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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23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23화

023 도둑 길드와 탈혼흑림(4)

 

 

 

 

 

‘5클래스의 마나만 있더라도 인비지빌리티과 플라이를 동시에 시도해 보겠는데, 3클래스 유저 급의 마나로는 꿈도 꿀 수 없으니… 뭐. 5클래스 마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인비지빌리티와 플라이를 같이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

 

절규하는 무혼의 생각을 모른 채 잠시 고개를 흔든 아이네스는 걸음을 멈추었다. 산길이 끊겨 있었고 자신의 앞에는 낭떠러지가 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 팻말이 하나 있었지만, 중원의 글을 잘 모르는 아이네스는 잠시 바라보다가 그냥 지나친 것이 기억났다.

 

‘아까의 팻말이 낭떠러지 조심하라는 팻말이었나 보네?’

 

그 절벽의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보다 낮지만 반대편에도 절벽이 있는 것을 본 아이네스는 인비지빌리티를 캔슬했다. 그리고 다시 마나를 배열하면서 플라이 마법을 펼쳤다.

 

‘마나를 많이 사용하긴 했지만, 지금의 마나면 저곳까지는 갈 수 있을 듯한데.’

 

아이네스는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무혼을 찾고 있는 화도환은 숲의 반대편으로 빠져나와 산 위를 향해 걸으며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히 숲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어. 하지만 숲속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산 위로 올라간 게 틀림이 없어. 이 산의 뒤는 탈혼흑림. 네놈이 도망갈 곳은 없다.’

 

화도환은 빙그레 웃더니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한다.

 

“이봐 저거.”

 

소원산의 외침에 화도환은 앞을 보다 놀란 눈으로 변했다. 그가 알고 있는 경공 중에는 까마득한 절벽을 저렇게 넘어가는 경공은 존재하지 않았다.

 

“저런 경공도 있나?”

 

“저게 경공으로 보여?”

 

옆에 경공이라면 자신들 중에서 가장 빠른 소원산이 입을 열었다.

 

“저건 경공이 아니야. 그냥 나는 거라고.”

 

“놓치면 안 돼. 쫓아가자.”

 

“미쳤어? 저 아래는 탈혼흑림이야. 자네도 들어봤잖아. 나는 새도 떨어지는 곳이라고. 저기 들어갔다가 살아나온 자는 마교 역사상 아무도 없었어.”

 

화도환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직접 무혼의 사지를 꺾어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눈앞에서 무혼은 스스로 살아나올 수 없는 곳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저놈 정말 미친 것 아냐? 탈혼흑림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텐데?”

 

 

 

 

 

탈혼흑림.

 

이제까지 수백 명의 마교인들이 시도했지만 살아나오지 못한 죽음의 숲으로 알려져 있었다. 탈혼독의(奪魂毒醫) 원사소가 자신의 생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 가지 독을 이용해 정파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또한 독을 이용해 많은 마교인들의 목숨을 구한 독의 귀재였으며 독물을 이용한 진식의 대가이기도 했다.

 

그 탈혼흑림 위를 지나고 있는 아이네스는 자신의 마나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마나가 왜 이렇게 불안정한 거야? 몸에서 마나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어.’

 

마나가 빠져나가자 당황한 아이네스는 건너편 절벽을 포기하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마나가 빠르게 사라졌고 갑자기 낙하하기 시작한 아이네스는 놀라움에 눈을 뜨고 다가오는 땅을 보았다.

 

“까약-.”

 

하지만 바닥에 도착하자 몸이 자연스럽게 뒹굴었다.

 

“몸이 자동으로 반응을 한 건가? 어쨌든 다행이다. 덕분에 다치지 않았어. 휴…….”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니 신기한 모습들이 보였다.

 

“나무도 풀도 모두 검은색이야. 검은색의 숲? 이런 것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네?”

 

 

 

 

 

아이네스의 혼잣말을 들은 무혼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계속 가이오스트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진짜 몸이 바뀐 건가? 그럼 이 몸에 있는 마법을 사용하는 영혼은 누구 것이지?’

 

하지만 탈혼흑림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니 그 생각을 일단 접었다. 이곳은 모든 것이 검게 물들어 위험하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숲이었다.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한 아이네스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하늘이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흔들던 아이네스는 어느 정도 휴식을 마치자 약간의 마나를 끌어와 새로운 마법을 펼쳤다.

 

‘오늘의 마지막 마법이 되겠네. 이게 무슨 고생이래? 힘들어…….’

 

“디텍트 마나!”

 

그러자 주위의 모든 마나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고 아이네스는 당황했다.

 

“이게 뭐야? 모든 게 흑색의 마나들이라니?”

 

흑림의 모든 마나는 흑색의 빛을 띠고 있었다. 이상해서 둘러보았지만, 이 땅에서 검은색이 아닌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리고 몇몇 나무와 바위는 거대한 검은 기둥처럼 마나가 모여들고 있었고 그 주위에 여러 가지 흐름을 이루고 있다.

 

‘이게 뭐야?’

 

 

 

 

 

‘진법이다. 환영귀림진(幻影鬼林陣)인 듯한데.’

 

무혼은 중얼거렸다. 이제 그에게도 지금의 상황은 현실로 인식이 되고 있었다. 환영귀림진은 생문이 오직 하나이며 펼치기에 비교적 쉬운 진이기는 하지만 생문을 찾지 못한다면 숲에서 영원히 헤매게 된다는 주로 숲에서 펼쳐지는 진법이었다.

 

무혼은 빨리 진법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이네스의 마나디텍트 덕분에 진을 파악하기는 쉬웠다. 진식을 이루는 나무와 바위에 마나의 흐름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 배치라면 저 나무와 저 돌이 인시의 문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고. 가만… 지금이 몇 시이지? 현재의 시간에 맞추어 들어가야 하는데?’

 

생문이 하나인 이유는 바로 그 시간이 생문이 되는 진이기 때문이다. 무혼은 잠시 머리를 굴려보았다. 지금 점심때쯤 된 듯하니 오시일 가능성이 컸다.

 

‘조금 전에 해가 중천에 있었으니 오시의 문으로 나가야 할 듯한데.’

 

그런데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혼이 보니 엉뚱하게도 묘시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아니야. 그쪽으로 가면 안 돼.’

 

무혼은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자 애썼다.

 

 

 

 

 

기분 나쁜 검은 마나의 숲에서 빠져나가고자 아이네스는 무작정 앞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가 마음대로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이러네? 이 멍청아, 깨려면 좀 빨리 깨.’

 

그냥 마나가 모여들고 있는 곳을 피해서 빠져나갈까 하는데 몸이 말을 안 듣자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혹시 몸이 위험을 알아채고?’

 

그 생각을 한 아이네스는 몸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러자 몸은 방향을 바꿔서 걸어갔다. 점차 다가오는 두 마나의 기둥 사이는 다른 곳과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진식을 알지 못하는 아이네스는 몸을 믿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발을 들이자 아무런 방해가 없이 통과가 되었다.

 

‘이 길이 맞나 보네? 신기해라. 어떻게 알았을까?’

 

그러나 몇 걸음을 걷기도 전에 발밑이 꺼지면서 아이네스는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꺄아아아악!”

 

아이네스를 삼킨 땅은 다시 점점 흙이 모여들며 아이네스를 삼키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다행히도 그냥 미끄러졌을 뿐 안전하게 바닥에 도착한 아이네스는 주위를 보고자 했지만, 빛이 하나도 없는 깜깜한 굴속이었다.

 

‘던전?’

 

아이네스는 벽을 더듬으며 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러나 많은 갈림길 속에서 헤매고 있는 듯했다.

 

똑. 똑. 똑.

 

‘물방울 소리다. 그럼 나가는 곳이 있을 거야. 그런데 여기 공기는 따끔거리고 이상해. 몸도 따끔거리고 있고.’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는 아이네스는 걸어가는 동안에 메스꺼워지자 걸음을 빨리했다.

 

‘도착했다. 이 앞에 물이 고인 곳이 있나 본데. 응? 이건 뭐지?’

 

챙!

 

아이네스의 발에 걸리는 것이 있어 손을 내밀어 더듬어 보니 검이 있었다. 살짝 옆으로 치우고 다시 걸어가는데 또 발에 다른 것이 걸렸다.

 

‘무기들이 왜 이렇게 흩어져 있는 거야? 설마 해골들이 널려 있는 것은 아니겠지?’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웅덩이에 다가가니 작은 웅덩이일 뿐이었고 해골은 찾을 수 없었다.

 

얼굴을 식히기 위해 물웅덩이에 손을 넣었을 때, 자신의 손이 불에 덴 듯 화끈하게 느껴지자 황급히 손을 뺐다. 그리고 손에 살짝 혀를 댔다.

 

‘시큼한 맛, 약하긴 하지만 독인 것 같아. 그렇다면 큐어 마법진을… 그렇다면 빛이 필요한데.’

 

무리가 되었지만, 라이트 마법을 다시 펼친 아이네스는 빛을 공중에 띄우자 주위의 모습이 다 눈에 들어왔다.

 

옆에 있는 검을 잡고서 웅덩이를 중심으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고 몇 시간 만에 겨우 큐어의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그 가운데로 들어간 아이네스는 라이트를 캔슬하고 잠이 들었다.

 

“피곤해…….”

 

 

 

 

 

“안 돼-”

 

무혼은 아이네스가 땅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면서 잠이 깨었다.

 

‘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워.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무혼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너무 현실감이 있어. 하아. 정리를 해보자, 이곳의 언어로 말을 했어. 영혼이 바뀐 것인가? 그럼 거리에서 수도경비대와 싸울 때 마법을 사용한 영혼은 누구의 것이지? 그런 것을 생각하면 이 몸 안에 또 다른 영혼이… 가만, 나도 경공이 가능했었잖아. 그럼 그녀도 나와 같이 꿈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 언제부터? 옛날부터? 너무 비약적인 생각은 아닐까? 나만 꿈을 통해 보는 것도 드문 일이 분명할 텐데. 그녀도 나를 통해서 본다? 그럴듯하기도 하고 아닐 듯하기도 하고. 영혼이 바뀌었다면 대신관이라는 자를 만나봐야 하나? 아니야. 그러다 바뀐 것이 아니고 이 몸 안에 그녀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것을 그 노인이 찾아낸다면? 아… 복잡해.’

 

평생을 무공만을 익히고 공부했던 무혼으로서는 이런 생각의 정리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머리를 감싸고 생각하던 무혼은 결국 간단하게 결론을 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이 탈혼흑림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난 몸으로 돌아가도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몰라. 그래 중원으로 가자. 가서 내 몸을 찾으면 모든 것이 밝혀질 거야.’

 

 

 

 

 

덜컹!

 

문이 열리는 소리에 옆을 보니 엘라드가 놀란 모습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잠을 자다 자신의 고함 소리에 놀라 깬 듯했다.

 

“네스, 무슨 일입니까?”

 

“동쪽.”

 

“예?”

 

“동쪽으로.”

 

무혼의 모습을 쳐다보던 엘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길드 마스터에게 말해서 동쪽으로 여행을 갈 준비를 시키겠습니다. 우리가 간다고 하면 길드 마스터도 좋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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