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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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6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6화
Chapter 3 위드 카일러 준남작
네드벨 아카데미에서 공식적으로 받아들여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학생의 수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각각 500명씩 총원 2천 명에 이른다. 그리고 실질로도 네드벨 아카데미의 총원은 정확하게 오차 없이 2천 명이다.
하지만, 매년 입학은 정원인 500명을 가득 채우지 못한다. 아니, 경쟁률만 하더라도 검술학부의 경우 지금까지 338:1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고, 경쟁률이 가장 낮다는 마법학부 또한 242:1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네드벨 아카데미에서 입학 정원인 500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 만큼 유급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네드벨 아카데미의 1학년은 반드시 20세까지만이 다닐 수 있다. 즉, 20세에 어렵사리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을 하더라도 성적이 좋지 않아 2학년으로 진급을 하지 못하면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한, 20세 이하의 나이에 입학을 하더라도 성적이 되지 못해 2학년으로 진급을 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1학년으로 남아야만 한다.
그건 2학년, 3학년, 4학년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각각 24세, 26세, 30세까지만 학년에 머물 수 있으며, 머물더라도 매년 진급해서 올라오는 후배들로 인해서 정원이 500명을 넘어가면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험을 통해서 정원 내에 들지 못하면 곧바로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냉정하다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운영방침이 있기에 네드벨 아카데미가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명문으로 우뚝 설 수 있었고, 그 어떤 나라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를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대륙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해주는 인재!
그것이 네드벨 아카데미 졸업생만의 특권이다.
식당.
유일하게 모든 학년이 마주 모여 밥을 먹는 공간이다. 4학년은 4학년대로 새파란 신입생인 1학년들을 귀엽다는 듯 바라봤고, 3학년은 3학년대로 흥미로운 얼굴로 1학년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2학년.
이제 자신들에게도 후배가 생겼다는 기쁨. 더 이상 막내가 아니라는 해방감. 어딘가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앞세울 수 있다는 욕구로 인해서 1학년들에게 가장 귀찮은 존재는 당연히 2학년일 수밖에 없었다.
“아유! 귀여운 것들!”
“캬! 작년 생각난다!”
“큭큭! 작년에 선배들과 눈만 마주쳐도 잔뜩 겁먹어서 안절부절 못했던 기억?”
“이자식이!”
“큭큭!”
1학년들을 앞에 두고 말하는 2학년 선배들의 모습에 대부분의 1학년들은 혹시라도 뭔가 원치 않은 일이 생길까 싶어서 연신 눈동자를 굴렸고, 일부는 그저 안 들린다는 듯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눴으며, 몇몇 극소수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대놓고 2학년들을 바라봤다.
“어라? 저놈 봐라?”
키득거리며 웃던 2학년 선배 중의 한 명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인상까지 찌푸리는 1학년 남학생과 눈이 마주치자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야! 너 이리와 봐.”
한 2학년 선배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부르자 지적을 당한 1학년 남학생이 보란 듯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마치, 네가 뭔데 나보고 오라마라 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2학년 선배의 얼굴엔 더 이상 웃음기가 없었다.
“이리와!”
식당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에 밥을 먹던 학생들이나, 줄을 서서 밥을 기다리던 학생들이나, 이제 막 식당으로 들어선 학생들이나 모두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벌써 1학년 잡는 건가?”
“훗!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지!”
“어이!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마라!”
대부분의 4학년과 3학년 선배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지었다.
네드벨 아카데미에서는 신분 차별은 없었지만 선배와 후배간의 차별은 꽤나 심하기로 유명했다.
어찌 보면 신분의 차별이 없기에 더욱더 선후배간의 차별이 심할 수도 있었다. 더욱이 어렸을 적에 귀족들에게 나쁜 짓을 많이 당한 평민들의 경우에는 후배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귀족의 자식들을 제법 심하게 다루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였다.
2학년의 살벌한 모습에도 지적당한 1학년 남학생의 행동은 여전했다. 마지못해 움직인다는 듯 어슬렁거리며 움직이며 자신의 친구들에게 가벼운 웃음까지 흘렸다.
그런 모습을 언제까지 봐줄 만큼 2학년 선배인 에지란이 아니었다.
“건방진 새끼!”
퍼억!
“컥!”
에지란의 주먹이 1학년 남학생의 복부에 깊숙이 틀여 박혔다. 1학년과 2학년이 한 학년 차이라고는 하지만 소수의 학생들이 아니고서는 그 실력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에지란에게 걸린 1학년은 그 소수의 학생들 중 한 명이 아니었다.
복부에서 밀려드는 고통보다도, 많은 이들이 있는 곳에서 이런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1학년 남학생은 고개를 들며 외쳤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따위로…… 컥!”
쿠당탕탕!
에지란은 싸늘한 눈으로 1학년 남학생의 허벅지를 발로 걷어찼고, 그는 그대로 비명과 함께 꼴사납게 나동그라졌다.
에지란은 신음을 흘리는 1학년 남학생의 곁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네 아버지가 귀족이겠지. 그리고 넌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면 네 아버지로 인해서 작위와 영지를 물려받을 테고. 그런데 말이야…… 여긴 너희 나라도 아니고, 네 아버지의 영지도 아닐뿐더러, 널 위해 검을 뽑아 줄 호위기사도 없는 곳이야. 여긴! 네드벨 아카데미야! 귀족이니, 평민이니 하는 신분 따윈 종이쪼가리처럼 쉽게 찢어서 던져 버릴 수 있는 곳이지. 똑똑히 알아둬라. 여기선 네 잘난 귀족이라는 허울보다는 네가 1학년이라는 것과 내가 2학년이라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을. 알아들었냐? 건방진 1학년!”
에지란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고개를 들어 주변의 1학년들을 훑듯이 바라봤다. 단지, 이것은 지금 쓰러져 있는 1학년 남학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니 알아서 잘 하라는 뜻이었다.
“에지란! 밥 먹자!”
친구의 부름에 에지란은 피식 웃고는 몸을 돌렸다.
“…….”
1학년들은 그제야 네드벨 아카데미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대륙 어디에서도 귀족은 모욕을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들이 서 있고, 앞으로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세월동안 살아야 하는 이곳! 네드벨 아카데미는 귀족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
“신기하단 말이야.”
빵을 입 속으로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라이너가 중얼거렸다. 입을 열어 말을 할 적마다 입 안 가득 들어찬 음식물들이 정면에 마주 않은 트레제의 비위를 건드렸지만 라이너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신기하던 말던 밥이나 먹고 말해.”
트레제의 타박에도 라이너는 꿋꿋했다.
“아까의 1학년만 보더라도 네드벨 아카데미는 결코 귀족들이 지낼 만한 곳이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 각 나라의 귀족들은 서로 자식들을 여기로 보내려는 걸까? 위드! 트레제! 궁금하지 않아?”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 튀어 나온 음식물을 황급히 피하며 트레제가 라이너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밥이나 다 먹고 말하라니까!”
트레제의 모습에 라이너는 그제야 찔끔한 표정으로 음식물을 꼭꼭! 씹어서 넘기기 시작했다.
“그 궁금증 내가 풀어줘도 괜찮을까?”
갑작스런 음성에 위드와 라이너, 트레제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깨를 살짝 덮을 정도의 하늘색 머리카락이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여학생이 손에 식판을 들고 서 있었다.
“누구?”
트레제의 말은 뒤이어 크게 터진 라이너의 음성에 철저하게 묻히고 말았다.
“그래준다면야 나야 너무나 고맙지!”
라이너의 호들갑에 여학생은 살짝 웃고는 말했다.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데 여기 앉아도 될까?”
“물론이지!”
라이너는 요란스럽게 몸을 일으키고는 자신의 옆자리도 아니면서 의자까지 손수 빼어주는 그야 말로 남자로서의 기본 매너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여학생은 라이너에게 고맙다는 듯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자리에 있는 위드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괜찮지?”
“불편하지 않다면.”
희미하게 웃으며 대꾸한 위드의 모습을 라이너가 가만히 바라보다 자신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중얼거렸다.
“음……, 위드 녀석, 만만히 봐서는 안 되겠어.”
그러는 사이 트레제가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헉! 트, 트레제 녀석도 조심해야겠군!’
라이너는 위드와 트레제를 바라보며 자신이 생각보다 안일했다고 자책했다. 그러는 사이 여학생의 말이 시작되었기에 이내 훗날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기로 하곤 이야기에 집중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드벨 아카데미 내에서도 귀족과 평민의 차이는 엄연히 있다는 거야.”
“에? 그럼 아까 그 1학년은?”
라이너의 물음에 여학생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1학년이니까. 아니, 더 자세히 말하면 이제 갓 입학한 1학년생이니까.”
“무슨 뜻이야?”
위드의 물음에 여학생이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반문했다.
“정말로 네 생각에 네드벨 아카데미 내에서 귀족과 평민의 신분 차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귀족들이 자신들의 자식들을 이곳으로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래도 힘들겠지.”
위드는 순순히 수긍했다.
귀족.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존귀한 존재들이다. 그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고, 평민들의 입장에서 보기에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인간들일지 모르지만 어찌되었던 그들은 나라와 나라가 보호하며, 대단히 여기는 존재라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여학생은 맞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 라이너는 입을 헤벌쭉 벌렸고, 트레제와 위드는 그런 그를 못 말린다는 듯 바라봤다.
“대륙 어느 나라도 귀족들의 유대관계는 대단하지. 그리고 그건 네드벨 아카데미라고 해서 다르지 않아. 알게 모르게 아니, 조만간 너희도 알게 되겠지. 각 나라간의 귀족 자제들끼리 이미 각각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여학생의 말에 세 사람 모두 알겠다는 듯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그러니까 이미 네드벨 아카데미도 각 나라의 귀족 2세들끼리 뭉쳐있다는 소리군!”
트레제의 말에 여학생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말해주자면 그들은 실력 있는 평민이라면 어떻게든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지. 네드벨 아카데미를 졸업한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인재라는 것이니까.”
그제야 위드를 비롯한 라이너와 트레제는 네드벨 아카데미의 몰랐던 부분의 일부를 알 수 있었다.
하긴, 제아무리 대륙 최고의 명문이니, 신분의 차이가 없다느니 하더라도 실상 그 안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너는 그런 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거지?”
트레제의 물음에 여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식당 전체를 뒤흔들 만큼 커다란 외침에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이런 우라질! 이놈의 식당에선 도통 술을 먹을 수가 없어!!”
식판에 산처럼 쌓은 음식. 그것을 들고 한 드워프가 붉어진 얼굴로 연신 씩씩거렸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어색한 얼굴로 음료와 물을 담당하는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
203호의 드워프.
위드는 역시 그답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자, 그럼 난 이만.”
여학생은 자신의 식판을 들고 일어섰다. 식판의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위드는 물론이고, 트레제와 라이너도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저쪽에 친구들이 불러서.”
여학생이 가리킨 곳을 바라본 세 사람은 돌처럼 딱딱하게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런 그들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며 여학생이 씽긋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만날 땐 예의를 갖추도록, 귀여운 1학년들.”
여학생은 이어 자리를 떠났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라이너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선배와의 사랑! 크으! 생각만 해도 짜릿하군! 좋아! 그 짜릿함을 느껴보자!”
라이너의 외침에 트레제가 곧바로 대꾸했다.
“괜히 헛된 희망 갖지 말고 꿈 깨라.”
“헛된 희망이라니! 내가 반드시 보여주고 말겠다! 선배와 후배와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기대들 하라구. 나 라이너가 너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학년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
자신감 가득한 라이너. 그런 그를 트레제가 혀를 차며 바라봤다.
“쯧쯧쯧! 그러다 뒈지게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큭큭!”
트레제의 말에 위드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