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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2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2화

 

 

“말려야겠지?”

사람들 틈에 끼어 있던 18세가량의 적갈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고민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리다 이내 결심을 내렸는지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바지에 흙탕물 조금 묻었다고 1실버를 내놓으라니…… 완전 날강도로군.”

“어떤 새끼야!”

카벨은 자신의 일에 끼어든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사람을 확인하고는 헛웃음을 흘려야만 했다.

이제 20살도 않되 보이는 애송이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방금 네가 지껄였냐?”

카벨의 물음에 약 18세나 되었을 법한 소년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렇다.”

“그…… 렇다?”

“바지에 흙탕물 조금 묻은 걸로 1실버라니? 세상에 그런 억지스런 보상이 어디 있지? 흙탕물이 조금 묻었으면 그냥 물로 간단하게 씻어내면 되지.”

소년의 말에 카벨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도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한 발 앞으로 내밀었던 적갈색 머리카락의 소년도 그 틈에 끼어 있었다.

카벨은 유심히 소년을 바라봤다.

제법 잘 차려입은 옷과 허리에 걸려 있는 한 자루의 검은 단순히 눈요기용으로 평민이 지니고 다니기엔 부담스러워보였다. 거기에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런 말투는 분명히 귀족이었다.

‘젠장맞을 귀족새끼!’

귀족이라고 해서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귀족과 분란을 일으켜 좋을 것 하나 없었기에 아니, 따지고 보면 불이익을 당하는 쪽은 자신이었기에 카벨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젠장! 바쁘니까 1실버나 내놓고 꺼져!”

카벨의 으름장에 남자는 구원을 바라는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바람은 곧바로 이뤄졌다.

“말했을 텐데? 그까짓 흙탕물 조금 튄 거는 물로 씻어내면 된다고.”

카벨. 용병들의 세계에서 카벨은 화염의 카벨이라 불린다. 특별히 대단한 의미는 없고 단지 불같이 화를 잘 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일 뿐이다.

“남의 일에 웬 간섭이야! 제길! 귀족이면 다냐?”

보통의 평민들이라면 절대로 발설할 수 없는 말이지만 원체 죽음을 달고 사는 용병이었기에 카벨은 귀족에게도 함부로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력을 믿는단 소리군. 그렇다면 나도 좋지.”

작은 웃음. 그리고 그 웃음이 끝났을 때, 카벨은 두 눈을 커다랗게 부릅떠야만 했다.

스으으응.

소년의 머리 위로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그 안에서 은빛으로 반짝이는 액체가 쏟아져 나와 소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기 시작했다.

“저, 저건!”

누구보다도 두 눈을 부릅뜬 카벨.

철컥! 철컥! 철컥!

머리부터 발끝까지 은빛 갑옷에 감싸인 소년. 풀 플레이트 메일과 매우 흡사하지만 무언가 다른 모습. 갑옷 전체가 하나로 이어져 이음새가 없는 기이한 형태의 갑옷이었다.

“트, 트랜트 아머(Trant armor)!!”

“트랜트 아머다!”

“온통 은빛은…… 오직 미스릴뿐인데……, 세상에 내가 미스릴 트랜트 아머를 보게 될 줄이야…….”

“검사는 검으로 말하는 법. 대결을 신청한다.”

투구의 눈 부근에서는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며, 소년은 허리춤에서 천천히 검을 뽑기 시작했다.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도 검을 뽑는 움직임이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스릉.

단순히 눈요기용으로 화려하기만 할 것이라 생각했던 검 역시 그 예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에 카벨의 얼굴은 그야 말로 하얗게 질려버렸다.

“나, 나는 벼, 별로 당신과 대결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소.”

트랜트 아머다.

그것도 최고가에 달하는 미스릴로 제작된 트랜트 아머! 더군다나 나이도 어린 소년이 벌써 1차 성장을 마친 상태라면 그 실력은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어디 가서 기죽을 필요는 없는 리피트(Repeat) 상급에 이른 카벨이지만 상대 역시도 최소 자신과 동급인 리피트 상급인 점과 최강의 갑옷인 트랜트 아머를 1차 성장까지 마쳤다는 사실엔 도무지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더욱이, 온통 미스릴로 제작된 고가의 트랜트 아머는 오랜 용병 생활에도 불구하고 카벨은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것과 형태만 다를 뿐이지 크게 차이가 없어보였다.

“의뢰를 맡고도 그렇게 꽁무리를 빼나?”

소년의 도발에도 카벨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제아무리 화염의 카벨이니 어쩌니 해도 트랜트 아머 앞에서는 쥐 죽은 듯 있을 수밖에 없었다.

투구 속 새하얀 빛이 마치 카벨을 비웃듯 바라봤다.

철컥! 철컥! 철컥!

몸에 착용되어 있던 트랜트 아머가 소년의 몸에서 살짝 떨어져 나갔다. 순식간에 은빛 액체로 변하더니 발아래의 비틀린 공간의 틈으로 스며들어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소년은 검을 검집에 다시 넣고는 말했다.

“흙탕물이 조금 튀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젠 잘 배웠겠지?”

카벨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 모습에 소년은 비웃듯, 한 차례 웃음을 흘리고는 몸을 돌렸다. 사람들이 절로 길을 터주자 소년은 그 사이를 당당한 발걸음으로 사라져갔다.

“젠장! 더럽게 춥군!”

카벨은 소년이 사라지자 거칠게 욕설을 내뱉고는 남자를 죽일 듯 노려보다 이내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사라졌다.

“대단하구나. 고작 내 또래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1차 성장을 마친 트랜트 아머라니…….”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던 적갈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중얼거렸다.

 

***

 

-입학생들은 모두 대강당으로 모여주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입학생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대강당으로 모여주길 바랍니다.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명문인 네드벨 아카데미 전체에 마법 장치로 인해 증폭된 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드디어 입학이구나!”

“내가 네드벨 아카데미 학생이 되다니!”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하하하하하! 나는 이제 네드벨 아카데미 학생이다!”

저마다 얼굴 가득 감추지 못할 기쁨을 내보이며 대강당을 향해서 걸어가는 남학생들과 여학생들. 나이는 모두가 하나같이 20세를 넘지 못했고, 어느 한 남학생은 15세나 되었을까 싶을 정도의 아주 어린 나이임에도 그들과 뒤섞여 있었다.

네드벨 아카데미.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명문!

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카데미 가운데 그 어느 아카데미도 네드벨 아카데미의 명성을 따라갈 수는 없다.

네드벨 아카데미에는 총 4개의 학부가 존재한다.

검술학부, 마법학부, 정치·행정관료학부, 연금술학부.

검술학부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최소 리피트 상급에는 도달을 해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네드벨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검사는 모두가 하나같이 최소 리피트 상급의 경지란 소리였다.

리피트 상급의 검사라면 지방 영주의 호위 기사자리쯤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즉, 네드벨 아카데미 졸업생은 그 즉시 반은 기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란 소리이다.

마법학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졸업하기 위해서는 최소 4서클 마스터인 초급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4서클 마스터인 초급마법사 역시 어느 나라에서든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능력 있는 마법사이니 졸업을 하면 앞날이 창창한 것은 사실이었다.

정치·행정관료학부나 연금술학부 역시도 졸업을 하게 되면 어느 나라에서든 서로 끌어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칠 정도이니 네드벨 아카데미 졸업생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륙 어디서든 먹고 살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네드벨 아카데미의 교장 하워드 워커다. 네드벨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을 환영한다. 부디, 열심히 공부해서 모자란 선배들처럼 유급을 당한다거나, 졸업을 못해서 중간에 학업을 그만둬야 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이제부터 너희는 대륙 최고의 명문인 네드벨 아카데미의 자랑스런 학생이다!

“와아아아아!!”

“끼야호오!!”

“으아아아아아!!”

교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강당에 모인 신입학생 473명은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네드벨 아카데미의 입학식은 간소하다 못해 어딘가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끝나고 있었다.

 

네드벨 아카데미는 기숙사 건물만 하더라도 총 8개가 존재한다. 각각 남녀 따로 4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으며, 또 다시 학년별로 나뉘어져 총 8개의 건물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1학년 건물은 1동, 2학년 건물은 2동, 3학년 건물은 3동, 4학년 건물은 4동이다. 남학생 기숙사와 여학생 기숙사 모두 5층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남학생 기숙사는 각 층마다 총 34개의 방이 존재하며, 여학생 기숙사는 20개의 방이 존재한다.

즉, 남학생 기숙사 같은 경우는 4개의 건물 모두가 각각 170개의 방이 있었고, 여학생 기숙사는 총 100개의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1동 202호…….”

엄청난 크기의 기숙사에 들어선 적갈색 머리카락의 남학생은 자신이 앞으로 1년간 아니, 1학년으로 생활하는 동안 지내야 할 방을 찾았다.

202호.

방문을 확인한 남학생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딸칵.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각각 좌우로 나뉘어져 있는 침대, 책상, 서랍장, 옷장 등의 기본적인 생활 가구들이었다.

“깨끗해서 다행이네.”

“저…….”

우측 책상을 정리하고 있던 남학생이 말을 건네자 그제야 방문을 열고 들어선 남학생이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있었네. 내 이름은 위드. 검술학부 신입생이지. 나이는 18살이지만 어차피 학년은 같으니까 편하게 지내도록 하자.”

위드의 제법 활기찬 인사에 남학생은 쑥스러운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인사했다.

“응, 난 레인이라고 해. 정치·행정관료학부의 신입생이고, 나도 18살이야.”

“정치·행정관료학부 레인이구나. 잘 부탁한다.”

웃으며 말하는 위드의 모습에 레인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중얼거렸다.

“검술학부…….”

중얼거리는 모습에 위드가 그를 가만히 바라보자 그제야 레인이 어색하게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 저기…… 내가 이쪽을 사용해도 괜찮을까?”

레인의 물음에 위드는 상관없다는 듯 대답했다.

“괜찮아.”

“미안해. 처음부터 상의를 하고 자리를 정했어야 했는데…….”

“아니야. 아무 쪽이든 어때? 상관없잖아.”

웃으며 말을 마친 위드는 방의 좌측에 마련된 서랍장과 옷장, 책상에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귀족?”

레인의 물음에 위드는 책상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네드벨 아카데미 규칙 첫 번째! 네드벨 아카데미엔 선생님과 학생이란 신분의 차이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귀족과 평민, 종족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

“네드벨 아카데미 규칙 두 번째! 네드벨 아카데미의 학생은 오직 이름만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귀족과 평민의 차이를 나타내는 성은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

책상 정리를 끝낸 위드가 레인을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귀족이던 아니던,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적어도 여기 네드벨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면 말이야. 그렇지?”

“……응.”

위드의 말에 레인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드벨 아카데미.

이곳의 학생과 선생님들이라면 그 누구도 신분의 차이로 사람을 상대해선 안 된다. 또한, 종족의 차이 역시도 없다. 입학을 하지 못했으면 모르되, 입학을 했다면 이미 그는 신분의 고리에서 자유로워진 셈이다.

졸업을 하는 그 순간 마음만 먹으면 어느 나라에서든 귀족으로써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네드벨 아카데미에서 신분의 차이를 엄격히 규제하는 이유였다.

“이런 우라질! 왜 하필이면 저 빌어먹을 말라깽이랑 같은 방을 써야 하는 거야!!”

옆방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음성에 위드와 레인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건가? 아니면, 목소리가 너무 큰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위드를 향해서 레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뭐라고! 흐, 흙쟁이!”

당장 큰 싸움이라도 날 듯한 음성에 위드와 레인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옆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고 나오자 옆방인 203호의 방문은 활짝 열려져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그 안쪽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사람 아니, 존재는 인간이 아닌 대지의 종족이라는 드워프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숲의 종족이자 미의 종족이라 불리는 엘프가 차가운 얼굴로 다소 오만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감히 이 고귀한 대지의 종족인 나에게 흙쟁이라니! 이 고기도 못 먹고, 풀만 뜯어 먹고 사는 우라질 말라깽이!”

다소 심하다 싶은 드워프의 말에도 엘프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차가운 눈길로 드워프를 내려다보며 조용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따지고 보면 너희 흙쟁이들이야말로 인간들보다도 욕심스런 존재지. 돌덩어리 하나 얻자고 멀쩡한 숲을 망치며 땅을 파해 치거나, 쓸모도 없는 장식품을 만들겠다고 산을 파괴하니. 또한, 너희 흙쟁이들의 식탐은 모든 종족을 초월해 가장 추악하지. 먹고, 먹고, 먹고…… 언제고 너희의 그런 추악한 식탐이 종족 전체에 재앙을 불러일으킬 거다.”

엘프의 말 또한 드워프에 못지않았다. 아니, 실질적으로 들어보면 단지 흥분에 겨워 억지스럽게 외치는 드워프와는 달리 엘프는 차가운 이성으로 더욱 심한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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