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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9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3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9화

009 귀접연무관(鬼蝶演武館)(1)

 

 

 

 

 

공주가 걱정하는 멍청이는 지금 아래 속옷만 입은 채 환호성을 지르며 산속을 뛰어다니고 있다. 무혼은 어느 순간 정신이 돌아왔을 때, 불과 1시진 전에 그토록 한스럽던 내공이 자신의 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1갑자가 넘는다. 우하하하! 나도 내공이 높아졌다고, 높아졌어. 하하하!”

 

내력을 일주천시켜 본 무혼은 정말 기뻐했다. 이제까지 내공이 약해서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혈랑검법의 낭아무비(狼牙武備) 등의 초식들을 펼쳐보기도 하고 혈난보의 최고의 보법 중 하나인 월야잠행(月夜潛行)도 펼쳐보았다.

 

전에는 펼치면 내력이 드문드문 끊어져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없었던 초식들이 지금은 매끄럽게 연결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창 날뛰던 무혼이 잠시 바위에 걸터앉았을 때 이상한 냄새가 느껴졌다.

 

‘뭐지, 이 냄새는?’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찾던 무혼은 그게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임을 알았다.

 

‘우웩.’

 

무가의 집에서 태어나 무공연마에 많은 땀을 흘리며 땀 냄새에 익숙했던 무혼은 그동안 대충 씻으며 지내왔다. 하지만 지금 몸에서 풍기는 냄새는 무혼으로서도 역한 것이라 당장 냇가로 뛰어들었다.

 

이제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갈 수 있을 듯했다. 가서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었다.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조금 전에 뛰쳐나왔던 객잔이 보였다.

 

‘친구들은 다 갔을까?’

 

궁금한 마음에 객잔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어디로 도망을 갔나 했더니 이제야 나타나는군?”

 

무혼이 고개를 돌려보니 객잔 옆에서 화도환과 강천패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무혼은 눈을 꿈틀거리며 고개를 돌려 지나가고자 했다. 오늘은 친구들도 싸움을 참아준 자신의 생일날이었다. 하지만 다음 말에는 그도 넘어갈 수가 없었다.

 

“네놈의 버러지 같은 친구들은 지금 땅바닥에서 늘씬하게 뻗어 있다네. 하하하. 그래, 오늘은 네놈의 생일이라고 했지? 내 속도 어지간히 풀렸으니 그냥 보내주도록 하지. 하하하!”

 

객잔을 향해 뛰어간 무혼은 객잔의 뒤쪽에 있는 공터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천마맹호단 녀석들의 발아래 밟혀 있는 그들은 낮에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모인 친구들이었다.

 

으드득.

 

무혼은 온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전신을 휘어잡는 이 열기는 무혼으로 하여금 맹렬한 적개심과 투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호, 화도환. 네가 저 도망친 버러지를 찾아낸 것이냐?”

 

“생일이라고 보내주려고 했더니 자신이 찾아오더군. 하하, 이놈도 자기 친구들과 같은 꼴로 만들어줄까?”

 

“크큭. 그거 좋은 생각이군. 끼리끼리 같은 꼴인 게 더 좋겠지. 크크크.”

 

그러나 무혼의 내공은 무시하더라도 실력은 무시하지 못했던 화도환은 옆에 있는 강천패와 함께 무혼을 제압하기 위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냐. 이 XX끼들아. 오늘 너희들을 박살 내주마.”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노기로 인해 눈까지 붉어져 가던 무혼의 뒤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짓이지? 너희들은 천마맹호단으로서 자각도 없니? 약한 애들을 그렇게 짓밟고 천마맹호단도 아닌 사람한테 두 명이나 달려들다니 말이야!”

 

“저러니 같은 천마맹호단이면서도 최하류에 지나지 않는 거지.”

 

무혼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보니 그곳엔 흑야오화(黑夜五化)가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이는 앞에 서 있는 흑조냉묘 능미류였고 다른 4명의 여자들도 한심하다는 듯이 그들을 보고 있었다.

 

천마맹호단에서도 비교적 상위의 실력자들인 그녀들을 보고 화도환과 그의 친구들은 난처한 빛을 띠며 얼굴을 슬쩍 돌렸다. 특히 화도환은 얼굴이 뻘게진 채 능미류에게 변명을 하듯 이야기했다.

 

“아… 아니, 저 녀석들이 먼저 덤벼든 거야. 그리고 저 녀석들과 싸우느라 내력이 꽤 소진되었기 때문에…….”

 

“크크크. 웃기는구나. 우리와는 이미 한 시진 전에 결판이 나지 않았더냐. 그리고 네놈이 무혼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것은 연무관의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마진풍은 아직도 고통스러운지 신음 소리를 섞어가며, 화도환을 비웃고 있었다. 그리고 무혼을 향해서 말했다.

 

“무혼, 저따위 녀석은 무시하고 우리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돌아가라. 술을 준비해야지?”

 

“이… 이, 닥쳐라-.”

 

자신을 무시하고 비웃는 마진풍을 노려보며 화도환은 분기탱천하여 자신의 애병인 판관필을 쥐고서 몸을 날려갔으나 그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네놈의 상대는 나다.”

 

그의 판관필을 무혼이 검으로 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화도환은 몸을 돌려 뒤로 뺀 다음 자신의 옆에 있는 강천패와 함께 무혼에게 합공을 시작했다.

 

화도환의 판관필(判官筆)과 강천패의 귀두도(鬼枓刀) 사이로 혈난보를 이용해 파고든 무혼은 자신의 내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몸의 내공은 충만해 있었다.

 

‘둘이 아니라 모두가 덤빈다 해도 이길 수 있다!’

 

그들의 대결이 시작되자 흑조냉묘 능미류는 그들의 싸움에 합세하고자 했지만, 흑야나찰 옥난미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능미류가 돌아보니 옥난미는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네가 싸우고자 하는 상대는 같은 천마맹호단. 네가 이런다고 그가 네 마음을 알아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네 입장만 난처해질 뿐이야.”

 

그녀의 말에 능미류는 시무룩해져서 무혼을 보았다. 천마맹호단에서 가장 허접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고 지금 무혼과 싸우는 자들을 그가 이긴 적이 있다고 하지만 2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는 살며시 입술만 깨물었다.

 

그러나 싸움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있었다.

 

‘혈랑의 발톱은 하늘을 부순다. 낭조파천(狼爪破天)!’

 

마음속으로 초식을 외치는 무혼의 검에 붉은 기운이 흐르며 화도환의 판관필을 향해 쇄도해 갔다. 무혼이 실력은 좋지만, 내공이 약하고 적다는 것을 알고 있던 화도환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놈은 내력을 유지하는 시간이 짧을 터인데?’

 

하지만 그의 검에서 흐르는 기운은 분명 검기였고,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극양지기의 기운이었다. 화도환은 내력을 끌어올리며 판관필로 검을 막았다.

 

파파파파앗!

 

내력이 충만한 두 병기가 부딪쳐 파공성이 울리는 순간 판관필의 앞부분이 부서지며 쥐 수염으로 만든 부호(副毫 : 붓에서 짐승의 털로 된 부분)가 휘날렸다. 하지만 붓이 깨지며 만들어준 틈을 이용해 몸을 피할 수 있었던 화도환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판관필이 깨어지며 몸에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나보다도 내력이 높아?’

 

화도환의 놀란 눈에 강천패의 귀두도가 검은 내기를 내포한 채 무혼의 등을 향해 내리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혈난보의 방위를 밟으며 돌아선 무혼은 자신의 검으로 귀두도를 튕겨냈다.

 

‘저 자식, 아직도 내력이 끊이지 않고 있어!’

 

무혼이 검을 일직선으로 밀고 가자, 강천패는 몸을 돌리며 귀두도로 무혼의 하체를 쓸어왔다. 공격을 포기하고 검을 아래로 돌려막은 무혼은 다시 한번 귀두도를 튕겨내면서 옆차기를 시도했다. 배를 강하게 맞은 강천패는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크악!”

 

강천패마저 고통에 찬 소리와 함께 피를 입에 물며 무혼에게 밀려나자 보고 있던 강천패의 패거리 6명은 일제히 자신의 무기를 꺼내며 무혼에게 달려들었다.

 

“대단하군. 무혼이 이길지도 모르겠는데?”

 

흑야나찰 옥난미는 의외라는 듯 말을 했다. 자신도 화도환과 강천패를 상대로 이길 자신은 있다. 하지만 실력에 큰 차이가 없는 이상 고전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화도환과 강천패가 방심을 했다고 생각해도 지금 무혼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녀의 예상을 넘어섰다.

 

강함을 최대의 매력으로 생각하는 마교의 여자들답게 흑야오화는 무혼의 모습을 관심 깊게 보고 있었다.

 

물이 흐르는 듯한 보법으로 펼쳐 화도환의 패거리가 휘두르는 병장기들의 궤적 사이를 누비는 무혼이 햇살에 반짝이는 혈랑검을 이끌어 그들의 요혈을 노렸다.

 

“히이익.”

 

무혼의 공격을 간신히 피해낸 자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갔다. 무혼이 노리는 곳은 그들을 평생 불구로 만들 급소들이었고 간신히 무혼의 검을 막았으나 전해진 충격에 손에서는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눈 앞에 펼쳐지자 능미류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어제까지는 저렇지 않았는데?”

 

 

 

 

 

마교 서열 357위의 천마연무관장 귀룡일검(鬼龍一劒) 장대암은 평소와 같이 연무관 2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차를 느긋하게 마시며 수련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수련생들을 보고 있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무공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저들은 제2차 정사대전이 시작된다면 위선적인 정파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줄 미래의 정예 마교 전사가 될 아이들이다.

 

특별한 대우를 받은 자들은 좀 다르지만, 정파의 제자 대부분이 40대에 가서야 상승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역혈마공을 익히고 있는 마교와 흑도의 제자들은 20대 중반이면 상승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그만큼 마공으로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다. 역혈마공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마공을 계속 익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절정고수까지 올라가면 무공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화경에 도달하는 고수는 정파가 더 많지만, 어차피 정사대전의 결과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 숫자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장대암은 흐뭇한 마음으로 그들을 보았다. 몇 년이 지나면 내공이 2갑자에 올라 화경을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완성이 안 된 검과 같은 아이들이지만, 그때쯤 되면 마교의 위력을 보여줄 보검이 될 인재들이 자신을 기억할 것이다.

 

‘화경이라…….’

 

화경이 된 자들은 현재 마교에 5명밖에 없다. 그리고 그의 나이 이제 85세. 100세가 되기 전에 화경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장대암은 아직 늦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지 2갑자에 가까이 갈수록 내공이 느리게 쌓이니 휴…….’

 

마교의 어떠한 무공을 봐도 무공의 완성은 2갑자 이상의 내공이 있어야 완성을 할 수 있었다. 무공을 완성한 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화경. 2갑자 이상의 내공을 가지고도 화경에 이르지 못한 이가 50명이 넘는다.

 

장대암이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방해하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 자가 있었다. 기분 좋은 시간을 방해받았다고 생각을 한 장대암은 인상을 찌푸리며 문을 보았다.

 

“관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일이냐?”

 

눈앞에 보이는 자는 연무관의 교두 중 한 명인 흑사독편(黑蛇毒鞭) 윤서광이다. 가장 즐거운 상상을 깬 이유가 보잘것없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되물었다.

 

“연무관 앞의 객잔에서 수련생들이 혈투를 벌였사온데, 그중 한 수련생이 흥분해 날뛰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투지를 키우기 위해서 죽거나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만 아니라면 결투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는 것을 잊었나?”

 

“그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누가 죽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아직 죽은 자는 없사오나 맹호단 8명을 쓰러뜨린 무혼이 그들을 죽이려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있던 교두 둘이 그를 말리고자 하였지만, 제압이 되질 않습니다.”

 

“무혼? 공야무혼 그 아이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공야무혼이라면 장대암도 안다. 맹호단이 아닌 아이 중에서 유일하게 맹호단을 상대해 이긴 경력이 있는 아이였다. 내공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어디까지 무공실력이 올라갈지 몰라도 검에 대한 이해와 열의는 대단했다. 아쉬웠던 만큼 기억에 확실히 남던 아이다.

 

“그 아이는 내공이 약하지 않더냐?”

 

“아닙니다. 교두들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장대암은 눈에 이채를 발했다. 교두들은 대부분 1갑자의 내공에 거의 도달한 자들이었다. 그런 교두들이 제압하지 못하고 오히려 밀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그는 이미 천마연무관의 수련생이라고 볼 수 없다.

 

“호오, 가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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