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5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3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53화
#153화
금세라도 쓰러질 듯한 몸을 이끌고 26호에게 나아가는 강백산…….
척-.
그 모습에 진소천은 슬쩍 다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백산아……. 이제 됐다. 그만해도 되지 않겠냐?”
진소천은 강백산을 염려했다.
강백산의 철두공에 26호는 전의(戰意)를 상실할 만큼 바스러졌지만, 강백산도 상태가 심각했기에 자칫 다 이겨 놓은 싸움을 망칠까 싶었고, 그 과정에서 강백산이 죽을까 봐 우려스러웠다.
“진형…….”
“…….”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소.”
하나 진소천은 끝내 강백산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저벅저벅…….
한 걸음, 한 걸음…….
강백산은 초주검이 된 신형을 이끌어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절규하는 26호에게 다가섰다.
꽈악-.
이윽고, 강백산이 바닥을 나뒹구는 26호의 멱살을 잡고 번쩍 들어 올린 뒤,
콰아아아아앙-!
그의 관자놀이에 우권을 때려 박았다.
“크아아아악!”
그러자 그러잖아도 얼굴 뼈대가 반쯤 무너진 26호의 낯짝이 더욱 흉험하게 일그러졌다.
“아직 너한테 줄 게 남았어.”
강백산은 손속을 멈추지 않았다.
퍼어어어어억!
“크아아아아……!”
퍼퍼퍼퍼퍼퍽!
“크으으윽!”
퍼퍼퍼퍼퍽!
“크으아아아악!!!”
지금껏…….
비검 때문에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던 강백산은 마치 한을 풀고자 작정한 사람처럼 연이은 권-장-퇴를 쏟아부었다.
하나, 그때…….
푹, 푹-!
“끄…… 억……!”
피범벅이 되어 사경을 헤매던 26호가 수중에서 단도를 꺼내더니 강백산의 복부에 두 차례 칼침을 박는 게 아닌가?
‘내 그럴 줄 알았지, 시X! 그래서 그만 하라니까!’
그를 목도한 진소천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살수회 놈들은 기본적으로 목숨이 남아 있는 한, 어떻게든 상대를 제거하려 하는 법인데……. 기력을 소진한 놈이, 저렇게 무지성으로 주먹질을 해대니 칼침 안 맞게 생겼냐고!’
그 때문에 진소천은 자신이 나서, 싸움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하나,
“나서지 말라니까!!!”
강백산은 고함을 지르며 진소천의 개입을 만류했다.
이윽고…….
꽈아아아아아악-!
강백산은 단도를 쥐고 있던 26호의 좌수를 그대로 잡고 비틀었는데, 이에 26호의 손목은 와지끈 뒤틀렸다.
“끄아아아아악!!!”
이후 비명을 지르는 26호의 배후를 점유한 강백산은 그의 목을 감싼 채 양팔을 교차시켜 경동맥을 졸랐고,
“끼……끼이이이……!!!”
26호는 목이 압박된 탓에 신음조차 지르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고통스러워하다가,
콰드드드득-!
이내 모가지를 비틀어 경추를 박살 낸 강백산의 손속에 결국 죽고 말았다.
“…….”
순간 진소천의 시선이 강백산을 향했다.
강백산은 그제야 피식- 웃으며 나직이 물었다.
“진형…… 봤소?”
“……뭘?”
“입식유술(立式柔術)의 근본은, 우리 철권(鐵拳)이오. 진형의 십초무적공인지 뭔지 하는 사이비(似而非) 무공이 아니라…….”
“미친놈…….”
“크크!”
철푸덕-.
얄궂은 말을 남긴 강백산의 신형이 썩은 고목처럼 바닥으로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 * *
살면서 타인에게 감명을 받은 적이 몇 번이나 될까?
돌이켜보면 나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존경심을 느낀 적은 더더욱 없는데 전생에는 유일하게 교주가 그런 사람이었고, 이번 생은 동벽 선생이 그나마 존경의 대상이라 하겠다.
그러나…….
나는 오늘 또 한 번 타인에게 감명했고 자그마한 존경심을 느꼈다.
설마 그 대상이 ‘이놈’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살아라, 백산아…….’
오늘 백산이가 보여준 싸움은 내 심연에 잠들어 있던 무인의 긍지와 피를 뜨겁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질긴 녀석이 다 있을까……?’
백산이는…….
예전부터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싸움꾼’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었다.
녀석은 분명 자신보다 한 수 위였던 26호를 상대하면서 두려워하지 않았고, 매번 자신의 공격을 가로막던 비검을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봉쇄했다.
‘비검을 잡은 손을 살릴 수 있을지…….’
26호의 비검은 이능이 깃든 마도구.
그 때문에 백산이가 그것을 잡았을 때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비록 권갑을 착용한 상태지만, 권갑이 폭발의 고열에 녹아버린 걸 봤을 때, 백산이 손은 고치기 힘들 듯했다.
‘손이 문제가 아니지…… 당장, 출혈 때문에 숨이 넘어가게 생겼는데!’
하나, 손은 손일뿐…….
문제는 백산이의 목숨이다.
녀석은 막판에 26호의 단도에 두 번이나 칼침을 맞았다.
복부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고, 내 의술로는 지혈할 도리가 없었으니, 사실 백산이의 목숨은 전적으로 ‘쾌경보’에 달렸다.
‘살아라…… 동벽 선생을 만날 때까지 제발 살아라, 인마.’
나는 전력을 다해 의약당으로 질주했다.
‘살아나기만 하면…… 앞으로 형 대접해 줄 테니까, 새끼야.’
* * *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말하자면 깁니다. 우선 백산이부터 살펴주시죠.”
부리나케 의약당으로 도착한 진소천은 침상에 강백산을 누이고 동벽 선생의 처치를 기다렸다.
“음…….”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이지만.
우선 동벽 선생은 곧바로 강백산을 진맥하기 시작했다.
“내기(內氣)가 완전히 진탕되었군……. 목숨이 붙어 있는 게 용할 정도야.”
“하면 어떡해야 하나요?”
“일단…… 금창약과 천으로 지혈부터 하겠네.”
이후 동벽 선생은 강백산의 온몸에 지혈제를 철철 뿌린 뒤, 헝겊으로 부상 부위를 꽉- 싸맸다.
그러고는 이곳저곳에 시침을 시작했는데, 이윽고 뜸까지 사용해 강백산의 환부 전체를 치료해나갔다.
“오랜만이군…….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그렇게 일차 시료를 끝낸 동벽 선생은 강백산의 신형을 살피더니 영문 모를 소릴 했는데, 의문을 느낀 진소천이 물었다.
“어인…… 말씀이신지?”
동벽 선생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답했다.
“소윤 애비…… 기억하는가?”
“어떤 기억 말입니까?”
“자네가 날 처음 봤을 때.”
“아…….”
“당시 나는 스무 군데가 넘는 교상에 피범벅이 되고도 살아난 자네를 보며 혀를 내둘렀지. 대관절 인간의 육체가 어찌 이토록 강한지 경악하면서 말일세.”
다소 뜬금없었지만 절로 당시가 떠오른 진소천도 미소를 흘렸다.
“그랬죠……. 눈치 없이 살아난 탓에, 한동안 어르신께 구박도 받았고.”
“허허……. 내 의학적 신념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느낌이었으니 그땐 민감했지. 미안하네.”
“한데…….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강백산은 그때의 자네를 보는 듯하네.”
“하면…… 살아날 수 있단 말인가요?”
“예후를 지켜봐야겠지만, 소생할 수 있을 거라 판단되네.”
동벽 선생의 말에 진소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천만다행입니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죽을 뻔했네. 아마, 강백산이 아닌, 다른 자였다면 절명을 면치 못했을 게야. 하나, 이자의 신체는 철인(鐵人)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굳건하네. 게다가 엉망진창이 된 상태에서도 그의 심장은 약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 말인즉슨,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단 뜻이네.”
“……여러 면에서 질긴 놈이군요.”
“흐흐. 그 점은 자네와 닮았네.”
“…….”
“소윤 애비. 본디, 큰 부상을 입은 자와 죽을병에 걸린 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나?”
“음…… 환자를 치료하는 의원의 의술 경지? 또는 상질의 약재 정도가 아닐까요?”
“틀렸네.”
“…….”
“그때 가장 중요한 건 환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일세.”
“아…….”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자네도 뛰어난 의원이기 때문일세. 혹, 살다가 심각한 환자를 치료할 때가 되면 이 말을 명심하게.”
“그러겠습니다.”
“하면…… 안심하고 강백산은 내게 맡기게. 반드시 살려놓겠네.”
“감사합니다.”
묵례하는 진소천을 보자, 동벽 선생의 표정이 뒤바뀌었다.
“그럼……. 이제 자네의 말을 듣고 싶군.”
“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아…….”
“강백산도 강백산이지만, 자네 호흡도 상당히 흐트러진 데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네. 뭔가 큰 사달이 있었던 게군.”
“그렇습니다.”
“무슨 일인가?”
“저번과 마찬가지로 마교 살수들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한데, 이번에는 하급 살수들이 아닌, 잘 훈련된 상급의 살수들이더군요.”
“뭣이라? 마교 살수?”
“네. 특히, 백산이는 마교 살수회 대장과 싸웠는데 그자의 무공은 백산이를 훌쩍 능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론 백산이가 살았고 놈은 죽었으니 백산이가 이긴 셈이지요.”
진소천의 말을 들은 동벽 선생은 순간,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세상에…… 하면 강백산이 마교 살수회 대장에게 이겼다는 게야?”
“그렇죠.”
“믿을 수가 없군……. 본래 마교 살수회는 살수란 특징 탓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뿐, 무공 수준은 강호 최정상 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터인데.”
경악하는 동벽 선생을 보며 진소천은 내심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본래는 훨씬 더 셌지요. 제가 살수회 대장일 때만 해도요. 후……!’
사실…….
전(前) 살수회 대장 출신인 진소천의 입장에선 보잘것없이 약해진 살수회가 달갑지만은 않았으나.
‘그래도…… 26호 같은 병X이 대장인 덕에 백산이가 살았어.’
결과적으로 그 때문에 강백산이 살았으니 외려 다행이라 생각하며 씁쓸함을 달랬다.
“뭐…… 백산이도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허……! 아무튼 이번 일로, 자네와 강백산은 다시 강호의 주목을 받게 되겠군. 정말 큰일을 해냈어.”
“그만큼 마교 측은 열불이 터지겠죠. 한데, 어르신…….”
“말하게.”
“저 녀석 손은……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까? 제가 보기엔 힘줄이 깊이 손상된 터라…… 가망이 없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말하는 진소천의 음성이 자못 가라앉았다.
다행히 강백산의 목숨은 보전할 수 있게 됐지만…….
무인에게 손을 잃는다는 건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고, 특히 강백산 같은 권사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기에 진소천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소윤 애비…….”
“네, 어르신.”
“사실 이 정도로 근맥이 상했으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강백산의 손을 회생시킬 방법이 없네.”
예상하던 바지만…….
막상 동벽 선생에게 그를 들으니, 진소천은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
“……백산이 상심이 크겠군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하나.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세.”
순간…….
진소천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급히 물었다.
“뭔가…… 수가 있는 겁니까?”
“자고로 피부 재생과 접골 분야에, 천하제일은 독선(毒仙) 최일경일세.”
“독선 최일경이라…… 혹시, 사도십괴 중 일인이라 불리는 사람 아닙니까? 은거한 지 꽤 오래됐다고 들은 거 같은데. 독에 있어 아주 대단한 전문가라고.”
“맞네. 흔히들 사천당문을 독의 최고봉으로 꼽지만…… 사실 강호 최고의 독 전문가는 독선 최일경이지.”
“어르신……. 하나 은거한 노인을 어디서 어떻게 찾습니까?”
“내가 그자의 거처를 아네.”
“아…….”
“강백산이 회복하는 대로 독선 최일경을 찾아가게. 그라면 강백산의 손을 재생시킬 수 있을 걸세.”
“한데, 그가 백산이를 고쳐주겠습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네.”
“왜죠?”
“그자는 내게 빚이 있거든. 내 이름을 대면 협조할 걸세.”
동벽 선생의 호언장담에 진소천은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웃음 지었다.
“어르신.”
“왜 그러나, 소윤 애비.”
“그거 아십니까?”
“뭘?”
“어르신은 최곱니다. 늘 새롭고, 짜릿하단 말입니다.”
“허허. 쉰 소리 하지 말게, 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