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남녀 7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남녀 7화
007 삼화취정(三華聚頂)(1)
무혼은 집을 찾아온 천월강과 마진풍을 보면서 마당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혼아, 어디 가니? 어머니께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으시잖아.”
뒤를 돌아보니 27세가 된 자신의 둘째 누나 공야소영이었다. 큰누나인 공야소희는 이미 결혼을 해서 분가해 없었다.
“천마연무관의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저녁때는 올 거지?”
“응. 물론이지.”
대답을 한 무혼이 걸어오자 친구들은 소영을 흘금흘금 보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무혼아, 너희 누나는 날이 갈수록 예뻐진다.”
“이 근처에서 미모도 그렇고 몸매도 최고잖아.”
친구들이 소곤거리는 소리에 무혼은 고개를 돌려 둘째 누나의 가슴과 몸매를 보았다. 다른 친구들이 칭찬하는 수려한 몸매이긴 하지만, 무혼은 픽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꿈에서 본 여자들이 생각났던 것이다.
‘그 여자들에 비하면 절벽에 빼빼 말랐지.’
당연히 동양 여자들에 비해서 서양 여자들이 더욱 풍만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원래 비교하기 어려운 상대를 가지고 무혼이 비교를 한 것이다. 하지만…….
뻑-
“우아악!”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받은 무혼은 그대로 앞으로 뻗었다.
“뭐, 뭐야?”
주위를 돌아보니 친구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하고 있었고, 소영이 숨을 씩씩거리며 주먹을 쥐고 있었다.
“소영아, 왜 그러느냐?”
“이 녀석이 저를 쭉 훑어보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잖아요.”
‘제길, 눈치는 엄청 빠르단 말이야.’
“비웃어? 혼아야, 그게 무슨 말이냐?”
마당으로 나온 공야패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혼에게 물어보았다.
“아… 그게, 저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그만 가봐야 해요.”
대답이 궁색해진 무혼은 혈난보를 이용해 도망쳤다. 자신보다 강한 무공실력을 보유한 둘째 누나에게 잡히면 엄청나게 맞을 것 같았다.
‘시집도 안 가고 성질만 부리기는…….’
소영의 마수를 벗어난 무혼은 친우인 천월강, 마진풍과 함께 마교의 후진 양성소인 천마연무관 앞을 달리고 있었다. 천마연무관에서 함께 수련 중인 친구들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근처에 있는 객잔에 모이기로 했다.
“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아니야. 딱 맞춰 온 거야. 우리도 방금 도착했다네.”
“무혼, 축하해. 드디어 20세가 되었군.”
친구들은 도착한 무혼에게 축하의 인사를 하면서 자리를 권했다. 무혼이 천마연무관에 입관한 후 7년 동안 같이 고생한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무혼의 마음도 즐거워졌다.
“자자, 모두들 잔을 들자고. 우리들의 친구, 무혼의 20세 생일을 축하하며…….”
모두들 잔을 높이 들었을 때 입구 쪽에서 젓가락이 날아와 무혼의 술잔을 깨뜨렸다.
“훗. 실력도 없는 것들이 남들 하는 것은 다하려고 하는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무혼과 그의 친구들은 객잔의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눈에 무혼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8명의 청년들이 객잔의 입구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천마맹호단.’
무혼은 순간 이를 살짝 갈았다. 같은 천마연무관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특별한 존재들. 천마맹호단은 태어날 때 무골의 기재로 인정이 되어 벌모세수와 영약을 받은 자들이 모여서 만든 사설 모임이었다.
당연히 일반 수련원들에 비해 높은 내공과 강력한 무술 실력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었다.
‘제길… 내공을 빼고 나면 나보다 나을 것도 없는 녀석들이…….’
무혼은 그들 앞에 있는 두 명의 얼굴을 잘 알고 있다. 대련을 할 때 자신에게 패한 적이 있는 녀석들이었다.
“기묘한 술수나 부리는 녀석이 눈앞에 있으니 거슬리는군.”
“뭐가 기묘한 술수냐? 실력으로 이긴 것이다.”
“흥, 너처럼 약해 빠진 내공을 가진 녀석이 말이냐?”
천마맹호단의 화도환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네놈이 천마연무관에서 가장 내공이 약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네놈이 사용한 비열한 수법을 밝혀내고 혈랑검법이 얼마나 허접한 것인지 확인시켜 줄 테니 각오하는 게 좋아.”
그 말을 들은 분노로 얼굴을 붉힌 채 무혼은 자신의 손을 등에 멘 검의 손잡이로 향했지만, 천월강이 무혼의 팔을 잡았다.
“저 자식이 원하는 것이 싸움이야. 말려들어선 안 돼. 무엇보다도 오늘은 네 생일이잖아.”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친구들도 주먹을 쥔 채 참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모두들 자신의 생일을 망치지 않기 위해 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혼 자신도 천마맹호단을 상대로 2명 이상과 싸우면 필패라는 것을 안다. 다른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제길.”
무혼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버지가 자신의 약한 내공을 언제나 아쉬워한다는 것을 안다. 만약 공야세가가 그대로 있었다면 자신도 벌모세수를 받고 영약을 먹어 지금보다 더 강한 내공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자신은 저 녀석들의 위에 서 있었을 것이다.
“무혼…….”
“자리를 망쳐서 미안하다. 저녁에 우리 집으로 모여라. 집에서 한잔하도록 하자.”
그리고 앞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하자 뒤에 서 있던 친구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천마맹호단의 고까운 녀석들과 겨루어 유일하게 승리를 뽑아낸 친구였다.
무혼은 그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내공을 가지고도 놀라운 검술 실력으로 대련에서 가끔 이겼었다.
“오늘은 무혼의 생일이지 내 생일은 아니지?”
천월강이 뒤를 보자 마진풍이 웃으면서 객잔 안을 보고 있었다. 객잔 안에는 그들을 비웃던 천마맹호단 녀석들이 그대로 있었다.
“물론 아니지.”
“하지만 우리가 일방적으로 깨질 텐데?”
“한두 번 겪어본 거냐?”
“저녁에 술 마실 입만 조심하면 된다고.”
“운 좋으면 이길지도 모르지. 후후.”
무혼의 친구들은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며 객잔 안으로 걸어갔다.
터질 듯한 분노를 안고 달리기 시작한 무혼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숨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놈의 내공…….”
기억이 있기 전부터 휘두른 검이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인 공야패는 아무리 피곤하고 지쳐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신과 대련을 해주었다. 아버지와 그렇게 고생을 하며 쌓은 실력인데 문제는 항상 내공이었다.
공야세가의 내공심법인 혈령마경은 글자를 알기 전부터 계속해 왔다. 그런데 역혈마공의 장점은 빠른 내공증진이었건만, 무혼은 어찌 된 일인지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느렸던 것이다. 공야패와 한기제가 여러 번 확인을 했었지만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천마연무관에서 가장 내공이 약한 사람 중의 한 명이 된 무흔은 부족한 내공을 실력으로 메우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을 했다.
하지만 부족한 내공 때문에 혈랑검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 공야패에게 항상 죄스러움으로 다가왔다.
“젠장, 제기랄, 우라질.”
내공이 다하여 더 이상 혈난보로 달릴 수가 없자 가까이 보이는 풀숲에 들어가서 누웠다.
천마화산. 마교의 총단이 있는 십만대산 중 하나인 사화산이었다. 산의 모양과 문서의 기록으로 오래전에 화산이었다는 것을 알 뿐이었지만, 무혼은 이곳에 올 때마다 자신의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화산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꽃과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그 옆에는 자신이 몸을 담그기에 충분한 냇가가 산 아래까지 흐르고 있었다.
‘와아- 여긴 아름답구나.’
무혼의 눈을 통해 천마화산을 본 아이네스 공주는 감탄했다. 자기 나라의 산들도 아름답지만, 이 산은 더욱 아름다웠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마나가 어떻게 보일까? 이 사람에게도 아름다운 마나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어.’
무혼이 싸우고 올라온 것을 모두 본 공주는 무의식중에 중얼거리며 디텍트 마나를 시전했다. 물론 구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
‘어? 이런, 마법이 구현되었잖아?’
무심코 시전한 마법이 펼쳐지자 아이네스는 당황했다.
‘이런… 취소해야겠어. 캔슬!’
그러나 마법은 캔슬이 되지 않고 있었다. 아이네스는 울상이 되었다.
‘디텍트 마나는 시전이 되었는데, 왜 캔슬은 안 되는 거야?’
놀라기는 무혼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눈에 기가 모이더니 주위에 여러 가지 색깔을 띤 안개가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뭐, 뭐야 이건?”
어느 곳을 봐도 연한 안개가 자신의 주위를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안 무혼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배가 고파서 그러나? 눈에 헛것이 다 보이네?”
풀밭에서 일어나 자신의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각을 걸어갔을 때 왼쪽 꽤 먼 곳의 모습이 무혼의 관심을 끌었다. 붉은색의 짙은 안개가 두 개의 바위 사이에 펼쳐져 있었다.
“뭘까?”
궁금해진 무혼은 그 안개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길에서 꽤 벗어난 그 바위들은 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한 분위기였고 험한 경사의 가운데 있기에 천마화산에 자주 올라온 무혼도 가까이 가보지 않은 곳이다. 경공으로 가볍게 뛰어 바위에 올라 보니 붉은색의 짙은 안개로 바닥이 잘 보이지 않았다.
“대체 이 안개는 뭐지?”
무혼은 안개가 짙은 바닥에 내렸다. 그러자 자신의 발조차 안개에 가려 보이지가 않았다.
“지독한 안개로군.”
할 수 없이 몸을 숙여 바닥 가까이에 얼굴을 대니 비로소 보였고 그 바닥을 유심히 보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든 가느다란 풀줄기가 보였다.
“응? 이런 땅에도 풀이 있었나?”
지면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줄기의 가운데를 찾으니 바위의 바로 뒷부분이었다. 그곳에서 붉은 안개가 쏟아져 나오는 듯 보였다.
무혼은 손에 기를 씌우고 1장을 파니 풀뿌리가 나왔는데 자신의 손보다 조금 작고 귀신의 손이 있다면 이렇게 생겼을 것 같았다.
지금 있는 곳이 경사가 심해 불편했던 무혼은 다시 길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자신이 방금 파낸 뿌리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뿌리 전체에서 붉은 기류가 쏟아지고 있었고, 뿌리의 색이 원래 붉은색인지 기류 때문에 붉게 보이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무혼의 행동을 보고 있는 아이네스는 불안했다. 자신이 보기에는 사이한 붉은 기류였고, 무엇 때문인지 자신의 머릿속에서 저 풀뿌리는 위험하다는 경고가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야, 이 자식아! 그거 버려! 관심 끄고 그냥 버리란 말야!’
그러나 무혼에게 아이네스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전해지지 않았고 무혼의 배는 텅 비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꼬르륵~
무혼이 생각해 보니 천마맹호단 녀석들 때문에 점심도 굶었다. 게다가 전력으로 경공을 펼쳤으니 꽤나 배가 고팠다.
“먹어볼까?”
잔뿌리를 조금 떼어내서 먹어보았다. 그러자 무혼의 속이 살짝 따뜻해지면서 기분이 나른해졌다.
“오호, 좋은데? 내공을 돌려봐도 어디 이상도 없으니 독초는 아닌 것 같군.”
무혼은 길을 걸으며 뿌리를 천천히 뜯어 먹기 시작했다. 내공을 돌렸을 때도 이상을 느끼지 못하자 마음 놓고 먹은 것이다.
그는 그 뿌리를 먹으면서 눈을 돌려 다른 곳에도 붉은 안개가 있는지 찾아보았으나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좀 더 먹으면 좋을 텐데… 왠지 양이 부족한 것 같아. 아~ 집에 가서 뭘 좀 먹도록 하자.”
그는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일각이 되기도 전에 온몸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왜 이리 덥지?”
겉으로 느껴지는 바람은 시원했다. 옆에 있는 냇가로 가서 손을 담가보니 손을 통해서 느껴지는 물도 시원했다.
“혹시 그 풀뿌리가 독초인가?”
다시 내공을 돌려보았지만, 몸에 이상을 느낄 수는 없었다. 다만 아까와 다른 것은 내공에 짙은 열기가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제기랄. 양기가 많아서 내공은 높아지지 않는 듯하다는 말도 들었는데, 양기가 더 심해지다니. X됐다.”
무혼은 옷을 벗고 냇가로 가서 몸을 담그고 열기가 식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겉만 시원해지고 몸속은 화염의 소용돌이에 잠겨서 불타는 듯했다.
점점 무혼의 정신이 혼미해지자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젠장, 이대로라면 먼저 익사하겠다. 나가자. 나가서 아버지한테…….’
무공의 고수인 아버지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 그는 뭍으로 올라와 옷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러나 옷까지 가지도 못하고 밀려오는 열기에 쓰러져 뒹굴기 시작했다.
“혈령마경을… 으으윽-.”
끊어지려고 하는 의식의 한줄기를 붙잡으며 결가부좌를 취했다. 호법을 서주는 사람이 없어서 위험하긴 했지만 무혼의 머릿속에서는 이 열기를 제어하지 못하면 오늘이 자신의 제삿날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구결을… 구결을 외우고 운기를 해야 해.”
하지만 온몸을 휘감는 열기 속에서 무혼은 자꾸만 의식이 흐려지고 구결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까아아아악!
모두 잠든 깊은 밤, 공주의 비명에 시녀들은 불을 들고 방으로 달려와 확인을 하니 아이네스 공주가 온몸에 땀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시녀들이 만져본 공주의 몸에서 엄청난 열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하께 알려라!”
아이네스 공주의 시녀장인 앨리는 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 말을 듣자 시녀를 따라 들어온 경비병들은 각각 라에뮤 3세의 침실과 3명의 어르신의 침소로 달려갔다.
그러는 동안 아이네스 공주가 사는 9별궁의 동관은 불이 환하게 밝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