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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5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5화

005 무림의 남자와 판타지의 여자(3)

 

 

 

 

 

“오호호호~ 이 숨쉬기는 하면 할수록 정말 신기하구나!”

 

해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 새벽에 자신의 방 창가에 앉아서 웃고 있는 여인은 아이네스 공주였다. 며칠에 한 번씩 서로의 삶을 엿보며 지내기를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들은 아직도 서로가 서로의 생활을 엿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지만, 생활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험한 말소리와 삭막한 분위기에 익숙하던 무혼은 아이네스의 눈과 귀를 통해 화려하며 예의바른 궁중의 생활에 자신의 언행이 순화되어 갔고, 아이네스 공주는 무혼의 눈을 통해 말과 행동이 거칠어졌다. 물론 아이네스가 아무리 거칠어진다고 해도 공주로서의 품행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웠고 무혼 역시 마교의 분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네스 공주는 무혼이 가끔 행하는 운기조식에 관심이 생겼다. 내력이라는 아직 이해하기 힘든 내적인 힘을 가다듬는 그의 모습이 몹시도 신기해 보여 자신도 운기조식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운기를 하는 방법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무혼을 통해 혈도에 대한 이해를 가진 공주는 처음에는 혈령마경의 구결대로 운기조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극양역혈마공인 혈령마경의 운기를 시작하자 밀려오는 열기에 놀란 공주는 눈을 돌려 극한역혈마공인 냉혈공에 관심을 가졌다. 무혼이 가끔 반복해서 외우고는 사용하지 않는 냉혈공을 운기 하는 동안 아이네스의 마음속은 차분해져 갔고 빙계 마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심장을 맴돌고 있는 마나의 고리에 냉혈공의 차가운 기운이 합해지고 있었다.

 

마법에 특별난 재능을 보이지 못하던 공주가 마법 실력이 급속히 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자신의 마법 실력에 냉혈공의 도움이 크다는 것을 깨달은 공주는 그 이후로 운기를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

 

생각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가끔 무혼의 몸을 휘감는 연붉은색의 사이한 기운이 자신의 주위에도 가끔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공주는 곧 그 해결책을 찾아냈다. 미라크네 왕국을 지켜주는 스노샤니의 신전에서 경배를 하는 동안 사이한 기운의 느낌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네스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왕궁 내의 신전을 다녔다. 그러자 다른 왕족이나 귀족과는 다르게 성실한 그녀의 모습은 많은 신관들의 감탄을 불러왔다.

 

13세 때 시작한 운기는 20번째의 생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는 동안 그녀의 마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고, 이제 공주는 자신의 배 아래에 황토인들이 기라고 부르는 어떠한 기운도 감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비록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고, 그녀를 감싼 역혈마공의 사이한 기운이 빛의 신 스노샤니의 축복 속에 정화되어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울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오늘도 새벽부터 시작한 운기조식을 마친 아이네스는 창을 열고 하늘을 보았다. 오늘의 야외파티를 위해 하늘이 배려한 듯 화창한 날씨였다. 비록 대륙은 전쟁 중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전쟁을 사람들은 점점 먼 나라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었고 대륙의 사람들은 전쟁 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다.

 

 

 

 

 

점심을 먹은 아이네스는 앨리를 불렀다.

 

“공주마마, 야외파티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사옵니다.”

 

“하지만 앨리, 나는 먼저 가서 장소를 둘러보고 싶어.”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가시면 불편하실 것이옵니다.”

 

“난 아직 사람들이 손대지 않은 모습을 보고 싶은 거야.”

 

공주의 얼굴을 보던 앨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인가부터 공주는 고집을 피우면 꺾을 줄을 모른다.

 

“알겠사옵니다. 즉시 준비를 하겠사옵니다.”

 

“고마워, 앨리.”

 

아이네스 공주의 고집으로 20여 명의 기사들이 호위로 모였고 5명의 시녀들이 공주와 같이 가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 다시 한번 점검을 하는데 한 상급기사가 다가왔다.

 

“공주님의 외출을 보고받은 적이 없사옵니다. 무슨 일이옵니까?”

 

돌아보니 투박하고 검게 탄 얼굴을 가진 기사인 그는 아이네스가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황급히 한쪽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소관은 9별궁 경비대 3조 조장 폴레노이옵니다. 지금 9별궁을 책임지고 있사옵니다.”

 

“폴레노 경, 우리는 전하의 명령으로 공주님의 외출을 호위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여기 명령서가 있습니다.”

 

다시 일어선 폴레노는 명령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공주는 가까이 다가와 살짝 웃으며 말을 건넸다.

 

“저의 안전을 위한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려요.”

 

그 모습을 본 폴레노는 다시 힘차게 한쪽 무릎을 굽혔을 때, 그의 무릎과 땅이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다들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이상해졌고, 공주도 부채를 펴서 얼굴을 살짝 가리며 뒤돌아 마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공주가 탄 마차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폴레노는 투구를 벗으며 작은 한숨과 함께 불만 어린 목소리를 냈다.

 

“후- 왜 하필이면 내 근무가 시작되는데 나가시는 거지?”

 

그는 땅을 몇 번 차더니 투구를 다시 쓰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며 중얼거렸다.

 

“근무시간이 따분하겠군…….”

 

 

 

 

 

왕궁에서 약간 희미하게 보이는 볼리에노 산은 온천이 있는 지열과 만년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으로 많은 종류의 꽃들이 혼재해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오늘의 야외파티 장소로 내정된 곳에 도착한 공주는 마차에서 내려 앨리와 시녀들을 거느리고서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잔디와 꽃들 사이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곳이로군.’

 

그녀의 속에서 무혼이 중얼거렸다. 많은 시간 동안 색목인들의 세상을 엿보았지만,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자신과 보고 듣는 것을 공유하는 이 여자만 해도 이상한 말을 하면서 손짓을 하면, 얼음의 공과 얼음의 화살이 날아간다. 그리고 긴 망토를 덮어쓴 다른 사람들은 빛을 날리기도 하고 아주 작은 유령을 불러내어 다루기도 한다. 유령도 불의 유령, 물의 유령, 바람의 유령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 모양이었다. 무혼은 잠에서 깨어난 후 몇 번이나 그들을 따라 요상한 주술을 시도했지만 성공한 적은 없었다.

 

 

 

 

 

꽃이 가득한 풀밭을 거닐던 공주는 앞쪽에 사람이 있는 것이 보였다. 전신에 흑색을 두르고 있는 그 사람에게서 좋지 못한 느낌을 오자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누구냐!”

 

의심스러운 자가 나타나자 호위대장이 달려오며 공주의 앞을 막아섰다.

 

“쯧쯧, 누군지 밝힐 것 같으면 이렇게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렸겠나? 크크크.”

 

“아아, 자넨 너무 친절하게 대답하는 것 같아.”

 

“그러게. 그냥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가자고.”

 

그 사내가 서 있는 나무 뒤에서 두 사람이 나오면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주위 여러 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나타나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호위기사들도 원형을 이루며 주위를 경계했다.

 

나무에 모여 있는 세 명의 검은 습격자는 서로를 보더니, 공주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며 검을 뽑았다.

 

“검기!”

 

그들의 검에서 일어나는 기운을 본 호위대장은 악을 쓰듯이 소리를 치며 자신의 검에도 검기를 일으켰다.

 

챙, 챙.

 

호위대장에게 덤벼든 것은 두 명이었고 다른 한 명은 호위대장을 지나치며 아이네스를 향해서 달려왔다. 그의 검이 불그스레한 기운을 내며 아이네스를 향해 날아오자, 아이네스의 뒤에 있던 앨리가 소리치며 공주를 밀었다.

 

“안 돼-.”

 

그 순간 피가 흩날리며 앨리는 땅을 뒹굴었고 그녀의 가녀린 몸을 감싼 드레스에 붉은 피가 피어나는 꽃들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애, 앨리…….”

 

아이네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앨리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성전(聖殿)에 필요한 것은 네년의 심장뿐. 도망 못 가도록 다리 하나 자를 생각이었는데.”

 

습격자는 음산한 목소리로 말하며 아이네스를 향해서 한 걸음 다가오자 호위기사가 그를 향해 돌진했다.

 

호위기사들은 주위를 둘러싼 습격자들과 대치를 이루고 있었지만 조금 전의 충돌에서 알 수 있듯이 습격자들의 전력이 더 강했다.

 

무엇보다 검기를 발출하는 소드익스퍼트가 호위기사 중에서는 호위대장뿐인데 비해 저들은 3명이나 있었다.

 

아이네스는 떨리는 손으로 앨리를 만지고자 했으나 처음 보는 피에 젖은 사람의 모습에 몸이 굳어져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크악!”

 

촤아아악.

 

하늘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져 아이네스의 팔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얼굴에 물방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눈동자를 돌려서 보니 자신을 위해서 돌진한 호위기사의 팔이었다. 얼굴에 떨어진 물방울은 그 팔에서 뿌려진 피였다.

 

‘무서워…….’

 

아이네스는 정신을 잃고 싶었다. 그러나 멍해지고 있을 뿐 정신은 그대로 깨어 있었다.

 

 

 

 

 

무혼은 아이네스의 눈을 통해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이대로 그녀가 죽는다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공주가 죽게 된다면,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 습격자가 그녀의 다리를 노렸을 때 자신의 다리도 같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왔었던 것이다.

 

‘안 돼.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수는 없어. 난 정파 놈들에게서 혈채(血債)를 받아내 공야세가를 다시 세우기 전에는 결코 죽을 수 없어!’

 

그러나 그들은 공주를 잡아가서 제물로 바치려고 한다는 것은 이미 들었지만 무혼의 눈으로 봐도 이대로라면 습격자들을 막을 가능성이 없었다.

 

‘제길. 이런 XX 같은 경우가!’

 

호위기사의 잘려진 팔에는 검이 쥐어져 있었다. 롱소드라고 불리는 저 검을 들고 싸울 수만 있다면, 저들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복수를 위해 처절한 훈련을 받고 있는 마교의 전사에게 저들은 약한 실력의 소유자일 뿐이었다.

 

‘내가 이 몸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무혼은 강하게 염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흑의를 입은 소드익스퍼트가 공주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안 돼-!’

 

그 순간 습격자의 손을 피해 무혼의 의지대로 공주의 몸이 움직였다.

 

공주를 놓친 습격자는 이채롭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단순히 옆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노련한 검사처럼 공주는 자신의 손을 쳐내며 교묘하게 몸을 빼낸 것이다.

 

다음 순간 습격자는 놀라움에 눈을 치켜떴다. 능숙한 발놀림으로 롱소드를 차올린 공주가 오른손으로 잡고서 사이한 분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크흑, 이 여자 얼음을 펑펑 날린다 했더니 몸속의 내공이 극한지기였나?’

 

무혼은 아이네스 공주의 내력을 이용해서 혈랑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리오네트(줄로 조종하는 인형)를 움직이는 느낌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공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쨌든 해볼 수밖에. 하하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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