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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30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30화

030 오기조원(五氣朝元)(3)

 

 

 

 

 

왕궁에서와 비슷한 상황에 무혼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속으로 미안해했다. 무혼이 공격하기 가장 힘든 상대가 자신에게 살기를 품지 않는 자들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공주의 몸에 절대 검을 겨누지 않는 노먼을 보니 미안한 감정이 앞섰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야.’

 

무혼이 주위를 보니 방패를 든 기사들이 앞에서 무혼을 노리고 있었고 뒤에는 엘프들이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치잇, 어느새 마법사들과 사제들이 이렇게 몰려든 것이지?’

 

자신의 한쪽에 모인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과 사제들을 보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무혼의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망할, 저 늙은이까지 오다니.’

 

무혼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대신관 라이노혼이었다. 오늘 길보다 흉이 많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내력을 끌어올려 다시 한번 도약을 했다.

 

‘추적대는 신경을 일단 끄자. 엘프들만 뚫고 이 숲을 나가면 된다. 엘라드의 말에 의하면 엘프들이 빠른 것은 숲뿐이라고 했으니 그쪽이 성공할 가능성이 커.’

 

무혼은 우산을 휘두르며 엘프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일부 엘프들은 시위를 놓으며 몸을 피했고 레어피어를 차고 있는 엘프들은 무혼의 우산을 막고자 하였으나 막지 못하고 멀리 밀려났다.

 

무혼이 그렇게 자신을 둘러싼 자들을 뿌리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아이네스는 부자연스러운 걸음을 옮기며 어두운 동굴의 넓은 곳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흐흐흐, 오랜만에 오는구나. 최근에 아무도 오지 않아 걱정을 했더니 생각보다 싱싱한 놈이 와서 정말 다행이야.”

 

아이네스를 보고 살가죽만 남은 해골이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이를 부딪치며 웃고 있다.

 

탈혼독의(奪魂毒醫) 원사소는 탈혼흑림에서 깨달음을 얻어 천하제일인이 되기 위한 수련을 하였다. 앞으로 그가 열세 명의 진기와 합하게 되면 그 누구도 그를 해하지 못한다.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한 수련을 떠올리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던 원사소는 몽유향에 이끌려온 젊은 사내를 살펴보았다. 그가 뼈만 남은 몸을 버리고 무혼의 몸으로 전이한다면 나머지 12인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어엇? 이게 무슨?’

 

아이네스가 주위를 보니 밝지는 않지만, 사물이 분간이 갔고 눈앞에서 웃고 있는 검은 해골을 보고 있으니 공포심이 밀려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몸이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계속 해골에게 다가가자 아이네스는 몸부림을 쳤다.

 

‘아아아, 싫어. 싫어.’

 

하지만 결국 해골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니 해골은 천천히 두 손을 들어 아이네스의 얼굴을 잡고 자신의 이마를 아이네스의 이마에 대었다.

 

그리고 해골의 온몸을 감싸던 검은 기운이 아이네스의 머리까지 감싸자 아이네스는 머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까아아아아악!’

 

 

 

 

 

엘프들을 뿌리치고자 노력하던 무혼의 머리에 검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고 무혼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아악!”

 

그리고 땅으로 추락하자 그것을 본 베레스카는 실프를 불렀다.

 

“저 사람의 몸을 안전하게 받아주렴.”

 

무혼은 고통 속에서 곧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았다. 엘프들이 갑작스러운 일에 눈을 가늘게 뜨며 보고 있을 때 대신관과 사제들이 나타나서 무혼의 주위를 둘러싸고 의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세계의 순결한 눈을 지배하시는 스노샤니의 이름으로!”

 

그러자 무혼은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주위에 빛의 장막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자신의 몸이 살짝 떠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기사들과 검을 나누고 있는 엘라드가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무혼과는 달리 엘라드에게는 기사들의 검이 사정없이 목숨을 위협하여 들어오자 엘라드는 점점 밀리고 있는 듯했다.

 

‘이러다가 영혼이 소멸되는 것일까?’

 

무혼은 자신의 몸으로 영혼이 돌아갈 수 있다면 진작 말을 해서 해결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신이 없어서 중원으로 돌아가 자신의 몸을 구하고 한기제에게 해결할 방법을 물어보고자 했던 것이다.

 

은은한 빛이 무혼을 둘러싸며 움직이지 못하도록 옭매고 있었다. 그리고 사제들은 경전을 외우며 팔을 넓게 벌렸다.

 

무혼을 중심으로 빛의 원이 생겼고 그 안에 스노샤니를 뜻하는 신의 문자가 떠올라 빛을 발휘한다. 무혼은 빛의 문자가 자신을 감싸자 기이한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무혼이 알고 있던 모든 기억들이 무혼의 머리를 헤매고 다녔고 그 기억들이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자 새로운 기억들이 떠오르고 있다.

 

아이네스가 배웠던 가이오스트 대륙의 수많은 지식들이 무혼의 머릿속을 지나가고 그것이 무혼이 배웠던 많은 것과 섞이면서 무혼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길이 떠오른다.

 

극심한 두통이 머리를 자극하는 중에도 무혼은 그 길을 부여잡으면서 걷기 시작했다. 그 끝에는 눈앞이 환해지는 빛이 있었다.

 

 

 

 

 

“끄으으으으윽!”

 

무혼과 아이네스가 고통 속에서 절규를 하고 있을 때 해골인 원사소도 같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비명이라고 해도 음침하며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에 그다지 높은 소리는 아니었지만 괴로움에 지르는 소리인 것은 틀림없다.

 

원사소는 다시 손을 위로 올려 맞대어 있는 머리를 떨어뜨리고자 했지만 떨어지지가 않았고 몸의 검은 기류가 아이네스에게 모두 옮겨가자 그대로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지금 엄청나게 많은 기억 속에서 헤매고 있는 아이네스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금 그녀는 눈앞을 지나가는 자신과 무혼이 알고 있던 것들이 만들어내는 선명하게 떠오르는 길을 보고 있었다. 걸어가면 어쩐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길, 그 길의 끝에 있는 빛을 보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 무혼과 아이네스의 몸에서는 여러 가지 기류들이 그들에게서 맴돌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붉은 열기와 푸른색의 느낌이 나는 흰 냉기가 가득 차서 흐르고 있었고 서로를 휘감기 시작한 이 기운들은 다시 해골의 검은 기운과 스노샤니의 흰빛이 어우러지며 둘의 몸을 공중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공주님의 몸이 떠오른다!”

 

한 기사의 말처럼 신의 글자 속에 담겨 있던 아이네스의 몸이 신성 결계를 무시한 채 붉은 빛과 푸른 빛, 검은빛과 흰빛에 감싸여 1미터 정도 떠오르고 있었다.

 

“신의 결계에 저런 모습은 처음 봅니다, 대신관님?”

 

“흐음.”

 

한 고위 사제의 말에도 라이노혼은 앞을 보며 침음성만 내고 있었다.

 

 

 

 

 

쏴아아아.

 

갑자기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며 엘프의 숲이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만년목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머레이 장로가 은은한 황금빛으로 물든 엘프의 숲을 보며 중얼거릴 때 그 빛의 일부가 솟아오르더니 아이네스를 감싸고 있는 빛 사이로 함께 휘감겨갔다.

 

5가지 빛의 기류는 한동안 둘의 몸을 맴돌다 몸속으로 스며들어 둘의 몸을 휘젓고 다녔고 한동안 둘의 몸을 무아지경으로 헤매고 다니던 기류들은 두 사람이 운기를 통해 모은 기운도 모두 휩쓸었다. 잠시 후 기류들은 검고 붉은 기운과 푸르고 흰 기운으로 분리가 되었고 두 기운을 은은한 황금색이 감싸고 있다.

 

어두운 기운은 무혼의 몸을 휩쓸며 온몸에 퍼지고, 밝은 기운은 아이네스의 몸에 스며드는 순간 두 사람의 의식은 길의 끝에 있는 빛에 도착했다. 그리고 둘은 머릿속에 텅 비는 느낌을 받았다.

 

 

 

 

 

공주가 보이는 신비한 분위기에 모두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대신관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제노드가 고개를 돌려 라이노혼 대신관에게 물어보았지만 대신관도 그냥 멍하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설화다!”

 

한 기사의 외침처럼 그녀의 머리 위에서 설화의 꽃잎처럼 보이는 다섯 색의 원들이 떠올라 머물다 꽃잎들은 잠시 후 공주의 코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다시 내려와 바닥에 편안하게 누웠다.

 

그와 동시에 그녀를 감싸던 기류들은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갈우드 단장님?”

 

평복을 입고 있는 기사 중 한 명이 부르자 갈우드는 그제야 깨어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렇게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 제노드가 공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공주의 주위에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그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하시오.”

 

제노드는 공주를 손대면 안 될 듯한 느낌이 들자 가까이 다가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야기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공주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아이네스는 몸을 살짝 움직이고서는 잠시 후 눈을 떴다.

 

그녀는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보다 눈에 이채를 발하며 기쁜 듯이 말했다.

 

“제노드 오라버니!”

 

그 말을 듣자 제노드는 얼굴에 한껏 웃음을 담으며 대답한다.

 

“나를 알아볼 수 있겠니?”

 

“물론이에요! 그런데… 여기는 어디인가요?”

 

“엘프의 숲이란다.”

 

“엘프의 숲? 이곳에는 왜 온 거죠?”

 

“그러니까…….”

 

제노드는 대답하기가 곤란해졌다. 그녀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다른 영혼이 들어와서 이곳으로 왔다는 말을 하기에도 아는 것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일단 왕궁으로 돌아가자.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 너를 걱정하며 기다리신다.”

 

아이네스는 그제야 자신을 보았다. 때에 절은 승마복에 며칠을 씻지 않았는지 모를 몸의 냄새까지…….

 

‘꼭 그 남자 몸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같잖아?’

 

아이네스가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무혼도 자신의 몸을 보면서 황당해하고 있었다.

 

 

 

 

 

“누가 피부를 벗기려고 했나? 왜 이렇게 온몸이 따갑지?”

 

자신의 몸을 보니 얼마나 문질렀던지 여기저기 붉은 자국이 보였다.

 

“다행히 여기는 따갑지 않군. 그리고 여긴 또 어디야?”

 

주위를 둘러본 무혼은 속으로 생각을 했다.

 

‘그동안 꿈을 꾼 것이 아니라 현실이었던 것이 맞군.’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머니에서 화섭자를 꺼내어 불을 붙여 주위를 보니 동굴 속의 넓은 공동이었고 앞에는 해골 하나가 널브러져 있다.

 

“흐음. 개인 연무장인 듯한 구조인데, 그럼 문이…….”

 

주위를 둘러보니 문이 보였고 그 문의 뒤에는 통로가 하나 있었다. 그 통로를 따라 걸어가 작은 동굴을 통해 밖으로 나오니 탈혼흑림이 아래에 보이는 산의 중턱이다.

 

“그때 저쪽에서 날아가다가 떨어진 것 같은데. 참, 그러고 보니 감히 내 몸을 자르겠다고 했던 놈들이 있었지. 받은 것의 배는 돌려줘야겠지?”

 

무혼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화도환이 있는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무혼에게 주었었던 우산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엘라드는 나무 뒤에서 길을 떠나는 아이네스 공주의 일행을 보고 있었다. 엘프의 숲이 빛을 발하여 아이네스 공주를 보호한 것을 본 엘프들은 그녀에게 더 이상의 책임을 묻지 않았고 제노드가 추적대를 인솔하여 미라크네 왕국으로 출발했다.

 

엘라드는 엘프의 숲의 한쪽에 살짝 보이는 만년목으로 고개를 돌려 중얼거렸다.

 

“일단 네가 그녀를 해할 마음이 없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그렇다고 내가 조용히 지켜보리라는 생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언제라도 그녀의 생활에 뛰어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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