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92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92화
#192화
사실 나는 진작 나의 승리를 예상했다.
아니…….
확신하고 있었다는 게 맞겠군.
그만큼 나는 애당초 사천왕 따위에게 질 거라고 생각지도 않았고, 처음부터 목표는 오직 위지혼.
교주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 그런데도 기분이 날아갈 듯 상쾌하다.
……뭐랄까?
오랜 시간 묵혀 두었던 응어리가 단번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결국 원수를 갚았으니까…….’
그렇다.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내 전생의 원수들을 내 손으로 죽이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시원하네…….’
아직 기억이 선명하다.
천마용검대를 간신히 도륙하고 십만대산을 벗어나려던 때, 눈앞에 나타났던 마도사천왕의 모습이.
내 육신을 갈가리 찢어발기던 놈들의 맹렬한 장공이…….
그때의 나는 아프거나 두렵다기보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흐를 지경이었다.
하나 오늘.
나는 그 한을 풀게 되었다.
‘청마왕은 전생에 죽였고…… 적마왕은 이미 병X이 됐어. 오늘 흑마왕과 백마왕의 모가지도 땄으니, 결국 마도사천왕이 전부 내 손에 뒤진 셈이네.’
역시…….
내 눈에서 눈물 뽑아간 놈들은 피눈물을 흘리게 해줘야 제맛이다.
그렇게 잠시 눈을 감고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을 때, 위지혼의 음성이 다시금 귓가를 스쳤다.
“진소천…….”
“교주야. 아직 안 갔냐? 할 말 더 남았어?”
“후훗……. 잠시 조용한 곳에서 대화 좀 나누지.”
나는…….
위지혼이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놈은 아마 내가 진짜 7호인지 궁금할 터.
물론 반신반의하고 있을 테지만.
“그러지.”
잘된 일이었다.
더 이상 나는 내 정체를 숨기지도…… 숨지도 않을 생각이니까.
“일동아.”
“네 형님…… 아니 문주님.”
“천마 놈이랑 오붓하게 둘이서 주둥이 좀 털고 올 테니까. 너는 뒷정리 좀 하고, 손님들 잘 모시고 있어라. 아! 저잣거리에 기별 넣어서 소윤이랑 글 선생, 예린이도 데리고 오고.”
“네. 그리고 문주님.”
“응?”
“고생하셨수. 이제 진짜 천하제일인 되기까지 계단 하나만 남은 셈 아닙니까. 맨날 고금제일인이니, 뭐니 할 때 속으로 욕했는데…… 잘하면 진짜 그리 되시겠수?”
“미친놈.”
“크흐흐.”
잠깐 일동이랑 킥킥거린 나는, 이윽고 교주와 광양산의 한적한 죽림으로 향했다.
* * *
교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멍하니 절벽 아래로 펼쳐진 장안의 소담스러운 정취를 감상했는데, 나 또한 싫지 않던 터라 하릴없이 장안을 내려다보다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교주야……. 너랑 이렇게 나란히 서서 세상 구경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 예전엔 자주 했는데 말이다?”
그러자 위지혼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진소천……. 하면 네놈이 정말 7호란 말이냐?”
“아직도 몰라? 너는 천하에 풍-뢰-수-역에 달하는 네 가지 자연결의 호흡을 토납하고, 십초무적공을 완벽하게 구사하면서 환상적인 격투 감각을 가진 사내를 나 말고 또 아냐?”
아…….
시원했다.
전생자가 된 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 비밀을 털어놓는 순간이니 얼마나 후련하겠나.
물론 내가 위지혼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가 전생의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고, 그라면 확실히 내 말을 믿을 수도 있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당혹스럽군……. 정말…… 정말 진소천 네가 7호라니.”
솔직히 아직 교주는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하나 그게 어딘가?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마치 ‘서유기’에서나 나올 법한 소릴 지껄이면 누구라도 코웃음을 치며 정신병자 취급을 할 텐데.
“교주야……. 많이 황당할 거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하나 보잘것없는 인간이 대자연과 신의 뜻을 어찌 헤아리겠냐? 나는 그날 천마용검대를 도륙하고 십만대산을 빠져나가다 사천왕에게 덜미를 잡혔고, 놈들의 협공을 받아 죽었다. 물론 마지막 순간에 청마왕의 모가지에 장검을 쑤셔 박아줬지만.”
“……정말 7호란 말이냐?”
“또한 나는 너한테 흡성대법도 배웠었지. 기억나냐? 네놈이 마교의 금역으로 날 데리고 가, 영불의 열매를 먹여 공력을 올리고 흡성대법을 전수했던 일.”
“……!”
순간 교주의 시선에 온갖 번민이 짙게 서렸다.
나는 그제야 놈이 내 말을 믿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래도 안 믿으면…… 어쩔 수 없고.”
“믿는다.”
“…….”
“그런 일들은 오직 나와 너만이 알고 있다.”
“그렇지.”
“또한…… 네놈에게선 확실히 7호의 냄새가 나는구나.”
“얼씨구? 개코 납셨네??”
“너는……. 정녕 7호였구나!”
그렇게 말하는 교주의 음성에서 나는 자조와 탄식 후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
아끼던 수하의 죽음을 용인했고, 그렇게 죽었던 수하가 별안간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다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무공이 더 강해져 이젠 자신에게 정면으로 도전장까지 내밀었으니, 교주 입장에서도 만감이 교차할 터였다.
“교주야.”
“…….”
“나도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영문을 알 수 없다. 온갖 고서를 다 뒤져봐도 실마리를 찾을 수 없더라고.”
“…….”
“하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7호…….”
“정작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의 나와 전생의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 또한 내 생의 목표가 너의 죽음이라는 것이다.”
내 말에 교주의 낯빛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조금의 씁쓸함…… 조금의 후회…… 또 조금의 연민 같은 감정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느낌이었다.
“위지혼.”
“소천아…….”
“나는 강해졌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오늘 네가 보여준 싸움은…… 정말이지 무신(武神)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은 멋진 싸움이었다.”
“약조한 대로 두 달 뒤. 나는 널 꺾을 거다. 나 역시 모든 걸 걸겠지만…… 너도 모든 걸 걸어야 할 거야.”
그때였다.
교주는 한동안 침묵한 채 날 지그시 응시하더니, 별안간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7호야…… 아니, 소천아.”
“…….”
“너는 너무 강한 사내였다. 너무 강한 바람에 사천왕과 원로원, 방 군사에게 눈엣가시였고, 결국 그들은 오랜 시간 네 숙청을 요구했었다.”
“…….”
“그때의 나는…… 그 요구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사천왕이 모두 죽었고, 내 조부를 따르던 전전대의 원로원 고수들 또한 모두 내 명령을 듣게 되었다.”
“…….”
“네게 부교주의 직위를 내리마. 다시 한번…… 나와 천하를 호령하지 않겠느냐?”
“후…….”
순간…….
내 심연 깊은 곳에서 용암 같은 분노가 치솟았다.
그 분노는 교주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나는 한때나마 나의 친구였고, 군주였던 교주의 제안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쪽팔리게, 시X.
“교주야.”
“…….”
“위지혼, 이 개X끼야.”
“소천아…….”
그렇다.
나는 세상에서 오직 단 한 사람에게만 ‘동질감’을 느껴왔다.
그 대상은 교주였고, 내가 교주에게 동질감을 느꼈던 까닭은 그만이 나의 ‘무공 체계’와 ‘무학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말인즉슨 우리는 ‘천무지체’ 따윈 쌈 싸 먹을 정도의 타고난 싸움꾼이요, 무신(武神)의 재목임에.
오직 서로에게만 의지했던 것이다.
“버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뭐? 다시 네놈의 충견이 되란 소리냐?”
그러나…….
그런 외로운 영혼의 소유자 진소천은.
마교 살수회 대장 7호 진소천은 이미 죽었다.
“어림도 없다, 교주야.”
지금의 나는…….
소윤 애비요, 소천문의 문주요, 연우의 형님이요, 백산이의 친구가 된 나는.
“…….”
더 이상 혼자도 아니고 외롭지도 않으며, 많은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는 보통 사람이 되었다.
“X이나 까 잡숴.”
물론 주둥아리 신공의 대가요. 고금제일의 또라이가 된 것도 추가.
“소천아. 너는 결국 나를 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적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내 냉담한 반응에 교주는 고갤 흔들며 한탄하듯 입을 열었다.
너무 진심 같아 보였는데, 오늘 내 싸움을 지켜보고도 놈은 눈곱만큼도 내게 질 거란 생각을 안 하는 모양.
은근히…… 열받는 순간이었다.
“교주야. 너도 알다시피 나는 불가능한 일엔 애당초 도전을 안 하는 편이다.”
“…….”
“다 생각이 있으니까, 네놈에게 도전한 거야. 두고 봐라.”
“…….”
“두 달 뒤 이곳에서. 내가 죽는지 네놈이 죽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는 걸로.”
내 패기에 교주는 같잖다는 듯 피식- 조소를 머금더니, 이내 고갤 끄덕였다.
“부디 네가 날 죽일 수 있길 바라마, 소천아.”
“그래. 그럼 이만 가라. 시장하니까 하산해서 밥 좀 먹어야겠다.”
“…….”
“왜? 너도 밥 한 끼 주랴?”
“됐다.”
“잘됐네. 사실 이건 비밀인데 말이다…….”
“……?”
“소천문은 불청객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저번에도 교주에게 이 말 했던 거 같은데.
쪽팔리는군.
시X.
* * *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가자, 가자, 가자! 무릉도원으로 가자!”
“오늘 그냥 먹고 죽는 걸로!”
소천문으로 돌아온 나는 한동안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진짜, 미친 새끼들인가?’
문도들이나 단원들이나…….
젊은 놈들은 젊은 놈들대로 부어라 마셔라! 하며 잔칫집 분위기를 자아냈고, 나이 지긋한 원로들은 그들 나름대로 원탁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내게 연거푸 술을 따라주었던 탓이다.
‘이거야 원…….’
나도 술이면 어디 가서 안 빠지는 사람이지만…… 솔직히 이건 광기에 가까웠다.
“허허! 진 문주. 어서 내 술 한잔 받게나!!”
“자자 진 문주. 내 술도 한잔 받으시구려!”
“어서, 어서!”
술 안 권하는 사람이라고는 소림사 땡중들밖에 없었는데, 땡중들이 고맙기는 난생처음이었다.
하나,
“하하하! 네가 소윤이구나. 너는 정말 좋은 아버지를 두었다.”
“소윤아! 진 문주를 닮아 총명하기 이를 데 없구나. 어찌 이리 귀여울꼬?”
“자! 소윤아. 맛있는 거 사 먹거라. 공부 열심히 하고 알겠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좋은 점도 있었는데, 그건 소윤이가 연회를 상당히 즐기고 있단 점이었다.
“헤헤헤-! 아저씨들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소윤이는…… 제대로 놀 줄 아는 아이였던 것이다.
“소윤아. 졸리지 않아? 이제 슬슬 예린 언니랑 자러 가야지?”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회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다.
나는 소윤이에게 잘 것을 권했지만, 소윤이는 조금도 그럴 생각이 없는지 여전히 총총 뛰어다니며 소림사 땡중들 대머리를 매만지다가, 무당파 도사들 수염을 뽑아보다가, 아미파 언니들한테 둘러싸여 예쁨도 받았다가…….
한 마디로 연회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대활약을 펼치는 중이었다.
“아빠야! 소윤이 오늘 늦게 잘 거야. 소윤이는…… 우리 집에 손님들 많은 거 너~~~무 좋아!!”
소윤이 말에 사람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전부 박장대소했고, 때마침 예린이도 소윤이를 거들고 나섰다.
“하하. 문주님. 그러지 말고 오늘은 소윤이 좀 놀게 내버려 두시죠? 그간 문주님이 수련만 하는 통에 소윤이가 얼마나 쓸쓸해했다고요.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한 번 봐주셔요.”
나는 하는 수없이 고갤 끄덕였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낄낄낄.
어쨌든 소윤이가 좋으면 나도 좋다.
좋은데…….
‘응?’
갑자기 엄청난 탈력감이 전신을 감싸더니, 이윽고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의 현기증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뭐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현상이었다.
한데…….
‘어……?!’
의식이 흐릿해지는 순간이다.
아……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소, 소윤 애비!!!”
세상이 휘청 기우는 순간.
놀란 눈으로 다가오는 동벽 선생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