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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37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37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12화

 

 

“피에나, 내일도 아침 일찍 떠나야 하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

“응.”

위드의 말에 피에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을 먹은 둘은 종업원의 말대로 드래번 휴식처 한 쪽에 마련된 화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원은 위드나 피에나처럼 드래번 휴식처에서 머물다 가는 이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꽤나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막 화원을 나가려던 위드와 피에나는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은 사람들로 인해서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사내들 중에는 점심을 먹기 전에 보았던 바레즈와 빌라노비치가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한 눈에 보기에도 결코 좋은 의도로 길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피에나는 노골적으로 그들을 적의 어린 시선으로 노려봤다.

“역시 타이먼 족이야.”

빌라노비치의 음성이 비릿하게 느껴졌고, 눈동자는 탐욕에 번들거렸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습니까?”

“1천 골드 주지.”

빌라노비치는 인심이라도 쓴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무슨 말입니까?”

위드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자 빌라노비치가 살짝 눈을 찌푸리고는 입을 열었다.

“2천 골드 주지.”

“2천만 골드를 준다면 생각해보도록 하지.”

“헉!”

“2, 2천만 골드?!”

위드의 말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경악스럽게 외쳤다. 

빌라노비치가 기가 막히다는 듯 바라봤다.

“나는 장난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2천 골드면 네 녀석이 어딜 가든 떵떵거리며 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 이런 행운이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니 조용히 2천 골드를 받고 사라져라.”

“생각해보니 2천만 골드는 너무 작군. 8천만 골드를 주면 생각해보지.”

“파, 파파파팔천만 골드!!”

“미친놈!”

바레즈가 얼굴을 찌푸리며 욕설을 뱉어냈다.

“영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놈이로군.”

빌라노비치의 말이 끝나자 그의 주변에 있던 4명의 사내가 위드와 피에나를 둥그렇게 감싸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피에가 살기를 흩뿌리며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호오!”

송곳니와 손톱이 솟아나며 피에나가 전투태세에 들어가자 그녀의 살기에 온몸이 주눅 들었음에도 빌라노비치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트엔 경과 슐린 경은 타이먼 족을 상대하도록 하시오.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로 여자가 다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오. 나머지는 트엔 경과 슐린 경을 보조하며 저 미친놈을 죽여라!”

바레즈의 외침에 움직이지 않았던 금발과 청발의 중년 검사가 천천히 걸음을 내딛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단순히 검을 뽑을 뿐인데 두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나머지 4명의 사내들도 한꺼번에 검을 뽑아 들었다. 그들 역시도 결코 호락호락해 보이는 상대는 아니었다.

“피에나, 조심해야 해.”

위드의 말에 피에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우거를 상대로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던 피에나였다. 하지만, 금발과 청발 중년 검사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설마…… 저 두 사람이 익스퍼트 상급?’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자라면 정말로 귀한 인재다. 어느 나라를 가던 중앙기사단의 자리 하나는 쉽게 꿰찰 수 있을 만큼 인정받는 검사란 소리였다.

위드는 자신의 검을 뽑았다.

“특이한 검이군.”

금발의 중년 검사가 위드의 검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위드는 금발 중년 검사의 말에 대꾸를 하기 보단 검을 겨누며 빌라노비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귀족을 함부로 죽여도 상관없다는 건가?”

“귀족? 뭐, 네놈이 귀족일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지. 어디론가 여행이나 떠나는 것 같은데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재수가 없으면 어디서든 죽기 마련이지. 그것이 설사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빌라노비치가 입 꼬리를 올리며 대꾸했다. 

하지만, 위드의 이어진 말에 그의 입가가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나는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페르만 왕국에서 결코 가만있지 않을 거다. 자신 있나?”

“페르만 왕국의 위드 카일러 준남작?”

믿을 수 없다는 듯 위드를 바라보던 빌라노비치는 그제야 위드의 이름을 들어봤는지 알겠다는 듯 말했다.

“대륙 최연소 준남작이 바로 네놈이었군. 페르만 왕국 귀족들에 의해서 풍요로운 헤르센 지방을 빼앗기고, 몬스터 땅과 인접한 프레타 지방을 영지로 받았다고 했던가? 하하하!”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 빌라노비치는 이어 빈정거리듯 물었다.

“귀족으로 취급도 해주지 않는 네가 죽었다고 해서 과연 페르만 왕국에서 발 벗고 네 일에 나서줄까?”

“…….”

위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빌라노비치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자신이 죽는다고 해서 페르만 왕국에서 자신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제대로 조사를 해 줄 것인지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우선적으로 자국의 귀족이 죽었으니 조사를 하는 모양새는 보이겠지만 단순히 시간 죽이기에 불과할 것이다.

‘정체는 밝히지 말았어야 했는데…….’

위드는 자신의 실수임을 깨달았다.

“그래도 준남작이시니 정중하게 대접해드려라.”

비웃음과 함께 빌라노비치가 말하자 4명의 사내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캬오오옷!”

살기 가득한 타이먼 족 특유의 소리를 내며 피에나가 4명의 사내를 향해서 몸을 날렸다.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가 4명의 사내를 향해 손톱을 휘두르는 속도가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질 만큼 빨랐다.

타앙!

“……!”

청발 중년 검사의 검이 피에나의 앞을 막았다.

피에나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청발 중년 검사의 모습에 두 눈을 사납게 치켜떴다. 그리고는 빠른 속도로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따앙! 따다당!

손톱과 검날이 부딪히며 작은 불꽃이 튀었다.

눈부신 속도로 이뤄지는 피에나의 공격을 청발 중년 검사는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었지만 그의 발은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트엔 경도 함께 상대를 하시오! 다시 말하지만 절대로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하도록 하시오!”

바레즈의 말에 금발 중년 검사, 트엔은 알겠다는 듯 몸을 날렸다.

트엔의 가세로 상황은 확실하게 바뀌었다.

“피에나!”

피에나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위드의 모습에 그를 감싸고 있던 한 사내가 피식 웃었다.

“지금은 네 녀석이나 걱정해라.”

말을 끝내고 그가 고갯짓을 하자 나머지 3명의 사내들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욱더 거리를 좁히기 위해 걸어왔다.

위드는 곧바로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기 위해 자신의 심장에 새겨진 마법문신에 마나를 주입했다. 머리 위의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검붉은 색의 액체가 흘러나와 위드의 몸을 뒤덮었다.

“트…… 트랜트 아머!!”

한 사내가 놀란 음성으로 외쳤다.

철컥! 철컥! 철컥!

“검붉은 색?”

위드의 트랜트 아머가 제대로 모양을 갖추자 트엔이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는 사이 피에나의 손톱이 그의 허리로 파고들었다.

땅!

재빨리 몸을 뒤로 피하며 검을 휘둘러 막아낸 트엔은 뒤이어 이어질 피에나의 공격을 준비했지만 청발 중년 검사, 슐린이 그녀를 공격해 들어갔기에 여유롭게 고개를 돌려 위드를 바라봤다.

“트랜트 아머가 저런 색도 있던가?”

트엔은 이상하다는 듯 위드가 착용한 검붉은 트랜트 아머를 유심히 살폈다.

“트랜트 아머라…….”

위드를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던 4명의 사내들은 그가 갑작스럽게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자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트랜트 아머라 해봐야 어차피 리피트 상급일 뿐이니 우리 4명을 상대로 이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

익스퍼트 중급에 오른 자신들이었다. 위드가 아무리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나이를 봤을 때, 리피트 상급이 최고였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4명이나 되는 익스퍼트 중급 검사를 상대로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어린 나이에 리피트 상급에 트랜트 아머까지 지니고 있다니…… 하지만, 여기서 죽으면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겠지.”

대단한 일임이 분명했다.

이대로 10년만 지나도 위드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10년 후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 그 스스로에겐 안타까운 일이었고, 자신들에게는 재밌는 일이었다.

“틀렸어. 난 이런 곳에서 죽지 않아.”

헬름의 눈구멍에서 붉은 빛이 번뜩임과 동시에 위드가 땅을 박차고 앞으로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으니 알아서들 조심해.”

위드는 경호성을 내뱉는 사내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채앵!

검날과 검날이 충돌하며 불꽃이 튀었다. 놀라운 사실은 위드의 검날이 사내의 검날을 조금 파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뭐, 뭐야?”

사내가 놀라는 사이 위드는 연속적으로 공격을 펼쳤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와 힘이 리피트 상급의 검사라 생각하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월등하게 높았다.

챙! 채채챙!

손목을 시큰거리게 만드는 힘 앞에 사내는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그가 물러나기 이전부터 위드의 주변을 감싸고 검을 휘두르는 동료들로 인해서 그는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리피트 상급이 아니란 소린가? 하지만…… 분명 익스퍼트 급에 오르진 못했는데…….”

트랜트 아머가 제 아무리 착용자의 신체 능력을 월등하게 높여 준다고 하더라도 리피트 상급의 검사가 익스퍼트 중급의 검사와 맞상대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리피트 상급과 익스퍼트 하급만 하더라도 하늘과 땅의 차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격차가 컸다. 하물며, 하급도 아닌 중급의 익스퍼트 검사가 고작 리피트 상급의 검사에게 밀린다니!

아무리 트랜트 아머를 착용했다고 하더라도 사내는 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쇠와 쇠가 부딪히며, 튀는 것은 불꽃만이 아니었다. 위드의 검을 상대하는 사내들의 검에서 미세하게 떨어져 나오는 쇳조각도 있었다.

“씨팔!”

가랑비라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맞다보면 속옷까지 흠뻑 젖고 만다. 지금이 딱 그 꼴이었다. 한 번의 충돌은 그 피해를 유심히 살펴야 할 정도로 작았지만 충돌의 수가 늘면 늘수록 검날이 상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검술 실력으론 리피트 상급에 불과한 위드가 전혀 그에 맞지 않는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찌푸려진 사내들의 얼굴은 좀처럼 펴질 생각을 안했다.

부악-!

“큭!”

위드의 검이 한 사내의 허리를 살짝 베고 지나갔다. 사내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허리를 바라봤다. 살짝이지만 살갗을 베여 피가 흘러나왔다.

“정말로 짜증나는 놈이로군!”

검이 보검인지 충돌할 적마다 자신의 검날이 상하고 있었다. 거기에 한 손으로 휘두르는 검이 투 핸드 소드 만큼이나 길었다. 몇 가지나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상대였다.

“도대체 뭣 들 하는 거냐!!”

바레즈의 외침에 사내는 더욱더 짜증스럽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네놈 눈에는 우리가 한가하게 놀고 있는 것 같냐?”

작게 중얼거리며 사내는 다시 위드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상대의 검을 상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검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 고작 리피트 상급에 불과한 위드가 익스퍼트 중급의 검사 4명을 홀로 상대한다는 건 꿈에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사내들이 일제히 검에 마나를 주입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검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4명의 익스퍼트 중급 검사들을 상대로 위드는 훌륭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트랜트 아머의 막강한 방어력으로 인해서 웬만한 공격에 타격을 받지 않은 위드와 다르게 그를 상대하는 사내들은 저마다 몸에 두세 군데씩 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깡!

“제기랄!”

빈틈을 노리고 시기적절하게 검을 휘둘렀지만 검붉은 트랜트 아머엔 흠집조차 가지 않았다. 가장 비싸다는 미스릴 트랜트 아머라고 하더라도 마나를 주입한 검날에는 조금이나마 타격을 입기마련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빈틈을 노리고 작정해서 검을 휘두르면 어느 정도는 검날이 파고들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재질을 알 수 없는 검붉은 트랜트 아머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사내들은 이 점을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놈이 착용한 트랜트 아머는 뭐야!”

맨 몸이었다면 몇 차례나 목숨을 잃었을 위드였다. 아니, 트랜트 아머를 착용했다고 하지만 마나를 주입한 검이었기에 어느 정도는 피해를 입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가 착용한 검붉은 트랜트 아머는 일반적인 상식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었다.

사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위드는 나름대로 이들과 결정적인 승부를 보지 못해 초조해지고 있었다. 자신의 빈틈을 노리고 검을 휘두르거나, 찔러올 때는 등줄기가 서늘할 정도였다.

‘트랜트 아머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거야.’

자신의 생명을 트랜트 아머가 연장시켜 주고 있다 생각하니 다시 한 번 대마도사 칸에 대한 고마움이 가슴 깊이 새겨졌다.

‘피에나…….’

피에나 역시도 트엔과 슐린의 합공에 의해서 방어를 하기에만 급급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트엔과 슐린이 피에나의 몸에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더 이상은…….’

위드는 결국 마법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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