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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1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0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11화

 

 

‘라이너 녀석 정말로 연기 잘 한다!’

하지만, 라이너의 말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자 에리카는 정신이 혼란스러워졌고, 아부성 짙은 말만 해대는 라이너의 모습에 그녀는 은근슬쩍 위드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치…….

‘이 느끼한 자식 좀 어떻게 해!’

위드는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라이너의 느끼함 가득한 말과 그것을 모두 흔쾌히 받아주며 화사한 미소와 함께 간간이 대꾸하는 에리카의 모습을 보면서 이거야 말로 정말 재밌는 구경거리라 생각했다.

“위드!”

에리카에게 별의별 말을 하던 라이너가 문득 위드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위드가 왜 부르냐는 듯 바라보니 라이너가 괘씸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어째서 에리카 양과 함께 있는 거야? 언제 에리카 양과 알게 된 거지?”

라이너의 물음에 위드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아! 그건 말이지 내가 체술 수련장으로 향하다가…….”

“얼마 전 체술 수련을 하고 있는데 위드가 친절하게 알려줘서 줄곧 그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요.”

“에?”

“예에?!”

에리카의 능청스런 거짓말에 위드는 물론이고, 라이너 역시도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역시 믿을 만한 놈이 아니었어!’

에리카는 라이너의 눈을 피해 위드를 노려봤다.

“에리카, 잠시 나 좀 볼까?”

위드의 말에 에리카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라이너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잠시 거리를 벌였다.

라이너와의 거리가 벌어지자 위드와 에리카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의 말을 꺼냈다.

“이봐!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 네 체술 수련을 도와줬다는 거야!”

“너, 이 자식!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그렇게 쉽게 말을 하려고 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그냥 적당히 둘러대려고 했을 뿐이야. 네가 너무 성급하게 앞서 나간 것뿐이라고.”

“흥! 그런 거짓말에 내가 속을 줄 알고? 넌 나를 너무 쉽게 본 모양인데 어림없지! 아무래도 너는 특별 관리가 있어야겠다.”

에리카의 말에 위드가 눈을 찌푸렸다.

“특별 관리라니?”

“뭐, 금방 알게 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무는 에리카의 모습에 위드는 뭔가 불길한 기운이 온몸을 엄습해 오는 것만 같아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 반면, 멀리서 위드와 에리카의 모습을 바라보는 라이너는 무슨 말들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워낙에 다정한 듯이 말을 주고받았기에 엉뚱한 오해를 하고야 말았다.

“뭐야? 벌써 연인사인가? 위드 녀석…… 굉장하군!”

 

***

 

위드와 에리카가 사귄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마법학부 최고의 미녀인 에리카를 꼬셨다!

위드와 에리카는 벌써 장래를 약속했다!

위드와 에리카 사이에 숨겨 놓은 애가 있다!

 

일주일.

아니, 정확하게는 단 5일이었다. 그 동안 에리카는 정규 수업이 끝나고 나면 위드가 있는 곳마다 빠지지 않고 나타났고, 두 사람은 보는 사람마다 의심을 할 정도로 서로간의 대화가 많아졌다.

작은 의심은 하나의 소문을 만들어내고, 소문은 학생들의 입을 통하면서 부풀려지고, 부풀려져서 끝내는 둘 사이에 애가 있다는 웃기지도 않은 말까지 생겨나고야 말았다.

“들어서 알겠지? 우리 둘 사이에 애까지 있다더군.”

위드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에리카가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대꾸했다.

“따지고 보면 네가 믿을만한 놈이 아니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 어떻게 할 거야?”

에리카의 억지스런 말에 위드는 다시 허! 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여어! 이거 네드벨 아카데미 최고의 연인이 아니신가?”

라이너가 이죽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위드는 눈을 꿈틀거리는 것으로 심기가 불편함을 드러내는 반면, 에리카는 무슨 그런 말을 하냐는 듯 살짝 웃으며 부인했다.

“연인이라니, 그냥 학생들 사이에서 부풀려진 헛소문일 뿐인데.”

‘이 기름 같은 자식! 언제고 네 녀석도 위드 놈과 함께 확실하게 손을 봐주겠다!’

에리카의 말에 라이너는 킥킥 거리며 마지막까지 두 사람의 신경을 잔뜩 긁으며 사라졌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여기 더 있었다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던지, 아니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얻어맞을 것만 같으니 이만 물러나야겠군! 하하하!”

그저 묵묵히 라이너를 바라보고 있는 위드와는 다르게 에리카는 끝까지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라이너도 참. 글쎄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니까.”

‘이 기름 같은 자식! 네 녀석은 나중에 손이 발이 될 때까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싹싹! 빌도록 이 수모를 철저하게 갚아주겠다!’

라이너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위드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숭쟁이.”

“…….”

에리카의 눈빛에 위드는 슬쩍 고개를 돌려 검술 수련장으로 향했고, 다른 때라면 곧장 그 뒤를 쫓을 에리카가 오늘은 웬일인지 한발작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뭐야? 이제 포기한 거야? 하긴, 진작 포기를 했었어야지. 너 때문에 이만저만 피해본 게 아니지만, 뭐 그냥 재밌었던 추억거리로 간직해주지.”

위드의 고개가 돌아가기가 무섭게 에리카가 대꾸했다.

“웃기고 있네! 그동안 네 녀석 관리하느라 마법 수련을 못해서 당분간은 마법 수련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원하는 목표까지 도달하면 다시 네 녀석을 관리할 테니까 헛꿈 꾸지 마! 그리고 혹시라도 하는 말이지만, 비밀을 발설하면…… 알지?”

에리카의 말에 위드는 고개를 흔들며 깊게 숨을 내뱉었다.

저벅, 저벅 걸어가는 위드의 뒷모습을 향해 에리카가 스산한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너 죽이고 나도 죽는다.”

“…….”

에리카의 말에 위드는 발걸음을 뚝!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알아서 하라는 듯한 눈으로 한 번 쏘아보고는 이내 찬바람이 불 정도로 휭! 하고 몸을 돌려버렸다.

“독한 것.”

위드는 에리카를 그렇게 정의 내렸다.

 

검술 수련장으로 향하는 동안 위드는 수많은 남학생들의 시기어린 눈빛을 받아야 했으며, 여학생들로 부터는 꽤나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빛을 받아야만 했다.

이미 에리카와 관련된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이 아카데미 전체에 퍼졌는지, 어제는 한창 졸업에 열을 올리고 있을 4학년들 까지도 몇몇이 일부로 위드의 얼굴을 보기위해 올 정도였다. 따지고 보면 네드벨 아카데미 내에서 위드와 에리카만큼 유명한 인물들도 없었다.

“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 위드는 검술 수련장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한쪽에 진열되어 있는 목검을 집어 들었다.

“여름방학 때, 영지로 돌아가면 내게 맞는 목검부터 만들어야 하려나?”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 위드.

“아카데미 내에서 굳이 내 장점을 드러낼 필요는 없겠지.”

어떤 상황에서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이 가진 실력의 30퍼센트 정도는 숨기라는 그의 충고를 떠올린 위드는 손에 들린 목검으로 가볍게 허공을 휘저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미리 수련을 해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검술 수련장엔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네드벨 아카데미엔 학년 별로 따로 수련장이 있었기에 어떻게 보면 선배의 검술을 보고 배울 좋은 기회를 잃었다 할 수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 만큼 선배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수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그것 나름대로도 좋은 편이었다.

가벼운 준비운동부터 시작해서 기초 동작을 차근차근 수련하던 위드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할 때였다.

“돌아가!”

적의가 가득한 음성에 위드의 고개가 자연적으로 돌아갔다.

“검술 실력이 좀 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거냐?”

“이게 문제야. 네드벨 아카데미만 들어오면, 벌써부터 지들이 무슨 귀족이라도 된 양 행동을 해대니 나 원 참!”

“두고 봐. 내가 제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네드벨 아카데미부터 어떻게든 귀족들만 입학을 할 수 있도록 바꿀 테니!”

“그래, 제발 바꿔라. 더 이상 저 거지같은 평민새끼들이 설치지 못하도록!”

한 명의 남학생을 둘러싼 5명의 남학생들이 저마다 눈을 찌푸리며 듣기 거북할 말들을 쉬지 않고 내뱉고 있었다.

“또 평민 괴롭히기인가?”

이미 몇 번이나 봐온 광경.

귀족과 평민의 신분 차이. 

평등, 평등 외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카데미 측의 말과 이상일 뿐이었다. 실질적으로 귀족 학생들은 평민 학생들을 꽤나 괴롭히고 있었다. 단지, 그 수위가 타 아카데미들과 비교해선 엄청나게 양호할 뿐.

어쩌면 처음부터 귀족과 평민이 평등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이상부터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철저하게 평민들 위에 군림하며 자라난 귀족들이 이제 와서 어찌 그들과 평등하게 지낼 수 있겠는가?

저런 일에 끼어들어봐야 좋을 것도 없고, 실질적으로 한 번 끼어들었다가 귀족은 물론이고, 평민에게도 그다지 좋은 말을 듣지 못한 경험이 있었기에 위드는 주변의 다른 학생들처럼 관심을 끊고 검술 수련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어 귀족 학생들의 욕설과 폭언이 이어지더니 결국은 예정된 수순처럼 그들의 집단 구타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평민 학생이 제법 그럴듯하게 목검을 휘두르며 5명이나 되는 귀족 학생들과 팽팽하게 맞섰지만 역시 수적인 열세를 벗어나진 못했다.

집단 구타가 이어졌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 굳이 나설 필요를 못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아카데미의 규칙 상 눈에 뻔히 보일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게 되면 구타를 행한 이들도 전원 퇴학을 받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그치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아아악-!”

커다란 비명!

위드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자신의 수련에 몰두하던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한 귀족 학생이 얼굴에 손을 대고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는데 손가락 사이로 붉은 핏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후스티!”

“뭐, 뭐야?!”

“얼굴에서 피가 나고 있어!”

위드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평민 학생의 모습에서 의도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하필…….’

귀족에게 있어서 얼굴의 중요성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다르지 않다.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어쩌면 평생 흉터가 될지도 모를 일을 저질렀으니 다음에 일어날 일들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저, 저 자식이!”

“개새끼!”

“평민 새끼가 감히!!”

“죽여 버리겠어!”

친구의 얼굴을 이미 흥건하게 적신 붉은 핏물에 흥분한 귀족 학생들은 저마다 목검을 날카롭게 세우며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평민 학생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네드벨 아카데미에 입학을 해서 나름대로 귀족들과 평등하게 지내왔다고 하더라도 평민과 귀족 사이에는 넘기 힘든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평민 학생은 자신이 귀족의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대로 두고 봤다가는 정말로 큰 일이 벌어질 거란 생각에 몇몇 학생이 급히 몸을 움직였지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위드만큼 빠른 학생은 없었다.

탁탁탁탁!

허공을 울리는 목검의 충돌음.

평민 학생의 앞을 보호하며 나선 위드의 모습에 귀족 학생들은 저마다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왜 나서는 거냐!”

잔뜩 흥분해서 외치는 한 학생의 모습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위드가 대꾸했다.

“퇴학이라도 당하고 싶은 거냐?”

“……!”

위드의 말에 그들 모두가 흠칫한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확실히 위드가 앞을 막지 않았다면 그들의 목검이 평민 학생을 어떻게 만들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는 곧바로 퇴학과 연결되는 것이니 잔뜩 흥분해 있던 그들로써는 오히려 위드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누가 겁낼 줄 알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느새 목검을 슬쩍 늘어트리는 모습에 위드는 더 이상 큰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작게 안도했다.

“비켜!”

“후스티!”

얼굴 한쪽이 붉은 핏물로 번들거리는 후스티가 목검을 꽉! 쥐고 위드의 앞으로 걸어왔다. 다행이 상처가 그리 크진 않지만 흉터가 없어진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내가 비키면?”

“죽여 버리겠어!”

정말로 죽여 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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