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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38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5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38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13화

 

 

‘영주님, 대륙 어딜 찾아봐도 영주님처럼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상태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없습니다. 이 사실을 마법사 길드나, 연금술사의 탑에서 알게 되면 그들은 반드시 그 비밀을 풀기 위해 영주님을 주시할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엔 제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페르만 왕국에서조차 그 비밀을 알기 위해 영주님을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만큼 영주님께서 지니고 계신 비밀이 중요한 것임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되도록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신 상태에선 마법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마로크가 걱정스럽게 당부했던 말이었지만 상황이 더 이상은 여유를 부릴 수가 없게 되었다. 트랜트 아머로 인해서 상처는 입지 않고 있었지만 통증마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나가 주입된 검에 맞는 느낌은 몽둥이로 얻어맞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베이면 검의 날카로움에 의해 타격에 의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위드의 경우엔 계속해서 타격을 받고 있었으니 그 통증이 점점 몸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블링크!”

팟!

블링크를 외치자 위드의 몸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크아악!”

비명과 함께 한 사내가 허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졌다.

“어, 어어어떻게?!”

사라졌던 위드가 쓰러진 사내의 곁에 서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여기 서 있었다는 듯 위드는 검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블링크!”

또 다시 위드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몸이 나타난 곳은 또 다른 사내의 등 뒤였다.

“뒤, 뒤!!”

“조심!!”

푸욱-!

“컥!”

다른 두 사내가 기겁을 하며 외쳤고, 그들의 외침에 재빨리 등을 돌렸지만 그보다도 위드의 검이 사내의 등뒤에서 가슴을 뚫고 나오는 것이 조금 더 빨랐다.

“뭐, 뭐야!!”

“도, 도대체 네놈 무, 무슨 짓을!!”

남은 두 사내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로 인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자신들의 앞에서 있던 위드가 갑자기 사라지며 동료를 개미 죽이듯 죽여 버렸다. 이런 경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블링크!”

팟!

또 다시 사라졌고, 두 사내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의 주변을 황급히 돌아보며 경계했다.

하지만…….

서걱!

위! 한 사내의 머리 위에 나타난 위드는 그대로 떨어지며 사내의 머리를 좌우로 정확하게 갈라버렸다. 이미 어려서부터 피가 튀는 치열한 전쟁 아닌, 전쟁의 중심에서 살아온 위드였다. 적어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살인에 있어서는 두려움이나, 주저함이 있을 수 없었다.

몬스터와 사람은 다르지만 자신을 죽이고자 한다면 죽이는 것에 있어서는 어떠한 망설임도, 어떠한 죄책감도 느낄 필요가 없다!

어려서부터 위드는 그렇게 배우며 자랐다.

‘이들은 결코 한 사람도 살려둘 수 없어!’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상태에서 마법까지 사용했으니 이들은 결코 살아선 안 된다.

덜덜덜덜덜……!!

남은 한 사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에게 있어서 위드는 그가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 가장 공포스런 존재로 각인되었다.

“사, 살려줘…….”

무수히 떨리는 턱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내의 모습에 위드는 대답했다.

“블링크.”

위드의 몸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그리고 휘둘러진 그의 검끝에 공포로 인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사내의 목이 잘렸다.

툭!

데구르르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사내의 머리는 그렇게 바닥을 뒹굴었다.

“네, 네놈은…… 누, 누구냐?”

모든 광경을 지켜본 빌라노비치가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위드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블링크.”

 

 

Chapter 6  하워드 워커 

 

‘크으윽! 도, 도대체 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당신이 내게 하려고 했던 것과 같을 뿐.’

‘나, 나…… 나는 카, 카르타 제국 클라우드 공작님과 가, 각별한 사이다! 네, 네놈이 날 죽이면 네놈 역시 안전할 순 없다!’

‘직접 내게 말하지 않았던가?’

‘……?’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재수가 없으면 어디서든 죽기 마련이지. 그것이 설사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덧붙여 주지. 제국의 공작이라고 하더라도 나와 피에나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은 당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을 걸?’

‘제, 제국의 공작을 함부로 보지 마라! 네놈이 날 죽이면 분명히 클라우드 공작님은 알아내실 거다! 그러면 네놈은 그날로 죽을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저, 저, 정말로 주, 죽음이 두, 두렵지 않은 건 아니겠지? 이, 이쯤에서 그만두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깨끗이 이, 잊어주겠다! 워, 원한다면 돈도 얼마든지 주마!’

‘전 재산을 주면 생각해보지.’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럴 줄 알았지.’

‘자, 자, 잠깐! 바, 반을 주마! 내 재산의 반을 줄 테…… 크아아악!!’

 

“위드, 이거 꼭 써야 돼?”

피에나의 작은 투덜거림에 위드는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지워버렸다.

“응?”

“나 이거 쓰기 싫은데…….”

피에나는 답답하다는 듯 머리와 목, 가슴 일부를 뒤덮은 카울(Cowl)을 만지작거렸다. 본래,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의상인 만큼 여름에는 사용하는 이들이 극히 드물었다. 

물론, 피에나가 쓰고 있는 카울은 여름용으로 제작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머리부터 시작해 목을 거쳐 가슴까지 천으로 뒤덮고 있으니 답답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를 가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피에나는 또 어제처럼 싸우고 싶은 거야?”

절래절래.

피에나는 위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위드는 피에나의 모습에 그녀를 토닥거리며 살며시 안아주었다.

“저녁에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벗어도 되니까 조금만 참자. 알았지?”

피에나는 언제 투덜거렸냐는 듯 방실방실 웃었다.

“응.”

현재 위드와 피에나는 네드벨 시에 도착한 상태였다. 곧바로 아카데미로 들어가면 다시 겨울방학이 되기 이전까지는 외부로 나오기 힘들었기에 저녁때까지는 네드벨 시를 구경하기로 한 것이다.

네드벨 시는 프라디아 대륙에서 유일하게 어떠한 나라의 관섭도 받지 않는 자유 도시였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는 그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마치 전 세계를 다 둘러보는 것처럼 각 나라의 문화가 뒤죽박죽 뒤섞여 있었다. 보통 정제되지 않은 것들이 뒤섞이면 그 모습은 결코 보기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네드벨 시는 달랐다.

엉망으로 각 나라의 문화가 뒤섞여 있는 듯싶은데 개성적이었고, 아름다웠다. 거친 느낌이 들다가도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고, 난잡한 모양새 같으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프라디아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말하라면 열에 일곱, 여덟은 하나같이 카르타 제국 로웬 지방의 베네치스 시를 말한다. 

로웬 지방은 대륙 내에 존재하는 가장 커다란 아나아 호수에 맞닿아 있었는데 베네치스 시는 그런 아나아 호수의 바로 곁에 세워져 있었다.

베네치스는 일명 ‘물의 도시’라고도 불리는데 그곳에 가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그런 베네치스를 제외하고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는 몇몇 존재했고, 그 중의 하나에 네드벨 시가 들어갈 정도로 네드벨 시 역시 아름다운 도시였다.

“저기.”

피에나는 네드벨 시 광장 한쪽에 만들어져 있는 작은 분수를 가리켰다. 분수의 주변에는 크고 작은 조각상들과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저기 갈까?”

피에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수의 주변에는 많은 연인들이 있었다. 조각상을 구경하는 연인들, 분수의 시원스럽게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연인들, 더운 날씨임에도 긴 의자에 바짝 달라붙어 소곤거리는 연인들까지.

위드는 자신의 오른팔을 바짝 끌어안고 있는 피에나와 함께 분수의 물줄기 쪽으로 다가갔다. 물줄기는 대략 3미르(m)정도 솟아오르고 있었다.

“차가워.”

카울을 쓰고 있는 피에나의 얼굴로 물방울이 튀었는지 그녀는 귀엽게 얼굴을 찡그리며 위드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위드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얼굴에 묻은 물방울을 직접 닦아 주었다.

“헤에…….”

피에나는 행복한 웃음을 흘리며 위드를 바라봤다.

‘정말로 피에나와 결혼해야 하는 걸까?’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피에나 같은 여자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행운이었다. 인간이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드문 경우지만 엘프와 인간, 드워프와 인간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아니, 차이라고 한다면 인간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엘프나 드워프에게 있어서 반려자의 죽음은 큰 슬픔으로 남는다. 타이먼 족과 결혼하면 반대로 인간이 그런 슬픔을 겪어야 할 뿐이다.

 

‘타이먼 족의 수명은 보통 50세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더 오래 살기도 합니다만 보통 대부분의 경우 50세를 기준으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50년…….’

히덴의 말에 따르면 피에나는 앞으로 40년 정도밖에 살아가지 못한다. 그것도 나름대로 장수를 했을 경우이다. 엘프가 인간의 죽음을 슬퍼해야 하듯이, 인간은 타이먼 족의 죽음을 슬퍼해야 한다.

어차피 인간의 수명은 보통 70세다. 고작 타이먼 족보다 20년의 세월을 조금 더 살아갈 뿐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인간과 결혼하는 엘프나 드워프는 정말로 큰 결심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대륙 곳곳에선 그러한 결심을 하고 결혼한 이들이 여럿 존재하며, 지금도 이 순간에도 그런 결심을 하고 있는 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피에나.”

위드의 부름에 피에나가 ‘응’하며,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날 만난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아?”

피에나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위드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위드 만난 거 후회 안 해. 왜 그런 생각 해? 위드는 피에나 만난 거 후회 해?”

혹시라도 후회 한다고 말을 할까 두려운 표정으로 피에나는 위드를 바라봤다. 

만약, 후회한다는 말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울음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전투 종족이라고 불리는 타이먼 족 답지 않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이런 모습 역시도 타이먼 족의 일부분이다.

위드는 피에나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나도 후회 하지 않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피에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주변 공간 까지도 환하게 만들어 버릴 것만 같은 그런 미소였다.

“위드.”

피에나가 그윽한 눈으로 위드를 올려보며 말했다.

“응?”

“여기서 뽀뽀하면 안 돼?”

위드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위드의 대답에 피에나가 볼을 부풀리며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은 뽀뽀하잖아.”

피에나가 가리킨 곳엔 한 연인이 조각상의 뒤에서 보기 낯 뜨거울 정도로 진한 뽀뽀-사실은 키스지만-를 하고 있었다.

“저, 저건…….”

쪽!

“헤에…….”

피에나의 입술 자국이 위드의 오른쪽 볼에 선명히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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