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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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9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3화
“이 우라질 말라깽이가!”
드워프는 아무래도 말로는 상대가 될 수 없다 여겼는지 엘프를 노려보다 재빨리 자신의 짐에서 자신의 몸통만한 도끼를 꺼내들었다.
시퍼런 날이 차갑게 선 도끼는 과연 신이 내린 대장장이라는 드워프의 손길이 닿아있기 때문인지 보기만 해도 아찔할 지경이었다.
“주둥아리로 나불대지 말고 덤벼라!”
드워프의 외침에 엘프는 지지 않고 자신의 짐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내 들었다. 한 눈에 봐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엘프의 검에 드워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 검은…….”
놀라서 더듬거리는 드워프와 다르게 엘프는 여전히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내려 보기만 했다.
‘이거 싸움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방관자인 우리도 문제가 생기겠지?’
더 이상 지켜보기만 했다가는 드워프가 엘프가 크게 싸움을 벌일 것 같았기에 위드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서며 끼어들었다.
“네드벨 아카데미 규칙 다섯 번째! 네드벨 아카데미 안에서의 위험천만한 싸움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분쟁이 있거든 정식으로 아카데미 측에 허락을 구해 대결을 벌이도록 한다. 이 규칙을 어길 시에는 어떠한 이유에도 불문하고 퇴학을 시킨다!”
“…….”
“…….”
위드가 가운데로 끼어들며 말하자 드워프와 엘프가 동시에 ‘넌 뭐냐?’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설마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퇴학을 당하고는 싶지 않겠지?”
위드의 말에 드워프가 대꾸했다.
“흥! 이따위 아카데미 어차피 다니고 싶은 생각도 없다! 고작 인간 따위들에게 배울 것이 뭐가 있다고!”
드워프의 말이 끝나자 엘프 역시도 말했다.
“나 역시.”
위드는 드워프와 엘프의 말을 듣고 슬쩍 웃었다.
“모르는 건가? 네드벨 아카데미의 선생님들 중에는 인간이 아닌 드워프와 엘프뿐만 아니라 웨어울프도 있다고. 설마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입학을 한 거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드워프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모, 모르긴! 고작 내가 그따위 기본적인 것들도 모르고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런 것도 몰랐다면 애초부터 난 이런 아카데미 따위는 입학도 하지 않았을 거다!”
엘프는 말이 없었지만 그 역시 모르지 않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단지, 정말로 모르고 입학을 한 듯한 드워프완 다를 뿐.
“그렇다면 다행이고.”
웃으며 말을 하는 위드의 모습에 드워프가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네놈은 뭔데 우리의 일에 관섭을 하는 거냐? 고작 인간 따위가!”
위드가 고개를 흔들었다.
“고작 인간 따위라니? 이거 네드벨 아카데미 첫 번째 규칙도 모르나?”
“모, 모르긴! 내가 그따위 것들도 모를 것 같냐! 흥!”
더듬거리는 말투가 모르는 듯한 얼굴 표정이다.
그렇지만 굳이 그런 것을 사소하게 물고 늘어질 마음이 없었기에 위드는 알겠다는 듯 웃고는 엘프를 바라봤다.
어느 샌가 엘프는 뽑았던 검을 회수하곤 침대에 몸을 뉘우고 눈을 감고 있었다.
“난 위드라고 해. 검술학부 신입생이지.”
어차피 드워프와 엘프들에게는 나이를 밝힐 의미가 없었다. 인간보다 월등하게 오랜 수명을 지닌 두 종족에게 나이를 밝혀 위, 아래를 구분 지을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위드의 인사에 드워프나 엘프 어느 한 명도 마주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위드는 상관없다는 듯 희미하게 웃고는 이내 몸을 돌렸다.
방문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드워프나 엘프는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그런 두 종족의 모습에 레인은 고개를 흔들고는 위드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어째서 저들이 네드벨 아카데미에 입학을 했을까?”
“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
가볍게 말을 마친 위드는 춥다는 듯 양팔을 비비고는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남은 짐정리를 끝내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이제 시작이다!’
***
“나는 앞으로 검술학부 3반을 맡을 담당 교사 라파엘 매튜다. 앞으로 너희의 검술수업을 맡을 것이며, 1학년 동안 너희가 얼마나 아카데미 생활에 잘 적응하는지 판단하여 성적에 적용할 것이다. 무엇이든 아카데미 생활에 궁금한 것이나, 어려운 일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오도록.”
위드는 앞으로 1학년 동안 자신을 담당하게 될 담당 교사 라파엘 매튜의 모습을 눈여겨보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푸른 머리카락을 끈으로 깔끔하게 동여맨 라파엘 매튜는 힘보다는 기술을 중시하는 검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는 날렵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라파엘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금발의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이름이 무엇인가?”
금발의 남학생이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테일러입니다!”
“그래, 무슨 질문이지?”
테일러라는 남학생은 슬쩍 시선을 돌려 자신에게 시선을 모은 반 학생들을 바라보고는 히쭉 웃더니 이내 라파엘에게 다시 시선을 주곤 물었다.
“라파엘 선생님은 네드벨 아카데미에서 봉급을 얼마나 받습니까?”
너무나도 의외의 질문에 라파엘은 물론이고, 반 학생들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테일러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실질적으로 네드벨 아카데미 선생님이라면 어딜 가도 웬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실력자들뿐이니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받기에 아카데미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는지 궁금해 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질문의 이유는 무엇인가?”
라파엘의 반문에 테일러는 곧바로 대답했다.
“아카데미의 봉급이 많다면 저 역시 졸업을 한 후에 아카데미에서 후배들 아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테일러의 말에 몇몇 학생들은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라파엘에게서 나온 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대답이었다.
“아카데미의 봉급은 너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 않다. 실질적으로 변두리 지방 영주의 호위기사 정도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테일러 네 생각대로 아카데미를 졸업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아카데미의 선생이 될 수는 없다. 월급은 적지만 아카데미의 선생이 되려면 최소 익스퍼트(Expert) 하급의 실력은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익스퍼트 하급이라니!”
“세상에!”
“익스퍼트 하급의 검사가 고작 지방 영주의 호위기사보다도 적은 돈을 받다니…… 놀랄 일이군!”
학생들은 저마다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라파엘은 가볍게 발을 굴렀다.
쿵!
교실 전체에 울리는 거대한 울림에 학생들은 저마다 입을 꾹! 다물며 라파엘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선생님이 된다면 남들과 다른 한 가지 커다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라파엘의 말에 모든 학생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봤다. 익스퍼트 급의 검사가 쥐꼬리만 한 봉급을 받는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무언가 혜택을 받는다니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테일러가 반 학생들을 대신하듯 물었다.
라파엘은 그런 테일러와 반 학생들을 쓰윽 훑어보고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대륙 곳곳에 퍼진 실력 있는 검사들을 가르친 스승이라는 명예다! 네드벨 아카데미를 졸업한 졸업생은 어딜 가든 환영받는다. 그런 졸업생을 가르쳤다는 것! 그것이 바로 네드벨 아카데미 선생님들의 가장 커다란 혜택이자, 자부심이다! 이것들은 결코 돈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런 자부심을 심어주는 너희 역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네드벨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었다는 것을 신의 축복이라 생각해도 좋다!”
라파엘의 말에 교실 안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기이한 열기가 흘렀다.
자부심! 그것은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명문이라는 네드벨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는 것과 앞으로 졸업을 해서 모든 이들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다는 커다란 자부심이었다.
“대륙 최고의 자부심…….”
위드는 중얼거리며 빙긋 웃었다.
“역시 입학하길 잘했어.”
***
“내 이름은 페르딘 앙카다. 1년간 너희들에게 체술을 가르칠 선생이지. 자, 그럼 체술이란 무엇이냐? 너! 네가 한 번 말을 해보도록 해라!”
페르딘의 지목을 받은 파란 머리의 남학생은 쭈뼛쭈뼛 몸을 일으키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체, 체술은 검이 없어도 상대와 싸울 수 있는…….”
“목소리가 작다! 그리고, 너는 신입생이다! 이름부터 내게 말하고 대답하도록!”
페르딘의 호통에 남학생은 찔끔한 듯 목을 움츠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니츠입니다. 체술은…….”
“더 크게!”
“니, 니츠입니다!”
발악을 하듯 목소리를 높이는 니츠의 행동에 페르딘은 만족스럽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체술은 검이 없어도 상대와 싸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너는 체술이 무엇이라 생각하지?”
페르딘은 니츠에게서 약간 떨어진 거리에 앉아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학생을 지목했다.
여학생은 니츠와는 다르게 제법 당차게 몸을 일으키곤 큰 소리로 말했다.
“나미입니다! 체술은 검을 부딪치는 상황에서도 상대의 허를 찔러 승리를 얻을 수 있도록 검술을 돕는 한 방편입니다.”
페르딘은 가타부타 말이 없이 반을 둘러보다 우연찮게 위드와 눈이 마주치자 턱짓을 했다. 일어나서 앞의 말했던 학생들처럼 대답을 해보라는 신호였다.
위드는 몸을 일으켰다.
“위드입니다. 체술은…….”
잠시 뭔가를 떠올리는 듯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내 희미하게 웃으며 커다랗게 대답했다.
“체술은 체력입니다!”
위드의 간단한 대답에 페르딘은 물론이고, 반 학생들까지도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체술은 체력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쟤 바보 아니야?”
“나 참, 체술이 체력이라는 바보 같은 대답은 또 처음 들어보는군.”
주변 학생들의 웅성거림에도 불구하고 위드는 조금도 위축됨이 없이 서 있었다. 단지, 희미한 웃음과 함께 뒷머리를 긁적일 뿐.
그런 그의 모습이 의외라는 듯 페르딘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이내 다시 물었다.
“체술은 체력이라…… 무슨 뜻인지 다시 한 번 말을 해보도록.”
위드는 목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체술을 수련하는 동안은 검술을 수련하는 것에 비해 월등히 체력이 늘어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제게 있어서 체술은 체력입니다.”
페르딘은 ‘호오!’하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리고는 됐다는 듯 니츠를 비롯해서 나미와 위드를 모두 앉으라 말하곤 입을 열었다.
“체술은 검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나미의 말대로 검을 부딪치는 상태에서 손과 발을 사용해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선 체술 수련이 검술 수련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 그럼 체술은 무엇이냐?”
페르딘은 잠시 말을 멈추고 반 학생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모두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었다.
“잘 들어라. 체술은 주먹, 발, 머리, 팔꿈치, 무릎, 심지어 머리까지 몸의 모든 부위를 이용하여 상대를 쓰러트리는 가장 원초적인 싸움 기술이다. 검을 들었다하여 그것이 체술이 아니라 여기지 말아라. 검을 들었다면 단지 검을 든 팔이 길어졌을 뿐이다. 검술이라 하지만 그것 역시 체술의 하나이다. 그건 창이나, 도끼도 다르지 않다. 체술은! 모든 종족에게 있어 가장 기본이 되지만 가장 마지막이 되는 방어와 공격 즉! 싸움 기술이다!”
페르딘의 말에 학생들은 모두 그 말을 머릿속에 깊이 각인시켰다.
체술.
단지 검술의 한 가지 보조 방편이라 생각했지만 실상 검술이야말로 체술의 보조였다.
위드 역시 두 눈을 빛내며 페르딘의 말을 깊이 기억했다.
“체술은…… 가장 기본이 되는 싸움 기술.”
***
“역사란 무엇인가?”
1학년은 반드시 배워야 하는 필수 교양 과목인 역사를 가르치는 폴리드 말크는 간단한 자신의 소개를 끝내고는 곧바로 한 학생을 지목하며 물었다.
프라디아 대륙에서 10명 중 한 사람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흑발의 남학생은 자신 있게 몸을 일으키며 폴리드의 물음에 대답을 했다.
“제론입니다! 역사란 기록과 이야기입니다!”
“자세히 설명을 해보도록 하게.”
“예, 인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종족과 몬스터의 생과 사. 그것을 하나로 정리하여 기록한 것과 윗대에서 아랫대로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가 바로 역사입니다. 또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시 말하면 극히 일부에게만 비밀스럽게 전해져 내려오는 아픈 기억 역시 모두 역사입니다.”
폴리드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괜찮은 설명이었네. 자리에 앉도록 하게.”
“예.”
제론이 자리에 앉자 폴리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역사란 생명이 남긴 흔적이라 할 수 있지. 어떤 생명도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없지. 그런 의미에서 그 흔적, 즉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네. 역사는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훌륭한 안내자이기 때문이지.”
폴리드의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의 이야기에 모든 학생들은 빠져들어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그렇게 폴리드의 시간이 끝나고 이어서 역사와 마찬가지로 검술학부 1학년의 필수 교양 과목에 포함된 기마, 사교, 언어의 담당 선생님들과의 짧은 만남을 끝으로 네드벨 아카데미의 첫날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