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7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7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17화
“위드 카일러 준남작님 되십니까?”
안내원의 물음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증명서를 보여주십시오.”
위드는 품에서 위드 카일러라는 이름과 출신 나라, 출생 시기 등이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는 손바닥만 한 은패를 꺼냈다.
신분증명서를 확인한 안내원은 돌려주며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이 확인되었습니다. 예약하신 드래번은 소형이시며, 현재 4번 출구에서 대기 중에 있습니다. 이용 시일은 5일이며, 요금은 50실버입니다.”
“우와! 50실버라니! 정말로 무지 비싸구나!”
위드의 뒤에 있던 라샤는 50실버라는 말에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했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안내원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피해 보험을 드시겠습니까?”
안내원의 물음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소형 드래번의 피해 보험료는 10실버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우왁!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받아? 엘리아! 피해 보험이라는 게 뭐야?”
라샤의 물음에 엘리아가 대답했다.
“피해 보험은 혹시라도 드래번을 이용하다 불의의 사고로 드래번이 죽거나, 상처를 입었을 경우 이용자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걸 말하는 거예요.”
“아아……. 그래도 그렇지 10실버라니 너무 비싸다! 위드! 꼭 피해 보험을 들어야 하는 거야? 안전하게 드래번만 타고 가면 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10실버를 그냥 뜯기는 거라 생각한 라샤는 어떻게든 위드를 말려보려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가는 곳은 위험한 곳이라서 피해 보험을 들어야해. 만약이라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10실버가 아니라 1골드 이상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거든.”
위드의 말에 안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하신 판단이십니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님이 가시고자 하는 곳은 페르만 왕국의 프레타 영지. 몬스터 땅과 가장 인접한 지역이니 몬스터들의 습격에 대비를 해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안내원의 말에 라샤는 입을 씰룩거렸다.
“쳇! 그래도 그렇지 10실버라니…… 그건 너무 하는 거 아냐? 엘리아, 그렇지? 응?”
안내원의 눈총에 엘리아는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기 있습니다.”
“피해 보험료 10실버 확인하였습니다. 그럼 즐겁고 안전한 여행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간단하게 말을 마친 위드는 안내원이 말한 4번 출구를 향해서 걸었고, 그의 뒤로 라샤와 엘리아가 따랐다.
“엘리아는 드래번 타봤어?”
“예.”
“히힛! 나는 돈이 없어서 드래번은 구경만 해봤는데. 드래번을 타면 어떤 기분이야? 아! 아냐! 나도 이제 곧 타게 될 테니까 직접 느껴볼래. 그런데 엘리아, 드래번을 탈 때 조심해야 하는 것 같은 거 있어? 처음이라서 조금은 떨리거든. 헤헷!”
연신 쉬지 않고 종알종알 말을 하는 라샤의 모습에 위드는 대단하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라샤의 말들이 활기차고, 듣기 싫은 음색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꽤나 짜증스런 여행길이 될 뻔했으니 말이다.
4번 출구에 도착한 위드, 라샤, 엘리아는 얌전하게 대기를 하고 있는 드래번을 볼 수 있었다.
“우와! 드래번이다! 드래번이야! 위드! 엘리아! 저 녀석이 우리가 탈 드래번이야!!”
요란하게 환호성을 내지르며 드래번을 향해서 달려가는 라샤의 모습에 위드와 엘리아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십니까?”
드래번을 관리하는 관리인이 다가오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드래번은 처음 타보시는 것입니까?”
관리인의 물음에 위드는 고개를 저었고, 그 모습에 관리인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즐겁고 안전한 여행길 되십시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관리인은 자리를 떠났다.
“안녕! 난 라샤라고 해! 네가 날 태워서 페르만 왕국까지 가야 하거든. 앞으로 잘 부탁한다!”
와이번의 머리에 긴 목, 드래곤과 흡사한 몸통에 그 두 배에 달하는 날개를 각각 양쪽에 접고, 거대한 꼬리를 축 늘어트리고 있는 드래번은 자신의 앞에서 양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라샤의 모습에 커다란 두 눈을 끔뻑거리기만 했다.
“출발하자.”
위드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먼저 드래번의 몸통에 착용되어 있는 안장에 올라탔다. 소형 드래번이라서 안장이 작았지만 세 사람이 딱! 달라붙으면 충분히 앉을 공간은 있었다.
“엘리아, 네가 두 번째 탈래?”
라샤의 물음에 엘리아는 안장의 가장 앞쪽에 앉아 드래번을 움직일 수 있는 줄을 손에 쥐고 있는 위드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세 사람이 타려면 바짝 달라붙어야 하고 그러자니 위드의 바로 뒤에 앉기가 너무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래? 그럼 내가 두 번째!”
그렇게 말을 하고 라샤는 재빨리 안장에 올랐다. 그리고는 위드의 등에 착! 달라붙었다.
‘가…… 슴…….’
라샤가 바짝 달라붙어서 등에 물컹거리는 뭔가가 느껴지자 위드는 아주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엘리아! 빨리 타! 가자!”
조금이라도 빨리 드래번을 타고 하늘을 날아보고 싶은 라샤는 엘리아를 재촉했고, 그녀는 알겠다는 듯 안장에 올랐다.
“위드! 출발! 출발!!”
잔뜩 들떠서 소리를 지르는 라샤.
위드는 드래번을 움직일 수 있는 줄을 강하게 잡아 당겼다.
끼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악!!”
드래번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에 라샤가 화들짝 놀라며 위드의 허리를 바짝 끌어 앉았다.
‘……너, 너무 붙지 말라고…….’
가슴의 감촉에 이어 목덜미에 느껴지는 라샤의 숨결로 인해서 위드는 더욱더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는 사이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친 드래번이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서서히 하늘로 떠올랐다.
“우와아아! 난다! 난다!!”
“라, 라샤 언니,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위드의 허리를 바짝 끌어 앉은 상태로 소리 지르는 라샤를 엘리아가 말려보려 했지만 잔뜩 흥분한 그녀에겐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드래번은 점점 빠르게 하늘로 치솟았고, 이어서 바람을 타며 빠르게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위드! 엘리아! 드래번을 타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구나! 히힛! 너무 좋다! 너무 좋아아아아-!!”
“조용…….”
조용하라고 말을 하려던 위드는 드래번의 비행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욱더 허리를 강하게 조이며 몸을 밀착시키는 라샤의 행동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뭐…… 비긴 걸로 할까?”
위드는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
후우우우우웅-!!
“아하하하하!!”
얼굴을 강하게 때리는 바람에 라샤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라샤, 조심해서 드래번을 몰아야해.”
위드의 걱정 어린 충고에 라샤는 고개를 돌리며 히쭉 웃었다.
“걱정 마, 걱정 마! 아직까지 아무런 일도 없잖아? 나, 이정도면 꽤 잘하는 거 아냐? 그렇지? 나는 꽤 잘한다고 생각되는데. 히힛!”
드래번을 타고 페르만 왕국으로 향한지 3일째였다. 하루에 한 번씩 대륙 곳곳에 위치하고 있는 드래번 휴식처에서 숙박을 해결했다.
드래번은 본래 하루에 2시간에서 최고 3시간 밖에 비행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대륙 곳곳에는 연금술청에서 만들어 놓은 드래번 휴식처가 꽤 많이 지어져 있었다.
물론, 드래번을 타고 이동하는 위드 일행 역시도 2시간에서 3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그 이상은 드래번을 타고 있을 수 없었다. 우선, 평균 속도 100키르(km)로 날아가는 드래번의 위에 있다 보면 아무리 날씨가 덥다고 하더라도 바람으로 인해서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얼마 가지 않으면 페르만 왕국령을 지날 것이고 그 이후, 한 시간도 안 되서 프레타 영지로 들어설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마지막 비행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 마지막 비행을 꼭 자신이 해보고 싶다고 하여 현재 라샤가 안장 가장 앞에 앉아서 드래번을 움직이고 있었고, 그 뒤를 위드와 엘리아가 자리하고 있었다.
엘리아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위드의 뒤에 바짝 붙어서 그의 허리를 강하게 잡을 수밖에 없어 비행 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 허리를 잡게 할 수도 없으니……. 라샤 언니는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후우…….’
엘리아는 고집을 부려 결국 안장의 가장 앞에 앉은 라샤를 원망하며 조금이라도 빨리 비행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위드! 엘리아! 우리 프레타 영지에 도착해서도 조금만 더 비행할까?”
라샤의 외침에 질렸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위드와 다르게 엘리아는 재빨리 대답했다.
“라, 라샤 언니. 전 싫어요.”
“엥? 싫어? 왜? 엘리아는 별로 재밌지 않아? 난 무척 재밌는데? 아! 앞에서 드래번을 움직이고 싶은 거구나? 좋아! 그럼 프레타 영지에 도착하고 나면 엘리아가 앞에 앉을 수 있도록 해줄게!”
“……싫어요.”
“왜? 이유가 뭐야? 이렇게 재밌는데!”
지금까지 라샤와 지내면서 한 번도 말로써 이겨본 적이 없는 엘리아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차피 프레타 영지에 도착하면 다시 안장에 오르지 않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지금 라샤와 입씨름을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라샤는 끊임없이 엘리아에게 프레타 영지에 도착하고도 드래번을 타자고 졸라댔지만 이미 굳게 마음을 먹은 엘리아는 단 한 마디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페르만 왕국령이군.”
위드가 앞쪽에서 날아오는 두 마리의 드래번과 그 안장에 앉아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갑옷 정중앙에 불꽃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건 페르만 왕국에서 주로 정찰과 경비를 주 임무로 삼고 있는 불꽃 기사단만의 문양이었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오?”
놀랍도록 정교한 비행으로 바로 근처까지 접근한 한 명의 기사가 소리쳐 물어왔다. 연금술청의 드래번, 만티곤, 켈피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목적지를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연금술청의 이동 수단인 키메라들은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이동 수단으로만 이용될 뿐이지 그 외의 목적으로는 절대 사용할 수 없었다.
만약, 불순한 목적으로 이용을 하려고 했다가는 그대로 연탑의 수호기사단과 대륙 내에 존재하는 모든 어쎄신 길드에 의해 이유 불문하고 그대로 목숨을 잃게 된다.
그렇기에 각 나라의 제국령을 지키는 기사와 병사들은 누가 어떤 이동 수단을 이용하여 언제쯤 제국령을 지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연금술청으로부터 먼저 정보를 받아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그렇소. 내가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오.”
위드 일행이 탄 드래번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비행하는 기사는 자세히 위드와 라샤, 엘리아의 모습을 확인했다.
“프레타 영지는 멀지 않지만 잘 알다시피 몬스터 땅과 인접해 있으니 언제 있을지 모르는 와이번, 하피, 만티코어의 공격을 조심하도록 하시오!”
그 말을 끝으로 기사는 좌측으로 크게 선회해 돌아갔다.
“위드! 기사와 너는 엄연히 그 작위의 위치가 다르잖아? 어째서 저 기사는 네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야? 이거 귀족 모독죄 아니야?”
라샤의 말에 위드가 킥! 하고 웃었다.
“준남작은 기사보다도 못하다고.”
“엥? 어째서?! 준남작은 분명히 기사보다 위에 있는 작위잖아? 오히려 기사야 말로 이제 갓 귀족이 될랑 말랑 하는 위치잖아? 엘리아! 내 말이 틀린 거야?”
“그, 그건 아니지만…….”
위드가 있기 때문인지 말을 주저하는 엘리아. 그녀를 대신해서 위드가 대답했다.
“원래 준남작이란 위치가 그래. 기사에게도 무시당하기 일쑤지.”
“쳇! 위드! 빨리 남작이 되어서 저 자식들 코를 납작하게 뭉개버려! 쳇쳇!!”
마치 자신의 일처럼 화를 내를 라샤의 모습에 위드는 이 짧은 여행에서 소중해 질지도 모르는 친구를 얻었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제국령을 지나 프레타 영지에 가까워질 때였다.
“위, 위드!”
라샤의 놀란 음성이 아니더라도 위드와 엘리아는 이미 멀리서 꼭 자신들을 향해서 빠르게 날아오고 있는 거대한 한 마리의 새를 똑똑히 보고 있었다.
“로, 로크!!”
위드의 외침에 라샤와 엘리아가 놀란 얼굴로 로크라 불린 거대한 새를 바라봤다.
“저, 저게 로크란 말이야?”
“세, 세상에…….”
드래곤보다는 약하다 평가받지만 실질적으로 그 크기와 강력한 힘에서는 오히려 위라 칭해지는 로크!
꾸와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악!!
하늘을 뒤흔들 것 같은 거대한 울음소리와 함께 로크가 날아들자 드래번이 겁에 잔뜩 질려 갑자기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