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200화 (완결)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200화 (완결)
#200화(완결)
이튿날…….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야심한 새벽 나는 홀로 광양산을 찾았다.
“…….”
교주와 내가 싸운 격전지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어있었다.
그야말로 가루가 되어 버린 기암괴석…… 산사태라도 난 듯 움푹 패버린 대지…… 이제는 흔적만 남아있는 우거진 목림…….
그리고 교주의 넋까지.
“……꿈을 이뤘구나.”
나는 오랜 시간 복수를 꿈꿨다.
비록 보잘것없는 사냥꾼의 몸에 빙의되었지만…….
언젠가는 마도사천왕을 패 죽이고, 교주의 모가지를 따는 날을 꿈꾸고 상상했다.
그리고 오늘날…… 나는 숙원을 이루었다.
“음…….”
그나저나…….
막상 교주를 꺾고 천하제일인이 되니…….
“별거 없군.”
진짜…… 별거 없는 느낌이다.
“이제 뭐 하지?”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오합지졸이던 소천문도 자리를 잡았고…….
무림의 인물들은 날 아예 장삼봉이나 달마쯤으로 여기며 칭송하더란 말씀.
게다가 돈도 많이 벌었고, 교주도 죽였으니, 나는 인생의 모든 숙제를 다 해결한 셈이었다.
“후…….”
그렇게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들 때.
어느새 붉은 여명이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광명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내 인생을 그렸다.
“그래……. 결심이 섰으면 그대로 하자.”
이제…….
진정 내가 원하던 삶을 살아볼까?
* * *
며칠 후-.
열흘 가까이 계속되던 연회가 끝나고 금일 모든 손님이 돌아갔다.
그간 남궁 맹주는 수뇌부와 협의를 거쳐 내게 맹주직을 이양하려 했는데, 나는 대번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게다가 하루는 내로라하는 거상(巨商)들이 찾아와 내게 눈도장을 찍고 대뜸 소천문을 후원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
평소의 나 같으면 눈알이 돌았겠지만, 왠지 그것도 부담돼서 정중히 사양해버렸다.
한 마디로 나는 며칠간 굴러들어온 복을 죄다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형님……. 다른 건 몰라도 맹주 제안은 받지 그러셨어요? 얼마나 좋아요? 마교도 30년간 봉문할 테고, 이제 강호는 태평성대일 텐데. 말인즉슨 지금부터의 맹주직은 완전 개꿀이란 소립니다!”
그런 내 결정에 의문을 느낀 연우가 이해되지 않는단 표정으로 말했다.
이윽고 동동이 형제도 덧붙였다.
“난 맹주 자리 걷어찬 것보다, 후원 안 받은 게 이해가 안 되네요. 형님.”
“대원 상단은 석가장보다 돈이 많은 천하제일의 거부인데. 그들의 제안을 마다하다니…….”
“큰형님은 그게 문젭니다. 순…… 싸움만 잘하지 가끔 보면 맹탕이라니까?”
순간…….
나는 모처럼 번개 같은 속도로 녀석들의 정수리에 당랑 꿀밤을 사정없이 쥐어박았다.
쾅 쾅 쾅 쾅-!
“아!”
“악!”
“으 으익!”
“아아악! 형님! 왜 때립니까?!”
그 모습에 동벽 선생과 백산이가 폭소를 터뜨렸다.
“이 머저리 같은 새끼들아. 내가 무림맹주를 왜 해? 이제야 천마 모가지 따고 여유를 찾았는데. 아무리 강호에 태평성대가 찾아와도 맹주는 맹주다. 난 그런 복잡한 거 질색이야. 그리고 세상에 공짜가 있냐? 대원 상단이든 어디든…… 장사꾼들 돈 받으면 받은 만큼 토해내는 게 인지상정이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제 나도 부잔데. 왜 후원을 받아?”
내 말에 동생들은 시무룩해졌고, 동벽 선생은 허허롭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열었는데…….
“하하! 그건 소윤 애비 말이 맞다. 무림맹주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아마 소윤 애비가 맹주를 하면…… 맨날 폭력 사건에 휘말려 얼마 안 가 탄핵 상소가 빗발칠 것이다.”
어째 은근슬쩍 먹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금세 동생들도 날 놀려대기 시작했고.
“하하하! 확실히 그렇겠습니다. 어르신.”
“생각해보니 형님이 맹주인 건…… 말이 안 되겠네요. 흐흐.”
“말 안 들으면 부하들 대가리를 깰 사람인지라…….”
“끔찍하긴 합니다. 하하하!”
이 새끼들…….
역시 인간이 안 될 놈들이라니까?
하나 나는 녀석들의 놀림을 기꺼이 감수해줬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러고 싶었다.
“제군들, 너희한테 할 말이 있다. 뭐 별거 아니지만 놀라지 말고 듣도록.”
나는 연우 동동이 형제 백산이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조만간 소천문을 떠난다. 동행하는 사람은 소윤이와 동벽 어르신. 우리는 종남산에 있는 어르신의 산장으로 가서 살 거다.”
그러자 녀석들의 눈알이 휘둥그레졌다.
“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형님.”
“아니…… 갑자기요?”
“소천아…… 너 혹시 미쳤냐?”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하나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그렇게 놀랄 거 없다. 뭐…… 갑자기 미쳤다거나 심경에 큰 변화가 생겨서 떠나는 건 아니니까. 다만 예전부터 어르신은 소윤이를 의원으로 키우고 싶어 했고, 나도 생각해보니 소윤이가 무림인으로 성장하는 것보다 의원 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나도 적막한 곳에서 조용히 내 무공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
내 말에 일동이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형님! 그거야 형님 생각이고. 소윤이는요? 소윤이는 리원이도 있고……. 예린이나 글 선생이랑도 정이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면 좋아하겠어요? 요즘 애들은 그런 거 싫어합니다. 형님!”
일동이 말에 일리가 있었다.
하나 이미 그 점에 대해 모든 방비를 마친 터라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어르신 산장도 허물고서 새로 지을 거고, 주변에 별채도 만들어서 예린이나 글 선생도 데리고 살 거다. 물론 일꾼도 고용하고, 소윤이도 한 달에 서너 번씩 리원이며 너희 소천문에 올 거라 문제없어. 단지 소윤이가 의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을 뿐이야.”
내 말에 동동이 형제가 동시에 소리쳤다.
“나도 데리고 가십쇼.”
“저도요!”
“형님! 우리는 어차피 형님만 믿고 이 바닥 들어왔다고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죠!”
하나 나는 고갤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것들아. 이제야 소천문이 자리를 잡고 섬서의 강자로 부흥 중인데, 니들까지 따라가면 소천문은 누가 지켜? 문도들은 누가 보살피고? 아서라……. 생이별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종남산에 놀러 와. 까짓거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로 거처만 옮기는 건데, 뭘 그리 호들갑을 떠냐?”
내 말에 동동이 형제는 풀 죽은 기색으로 입을 다물었다.
나는 녀석들의 어깨를 찬찬히 다독이며 다시 말했다.
“괜히 우울한 분위기 잡지 마라. 너희는 문파를 잘 건사하고, 나는 내 할 일을 하는 것뿐이야.”
그러자 이번에는 연우와 백산이가 성화를 냈다.
“형님! 저는요? 저는 가면 안 될까요? 전 어차피 소천문 문도도 아니잖아요.”
“소천아. 나도 가야겠다. 너 없으면 심심하다고.”
나는 두 사람에게도 담담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연우야. 너는 이제 석가장으로 돌아가. 이미 네 부친과도 이야기했다. 명색이 대공자란 놈이 언제까지 남의 집 객식구로 있을래? 그리고 백산이 넌 섬서에 문파를 만들어라. 너 본래 철각문 문주잖아. 이젠 돈도 있고, 이름도 있고, 실력도 예전과 비할 바 아니고…… 네가 문파를 만들면 인재들이 수없이 몰려들 거다. 누군가는 네놈의 철권을 이어받아야 할 거 아니냐. 철권은 사장되기엔 아까운 무공이야.”
그제야 녀석들은 내가 괜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님을, 오랜 시간 숙고한 결정임을 깨달았는지 낯빛이 무거워졌다.
하나 내 말은 지극히 당연한 소리였기에 그들은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섭섭하게 생각할 거 없다. 우리 인연은 계속 이어질 테니까. 그저 이제 각자의 삶에 충실해지자는 거다.”
“형님!”
“소천 형님!”
“큰형님!”
“형님!”
“소천아…….”
그간 나와 생사고락을 함께 한 녀석들과의 작별.
솔직히 목이 메거나 좀 슬플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 개뿔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니들…… 이제 장가 좀 가라. 그러다가 총각 귀신으로 뒤지겠다, 이것들아.”
그렇게 말하며 나는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가 없었던 모양인지 녀석들도 피식거리긴 마찬가지였다.
“형님. 하면 한 달에 몇 번씩 놀러 가겠습니다.”
“후! 소윤이 잘 챙겨주세요. 소천문은 우리한테 맡기고.”
“가끔 문도들 보러 놀러 오십쇼. 가끔은 문도들이 형님을 그리워할지 모르니까?”
동동이 형제와,
“형님. 생각이 그러시다면…… 저도 석가장으로 돌아갈게요. 그간 많이 배웠습니다. 석가장의 대공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내 동생, 연우.
“소천아. 하면 네 말대로 나도 섬서에 문파를 만들마. 언젠간 철각문이 소천문을 능가할지 모르니까 각오해라.”
내 친구, 백산이까지.
“다들 그동안 고생 많았다. 하나 내가 없어도 부디 명심해. 수련은 결코 않아야 한다. 특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체력단련은 반드시 해라. 무림인은 체력이 생명이고……”
나는 놈들에게 마지막 잔소리 신공을 시전하려 했다.
했으나…….
“에이 진짜!”
“가는 마당에 끝까지 잔소리?”
“그만 좀 합시다. 네?”
“어휴, 귀 아파.”
“진짜 저 주둥아리에 확- 한 방만 갈겨주고 싶네.”
녀석들은 내 말허리를 자르며 핀잔을 털었다.
나는 그런 놈들에게 피식 웃으며 불쑥 손을 내밀었다.
“강백산, 강일동, 강이동, 강삼동, 석연우. 누가 괴롭히면 종남산으로 찾아와. 내가 아주 피똥을 싸게 해줄 테니까. 니들 옆에 천하제일 대장님이 있다는 걸 잊지 않도록.”
징그럽지만…….
나는 처음으로 놈들과 진하게 악수를 나누었다.
* * *
10년 후-.
섬서에 신의(神醫)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화타와 편작을 넘어섰다고 알려진 신의는 고작 16세 소녀였는데, 천지사방에서 병자들이 몰려드는 터에 치료를 받으려면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진맥을 받아볼 수 있을 정도.
‘드디어……!!!’
사내는 긴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신의소녀’를 만날 수 있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소녀의 물음에 사내가 실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의원님……. 다름이 아니라 제가 요즘 우울감이 심해져 찾아왔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간 워낙 공사다망한지라 통 못 보고 살았거든요. 그 때문인지 요즘은 잘 때도 그 사람 얼굴이 아른거립니다.”
생뚱맞은 사내의 말에 신의소녀는 고갤 갸우뚱거렸다.
“대협. 그건 제 소관이 아닌데요?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보러 가면 그만 아닐까요? 침술이나 약으로 치료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우울감을 극복하셔야…….”
“아! 그래서 지금 막 완치가 된 거 같습니다. 의원님.”
“네?”
“지금……. 그리도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있거든요.”
“그게 무슨…….”
“십수 년 된 일인데……. 저는 장안 저잣거리에서 좌판을 깔고 영약을 파는 젊은 사내와 세 살배기 꼬마를 봤습니다. 두 사람의 모습이 어찌나 재밌던지, 당시 큰돈을 주고 영약을 구매했죠. 저는 10년간 그 두 사람을 무척 그리워했습니다.”
“대……협?”
“진작 보러 왔어야 했거늘…… 정신없이 살았고, 그간 혼인하여 딸내미도 생긴 터라 이제야 두 사람을 찾게 됐군요.”
사내의 말에 신의 소녀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설마…… 연우 삼촌?!”
“잘 자라주었구나! 소윤아.”
어느덧 멋들어진 수염이 하관을 덮은 석연우의 모습을 보며…….
소윤이는 반색하며 외쳤다.
“연우 삼초오오오온!!!”
그때,
“뭐야? 어디? 어디에?”
온몸에 약재 부스러기를 묻힌 사내가 소윤이의 외침을 듣고 황급히 달려왔다.
“형님!”
물론 사내는 진소천이었고, 그를 본 석연우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연우야!”
“형님!”
“잘 있었냐?”
“네 형님. 그간 장가도 들고, 저도 딸내미가 생겼습니다.”
“하하! 이거 많이 컸네? 한데 식구들은? 같이 데려오지 그랬냐?”
“그러잖아도 근처 객잔을 통째로 빌려 거기서 묵고 있어요. 소윤이 놀라게 해주려고 한 달을 대기했죠.”
“그래?”
“네!”
“가자.”
“네?”
“내 동생 딸내미…… 아니, 우리 조카 보러!”
그렇게 10년 만에 만난 두 아빠는…….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낄낄거렸다.
<완결 후기>
존경하고 사랑하는 독자님들.
200화를 끝으로 <아빠는 마교대장>이 완결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간 작품을 연재하며 힘들 때도 많았지만 항상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무사히 완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언제나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또한 <아빠는 마교대장>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스토리위즈 관계자분들과 플래폼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리며, 특히 작품을 담당하여 집필에 도움 주신 박 PD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2022년의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저는 다른 작품으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아빠는 마교대장>을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구땡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