린은 우리가 직접 구해야 하는 건 물론, 하필 기린이 금역으로 알려진 혈광곡에 있다? 지금 우리가 최 선생을 돕는 거요 최 선생이 우릴 돕는 거요?”

 

내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나는 일전에 태화방의 의뢰로 금역인 만귀곡의 석탑에 오른 적 있지만…….

 

그때 나는 마중수(魔重水)에 빠져 사경을 헤매다 가까스로 구사일생하지 않았나?

 

한데 또 한 번 금역으로 가야 한단 생각을 하자, 심연 깊은 곳에서 짜증이 치밀어 올라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크하하하하!”

 

하나…….

 

따지듯 묻는 내 말에 최일경은 외려 대소를 터뜨렸다.

 

“역시 이시진 영감을 구워삶은 녀석답게 배짱 한번 좋은 놈이구나?”

 

나는 어이가 없어서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냈다.

 

“배짱이 좋다는 말은 윗사람이나 강한 사람이 아랫사람이나 약한 사람한테 하는 말. 나는 일문의 문주고, 감히 누구도 내게 그런 말 할 수 없소.”

 

“크흐흐……. 녀석아. 비록 혈광곡이 금역이긴 하나, 대별산 인형봉이 혈광곡인 걸 세상이 알면 모두 오르려 할 게다. 게다가 그곳에 기린이 산다는 걸 알면? 소림의 땡중이나 무당의 말코 도사도 기를 쓰고 기린을 사냥하려 들걸?”

 

“…….”

 

“나는 귀하디귀한 보물 지도를 건넨 셈인데 어찌 역정을 내느냐?”

 

“아…….”

 

그러고 보니…….

 

생각해보면 만귀곡은 죽을 뻔한 경험과 동시에 화경이란 경지를 선물한 곳이며, 천도복숭아, 구두망의 내단, 소환의 서 등 갖가지 영약과 보물을 안겨준 곳.

 

비록 금역은 위험천만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었다.

 

“진소천이라 했느냐?”

 

“그렇소.”

 

“기린을 잡으면, 비늘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기린의 내단은 소림의 대환단을 능가하는 영단이며, 기린의 발톱으론 무기를 만들 수 있고, 또 그 내장과 피로는 독과 약을 만들 수도 있다.”

 

“하면…… 우리가 기린을 잡기만 하면…… 그 기린의 부산물을 모두 주겠단 거요?”

 

“클클. 화를 내는 이유가 그거였냐? 혹시 노부가 기린을 삼키기라도 할까 봐?”

 

“…….”

 

“나는 그저 이시진 영감에게 빚을 갚는단 차원에서. 또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외과술을 시행할 수 있단 점에서 네놈들에게 정보를 준 것이다. 한데, 이리 불만이니 안 되겠구나. 없던 일로……”

 

“어르신.”

 

그래…….

 

내가 계산을 잘못했다.

 

기린 한 마리를 우리가 몽땅 꿀꺽- 할 수 있다면 이건 위기가 아닌 기회인 것이다.

 

그것도 ‘대박’의 기회가……!

 

“뭐야?”

 

“감사합니다.”

 

“???”

 

“기린을 토벌하고 오겠습니다. 어르신은 외과술 준비에 전념해주십시오.”

 

내 전광석화 같은 태세전환에 최일경은 ‘뭐 저런 또라이가 다 있지?’라는 표정으로 날 응시했고 백산이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혐오감 섞인 눈으로 날 바라봤는데…….

 

“백산아.”

 

나는 그런 백산이를 부른 뒤

 

찡긋-.

 

회심의 미소를 선사해주었다.

 

[소천아.]

 

그러자 백산이가 전음을 보내왔다.

 

[왜?]

 

[너…… 사람 맞냐?]

 

[당연하지.]

 

[넌 확실히 또라이다. 그것도 고금제일의 또라이.]

 

역시…….

 

이 방면으로는 내가 독선 최일경보다 한 수 위인가?

 

 

 

 

 

* * *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풍광에 자리한 초옥.

 

백발이 성성한 두 노인은 마당 한편에서 차를 홀짝이며 바둑을 두었는데 키가 크고 마른 노인은 허허롭게 여유로운 모습을 고수하는 한편 키가 작달 만하고 뚱뚱한 노인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상기시키며 짜증을 털었다.

 

“젠장! 네놈은 무인이 뭔 바둑을 이렇게 잘 두는 게야? 밥 처먹고 바둑만 둔 모양이로구나?”

 

작고 뚱뚱한 노인의 볼멘소리에 마르고 키 큰 노인이 수염을 쓸며 고갤 저었다.

 

“허허! 원교야……. 너는 그 나이 먹고도 성질을 못 죽였구나. 어찌 한낱 바둑을 두면서까지 그리 성화를 내느냐? 이제 우리도 머지않아 북망산천 건널 게 아니냐? 여생은 평화롭게 보내자. 노부는 너와 싸울 힘도 없다.”

 

“닥쳐라! 북망산천은 뭔 놈의 북망산천이야? 죽으려면 너나 죽어. 나는 아직 세상에 할 일이 남았다.”

 

“허허허! 네가 무슨 할 일이 남았다고?”

 

“나는……. 아직 음양합마공의 전승자를 찾지 못했다. 죽기 전 음양합마공의 대를 이을 제자를 받고 모든 걸 전수한 다음에야 죽을 테니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두 노인은…….

 

천마신교의 전전대(前前代) 교주였던 천마 위지록과 과거 마도를 주름잡았던 쌍둥이 고수 음양쌍마였다.

 

“껄껄! 원교야. 애석하지만 우린 그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음양합마공을 전수받으려면 상상할 수 없는 강인한 정신과 육체를 지녀야 한다. 또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음양합마공의 부작용과 심마를 모두 버텨낼 인재를 어디서 구한단 말이냐?”

 

그렇게 묻는 키 크고 마른 노인은 음마 백원천이었고, 그 물음에 짜증 섞인 말을 뱉는 키 작고 뚱뚱한 노인은 양마 백원교였다.

 

“젠장할! 말년에야 가까스로 평생 연구한 음양합마공을 완성했건만. 이 좋은 걸 전해 줄 사람이 없어 문제가 될 줄 누가 알았겠냐!”

 

“후……. 그러게 말이다. 사실 나는 음양합마공을 전수받을 적임자를 점찍어 두었으나……. 그자는 망자가 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음마 백원천의 말에 양마 백원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런 자가 있단 말이냐?”

 

그러자 음마 백원천이 처연한 표정으로 고갤 저었다.

 

“있다는 게 아니라 있었다. 너는 전(前)대 살수회 대장을 기억하느냐? 마교 역사상 최연소 특급 살수에 올랐던 7호.”

 

“알다마다. 원로원의 산 송장들도 7호 모르는 인간은 없다. 그자는 기실 고금제일살수(古今第一殺手)의 재목이었지.”

 

“틀렸다. 재목이 아니라 7호는 고금제일살수였다.”

 

“…….”

 

“언제였던가…… 교의 행사 때 7호의 검무(劍舞)를 견식한 적 있지. 그때 그는 삼재검법을 춤으로 승화했는데,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그런 완벽한 검법을 본 적 없었다. 한 군데의 군더더기나 단점을 찾을 수 없는…… 흡사 검신(劍神)의 춤사위를…… 그날 보았던 게야.”

 

“…….”

 

“그때 나는 결심했다. 우리의 음양합마공을 그에게 전수하겠노라. 비록 그것이 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일이 될지라 하더라도 말이다.”

 

“음……. 분명 그자라면 음양합마공을 익힐 수 있을 테지.”

 

“하나 애석하게도 그는 죽었으니 어쩌겠느냐? 이제 우리 여생에서 그만한 재목을 찾기란 불가능한 일일 게야…….”

 

음마 백원천의 음성에는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었다.

 

하나 양마 백원교는 이내 그를 타박했다.

 

“이놈아! 어찌 세상에 인재가 그자밖에 없다더냐? 지금이라도 천하를 이 잡듯이 뒤지다 보면 합당한 놈을 구할 수 있을……”

 

“원교야.”

 

“…….”

 

“나는 최근 토사와 곽란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밤이 되면 지독한 한기가 전신을 엄습하는데, 그럴 때면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죽고 싶단 생각이 들더구나.”

 

“네놈…….”

 

“나는 나를 잘 안다. 내 천수는 고작 1년 남짓일 게야. 해서 하는 말인데, 이제 그만 십만대산을 떠나 세상을 유랑하며 여생을 보내는 게 어떠냐? 늘그막에 깨닫는다만…… 우리는 많은 업보를 쌓으며 살았다. 더 이상 마교도로 살고 싶진 않다.”

 

“지랄! 나약한 소리 하지 마라. 내 당장 동벽 이시진 같은 신의(神醫)를 잡아다가 네 병을 고쳐주마!!”

 

“허허허. 동벽 이시진을 어디서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이냐? 하물며 찾는다고 해도 그자가 우리를 고쳐줄 성싶으냐?”

 

그때.

 

“사형들……. 그간 별고 없으셨소?”

 

두 사람의 눈앞에 백마왕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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