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5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55화
#155화
사천(四川), 송반현(松潘县)-.
산봉우리에 우두커니 위치한 초옥이었다.
비록 별다른 것 없는 초가지만, 이 집에 오르기 위해선 갖가지 진법을 파훼하고 생문(生門)을 찾아야 했는데, 다행히 노인은 익숙한 듯 노련한 발걸음으로 초옥에 당도했다.
“허……! 선배. 어찌 이까지 오셨소? 기운도 좋으시구려.”
노인의 방문에 마루 한쪽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던 집주인이 그를 반색하며 맞이했다.
“헤헤- 영감탱이! 여긴 30년 전, 내가 정양하기 위해 만든 곳인데…… 왜 네놈이 차지하고 있는 게야? 도둑놈 같으니라고!”
방문객은 무당파 괴도사 주영천이고, 초옥을 지키던 자는 백도일황(白道一皇)이자 강호 최고의 검수로 손꼽히는 검황(劍皇) 독고황이다.
“하하. 주 선배. 어찌 이 집이 선배가 만든 집이오? 당시 나도 많은 돈을 보탰던 걸로 기억하는데?”
“흐흐흐. 지X 마라, 녀석아.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평생 검에 미쳐 사는 바람에 돈 한 푼 벌어본 적 없으면서 잘도 보탰겠구나?”
“하하하!”
“낄낄낄!”
“자…….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그래.”
호탕한 웃음으로 인사를 끝낸, 두 사람은 이윽고 대청마루에 앉아 찻잔을 기울였다.
모처럼 이뤄진 재회가 흐뭇했을까?
두 사람의 안면에 밝은 미소가 내걸렸다.
“검황. 감숙에서 마교도 때려잡는다고 바쁠 텐데, 왜 여기 있는 거야? 자네 수소문한다고 고생했다고.”
주영천의 물음에 독고황이 수염을 쓸며 대답했다.
“나라고 매일 일만 하겠소? 가끔 이곳에서 생각도 정리하고…… 그러는 게지요.”
“흐흐-. 날 속일 생각 마. 수련하러 온 거지?”
“하하…… 무당파의 말코 도사 아니랄까 봐, 사람 마음 꿰뚫는 도술이라도 익혔소?”
“그래. 익혔다! 어쩔래? 헤헤헤. 한데, 자네 무공은 날 능가할 정돈데 아직 그리도 열심히 수련을 해?”
“본래 무공에 미친 무인의 욕심이 돈에 미친 상인의 욕심보다 더한 법 아니오? 나는 죽는 날까지 수련을 게을리할 생각이 없소.”
독고황의 말에 주영천은 한동안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다 나지막이 입을 뗐다.
“하긴……. 자네는 백도 최강자니까. 최소한 천마 정도는 돼야겠지.”
“천마라……. 주 선배. 현 마교주의 무공이 어느 정도겠소?”
독고황의 물음은 일견, 가벼운 질문 같았으나 강호의 판도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를 함의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매사 장난스러운 주영천도 고민하는 기색이었는데 생각을 정리한 그는 다소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음……. 나도 마교주의 무공은 직접 본 적 없으니 어찌 판단하겠어? 하나 짐작하건대, 그는 어린 나이에 마교를 장악했으니 제 조부에 견주거나 외려 그를 능가할 거야.”
“주 선배. 나는 평생 노력했지만 위지록을 이기지 못했소. 한데, 현 교주인 위지혼이 위지록에 버금가거나 그를 능가한다면…… 결국 우리는 그도 꺾을 수 없겠구려.”
“틀렸어.”
“어찌 그리 생각하오?”
“위지록이 죽은 지 한참 됐잖아? 한데, 그간 검황 자네는 꾸준히 무공을 갈고 닦았지. 자넨 이미 생전 위지록을 넘었어. 그리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나는 독고 영감 자네가, 마교주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걸? 나도 마찬가지고.”
“주 선배…….”
“사실 내가 마교도 사냥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야. 중원을 유랑하면서 마교도를 때려죽이다 보면…… 교주도 만날 수 있겠지? 물론, 그러다 재수 없으면 황천길 가겠지만.”
“선배…….”
“흐흐. 그래도 상관은 없네! 난 살 만큼 살았으니 삶에 미련 없으니까. 그러니까 독고 영감. 너도 근심일랑 접어두고 편히 생각해. 마교주에게 이기면 어떻고, 지면 어때? 제2의 검황, 제3의 검황이 나오다 보면 언젠간 꺾게 될 텐데.”
“옳은 말씀이오.”
“그렇지! 꼭 너나 내가 아니라도 괜찮잖아? 강호는 그런 곳이니까.”
주영천의 말에 검황은 공감했는지 고갤 끄덕였다.
“선배. 나는 선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에 노망난 영감이라 생각하지만…… 이럴 때 보면 현인 같소.”
“헤헤- 이것 봐, 독고 영감. 내가 이래 봬도, 삼봉 조사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야. 무시하냐?”
“내 어찌 선배를 무시하겠소? 그나저나, 마교도 사냥은 잘 되어가고 있소?”
검황의 물음에 주영천이 고소를 떠올렸다.
“그러잖아도, 그 일을 말해주려던 참이야. 여기 오기 전, 내가 어딜 들렀게?”
“내가 어찌 알겠소?”
“사천 구룡산 마교 제단.”
“누구랑 갔소?”
“혼자 갔지.”
“하면, 혼자 마교 제단을 급습했단 말이오?”
“맞아.”
“대단하오. 적이 얼마나 있고, 어떤 고수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찌 혼자 갈 생각을 했소?”
“흐흐. 까짓거 있어봤자 누가 있겠냐 싶은 마음에 갔다고. 한데, 놀랍게도 적마왕과 원로원의 철응이 있는 거 아니겠어?”
일순, 독고황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적마왕과 원로원의 철응이라! 그게 정말이오?”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하면……. 선배 혼자 그들을 상대했소?”
“내가 아무리 강해도 그 둘을 쉽게 이길 순 없지.”
“하면?”
독고황의 물음에 주영천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진 소제를 만났어. 내가 적마왕과 싸우는 사이, 진 소제가 철응을 죽이고 나와 협력해서 적마왕을 생포했지. 적마왕은 사도맹 사천 지부에 홍금부한테 넘겼고.”
주영천의 말을 들은 독고황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주 선배! 진 소제라는 자는…….”
“소천문 문주, 진소천.”
“아……!”
그제야, 독고황은 얼마 전, 감숙에서 보았던 진소천을 생각했다.
“주 선배……. 나도 진 문주와 일면식이 있어 그가 대단한 무공의 소유자임을 잘 알고 있소. 하나, 내가 본 그는 결코 철응을 쉽게 이길 정도로 강하진 않았거늘…….”
그랬다.
물론 독고황이 본 진소천은 대단한 고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교 원로원의 고수인 철응을 죽일 정도로 강해 보이진 않았던 것이다.
“크흐흐- 검황 늙은이.”
“왜 그러오, 선배.”
“그거 알아?”
“뭘 말이오?”
“진 소제는 볼 때마다 곱절 씩 강해지는 사람이야. 처음 진 소제를 봤을 때만 해도, 그의 무공은 결코 본파의 진후를 능가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지. 한데, 얼마 후 진 소제는 무림 대회에서 진후를 가볍게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에 봤을 땐 그때보다 두 배 이상 강해져 있었어. 아마 다음에 볼 땐 또 엄청난 고수가 되어 있겠지.”
“선배…….”
“말인즉슨, 진 소제는 무궁무진한 성장력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야. 사실…… 처음 진 소제를 봤을 때만 해도 난 자넬 떠올렸지. 하나 이젠 생각이 바뀌었어. 성장력만 놓고 보면 그는 자네를 능가해. 아니! 나는 살면서 그런 자를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야. 물론, 삼봉 조사는 제외하고 말이지.”
주영천의 말에 독고황은 진소천을 향한 자신의 판단이 착오였음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영천은 사리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철없는 사람이지만, 무공에서는 외려 어떤 이보다 냉철한 평가를 하기 때문이었다.
‘주 선배가 그리 본 거면…… 틀림없겠지.’
그 때문에 독고황은 새삼 진소천을 다시 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놀라움이 가시는 건 아니었지만.
“선배……. 그 말을 들으니 진 문주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소. 하나, 이제 이립 남짓 된 진 문주가 원로원의 철응을 꺾은 것은 듣고도 믿기 힘든 일이구려.”
“이봐! 너도 그 나이 때부터 엄청 세졌잖아. 뭘 새삼스럽게!!”
“험험! 나야 뭐…….”
“어쭈? 넌 특별하다, 뭐 그런 말이냐?”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겠소?”
“흐흐흐! 무공에 미쳐 살더니 드디어 노망이 들었군.”
“선배한테 노망났단 소릴 들으니 우습소.”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오랜만에 네놈 버릇을 고쳐줘야겠어.”
“허허! 한번 붙잔 말이오?”
“오냐! 낄낄낄!”
박장대소하던 두 사람이 대뜸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기수식을 취했다.
인생 말년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무공에 진심인 두 사람이었다.
* * *
“어르신. 구명의 은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손을 고치기 위해 길을 나서려던 강백산은 의약당에 들러 동벽 선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실…….
반강제(?)로 소천문 무공 교관이 된 강백산이지만.
그는 소천문의 모든 사람과 잘 지냈고, 적응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나 동벽 선생만큼은 지독히도 어려웠는데, 이번 계기로 강백산은 그 일말의 불편함마저 모두 털어냈다.
“감사는 무슨……. 자네는 소천문의 무공 교관일세. 단순한 객식구가 아니지.”
“어르신…….”
“나는 의약당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 공치사할 것 없네. 부디 독선을 만나 그의 치료를 받고 손을 고치게.”
“명심하겠습니다.”
“아! 참고로 독선 최일경은 매우 고약한 심보를 지녔네. 물론, 내가 준 서찰을 건네면 치료해주긴 하겠으나…… 소싯적부터 그자의 성질은 더럽기로 유명했으니, 조심해.”
순간, 강백산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진소천도 당혹스러운 기색을 띠며 물었다.
“어르신. 얼마나 심보가 고약하면 그러십니까? 혹, 어르신보다 더합니까?”
그 물음에 동벽 선생은 진소천을 향해 곰방대를 휘휘 젓다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윤 애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이 사람아……. 나야, 매사 냉정한 편이라 그렇지, 심보가 고약하진 않네. 내 심보는 독선 최일경에 비하면 현신한 지장보살이야.”
“어르신……. 그 정도면 사람이 아닌 수준인데요?”
“클클클……. 정확하네.”
“네?”
“독선 최일경은 인간성이 결여된 사람이지.”
“하……. 왠지 엄청난 여정이 될 것 같군요.”
“자네야 걱정할 게 뭐 있겠나? 문제는 강백산이지. 독선이 아무리 지X을 떨어도, 강백산은 손을 고쳐야 하니 그 지X을 다 받아야 할 게 아닌가?”
“그렇죠?”
“건투를 비네, 강백산.”
왠지…….
그렇게 말하는 동벽 선생의 음성에 빈정거림이 느껴지자, 강백산은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르신이 그리 말하니 무섭군요.”
“별수 없네. 아쉬운 놈이 우물 파는 법이지.”
“좋습니다. 어찌 됐든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다녀오겠습니다.”
“클클. 고생하게나.”
대화를 마친 강백산은 묵례한 뒤, 곧장 의약당을 나서려 했다.
했는데…….
“백산이 삼촌!”
때마침 소윤이가 의약당으로 들어와, 강백산을 폴싹- 끌어안는 게 아닌가?
“소윤아.”
“삼초온! 손 고치러 가는 거야?”
“그래……. 삼촌은 네 아빠랑 손을 고치러 갈 거야.”
“치료 잘 받고 와요.”
“고맙다, 소윤아. 너도 할아버지 말씀 잘 듣고 재밌고 놀고 있어라.”
“네에! 근데, 삼촌.”
“응?”
“어떤 나쁜 사람이 삼촌 손을 그렇게 만든 거야?”
순간…….
소윤의 물음에 강백산은 말문이 막혀 답하지 못했는데, 그를 보던 진소천이 웃으며 대신 입을 열었다.
“소윤아.”
“응, 아빠?”
“백산이 삼촌이 좀 비실비실하잖니. 그래서 나쁜 아저씨들이 삼촌 손을 저렇게 만들었지.”
“헉! 진짜 나쁜 사람들이다, 아빠야!”
“그러니까 나중에……. 소윤이가 검후가 되면 삼촌 복수를 해주는 게 어떨까?”
“오! 근사한데?”
“역시 우리 딸. 정확하다, 정확해.”
“이하동문!!!”
진소천과 소윤이의 모습에…….
동벽 선생은 인상을 찌푸렸고 강백산은 속으로 욕을 퍼붓고 말았다.
‘대체 누가 누구보고 나쁜 아저씨라는 거야? 소윤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저씨가 네 아빠일 게다. 후! 너는 아빠처럼 크면 안 된다.’
물론…….
부전여전인지, 소윤이는 허공에 주먹을 휙휙- 내지르며 언제가 될지 모르는 복수의 칼날(?)을 갈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