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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5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57화

#157화

 

 

 

 

 

천마신교 본산-.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좌중의 인물들은 침묵한 채였고, 상석에 앉은 방태산의 이마엔 주름이 새겨졌는데 이내 그의 처연한 음성이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방태산과 함께 인상을 쓰며 앉아 있던 인물은 마도사천왕인 흑마왕과 백마왕이었다.

 

“참으로 난감하구나……. 참으로 난감해.”

 

방태산의 물음에 백마왕도 허탈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는…….

 

금일 믿기 힘든 비보를 전달받았다.

 

‘어떻게 적마왕이 생포당하고, 원로원의 철응이 죽을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의형제와 같았던 적마왕이 사도맹의 인질이 되었단 소식과 원로원의 고수가 절명했단 개탄스러운 소식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철응이 죽은 건 그러려니 하겠다마는…… 어찌 적마왕이 그리될 수 있단 말인가!”

 

백마왕은 아직도 적마왕의 소식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새였다.

 

그때 잠자코 있던 흑마왕이 입을 열었다.

 

“음……. 비단 적마왕과 철응만이 문제가 아니오. 강백산을 암살하기 위해 섬서로 떠났던 살수회 대장과 휘하 살수가 모두 행방불명이니. 이번엔 우리가 중원 놈들에게 제대로 당한 셈이오.”

 

흑마왕의 말에 방태산이 입술을 짓씹으며 분노를 삭였다.

 

“현재 비응각에서 입수한 정보를 취합하면…… 이 두 사건에 한 사람이 개입되어 있소.”

 

그러자 백마왕과 흑마왕이 동시에 물었다.

 

“그게 누구요?”

 

“누구요?”

 

그에 방태산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진소천이오. 금년 무림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소천문의 문주. 그자는 무림맹의 명령에 구룡산 제단을 급습했는데, 당시 놈은 우습게도 혈혈단신이었다는구려. 한데 하필 무당파의 주영천이 도착해 함께 행동하게 됐소. 그렇게 둘은 제단의 교도를 몰살하고 철응을 죽인 뒤 적마왕을 생포한 거요. 또한 강백산을 암살하기 위해 나선 살수회 대장과 정예 살수들의 목적지가 소천문이었으니, 그 사건에도 진소천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농후하오.”

 

순간 흑마왕과 백마왕의 얼굴에 경악이 번졌다.

 

이윽고 흑마왕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방태산에게 물었다.

 

“방 군사. 당최 이해가 안 가오. 진소천의 무공이 뛰어나다 한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아무리 그자가 주영천과 협력했다 하나, 고작 둘이서 1개 제단을 몰살 후 철응을 죽이고 적마왕을 생포하는 건 어렵소. 게다가 소천문은 듣도 보도 못한 잡파. 나는 믿을 수 없소. 입수한 정보에 뭔가 착오가 있을 거요.”

 

“일리 있는 말씀이외다. 중원 측의 정보를 전달하던 해사파가 멸문했고 이후 많은 정보원이 죽임당했으니, 본교가 입수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일뿐더러 또 상대가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흘릴 경우도 생각해야겠지요. 하나 모든 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생각지 못한 강적을 만나게 된 셈입니다. 어찌 됐든, 정황상 현재 진소천이 걸림돌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면 어찌해야 좋겠소?”

 

“저 역시 뾰족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특히 적마왕을 인질로 잡고 있는 사도맹에서 아직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으니……. 저들의 생각을 알아내는 게 우선 아니겠습니까?”

 

순간…….

 

백마왕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심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반드시 이 일을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오.”

 

그러자 방태산과 흑마왕이 백마왕에게로 시선을 던졌는데, 백마왕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적마왕의 처우는 사도맹의 요구가 있기 전까지 보류하더라도, 살수회 대장과 정예 살수들이 강백산을 죽이지 못한 건 본교의 수치요. 우선 우리는 진소천과 강백산부터 죽여야 할 거요.”

 

“하나 백마왕……. 진소천은 괴도사 주영천이 도움이 있었다고 해도 적마왕과 철응을 꺾은 고수, 그와 강백산을 끝장내기 위해선 강한 전력이 필요할 겁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

 

“어떻게 말입니까?”

 

“확실한 자객을 보내 진소천과 강백산만 도륙하는 거요.”

 

“이미 살수회의 정예들이 실패했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당장 사천왕들께서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방 군사.”

 

“말씀하시지요.”

 

“내 직접 원로원을 찾겠소. 음양쌍마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거요.”

 

일순 방태산이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물었다.

 

“백마왕! 음양쌍마는 교주님 명령이 아니면 결코 움직이지 않는 자들 아닙니까?”

 

“물론 그러하오만……. 그들은 나와 동문수학했던 적이 있으니, 따지고 보면 사형제 간이라 할 수 있소. 간곡히 부탁한다면 뿌리치지 않을 거요.”

 

“알겠습니다. 하면 진소천과 강백산의 문제는 백마왕께 맡기지요. 하면 저는 사도맹으로 공문을 보내겠습니다. 적마왕의 일도 해결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좋소. 우선 그렇게 봉합합시다. 교주님이 오시기 전까지 모든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이오.”

 

 

 

 

 

* * *

 

 

 

 

 

세상에 또라이는 많다.

 

특히 강호엔 또라이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중 나는 강호에서도 가장 또라이라 불리니, 사실 내가 고금제일 또라이다.

 

아니…….

 

또라인 ‘줄’ 알았다.

 

한데…….

 

“크하하하하!! 어이가 없군. 어이가 없어! 이시진 당신이 뭐? 소천문이란 문파에 의탁 중이라고? 클클……. 세상에 이시진이 망조가 들었구나!”

 

내가 본 독선 최일경은 나랑 비교도 안 되는 ‘진짜배기’ 상또라이였다.

 

초면에 쌍욕 박으면서 축객령 내리는 거야 그럴 수 있다 해도…….

 

최일경은 아예 남의 말을 듣지도 않고 지레짐작해 판단하는 인간이었는데, 갑자기 미친놈처럼 광소까지 터뜨리니 지켜보는 나로서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러나…….

 

“좋다! 이시진 영감이 내게 간곡히 부탁하니, 노부가 네놈의 손을 고쳐주도록 하마.”

 

다행히 독선 최일경은 동벽 선생의 서찰을 읽자마자 백산이의 치료를 약속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해서 나와 백산이는 곧장 그를 향해 포권지례했다.

 

왜냐면 저 미치광이 영감이 또 딴소리할까 봐 우려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한데……. 네놈은 어쩌다가 이시진 영감을 구워삶은 게냐?”

 

그때.

 

최일경이 날 향해 물었다.

 

“아……. 어쩌다 보니 인연이 되어서 말입니다.”

 

나는…….

 

동벽 선생과 얽히고설킨 일이 워낙 많기에 일일이 늘어놓기 귀찮아 대충 얼버무렸다.

 

하나 그건 실수였다.

 

“싸가지 없는 녀석아! 윗사람이 물으면 정확하게 신속하게 답을 해야지. 뭐가 어쩌고 어째? 어쩌다 보니 인연이 되어서? 확 눈알을 뽑아버릴까 보다!”

 

최일경은 무성의한 대답이 언짢았는지 길길이 날뛰며 욕을 내뱉었다.

 

‘갑자기 자기가 내 윗사람? 진짜 정신 나간 영감탱이네.’

 

어이가 없어서 원…….

 

하나 나는 하는 수없이 최일경에게 과거를 간략히 설명해야 했다.

 

어쨌든 백산이 손은 고쳐야 하니까.

 

“몇 해 전 딸내미 업고 사냥하다가 늑대 무리에 당해 설산에 쓰러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동벽 어르신이 절 구해줬고, 그게 인연이 됐지요. 이후 저는 장안에 자리 잡고 소천문이란 문파를 개파했는데, 동벽 어르신이 의약당주를 맡아주셨습니다.”

 

후…….

 

사실 이건 내가 말을 하고도 황당해서 헛웃음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불과 몇 년 전 사냥하다 늑대 무리에 당했던 사람이 오늘날 문파의 문주가 됐다고?

 

지나가던 나그네가 들어도 콧방귀를 뀔 개소리지 않은가?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어서 나는 있는 사실을 담담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

 

“거참 기가 막힌 소릴 하는구나?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란 소리냐?”

 

역시…….

 

최일경은 대번에 비아냥거리며 따지듯 물었는데, 이쯤 되니 나도 슬슬 열이 올랐다.

 

“믿기 싫으면 믿지 마십쇼. 사실을 말했을 뿐이니까.”

 

“뭐야?”

 

“저는 동벽 어르신의 소개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하니 그 쪽한테 거짓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래서 있는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못 믿으면 어쩔 수 없죠.”

 

“허! 이놈 보게? 은근히 성격 있는 놈이구나?”

 

“많이 참고 있습니다. 슬슬 못 참을 거 같기도 하고.”

 

“뭐야?”

 

“솔직히 동벽 어르신 아니었으면…….”

 

“아니었으면, 뭐?”

 

“상상에 맡기죠.”

 

본래…….

 

미친개한테 한번 만만하게 보이면 끝까지 물어뜯기는 법…….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최일경을 대접할 요량이었다.

 

하나 다행히,

 

“크흐흐! 이제야 이시진 같은 인간이 왜 네놈에게 의탁한 건지 알겠구나. 배짱은 천하제일인 놈이군.”

 

내 전략이 먹혀든 모양이었다.

 

“둘 다 들어오너라.”

 

후…….

 

이제야 이 지랄 같은 산장에 엉덩이 한 번 붙이겠네. 젠장!

 

 

 

 

 

* * *

 

 

 

 

 

산장으로 들어선 강백산과 진소천은 내부 풍경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곳곳에 온갖 산짐승의 말린 내장이 주렁주렁 걸린 것도 모자라 배를 갈라놓은 사람 모양의 인형이 놓여 있었는데, 인형의 재질과 빛깔이 사람과 비슷해서 하마터면 탄성을 지를 뻔했다.

 

하나 이내 진소천은 동벽 선생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독선은 부술과 해부학의 대가네. 산짐승뿐만 아닌 사람 내장을 휘젓고 다니는 광인이니 처음엔 다소 놀랄 걸세.」

 

그러자 그에 대한 경악도 점차 사라지고…….

 

잠시 후 강백산을 병상으로 눕힌 최일경은 진맥을 시작으로 환부를 심유히 살피고 만지기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시침에 돌입하였다.

 

“음…….”

 

그렇게 반식경이 지났을 때…….

 

최일경의 입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혹시…… 손을 고칠 수 없는 겁니까?”

 

강백산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최일경은 고갤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정성껏 시침하고 뜸을 뜨며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으면…… 손상된 근맥과 뼈대는 이을 수 있겠으나, 이미 터진 피부 조직과 죽은 신경을 원상복구 시키긴 쉽지 않을 듯하군. 뭐……. 이 정도니까 이시진 영감이 직접 치료하지 않고 네놈을 내게 보낸 거겠지만.”

 

최일경의 진단은 강백산에게 청천벽력 같은 한 마디였다.

 

의술만큼은 동벽 선생을 전적으로 신뢰했기에, 그가 추천한 최일경이 손을 고치지 못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거늘…….

 

“어쩔 수 없지요. 되는 데까지 치료해주셔도 감읍할 따름입니다.”

 

하나 강백산은 담담하게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평생 젓가락질도 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손.

 

전과 같을 순 없겠으나 근맥과 뼈를 잇는 것만으로도 무인의 삶을 살아갈 순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닥쳐라!”

 

“???”

 

최일경은 느닷없이 호통을 내질렀는데, 강백산은 당혹스러워서 말문이 막혔고, 진소천은 질려버린 듯 혀를 내두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시진 영감이 널 내게 맡겼다. 한데 완벽히 치료하지 못한다면 내 자존심이 뭐가 되냐?”

 

“아…… 방도가 없다길래…….”

 

“물론 보편적인 의술로는 네 손을 완벽히 고칠 방도가 없지. 사실 어떤 수법으로도 손을 예전처럼 만들 순 없다.”

 

순간,

 

‘이 인간이 진짜 장난하는 건가?’

 

진소천은 확- 짜증이 치밀어 쌍욕을 내뱉을 뻔했으나…….

 

“그러나. 네 손을 외려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만들 방도는 있다.”

 

최일경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만든다고요?”

 

“그렇다.”

 

“그 방도가 무엇입니까?”

 

“일러주면, 너는 따르겠느냐?”

 

“무 물론이지요.”

 

“대신 죽을 수도 있는데?”

 

“네?”

 

“너는……. 금강석 같은 주먹을 가질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어쩌겠느냐? 선택은 네가 하거라.”

 

최일경의 말에 강백산은 일말의 재고도 없이 확언했다.

 

“하겠습니다. 뭐가 됐든 손을 고칠 수 있다면…… 아니 그런 강한 손을 만들 수 있다면. 다 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진소천은 극심한 현기증을 느끼고 말았다.

 

‘대체 손 고치러 와서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에라 시X! 쉬운 일이 없다 쉬운 일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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