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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8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9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83화

#183화

 

 

 

 

 

‘후훗…… 진소천에 대한 세간의 평은 오히려 부족한 것이었군…….’

 

천마신교로 돌아가는 위지혼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비록 소천문에서 생각지 못한 모욕(?)을 당한 천마였지만…….

 

‘그 나이에 그런 당당함과 배짱, 기백과 심지라니……. 아직도 저런 자가 존재하는 모양이군.’

 

위지혼은 모처럼 타인을 통해 놀라움을 느꼈고 그 놀라움은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진소천은 7호와 이름이 같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기개를 가진 사내였다. 마치 동류(同類)의 인간처럼.’

 

위지혼의 눈에 비친 진소천은 ‘겁’이란 것을 상실한 인간 같았다.

 

지금껏 숱한 강호인을 봐왔지만 진소천처럼 자신에게 일말의 두려움도 내비치지 않는 인간은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주영천이나 검황을 만났을 때도 위지혼은 그들로부터 두려움을 읽은 터였다.

 

하나 호기심에 찾은 장안의 자그마한 문주는 자신을 당대의 천마인 위지혼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위지혼이 그런 인간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7호……. 너도 그러했었지. 한 번도 날 두려워하거나 괴물 보듯 한 적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첫 번째와 두 번째 인물 모두 같은 이름을 쓰는 사내였다.

 

다만 전자가 자신의 충견이자 살수회의 대장이었다면.

 

후자는 언젠가 자신의 목을 조르기 위해 칼을 갈고 있는 인물이었을 뿐.

 

‘진소천이라…… 내겐 정말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되겠군.’

 

모든 걸 우연의 일치라 일축한 위지혼은 빙그레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복귀를 서둘렀다.

 

한 달 후…….

 

‘어차피 곧 세상에서 지워질 이름에 불과하겠지만…….’

 

후자의 진소천 또한 전자의 진소천처럼 사라질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주영천과 검황이 사라진 중원 무림에서…… 흑마왕과 백마왕을 모두 상대할 인물은 존재치 않아.’

 

설령 기적이 일어나 진소천이 사천왕을 모두 이긴다 해도…….

 

‘그렇다 해도 너는 내 손에 죽을 것이다.’

 

위지혼은 진소천의 죽음을 결정했다.

 

 

 

 

 

* * *

 

 

 

 

 

“반갑다 제군들. 금일 내가 너희를 소집한 까닭은 최근 일어난 강호의 전반적인 일과 내 일신에 관한 일을 간략하게 알리기 위해서다. 그간 중원 무림은……”

 

모처럼 문도들과 청룡단원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진소천이 일장 연설을 이었다.

 

연설의 주된 내용은 주영천과 검황의 비보에 더불어 마교와 관련된 일들이었는데 그 과정을 설명하던 중 자신의 무용담을 은근슬쩍 털어놓는 진소천이었다.

 

“나는 최근 마교의 거물들과 수없이 맞닥뜨렸다. 가령 사천 구룡산 제단에서 철응을 죽이고, 적마왕을 생포한 건 너희도 알 테고…… 살수회 대장과 정예들을 처치하고 음양쌍마와도 격돌한 바 있지.”

 

그러자 문도들과 청룡단원들은 두방망이질하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해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모두 승리했다. 그리고 한 달 뒤……. 나는 흑마왕 백마왕과 싸울 예정이다.”

 

사실…….

 

단원들도 단원들이지만 소천문 문도들은 현재 이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특히 소천문이 처음 개파할 때부터 함께 했던 삼복이들은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르지 못했는지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는데

 

‘얼떨결에 개파한 소천문이…… 이젠 정말 강호의 중심이 되었다?’

 

‘역시……! 우리 문주님이 인물은 인물이지!’

 

‘처음 봤을 때부터 비범해 보이더라니…… 이젠 진짜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 됐구나!’

 

그도 그럴 것이…….

 

당초 그들에게 소천문은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일터요, 먹고 자며 생활하는 집에 지나지 않았던 까닭이다.

 

하나 고금제일 또라이(?) 문주 진소천은 오늘날 소천문을 강호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시정잡배였던 자신들은 어엿한 무림의 일원이 되었고, 이젠 어딜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는 협객이 됐으니, 그들이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

 

하나 지금 이 순간 감격스러운 눈으로 진소천을 바라보는 동동이 형제들에 비하면, 삼복이들의 심정은 조족지혈에 불과한 것이었다.

 

‘형님을 따른 건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이다!’

 

‘역시 우리 큰형님이라니까? 이러다가 진짜 천마까지 이기고 천하제일인이 될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크크크!’

 

‘소천 형님! 세 번만……! 이제 세 번만 이깁시다! 남은 사천왕 둘의 모가지 부수고, 마교주 대가리만 부수면? 형님은 무적이 되는 거요!’

 

비록 장안교에서 죽도록 얻어터진(?) 인연으로 진소천과 만난 동동이 형제지만.

 

그와 함께 마적 산적단을 털어먹던 일, 소윤이의 보모가 되어 육아 삼매경에 빠졌던 일, 청방을 와해시키고, 소천문을 개파하던 날…….

 

그 모든 날, 모든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자 동동이 형제의 가슴은 절로 뜨거워졌다.

 

‘형님……. 꼭 이기쇼. 그놈의 사천왕인지 뭔지! 그래봤자 영감탱이들인데, 형님이 질 리 있겠소!’

 

‘소천 형님은 반드시 이길 거야. 흑사회를 혼자 쳐들어가 살마존 백귀호를 패 죽이고, 코까지 골며 잠을 자던 미친 사람이잖아? 나는 그때부터 형님이 천하제일 싸움꾼이 될 줄 알았다…….’

 

‘큰형님은…… 언제나처럼 또 자신을 증명하실 거다!’

 

그제야 비로소 동동이 형제는 자신들이 진심으로 진소천을 존경한단 사실을 깨달았다.

 

깨달았는데…….

 

“이와 같이 강호에 출도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내가 세운 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알겠냐, 이것들아?”

 

어쩐지…….

 

진소천이 말을 하면 할수록

 

‘뭐지?’

 

‘혹시…….’

 

‘또 시작인 건가?’

 

그런 존경심이 깃털처럼 날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아마 나는 한 달 후 펼쳐질 싸움에서도 언제나처럼 승리하고, 천마와도 싸우게 될 거다. 물론 천마한테도 보기 좋게 이기겠지. 고로 지금의 나는. 너희의 문주이자, 단주이자, 우상인 나는 예비 천하제일인이다.”

 

예비 천하제일인!

 

진소천의 입에서 그 생경한 단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벅차오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경청하던 모든 중인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세상에…… 저런 말을 어떻게 자기 입으로 지껄일 수가 있지?’

 

‘형님…….’

 

‘에라! 이 못난 인간아…… 쯧쯧.’

 

특히 석연우, 백강, 강백산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는데, 멀찍이서 상황을 지켜보던 음양쌍마나 독선 최일경은 입을 쩍- 벌린 채 기함했고, 동벽 선생은 아예 눈을 질근 감아버렸다.

 

“예비 천하제일인으로서 고한다. 나는 향후 한 달간 초실전 집중 수련에 돌입할 예정이며, 소천문과 청룡단의 모든 간부가 수련을 돕기 위해 나와 함께 한다. 말인즉슨 그간 너희를 통제하고, 억압할 모든 감독관이 사라진단 뜻이다.”

 

“…….”

 

“하나 명심해라. 그렇다고 수련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걸. 왜냐면 한 달 뒤 나는 너희들을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평가’라는 말에 청룡단원 중 한 사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진소천은 검지로 사내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 그래 너. 질문 있는 모양인데. 이름이 뭐였더라?”

 

“아……. 단주님. 저는…… 단리세가의 종운입니다만. 벌써 10번도 넘게 알려드렸는데…….”

 

“됐고. 그래서 할 말이 뭔데?”

 

“저…… 혹시 단주님이 말씀하시는 평가라는 게 정확히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평가? 말 그대로 평가지, 뭐.”

 

“네?”

 

“너희들의 무공을 시험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너희는 간부들이 없는 한 달 동안, 평소보다 더 열심히 수련해야 한다.”

 

“아……!”

 

“그 평가를 토대로 해서 나는 문도들과 단원들을 차등적으로 처우할 생각이다.”

 

“차등적이라면……?”

 

“예컨대 수련이라든가…… 수련이라든가…… 아니면 수련이랄까?”

 

“…….”

 

“그것도 아주 끔찍한 특별 수련 말이야.”

 

동시에 사악하게 올라가는 진소천의 입꼬리를 보며, 문도들과 단원들의 얼굴이 푸르뎅뎅하게 물들었다.

 

‘죽는다…… 그 평가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진짜 죽을지도 몰라!’

 

‘맙소사…….’

 

‘정말 지옥 같은 한 달이 되겠네. 시X!’

 

물론 그런 중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것으로 금일 소집을 해제하마. 제군들은 당장 연무장으로 달려가 목인장을 두드릴 수 있도록. 안 그랬다간 한 달 뒤 니들이 목인장이 될 수 있으니까.”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명령(?)을 하달할 뿐이었지만.

 

 

 

 

 

* * *

 

 

 

 

 

“아빠야!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소윤이 두고 일하러 가?”

 

입산 수련을 위해 행낭을 꾸리는 내 모습을 보며, 소윤이가 울상을 지어 보였다.

 

나는 그런 소윤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달랬다.

 

“일하러 가는 건 맞는데…… 멀리 가는 게 아니라 광양산으로 가는 거라, 소윤이가 아빠를 보고 싶으면 맨날 볼 수 있지.”

 

그제야 소윤이는 풀어진 표정으로 밝게 웃었다.

 

“헤헤! 정말? 난 또 아빠가 멀리 떠나는 줄 알았잖아! 말은 안 했지만…… 아빠가 일하러 멀리 갈 때마다, 소윤이는…… 많이 심심했거든!”

 

그러고 보면…….

 

지금껏 소윤이는 이상하리만치 또래 아이처럼 보챈 적이 없었다.

 

보통 부모가 일하러 멀리 떠나서 오래 집을 비우면, 으레 다른 아이들처럼 울고불고 떼를 쓸 만도 한데…….

 

소윤이는 매번 군말 없이 그런 나를 이해해주었던 것이었다.

 

‘음…….’

 

나는 그럴 때마다 소윤이 성향 자체가 독립적이라고 치부했고, 또 철이 일찍 들어 의연한 거라 지레짐작하고 합리화해왔다.

 

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제 고작 6살 된 아이가 독립적이면 얼마나 독립적이고 철이 들면 얼마나 들겠나?

 

‘이렇게 귀여운 꼬마일 뿐인데 말이지…….’

 

그 때문일까?

 

멀리 안 간단 내 말에 반색하며 품을 파고 도는 소윤이의 어리광이, 왠지 내 눈에는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소윤아.”

 

“응?”

 

“지금까지 아빠가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밖으로 떠돌고…… 많이 못 놀아줘서 서운했지?”

 

하나 소윤이는 내 물음에 고갤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하나도 안 서운했어요. 아빠가 멀리 일하러 가도 항상 머릿속으로는 소윤이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오……! 그걸 어떻게 아셨을까?”

 

“히히. 할아버지가 그러던데? 아빠 머릿속엔 오직 소윤이밖에 없다고.”

 

소윤이 말을 들으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른다.

 

과연…… 나는 끝까지 소윤이를 지킬 수 있을까?

 

혹시 사천왕한테 패배해서 소윤이가 아비 없는 자식으로 크는 건 아닐까?

 

사천왕을 모두 꺾는다고 해도, 결국 천마와 맞닥뜨릴 텐데…… 나는 그때도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어느새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가슴엔 무거운 돌덩이가 앉은 듯한 갑갑증이 일었다.

 

“소윤아.”

 

“응 아빠야.”

 

“이제 몇 번만. 몇 번만 더 열심히 일하면. 그때부터 아빠는 항상 너랑 붙어 있을 수 있을 거다.”

 

“정말?”

 

“그래. 그간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모았거든. 이제 몇 번만 더 일하면 우린 평생 일 안 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우와! 그럼 우리 진짜 부자야?”

 

“물론이지.”

 

나는 소윤이를 번쩍 안아 들고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무사히 다녀올게……. 언제나처럼.”

 

“응! 다녀오세요. 아빠. 소윤이도 언제나처럼 기다릴게!”

 

방긋 웃는 소윤이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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