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9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3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90화
#190화
“교주님……. 제가 진소천을 죽이겠나이다!”
진소천의 도발에 인내의 한계를 느낀 흑마왕이 출수를 선언했다.
천마 위지혼도 고갤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하시오. 흑마왕.”
“네, 교주님.”
“한 가지 명심하시오. 저자의 현란한 언변에 현혹될 필요 없소. 그대는 평소처럼…… 그저, 망종 하나를 죽이면 되는 거니까.”
“존명!!”
이후 흑마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벅저벅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는 연무장 한복판에 들어서서 큰소리로 외쳤다.
“장안에 정신 나간 미친개 한 마리가 강호를 어지럽히고 있다 들었다. 내 오늘 기필코 네놈의 목을 비틀어주마. 나오너라, 진소천.”
그러자 진소천은 피식- 조소를 지으며 흑마왕에게 물었다.
“흑마왕. 명색이 생사결인데 연무장에서 싸우긴 좀 그러잖냐?”
“……뭣이?”
“자리를 옮기지. 우리가 밤새도록 싸움을 이어나가도 문제없을 만한 너른 목림을 물색해뒀으니, 거기서 싸우는 걸로.”
“오냐. 그리해주마.”
“그럼 가자고 흑마왕.”
“…….”
“아! 근데 너 관은 챙겨왔냐?”
“뭣이?”
“지금 가는 목림이 너와 백마왕의 묫자리가 될지도 모르니, 관은 챙겨야 할 게 아니냐?”
“…….”
“본 소천문은 불청객에게 관을 제공하지 않는다.”
기어코 끝까지 주둥아리 신공으로 막타를 격중시키는 진소천이었다.
* * *
대결 장소는 산지라 하기엔 너무 평평하고 넓은 곳이어서 싸움하기에 제격인 목림이었다.
대결 장소의 양 끝에서 마교의 인물들과 중원 무림의 인물들이 마주 보고 대치한 상황에 진소천과 흑마왕은 중앙으로 나섰다.
“흑마왕. 너도 알겠지만, 이 싸움은 연승식이다. 널 이기면 나는 곧장 백마왕과도 싸울 거란 소리. 한 마디로 네놈들이 훨씬 유리한 셈이지.”
진소천의 말에 흑마왕은 대꾸하지 않았다.
기실 강호의 선배로서 진소천 같은 자와 유리한 조건의 싸움을 한다는 것이 내심 수치스러웠던 탓이다.
하나,
“그래서 말인데, 흑마왕.”
“…….”
“흑마왕, 이 개X끼야!”
“뭐?!”
“양심이 있다면 3초식을 양보해라.”
이어지는 진소천의 말에 흑마왕은 수치스러움도 깡그리 잊고 말았다.
“정녕 미친놈이로구나.”
“싫냐?”
“…….”
“아…… 쫄았구나? 그래서 3초식 양보 못 하는 거였냐?”
결국 분기탱천한 흑마왕은 더 이상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이 곧장 맹렬한 일장(一掌)을 날리며 선공을 펼쳤다.
파아아아앙-!
‘녀석……. 역시 약이 바싹 올랐군.’
진소천은 쾌경보로 신형을 급격히 물리며 가까스로 장공을 피해냈지만,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엄청난 공력이 실린 한 방이지만…… 흥분한 탓에 동작이 커져서 피하기 어렵진 않아.’
그러나 흑마왕은 허공에 장력을 뿌리면서도 이내 연환하여 후속타를 펼쳤는데, 중심이 앞으로 쏠려 균형을 잃었음에도 공처럼 몸을 말아 후방을 점유하려는 진소천의 흉부로 장공을 내갈겼다.
“허……! 허를 찌르는 공격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역시 마도사천왕의 이름이 허명은 아닙니다.”
“과연…… 진 문주가 저런 노괴들을 두 사람이나 상대할 수 있을지.”
그러자 중원 무림 측에서 나직한 경탄이 터져 나왔다.
적아의 구분과 승패를 떠나, 흑마왕의 연환 공격은 그만큼 경이로운 일격이 아닐 수 없었으니까.
하나 쉽사리 당할 진소천이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진소천은 채찍처럼 날아드는 흑마왕의 일장에 팔꿈치를 때려 맞췄는데, 격돌하는 순간 발생한 반탄력을 활용하여 몸을 도약해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는 신기를 선보였다.
‘후……. 역시 감각 하나는 탁월한 놈이야.’
상황을 지켜보던 강백산의 머릿속에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흑마왕의 일장은 완벽했다……. 만약 소천이가 같은 장법이나 권법으로 응수했다면, 힘이 온전히 실리지 않아 낭패를 봤을 텐데. 좁은 거리에서도 효율적인 팔꿈치에 강기를 주입해 잘도 막았군!’
새삼 다시 한번 진소천의 타고난 싸움 감각에 강백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 아직 놀라기는 한참 이른 일이었다.
파파파파파파파-!
한번 불이 붙은 진소천과 흑마왕의 격돌은 순식간에 천지개벽의 굉음을 터뜨리며 이어졌다.
‘실로 대단한 공방이다!’
‘일초, 일초가…… 모두 살초다! 먼저 맞는 사람은 크게 낭패를 보게 될 거야!’
‘모든 공격에 강기(罡氣)가 담겨 있구나…… 이런 대결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중인들은 격이 다른 두 사람의 대결을 넋 놓고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파파파파파파파……!
하나 진소천과 흑마왕은 사람들의 반응 따윈 안중에 두지 않고, 오직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한 채 싸움을 이어나갔다.
흑마왕은 강맹한 장법의 향연을…….
진소천은 머리, 팔, 어깨, 등, 팔꿈치, 무릎, 주먹, 손바닥까지. 신체 모든 부위를 무기처럼 사용하는 십초무적공을…….
콰콰콰콰콰콰……!
그렇게 누구 하나 밀리지 않는 팽팽한 접전이 100여합에 달할 때쯤…….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천마 위지혼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 * *
나와 흑마왕의 공방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의 형국이었다.
물론…… 사람들의 눈에만 그렇게 비추어지고 있단 뜻이다.
‘내가 강해지긴 정말 강해졌어…….’
흑마왕과의 싸움이 50여 합을 넘어가던 순간, 나는 비로소 지금의 내가 전생의 나를 아득히 뛰어넘었음을 깨달았다.
예컨대…….
만약 전생에 흑마왕과 이처럼 싸웠다면 결국 이기긴 했겠지만, 공력 면에서 앞서지 못한 탓에 온갖 변칙적인 공세를 퍼부어야 했을 터.
하나 지금의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무던히 수련하고 또 수련했던 십초무적공에 공력만 주입하면, 흑마왕의 강력한 장공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또 반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현재 나는 힘을 숨기고 있었다.
가령 당장 자연결의 호흡을 중복으로 일으킨 뒤 팔문둔갑술의 힘을 개방한다면?
아마 흑마왕은 내게 뼈도 못 추리고 목이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아직 팔문둔갑술을 개방할 생각이 없다.
팔문둔갑술은 신체에 막대한 무리를 일으킴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고, 또 사용하고 나면 필연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기에.
나는 팔문둔갑술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적수공권의 싸움을 고집하였다.
그때…….
나는 나를 경악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천마 위지혼의 시선을 목도했다.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교주는 속일 수 없겠지.’
그랬다.
현재 교주는 거대한 충격에 휩싸이고 있을 것이었다.
왜냐?
바로 내 자연결의 속성과 십초무적공…… 또한 내 싸움 방식을 보며 전생의 ‘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단언컨대 나는 천하에서 교주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습관, 행동, 성정, 자잘한 무공의 기원까지도…….
그것은 내가 마교 내에서도 교주와 가장 손속을 많이 섞어본 사람이기 때문인데, 반대로 교주 역시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인 것.
한 마디로 지금 교주는 내 싸움을 바라보며 마교 살수회 대장이었던 7호 진소천을 떠올리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이쯤에서 승부수를 던져볼까?’
나는…….
진작 흑마왕이 내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그런데도 내가 이 지리멸렬한 싸움을 끌고 있는 것은 모두 교주 때문이었다.
‘위지혼…… 정신이 나갈 지경이겠지?’
물론 당혹스러울 것은 위지혼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와 직접 손을 섞고 있는 흑마왕도 슬슬 석연찮음을 느끼는 눈치였는데, 특히 그가 흡성대법을 쓸 때 나 역시 같은 흡성대법으로 반격하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잠시 혼란스러워했다.
이윽고 나와 거리를 벌린 흑마왕이 나직한 음성으로 물었다.
“네놈…… 자연결의 호흡을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본교 최강의 비전 중 하나인 흡성대법을…… 어찌 알고 있는 것이냐?”
“비밀이다. 시X놈아.”
“뭐, 뭣이?!”
“곧 죽을 놈이 그런 건 알아서 뭐 해?”
“……!!!”
“본래 천하의 모든 무공은 한 뿌리로 이루어졌다. 니들이 운 좋게 흡성대법이나 자연결의 호흡법을 입수했을 뿐, 다른 사람이 익히지 말란 법이 있냐?”
“…….”
“물론 아닌 것도 있지. 가령 내가 직접 창안한 빙강(氷罡) 같은 거.”
“……?”
나는…….
이번 일격에 빙강을 선보일 작정이었다.
‘아직 흑마왕은 내가 힘을 아끼고 있단 걸 모르겠지만…… 100여 초가 더 지나면 나와의 수준 차이를 깨닫게 될 거야.’
그렇다면…….
흑마왕이 마인화에 돌입하지 않은 지금, 놈의 목숨을 끊어 놓는 편이 훨씬 좋은 전략이 될 터였다.
고오오오……!
판단이 끝난 나는 곧장 소윤검에 수(水) 속성의 힘을 불어넣고, 풍(風) 속성을 힘을 빌려 일직선의 형태로 검격을 발산했다.
그러자 주변에 서리가 낄 정도의 한기(寒氣)가 감돌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흑마왕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장기인 장공을 선보이려 했다.
했는데…….
‘걸렸다. 이 새끼야.’
소윤검이 흑마왕의 지척에 다다르며 거대한 압력이 생성되는 순간,
“이…… 이!!!”
나는 흑마왕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짤막한 경악을 들을 수 있었고, 그의 눈빛에 서린 무시무시한 공포를 읽을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 *
진소천과 흑마왕의 격돌이 빚어낸 여파가 가히 장관을 이루었다.
넓은 목림 가득히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았고 두 사람이 내디딘 지면 주변으로 농도 짙은 무형의 압력이 일었다.
이윽고 그들을 뒤덮은 얼음 폭풍이 가라앉았을 때…….
“……!!!”
“……!!!”
“……!!!”
어느덧 사람들의 시야에서 흑마왕은 사라져 있었다.
“하……. 이걸 어째? 광양산에 사천왕 놈들 묫자리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는데……, 그만 힘 조절을 못 해서 시체도 안 남기고 혼백까지 송두리째 날려버렸으니. 천마야! 아무래도 흑마왕의 넋은 시체 없이 기리는 수밖에 없겠다. 니들 좋아하는 천마성당 술법사들한테 축원제라도 부탁하는 게 어때?”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의복 상의가 찢어진 채로 천마에게 조롱을 일삼는 진소천의 모습만이 유일하게 각인되고 있을 뿐.
“…….”
“…….”
“…….”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내에는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분명 중원 무림 측은 진소천의 승리를 기뻐해야 마땅하고, 천마신교 측은 비통한 외침을 터뜨려야 하겠지만.
너무도 삽시간에 승부가 나버린 탓인지, 중인들은 충격을 갈무리하지 못한 채 넋을 잃은 모양새였다.
[누구냐, 넌?]
하나 그때…….
진소천의 귓가에 천마 위지혼의 전음이 스쳤다.
[……천부적인 싸움 감각, 자연스러운 자연결의 토납……, 폭발적인 검세의 운용에 십초무적공까지……. 대체 너는 누구인 것이냐?]
그렇게 전음을 보내는 위지혼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진소천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나다, 교주.]
[……뭐라?]
[다른 사람은 다 속일 수 있어도…… 당신은 속일 수 없을 줄 알고 있었다.]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교주야. 위지혼아. 이 쓰레기 같은 새끼야.]
[…….]
[네놈을 주군으로 모셨고, 친구라고 여겼던 유일한 사람. 마교 살수회 대장, 7호.]
[……!!!]
[그게 나다.]
그 순간,
“형니이이이이임!!!”
장내의 무거운 침묵을 깨트리며 석연우가 환호성을 내지르더니, 대뜸 진소천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닌가?
“형님!!!”
“형니이이이임!”
“혀, 형님! 정말…… 정말 흑마왕을 잡으신 겁니까!!!”
이윽고 일동, 이동, 삼동 역시 반색하며 고함을 내질렀고, 강백산, 백강, 당씨 남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내걸렸다.
또한,
‘허허허……! 기껏 수련한 팔문둔갑술은 사용하지도 않고 흑마왕을 잡아버렸으니…… 소윤 애비. 정녕 자네는 천하제일인이 될 모양일세.’
비록 표현하지 않았지만, 동벽 선생은 누구보다 기꺼운 표정으로 진소천을 향해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