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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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4화
Chapter 2 우연인가? 필연인가? 혹, 악연일지도
-띵동댕동! 띵동댕동!
“6시인가…….”
어김없이 아침 6시만 되면 기숙사 전체에 울려 퍼지는 알람소리에 위드는 침대 위에서 중얼거리며 두어 차례 눈을 깜빡거렸다.
“으하아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위드가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키자 때마침 맞은편 침대의 레인 역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좋은 아침.”
위드의 인사에 레인은 아직까지 잠이 완전히 달아나지 않은 얼굴로 ‘좋은 아침’이란 소리를 중얼거리듯 뱉어냈다.
레인의 목소리에 가볍게 웃은 위드는 고개를 좌우로 몇 차례 흔들고는 튕기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가볍게 몸을 풀며 잠을 완전히 내몰아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구령까지 붙이며 몸을 푸는 위드의 모습에 레인이 어느 정도 맑아진 정신으로 입을 열었다.
“위드, 너는 오늘도 힘이 넘치는구나.”
“일어나서 이렇게 몸을 풀어줘야 하루가 튼튼하게 돌아가는 거라고. 레인! 너도 나를 따라서 해봐. 아주 좋을 거야.”
“미안하지만, 나는 그냥 이대로가 좋아.”
고개는 물론, 손까지 흔들며 사양하는 레인.
“아! 그러고 보니까 디아일은 1학년 전체 체술 수업이 있는 날이잖아?”
위드의 말에 레인이 가만히 생각하다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입학식 이후 처음으로 1학년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거로군!”
기대가 된다는 듯한 위드의 모습에 레인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은지 약간 기대감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위드와 레인이 네드벨 아카데미에 입학을 한지도 벌써 한 주가 흘렀다. 아니, 정확하게는 지난 주 에카일이 입학식이었으니 벌써 8일째 되는 날이었다.
입학식이 있었던 한 주는 앞으로 1년간 배움을 얻어야 하는 선생님들과의 가벼운 만남과 앞으로 이뤄질 수업에 대한 것들만 들었었다.
어제, 그러니까 에르일부터 본격적으로 위드는 첫 검술 수업을 받았고, 레인은 정치·행정학과 군사학 수업을 받는 것으로 각각 네드벨 아카데미에서의 첫 수업을 마친 상태였다.
한 주의 시작은 에카일로 시작한다. 에카일은 자유로운 휴식의 날이다. 그리고 에르일이 되면 각각 학부에 맞는 전공 수업을 진행하며, 디아일에는 모든 학부가 단체로 체술 수업을 받는다. 로스일과 하레일 역시 에르일과 마찬가지로 각 학부에 맞는 전공 수업을 받고, 로스일과 하레일 사이에 낀 크로일에만 다시 1학년 필수 교양 과목인 역사, 언어, 기마, 사교를 각각의 학부가 서로 다른 시간에 수업을 받도록 시간표가 짜여 있었다.
즉, 디아일에만 학부를 따지지 않고 모든 1학년이 한꺼번에 체술 수련장에서 합동 수업을 받게 되니 위드나 레인이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우라질 말라깽이!!”
벽을 통해 들려오는 드워프의 고함. 입학식 날부터 시작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오고 있었기에 이제는 면역이 되어버린 위드와 레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저 방은 벌써 시작이군.”
“그러게.”
위드의 말에 레인이 맞장구를 치며 두 사람은 씻기 위해서 사이좋게 방을 나섰다.
***
위드가 반으로 들어서자 어느덧 끼리끼리 친해진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 위드!”
반으로 들어서는 위드를 향해서 손을 번쩍! 들며 반갑게 인사하는 보라색 머리카락의 남학생은 라이너로 나이는 위드와 동갑인 18살이다.
“위드 왔구나.”
라이너의 곁에 있던 금발의 남학생. 이름은 트레제이며 나이는 역시 18살.
네드벨 아카데미의 입학 연령 제한은 20살까지다. 물론, 소위 말하는 천재라는 아이가 있어서 14살에 입학을 한 경우도 있지만 그건 극히 드문 경우고 보통 대부분의 입학생들은 18살 이상이었다.
“위드, 너도 알고 있지?”
라이너의 뜬금없는 물음에 위드가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오늘 체술 수업 말이야!”
“그런데?”
위드의 시큰둥한 반응에 라이너가 가볍게 혀를 찼다. 그리고는 꽤나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우리 반은 연금술학부 1반이랑 같이 체술 수업을 진행하잖아!”
“그랬던가?”
여전히 미지근한 위드의 반응에 라이너를 대신해서 트레제가 입을 열었다.
“라이너는 지금 아주 흥분상태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는 위드의 모습에 라이너가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속삭이듯 말했다.
“연금술학부는 말이야…… 여자가 반을 넘는다고! 다시 말하면, 오늘 우리는…… 수많은 레이디들과 함께 체술 수업을 받는단 소리지! 으하하하!”
소리내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히는 라이너.
“아주 좋아서 입이 찢어지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연금술학부의 레이디들은 우리 학부의 여자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를 이룰 만큼 다른…… 헉!!”
라이너는 자신의 앞으로 나타나 못마땅한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고 있는 갈색 머리의 여학생, 에이미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급히 위드에게 걸쳤던 팔을 풀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나미! 라이너가 말이야 우리 검술학부 여자들은 연금술학부 여자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날 정도로 형편없다는데?”
“에, 에이미! 내, 내가 언제 그런…….”
“에?”
“뭐라고!”
에이미의 말에 나미를 비롯한 검술학부 3반의 여학생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왔다. 그리고는 하나같이 미간을 찌푸리며 라이너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호오, 우리가 연금술학부 여자들보다 형편없다고?”
사비나의 말에 라이너가 그게 아니라는 듯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곁에 선 이레인이 훨씬 빨랐다.
“그냥 형편없는 게 아니라 하늘과 땅 차이가 날 정도로 형편없다고 하는 것 같던데? 그렇지, 에이미?”
“네, 제가 똑똑히 들었어요. 라이너가 분명히 하늘과 땅 차이를 들먹였어요.”
에이미의 말에 라이너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연신 흔들었지만 누구도 그의 그런 모습을 눈여겨 봐주지 않았다.
사비나가 라이너를 향해서 한 발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라이너 군, 그럼 그 하늘과 땅 차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어볼까?”
“저, 그, 그게…… 위드, 트레제…….”
간절히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라이너.
“설마 너희 두 사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살짝 눈을 치켜뜨는 나미의 물음에 위드와 트레제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뒤로 발을 빼며 대답했다.
“물론.”
“당연하잖아!”
“그렇다면 다행이고.”
위드와 트레제는 라이너의 눈길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라이너…….”
“치사한 놈들!”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지. 우리를 탓하면 안 된다네 친구.”
“옳으신 말씀!”
위드의 말에 트레제 역시 맞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라이너는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두고 보자!”
위드와 트레제는 씨익 웃으며 라이너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는 사이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많은 여학생들이 뭉텅이로 체술 수련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오!”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당연히 라이너. 그리고 그를 시작으로 수많은 검술학부 남학생들은 저마다 들뜬 얼굴로 연금술학부 여학생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캬아! 연금술학부 애들은 좋겠다! 좋겠어!”
라이너는 여학생들의 뒤에서 체술 수련장으로 들어서는 연금술학부 남학생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노려봤다.
총 4개의 반인 검술학부에 여학생은 30명. 그것도 4개의 반으로 나뉘어져 1반과 2반이 8명이고, 3반과 4반이 7명이다. 그 반면 남학생은 각각 42명과 43명이다. 절대적으로 여학생의 비율이 적었다. 그리고 그건 마법학부나, 정치·행정관료학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연금술학부만은 달랐다.
이번 신입생들 중 연금술학부의 여학생은 무려 63명! 그 반면 남학생은 32명이니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였다.
“역시 검이나 휘둘러대는 애들하고는 확실히 다르군!”
“그러게 말이야. 여자라면 자고로 연금술학부 애들처럼 얌전하고, 부드러워야지!”
“쩝, 내가 머리가 조금만 좋았어도 검이 아닌 책을 들었을 텐데! 아쉽다! 아쉬워!”
“야, 연금술이 얼마나 어려운데 네 머리로는 지금의 두 배가 된다고 하더라도 어림없다!”
“킥킥킥!”
검술학부 남학생들의 말에 검술학부 여학생들은 저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의 반 남학생들을 노려보거나, 뭐라 뭐라 투덜거렸다.
“위드! 트레제! 쟤 정말로 예쁘다! 그렇지?”
라이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여학생은 연녹색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길게 기르고 있었는데 주변 친구들과 어울려 살짝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 확실히 눈에 확! 뜨일 정도로 예쁜 얼굴이었다.
“그렇네. 확실히 예쁘기는 예쁘다.”
위드는 웃으며 그렇게 말을 하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캬! 저런 애랑 같은 반에서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연금술학부 남자애들이 너무 부럽다!”
라이너의 한탄에 나미가 코웃음을 쳤다.
“흥! 그렇게 부러우면 2학년이 되어서 기타 교양 과목으로 연금술을 배우면 될 거 아냐?”
나미의 말에 라이너가 환하게 웃으며 짝 소리가 나게 손뼉을 쳤다.
“그렇구나! 그런 방법이 있었어!”
“…….”
라이너의 대꾸에 나미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곤 몸을 돌려버렸다.
연금술학부를 시작으로 마법학부와 정치·행정관료학부 학생들까지 속속 체술 수련장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라이너가 발견한 연금술학부의 여학생보다 훨씬 아름다운 존재가 마법학부에 무려 두 명이나 있었다.
“에리카와 이로라다!!”
“으아! 진짜로 에리키와 이로라네!”
“역시 이번 신입생들 중 최고의 미인들이다!”
“마법학부 녀석들은 축복을 받은 거야! 흑흑!!”
검술학부의 남학생들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체술 수련장으로 들어오는 두 명의 여학생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에리카와 이로라…….”
라이너 역시도 반쯤 눈이 풀린 상태로 에리카와 이로라라 불리는 여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드 역시도 소란스런 분위기에 흥미가 일어나 2명의 여학생을 바라봤다. 놀랍게도 한 명은 인간이 아닌 엘프였고, 나머지 한 여학생도 엘프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누가 에리카고 누가 이로라지?”
위드의 중얼거림을 우연찮게 들은 라이너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위드! 너는 에리카와 이로라도 모른단 말이야?”
“그걸 내가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허, 위드! 너는 세상의 모든 미인들을 사랑하는 남자의 수치다! 잘 봐! 저기 예쁘게 웃으며 벌떼처럼 달려드는 남자들을 일일이 상대해주는 마음씨 착하고, 아름다운 여학생이 바로 에리카고, 그 반대쪽에 수줍게 웃으며 서 있는 여학생이 바로 이로라잖아.”
라이너의 설명에 위드는 그제야 자신과 같은 인간이면서도 엘프와 비견될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닌 여학생이 에리카이며, 명성에 걸맞게 너무나도 아름다운 존재가 이로라임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라이너의 말대로 에리카는 귀찮다 싶을 정도로 다가와 서로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네는 남학생들을 일일이 웃는 얼굴로 상대해주고 있었다. 얼굴만큼이나 확실히 성격 또한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반면, 이로라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인지 남학생들의 접근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곁에는 남학생들보다는 여학생들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옆방 엘프랑 많이 닮은 것 같네.”
위드의 말에 트레제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네 옆방에 엘프가 있어?”
“응, 엘프랑…… 큭큭!”
203호의 엘프와 드워프를 생각하니 위드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입학식 날 이후로 엘프와 드워프는 아침, 저녁으로 고함을 질러댔다.
물론, 전적으로 위드의 방까지 들려오는 음성은 어디까지나 드워프 목소리뿐이었지만. 엘프와 드워프를 떠올리자 위드는 문득 그 둘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고개를 돌리던 위드의 귓가로 익숙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이런 우라질! 이 빌어먹을 말라깽이!!”
아니나 다를까?
위드의 눈에 보이는 것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203호의 드워프와 엘프였다. 그 둘은 검술학부에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같은 반인 1반이었다.
“저들이구나.”
트레제가 위드의 곁에서 씩씩거리는 드워프와 차가운 눈으로 그를 응시하는 엘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들이라니?”
위드의 물음에 트레제가 몰랐냐는 듯 대답했다.
“이번 신입학생들 가운데 드워프는 한 명이고, 엘프는 두 명이거든. 그런데 엘프는 남매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쉬쉬하는 소문이지만…… 엘프들은 엘프왕의 아들과 딸이래.”
“에, 엘프왕의 아들과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