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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74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74화

#174화

 

 

 

 

 

무림맹 본청-.

 

두 통의 서찰을 받은 남궁학.

 

현재 그의 심정은 말할 수 없는 번민으로 얽히고설킨 채였다.

 

‘어찌…….’

 

그것은 무당 괴도사 주영천의 부고 소식과 더불어, 백도무림 최고수인 검황이 위지혼을 잡기 위해 감숙 원종산으로 오른단 소식이었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그는 무림맹의 모든 간부를 소집하여 긴급회의를 열었다.

 

하나 회의석에서 오고 간 대화는 그저 탁상공론일 뿐…….

 

이미 주영천은 망자가 되었고, 지금쯤 검황은 천마와 생사결을 벌이기 시작했을 터.

 

모든 조치가 한발 늦은 셈이고, 사후약방문이 될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남궁학은 절망에 빠지지 않았다.

 

그것은 검황의 편지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대목을 발견한 까닭이었다.

 

『남궁 맹주. 나는 금일 원종산으로 향해 위지혼과 담판 짓고자 하네. 만약 내가 천마를 꺾게 된다면 마교의 10년 봉문을 약속받을 생각이네. 하나 패배한다 해도 이 대결은 밑지는 장사가 되지 않을 걸세. 그 이유는 대결에 앞서 천마와 한가지 사안을 합의할 생각이기 때문일세.

 

그간 우리가 파렴치한 마교를 두고 볼 수밖에 없었던 건 젊은이들의 희생이 두려워서였지.

 

하나 나는 이 대결로 천마에게 무의미한 전쟁을 지양하고, 무림인다운 승부를 내자고 제안할 생각일세.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수많은 분타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켰네.

 

그것은 마교도 마찬가지.

 

그들 역시 우리의 칼날에 많은 교도를 희생했으니, 양측 모두 성찰이 필요한 시점 아니겠나?

 

어떤 쪽으로 합의가 되든 지금처럼 무자비한 학살극이 이어지는 건 막을 테니, 맹주는 영민하고 지혜롭게 대처해 동도들을 수호하게.

 

무림의 선배로서 후배에게 중임을 맡긴 채 혼자 고고하게 살았던 점, 언제나 미안하게 생각해왔네.

 

부디 살아서 다시 볼 수 있길 소망하네.

 

검황 독고황』

 

‘독고 선배…….’

 

편지의 내용인즉슨…….

 

검황은 승패와 상관없이 천마와 합의를 끌어낼 생각이고, 그 합의를 통해 젊은이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겠단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무림맹주 남궁학이나 사도맹주 홍금부가 실로 절실히 염원하던 바이기에.

 

‘선배…….’

 

지금 이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검황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하는 것밖에 없었다.

 

“장 대주.”

 

고심하던 남궁학이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네 맹주님.”

 

“당장 무당산으로 갈 채비를 하게.”

 

“……맹주님.”

 

“우선 주 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야겠네.”

 

 

 

 

 

* * *

 

 

 

 

 

“아빠야!!!”

 

모처럼 만난 소윤이는 평소보다 날 더욱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그러잖아도 동벽 선생이 이르길, 그간 소윤이가 유난히 날 많이 그리워했다고 했는데…….

 

“잘 있었어, 우리 딸?”

 

나 역시 반가운 건 두말할 것도 없고,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히히-! 언제 온 거야, 아빠?”

 

“소윤이 자고 있을 때 왔지.”

 

“힝! 그동안 왜 편지 한번 안 했어? 걱정했잖아.”

 

“미안하다, 소윤아. 백산이 삼촌 손, 치료하러 갔었잖아? 삼촌이 이식수술인지 뭔지를 받는다고 병구완할 사람이 필요했거든. 그 탓에 아빠가 좀 많이 바빴지.”

 

그러자 소윤이가 손가락을 튕기며 물었다.

 

“아 맞다! 백산이 삼촌!! 삼촌, 이제 손 괜찮아요?”

 

내 옆에서 촉촉한 눈으로 소윤이를 바라보던 백산이가 머릴 긁적이더니 겸연쩍게 웃었다.

 

“하…… 하하. 소윤아. 미안하다. 삼촌이 손을 다치는 바람에, 네 아빠를 오래 잡아둔 것 같구나. 아빠가 많이 보고 싶었을 텐데…… 괜히 나 때문에…….”

 

그때.

 

나는 백산이가 민망해진 틈을 노려 잔꾀를 냈다.

 

“백산아. 정말 소윤이한테 미안하게 생각하냐?”

 

“그, 그런데……. 왜?”

 

“백산아.”

 

“뭐?”

 

“백산이, 이 무식한 작자야.”

 

“아니, 대체 왜?”

 

“너는 나한테도 모자라, 소윤이한테까지 인색하게 굴 작정이냐?”

 

“당최 뭔 소리야 진짜?”

 

“자고로 사과할 때와 은혜 갚을 때는 말보다 궁색한 게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수전노 자린고비 강백산을 털어먹으려면 이번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좀 알아듣게 말해라, 인마.”

 

“백산아. 너 돈 많잖냐? 이번 기회에 소윤이한테 선물 하나 해라.”

 

“아…… 고작 그거였냐?”

 

“고작이 아닐 텐데?”

 

내 말에…….

 

옆에 있던 연우, 백강, 동동이 형제, 당씨 남매는 진심으로 질린 표정이었는데,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소윤이도 이제 여섯 살이다. 작년에 산 옷은 몸에 안 맞더라. 그러니까 최상품 비단으로 옷 대여섯 벌 맞춰 주고.”

 

“그거면 되냐?”

 

“어림도 없지. 이제 막 검법도 배우기 시작했으니, 현철로 검도 하나 만들어 주는 게 어떠냐?”

 

“현철이 얼마나 무거운데…… 소윤이가 들 수는 있고?”

 

“에이! 그게 어디 들라고 만들어 주는 거겠냐? 나중에 크면 훌륭한 검수 되라고 삼촌이 미리 하나 해주는 거지.”

 

“후……. 좋다. 까짓거 소윤이 생각하면 못 해줄 거 없지. 당장 견적 뽑아 봐.”

 

웬일인지 백산이가 흔쾌히 수락했다.

 

하나 저리 나오니 왠지 더 만족이 안 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번엔 소윤이에게 물었다.

 

“소윤아. 따로 갖고 싶은 건 없고?”

 

“응? 나, 갖고 싶은 거 많지!”

 

“뭐 갖고 싶은데?”

 

“흰둥이 친구 만들어 주고 싶어 아빠야!”

 

됐다.

 

나올 게 나온 셈이다.

 

“들었냐, 백산아?”

 

“…….”

 

“백호 신수의 친구를 만들려면, 같은 신수를 잡아서 길들여야 할 거 같은데?”

 

그러자 백산이는 어이가 없는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 그게 돈으로 가능한 부분이냐?”

 

“돈이면 안 될 것도 없다. 물론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값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하면 수소문해 보마. 신수나 영물을 취급하는 상인이 있긴 할 거다. 천하가 이리 넓은 데, 없는 게 어딨고, 또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겠냐.”

 

내 말에 백산이는 눈썹을 팔자로 그리며 분노를 표출했는데, 다행히 소윤이가 적절히 나섰다.

 

“히히! 삼초오온! 소윤이는 괜찮아요. 삼촌이 돈 없으면, 소윤이는 선물 필요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알겠지?”

 

그러자 백산이는 언제 인상을 찌푸렸냐는 듯 금세 만면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하! 소윤아. 삼촌은 돈이 많으니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흰둥이 같은 신수는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어서 빨리는 안 되겠지만…… 한번 알아볼게.”

 

“헤헤- 정말?”

 

“당연하지!”

 

잘한다, 우리 딸!

 

백산이 삼촌은 마음껏 털어먹어도 괜찮단다.

 

저 새끼…… 아니, 저 삼촌. 돈 진짜 많거든.

 

“히히히! 아무튼. 오늘 아빠도 돌아오고, 삼촌도 돌아와서 기분 너무 좋아!”

 

어느새 백산이 품에 폴싹- 안긴 소윤이가 한껏 즐거운 모양인지 소리쳤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빠랑 삼촌들 전부 나랑 나들이 가자. 앞동산에 맛있는 경단 싸 들고 나들이 가자!”

 

“좋아!”

 

내 호기로운 외침을 시작으로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백산이, 연우, 일동, 이동, 삼동, 백강, 당소소, 당일기까지…….

 

여덟 명이 일제히 기분 좋은 함성을 내질렀다.

 

아무래도 오전 수련은…… 휴식이다.

 

 

 

 

 

* * *

 

 

 

 

 

정오 무렵…….

 

소윤이와 나들이 갔다 돌아온 진소천은 승복으로부터 한 장의 서찰을 받았다.

 

서찰을 읽던 그의 눈이 시시각각 충격으로 물들어 갔다.

 

“승복아.”

 

“네, 문주님.”

 

“언제 온 편지냐?”

 

“문주님이 나가신 직후에 당도한 겁니다. 무당파에서 온 편진데…… 혹시 무당파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나중에 말해주마. 일단 너는 청룡단을 포함해, 소천문의 모든 간부를 문주실로 소집해라.”

 

“네, 문주님.”

 

일순 승복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문주님이…… 대체 왜 그러시지?’

 

평소 진소천은 문도들에게 부드러웠다.

 

물론 수련할 때면 지옥 교관으로 변하지만, 수련 시간을 제외하면 화 한 번 낸 적 없고, 이따금 문도들이 실수를 해도 추궁하는 법이 없어, 모든 문도가 진소천을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

 

하나 작금의 진소천은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다.

 

어딘지 모르게 진중한 듯하면서 은은한 노기가 느껴지는 그 모습에 승복은 내심 불안했다.

 

이윽고…….

 

동벽 선,생 독선 최일경, 동동이 형제, 강백산, 석연우, 백강, 당씨 남매 등이 모두 모였을 때 진소천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주 영감님이 작고하셨다는 소식입니다…….”

 

그러자…….

 

중인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는데, 잠시 후 석연우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 그게 정말이에요? 정말 주 선배님께서 돌아가셨다고요?”

 

진소천은 말없이 고갤 끄덕이며 무당파에서 온 서찰을 내밀었고, 서찰을 읽은 석연우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세상에…… 세상에!”

 

석연우가 충격을 갈무리하지 못할 때.

 

동벽 선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음…… 상황을 떠나, 어찌 됐든 강호의 큰 별이 지고 말았구나…….”

 

주영천의 부고 소식은 그와 알고 지냈던 동벽 선생에게 충격이자 비보가 아닐 수 없었다.

 

하나 무엇보다 현재 가장 심적으로 힘들 사람은 진소천이었다.

 

“주 영감님이…….”

 

말끝을 흐리며 주먹을 말아 쥐는 진소천의 모습이 중인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영천과 사천 구룡산에서 적마왕을 생포하고, 마교도를 섬멸했던 진소천으로서는 상심이 클 수밖에 없을 터였다.

 

“문주……. 이럴수록 흔들려선 안 되네. 마교주가 주 선배를 해했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를 일. 나 역시 슬픈 건 매한가지나, 자네가 심각하게 흔들릴까 더 걱정되는군.”

 

그때 동벽 선생이 혼란스러워하는 진소천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평소 진소천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석연우조차 작금의 그를 보며 입을 열지 못했지만, 다행히 동벽 선생이 흔들리는 진소천의 심기를 잡기 위해 적절히 나선 것이었다.

 

“주 영감님이…….”

 

그런데도 진소천은 주영천의 비보에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주 영감님…….”

 

어느새 그의 신형에서 은은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소윤 애비.”

 

그러자 동벽 선생이 대뜸 진소천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어르신…….”

 

그제야 진소천은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던 시선을 동벽 선생에게 맞추었는데.

 

“머리가 복잡할 걸세. 하나 현실은 현실로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옳은 말씀입니다.”

 

“가세.”

 

“…….”

 

“이럴 게 아니라 무당파로 가야겠네. 지금은 주 선배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게 급선무일세.”

 

동벽 선생의 말에 진소천이 심유한 눈빛을 띠며 고갤 끄덕였다.

 

“맞습니다. 우선 무당파로 가야겠습니다.”

 

“좋은 결정일세.”

 

“…….”

 

“그리고 복수는 그다음에 생각하게.”

 

동벽 선생의 입에서 복수란 단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중인들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며 떠올랐다.

 

“나는 동벽 선생과 무당파로 간다. 같이 갈 사람?”

 

그 순간 진소천이 중인들을 향해 물었고 장내의 모든 인물이 일제히 답했다.

 

“나도 가겠네.”

 

“소천아. 나도 가마.”

 

“저도 가겠습니다, 형님.”

 

“저도 갑니다, 형님.”

 

“문주님. 저희도 가겠습니다.”

 

“저도 갈게요, 진 오라버니.”

 

“저도요!”

 

그러자 진소천은 힘겨워 보이는 와중에도 피식- 조소 지었다.

 

“우리가 다 가면 소천문과 청룡단은 누가 지켜? 이동이랑 삼동이는 남아서 소천문을 지키고, 소소랑 일기는 청룡단을 지켜라. 선배를 추모하려는 마음은 잘 알지만, 그 마음…… 잠시만 미루도록.”

 

사실…….

 

평소 같으면 동동이 형제나 당씨 남매의 항변이 튀어나왔을 테지만.

 

힘없어 보이는 진소천의 모습에 그들은 그저 수긍을 했다.

 

그때 나직한 진소천의 음성이 다시 흘러나왔다.

 

“나도…… 지금은 잠시 복수를 미룰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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