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56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6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56화
#156화
동벽 선생은 내게 두 장의 서찰을 건넸다.
한 장은 독선 최일경이 기거하는 산장의 위치가 기록된 지도였고, 다른 한 장은 그에게 건네는 편지였다. 솔직히 편지의 내용이 궁금해 몰래 뜯어볼까 생각했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참았다.
“백산아……. 독선 최일경이 그렇게 성질머리가 더럽다는데. 너 손 고쳐주기도 전에 쫓겨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독선 최일경이 거주 중인 하남 대별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삼사일은 걸릴 터…….
나는 산로를 걷던 중 무료하던 터라 멍하니 보행 중인 백산이에게 잡담을 건넸다.
“동벽 어르신이 편지를 전하면 고쳐줄 거랬으니…… 걱정 안 한다.”
“오……! 언제부터 네가 어르신을 그리 신뢰했냐?”
“목숨 구해주신 분인데 당연히 믿어야지.”
“충성을 다할 기세구먼.”
“못할 것도 없지.”
“백산아. 너는 소천문 무공 교관이다. 하면 응당 날 상관 대접해야 마땅한데, 나한테는 싸가지 없으면서 어르신한텐 깍듯해? 그거 모순이야, 인마.”
말은 그리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내가 가장 믿고 따르는 사람이 동벽 선생이니 그에게 깍듯한 백산이 행동이 달가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껏 날 진형이라 부르던 백산이 내게 하대를 하게 된 것도 나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형 소리 듣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더란 말씀.
더불어 왠지 친구가 생긴 기분이랄까?
아무튼 여러모로 마음이 한결 가벼운 게 사실이었다.
“소천아.”
“뭐?”
“이 꼴통 문주 새끼야.”
“이 새끼가? 혹시 머리 다친 거 덜 나았냐? 갑자기 왜 이렇게 까불어?”
“기왕 나랑 맞먹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라. 제대로. 사내새끼가 한 입으로 두말하지 말고. 지금껏 내기 때문에 억지로 형 소리했지만, 친구 먹기로 한순간 너랑 나는 동등한 사이다. 너는 친구한테 상관 대접받을래? 이 권위적인 놈아?”
하…….
백산이가 저리 말을 잘했던가?
아니면 그간 나한테 괴롭힘당하면서 주둥아리 신공을 체득한 걸까?
어찌 됐든 녀석의 말은 논리적으로 틀린 소리가 아니었기에 나와 백산이의 촌각 토론은 명백한 내 패배였다.
“그래……. 내가 졌다. 맞먹어라. 맞먹어.”
“오냐. 그러잖아도 그러려던 참이다.”
“개새X.”
“미친놈.”
“시발X.”
“X같은 새끼.”
그렇게 나랑 백산이는 한동안 서로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욕을 내뱉다가 실성한 사람처럼 킥킥거렸다.
그러던 중…….
문득 머릿속에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다.
“강백산.”
“왜 진소천.”
“너…… 몸은 완벽하게 회복된 거냐?”
“보다시피 손이 불구된 거 말고는 멀쩡하다. 동벽 어르신이 만든 소윤단의 효과가 좋아서 그런지, 내력 운용하기도 예전보다 편하고.”
“그럼 모처럼 한판 붙을까? 너 몸도 풀 겸해서 말이다.”
“좋지. 대신 검은 쓰지 마라. 맨손으로 가볍게 풀자.”
“당연하지. 검을 쓰면 넌 10초식도 못 버틴다 인마.”
“지랄…….”
“따귀 몇 대 때려주마, 무식한 주먹 잽이야.
나는…….
간만에 백산이의 철권을 받아볼 요량이었다.
물론 단순히 그 때문에 대련을 청한 건 아니고.
녀석이 오래 병상에 누워 있던 터라 감각을 잃지 말란 뜻에서 상대해주려 했던 것이다.
파파팟-!
한데…….
어이없게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산이가 내게 선공을 퍼부었다.
타타타타타타타타……!
비록 내력을 싣지 않은 몸풀기지만, 놈의 권-장-퇴는 쾌속함이나 정밀함만 놓고 보면 웬만한 무인의 전력과 맞먹을 정도였다.
쐐애애액!
특히…….
다섯 번의 허초 뒤에 관자놀이로 날아드는 그의 좌권(左拳)은 살벌하고 묵직했는데, 호신강기를 일으키지 않은 상태에서 맞았다간 기절을 면치 못할 주먹이었다.
콰아앙!
하나 내가 누군가?
백산이가 남만 살인 격투기 전승자라면 나는 십초무적공의 전승자다.
나는 매섭게 날아드는 녀석의 좌권에 냅다 철두공을 들이받았는데, 놈의 주먹이 단단하다 한들 바위를 박살 내는 내 머리통이라 놈의 주먹이 저릿저릿할 터였다.
“아프지? 그러다 남은 한쪽 손도 병X 될라. 조심해라 백산아.”
“염병. 넌 주둥아리로 싸움하냐? 닥치고 덤비기나 해라. 끄떡도 없으니까.”
이윽고 나는 백산이와 다시 손을 섞다가 놈의 빈틈을 포착하고 기회를 살렸다.
“옆구리 부서진다 새끼야.”
쐐애애애액!
나는 백산이의 옆구리에 전광석화 같은 각법을 내질렀다.
하나,
콰아앙!
녀석은 내 각법이 날아드는 궤적만 보고 무릎을 번쩍- 들어서 막았는데, 녀석 무릎이 내 정강이보다 단단했는지 다리가 욱신거렸다.
“너 이거 어떻게 막았냐?”
“뭘?”
“나 방금 무반동 각법을 한 건데……. 옆구리로 향하는지, 면상으로 향하는지 어떻게 알았냐고.”
실로 그 점이 궁금했다.
사실…….
내 발차기가 여타 권사의 발차기보다 무서운 건 선행 동작이 전무한 ‘무반동’의 묘리에 있었다.
그렇다 보니 웬만해선 각법의 궤적을 예상키 힘든데, 백산이는 대번에 무릎을 들어 옆구리를 방어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소천아.”
“왜?”
“진소천, 이 무식한 새끼야.”
“뭐?”
“너는 한 번 당한 거에 또 당하냐?”
“뭔 말이야?”
“내가 무림맹 본청에서 너랑 싸울 때. 그 무반동 발차기에 속아 얼굴 줘 터지고, 옆구리도 줘 터졌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지랄. 그게 안다고 해서 막히고, 당해봤다고 방비가 되는 줄 알아?”
“…….”
“너. 이제 보니 감각이 월등히 좋아진 거 같다.”
“감각이라…….”
“오감을 넘어서는 육감의 개화. 무반동 각법을 예상하고 막는 건 그것밖에 없다. 알겠냐?”
“음…….”
“아무래도 살수 놈과 생사결을 치르고 나서 네 감각이 극도로 민감해진 것 같다. 다시 변초를 섞어 때려볼 테니 막아봐.”
“그래. 들어와라.”
나는 호기심과 호승심을 동시에 느꼈다.
과연 백산이가 또 무반동 각법을 막을 수 있을까?
파파파파파팟!
궁금증이 일은 나는 현란한 허초를 섞어 헷갈리게 한 후 정확한 타점에 다시금 쾌속한 무반동 각법을 찔러 넣었다.
아니…….
넣으려 했다.
그러나,
콰아앙!
녀석은 또다시 양팔을 교차해 이번에는 상단으로 향한 발차기를 막았고, 나는 순간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소천아……. 아무래도 너 이제 맨손으로는 나한테 안 되겠는데? 다 보이고, 다 막히냐? 크크.”
실로 오랜만에 이질감을 느꼈다.
단순히 공격이 통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다만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던 십초무적공의 묘리를 백산이가 간파한 것에 대한 경악이랄까?
‘확실히…… 세졌다. 이래서 사람은 죽을 고비 한번 넘겨봐야 된다니까.’
역시 한평생 박투만을 고집해 온 강백산답다.
나는 그제야 녀석이 맨손 싸움으론 강호 최고의 고수가 될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까불지 마라, 백산아. 각법 때릴 때 강기(罡氣)를 실었으면, 네 팔과 무릎이 박살 났을 거다. 단순히 몸풀기한 거로 으스대면 곤란하지?”
“흐흐. 하면 공력 실어서 한 번 더 차보던가? 멀쩡할 거 같은데?”
이놈이 한 번 성공했다고 기세등등한 거 보소?
역시 이래서 인간은 존X 맞아야 한다.
한데…….
‘……이제 녀석한테 당랑 꿀밤 먹이려면 나도 더럽게 고생할 거 같은데?’
이젠 나도 공력을 쓰거나 목검이라도 쥐지 않으면 녀석을 쥐어박는 게 녹록지 않을 듯했다.
“백산아. 너 손 고치고 제대로 한판 뜨자. 그땐 공력 싣고 힘껏 붙는 거다. 살려달란 소리 나올 때까지 패줄 테니 각오하도록.”
“오냐, 진 문주야. 나중에 돼서 딴소리나 하지 마라. 가령 박투로 붙다가 소윤검을 뽑아 검강을 날린다거나 하면 반칙인 거 알지?”
“이 새끼가 누굴 양아치로 아나?”
“아……. 그럼 아니었냐?”
와…….
이 새끼 이거…….
하여튼 검은 머리 짐승은 이래서 잘해주면 안 되는 법이다.
* * *
진소천과 강백산이 소천문을 나선 지 3일째…….
두 사람은 하남 대별산에 위치한 산장에 당도했는데, 산장 규모가 상당한 데다 매우 잘 관리되어 있었기에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백산아…….”
“왜?”
“마당에 약재 정리된 것 보니 집주인 성격 나온다. 나도 동벽 어르신 밑에서 작약이니 맥문동이니 약재를 수도 없이 깎고 다듬었는데, 저렇게 가지런히 정리된 거 보니 소름인데?”
진소천의 말 대로…….
산장 마당엔 가짓수를 헤아리기 힘들 많은 건약재가 널려 있었다.
한데 약재 널린 모양새가 규칙적이고 일목요연한 탓에 진소천은 그를 보고 독선 최일경의 깐깐한 성정을 유추했다.
“별일이야 있겠냐? 나는 환자고, 독선은 의원인데. 내쫓진 않겠지, 뭐.”
하나 약재 정리를 해본 적 없는 강백산은 진소천의 말이 선뜻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상놈의 새끼들아!!!”
그의 안일함은 창고 문을 박차고 나온 노인의 호통에 깡그리 무너졌다.
“네놈들은 어디서 뭐 하는 작자들인데 내 집에 발을 디딘 것이냐?”
그는…….
강백산의 반밖에 되지 않은, 작달 만한 키에 깡마른 체구를 가진 노인이었다.
다만 두 눈에 번뜩이는 기광(氣光)이 무척 날카로웠는데, 그 때문에 진소천과 강백산은 첫인상부터 노인의 기세에 풀이 죽었다.
“저…… 혹시 독선 최일경 어른 되십니까?”
하나 아쉬운 놈이 우물 파는 법.
강백산은 고개 숙여 묵례한 뒤 화가 치민 표정으로 노려보는 노인에게 공손히 물었다.
“맞다. 노부가 독선 최일경이다. 한데 묻는 말에 왜 대답 안 하고 질문부터 하는 게냐?”
“……네?”
“이곳 대별산은 산세가 험준하고 예부터 귀기(鬼氣) 서린 흉산(凶山)이라 불린 터에 사냥꾼조차 찾지 않는 곳이다. 한데 노부가 이곳에 사는 건 어찌 알았고, 또 무슨 까닭에 날 찾은 것이냐?”
“……그게 말입니다.”
“닥쳐라!”
“???”
“보아하니 무공깨나 익힌 놈들 같은데……. 사도맹주가 보낸 놈들이렸다? 나는 속세와 연을 끊었으니, 찾지 말거라. 한 번만 더 여길 올랐다간 네놈들 눈알을 뽑아 대별산 들개 밥으로 던져 주겠다!”
독선 최일경의 엄포에 강백산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시X!’
강백산이 살면서 본 사람 중 가장 또라이는 단연 진소천이지만…….
독선 최일경을 보니 그 생각도 흐려질 듯했다.
“뭐 하고 있는 게야? 썩 꺼지지 않고!!!”
하나 강백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일경은 연신 호통을 질렀는데 때마침 진소천이 나직이 입을 열어 끼어들었다.
“독선 어르신. 저희는 동벽 선생의 편지를 들고 왔습니다. 일단 내치기 전에 편지부터 읽어보시죠?”
그러자,
“……뭣이라? 동벽 선생이라면 이시진 영감을 말하는 것이냐?”
“맞습니다.”
“어디 줘 보거라.”
독선 최일경이 불쑥 손을 내밀자 진소천은 품에서 서찰을 꺼내 전했다.
서찰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독선. 이 서찰을 읽을 네놈이 얼마나 분기탱천해 있을지 불을 보듯 뻔하지만, 염치 불고하고 적는다.
너는 내가 종남산에서 약초나 캐며 살거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현재 섬서 장안 소천문이란 문파에 의탁 중이다. 내가 보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소천문 문주며, 다른 한 사람은 무공 교관인데, 그의 손 부상이 심해 나로서는 회생시킬 방도가 없다. 너는 소싯적부터 해부학에 조예가 깊고, 특히 외과술의 방면에는 천하제일이니,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부탁한다.
이것으로 너와 나의 빚은 청산된 셈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네놈도 지긋지긋한 은거를 끝내도록 해라.
소천문의 문은 열려 있다.』
“크하하하하하하!!!”
편지를 읽은 독선 최일경은 미친 사람처럼 광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