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35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35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10화
“이겁니까?”
위드는 영주실에 나란히 놓여 있는 8개의 금속 상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피에나 역시도 8개의 금속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 꽤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예, 말씀드렸듯이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인 만큼, 성능 면에서는 정식으로 거래되는 것들 중 가장 질 낮은 것보다도 못합니다.”
마로크의 말에 위드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사실, 이번에도 운이 좋았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이것조차 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로크 아저씨께서 힘써주신 덕분이죠.”
마로크는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한 일은 그저 암시장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그런 것도 능력이랍니다.”
위드의 칭찬에 마로크는 희미하게 웃었다.
“매년 7월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매년 생산되는 양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대륙에 정식으로 거래가 될 수 있는 물건들은 일차적으로 각 나라의 기사단에 팔립니다. 그러고 나서 물건이 남으면 그때 키렐 상회를 통해 공개적인 경매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경매라면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경매라면 당연히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물건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마로크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듯 말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경매란 영주님의 말씀처럼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만 하면 입찰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랜트 아머 경매는 조금 다릅니다.”
“다르다면?”
“트랜트 아머 경매는 아무리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뒷거래가 없는 이상은 쉽게 입찰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일례로 오란 왕국의 어떤 백작은 미스릴 트랜트 아머를 사기 위해 무려 2천 골드를 제시했습니다만 결국 구입하지 못했습니다.”
“2천 골드?”
아무리 미스릴 트랜트 아머라고 하더라도 2천 골드라면 당연히 살 수 있어야만 했다. 보통 미스릴 트랜트 아머는 1천 골드를 조금 넘는 금액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로 인해 트랜트 아머를 사려면 반드시 뒷거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매년 트랜트 아머는 그런 식으로 키렐 상회의 고위층과 뒷거래를 한 자들에게만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키렐 상회가 생명의 액체와 성장의 나무를 공급하는 곳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키렐 상회에서만 트랜트 아머를 팔 수 있는 것입니다.”
위드는 키렐 상회와 트랜트 아머의 제작과 관련된 일들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영주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똑똑똑.
“영주님.”
시크의 음성에 위드는 들어오라는 말을 했다. 문이 열리며 시크를 비롯한 루디, 폰트, 루카, 로돌프, 커닝, 가스파까지 모두 7명의 프레타 영지 핵심 인물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로 부르신 겁니까?”
루카의 물음에 시크가 그를 살짝 노려봤다. 자신들을 부른 만큼 이유가 있었을 테고 그건 굳이 묻지 않아도 위드가 알아서 이야기 할 것이다.
설령, 위드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먼저 말을 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것이 순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크의 눈총에도 루카는 여전했다. 이미 1, 2년 겪은 일도 아니었고, 위드가 영주라고는 하지만 아이 때부터 함께 봐왔기 때문에 어려움이 별로 없었다.
물론, 그가 이런저런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용병이라는 점도 무시할 순 없었다.
위드가 마로크를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이번에 기사단을 새롭게 만들려고 생각중이네. 쉽게 말하도록 하지. 자네들이 도와주게.”
기사단을 만든단 소리에 시크와 루디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부터 그들은 기사고, 기사가 기사단에 소속되는 일은 당연한 일.
“마로크 님, 저희는 용병입니다.”
루카의 말에 그의 곁에 선 나머지 인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이 기사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실력은 있다 하더라도 기사라는 그 빡빡하고 답답한 생활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알고 있습니다.”
마로크를 대신해서 위드가 말했다.
“용병은 기사가 되기 힘듭니다. 솔직히 우리가 기사단에 들어가 봐야 물만 흐려놓을 것이 뻔합니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얼마나 제멋대로인 놈들인지.”
가스파가 반들반들한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의 말대로 보통 용병들이 기사가 되어 기사단에 합류하면 그 한 사람으로 인해서 기사단 전체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결국, 기사가 된 용병은 기사단을 떠나 다시 용병이 되는 일이 잦았다. 기사란 단순히 실력만 있어선 안 되었다. 흔한 말로 기사도란 정신이 밑바탕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기사단이라고 해서 꼭 다른 기사단들과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어차피 여기 있는 루디 경이나, 시크 경은 여러분들과 15년을 함께 해왔습니다. 서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드는 말과 함께 루디와 시크를 바라봤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시크의 말에 위드는 빙긋 웃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결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커닝의 말에 가스파와 루카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기사단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폰트?”
폰트는 루카의 부름에도 시선조차 주지 않고 위드를 바라봤다.
“프레타 영지는 제게 있어서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어차피 떠나지 못하는 곳이라면 폼나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 같은 놈을 어느 기사단에서 받아주겠습니까?”
폰트의 말이 끝나자 웬만해선 입을 잘 열지 않는 로돌프가 말했다.
“저 역시 기사단에 들겠습니다.”
“로돌프!”
커닝은 로돌프를 바라보며 진심이냐는 듯, 기사단에 들어가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나 있냐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어렸을 때 꿈이 멋진 기사단에서 활약하는 기사였습니다.”
쑥스럽게 말하는 로돌프의 모습에 커닝, 루카, 가스파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고, 위드와 마로크는 빙긋 웃었다.
“뭐, 저 두 놈의 뜻은 저렇지만 어쨌든 우리는 아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루카는 폰트와 로돌프를 배신자 바라보듯 바라봤다.
15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해온 동료가 전혀 다른 길로 가겠다니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위드는 이해한다는 듯 말을 하고는 마로크를 바라봤다.
“이건, 자네들 모두에게 주는 선물이네.”
마로크는 금속 상자를 한 사람당 하나씩 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커닝의 물음에 마로크는 대답대신 열어보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그들은 무언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각자 금속 상자를 열었다.
딸칵!
금속 상자의 안엔 구릿빛의 액체가 담겨 있었다.
“이, 이건?!”
시크와 루디가 놀란 얼굴로 마로크와 위드를 바라봤다.
“15년 동안 프레타 영지를 지켜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위드가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며 인사를 하자 시크와 루디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여, 영주님!”
위드가 아직 20살도 되지 못한 성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는 영주다. 그의 어렸을 적부터 키우다시피 하였고, 때론 모르는 것들을 그에게 가리키며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영주다. 그리고… 시크와 루디에게 있어서는 하나 뿐인 군주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루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마로크가 간단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트랜트 아머네.”
“……!”
“……!”
루카를 비롯한 용병들은 입을 쩍! 벌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구릿빛 액체를 바라봤다. 트랜트 아머가 무엇이며, 그 모습을 수십 차례나 봐왔지만 이런 형태일 줄은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이, 이게 트, 트랜트 아머?”
커닝의 음성이 잘게 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트랜트 아머를 갖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들이라 성능은 정식으로 거래되는 것들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스파가 대머리에 핏줄을 돋우며 말했다.
“그,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죠!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어쨌든 트랜트 아머가 아닙니까! 저, 정말로 우리에게 이런 귀한 것을 줘도 괜찮은 겁니까?”
위드는 물론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루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영주님, 돈 좀 있다고 너무 함부로 쓰는 것 아닙니까?”
“루카!!”
루카의 말투에 시크가 호통 치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Chapter 5 빌라노비치
“피에나.”
위드의 목소리에 품에 안겨 아이처럼 곤하게 잠을 자고 있던 피에나가 졸린 눈을 살며시 떴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위드는 그녀의 뺨에 뽀뽀를 해주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야만 했다. 뒷일을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기에.
“일어나. 가야 돼.”
“어디?”
이제 완벽하게 적응했는지 피에나의 음성은 인간과 비교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처럼 꽤 귀엽게까지 들리는 음성이었다.
“네드벨 아카데미.”
위드가 피에나와 함께 방을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마로크가 서 있었다.
“마로크 아저씨.”
“역시 제 생각이 맞았군요.”
웃으며 말하는 마로크의 모습을 보며 위드 역시 웃었다. 피에나는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반쯤 감긴 눈으로 마로크를 보고 있었다.
위드와 마로크, 피에나는 천천히 걸었다.
“벌써 여름방학이 끝나다니…… 시간이란 정말로 빠른 것 같습니다.”
“빠르다면 그 무엇보다도 빠른 것이 시간이며, 느리다면 그 무엇보다도 느린 것 또한 시간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마로크의 말에 위드는 맞다는 듯 대답했다.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어서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자기 전에 항상 빌었던 위드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늦게 간다고 얼마나 불만을 가졌던지.
피식.
어렸을 때를 생각하자 위드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왜 그러십니까?”
마로크의 물음에 위드가 말했다.
“어렸을 때가 생각나서요.”
“어렸을 때라…… 그때의 영주님은 어른이고 싶어 하는 아이였죠.”
마로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야…….”
“그런 영주님을 보며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예?”
“프레타 영지를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겠다. 영주님이 정말로 어른이 되어 스스로 영지를 다스릴 때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가 이 두 손으로 이곳을 지켜야겠다. 하루도 잊지 않고 떠오른 태양을 바라보며 다짐했었습니다.”
“마로크 아저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며, 어른은 어른다워야 하고, 엘프는 엘프다워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인 것입니다. 어렸을 때의 영주님은 솔직히 크게 정감 가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하하하.”
마로크의 말에 위드는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도 모든 분들이 절 얼마나 아껴주셨는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것은 기억해 주십시오. 앞으로도 우리는 영주님을 평생 동안 아끼며 지킬 것입니다.”
마로크의 말에 위드는 가슴 속에서 올라온 뜨거운 감정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 마로크 아저씨도 더 늦기 전에 어서 결혼부터 하세요. 그래야 아이도 생길 것 아닙니까.”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고 고개를 돌리는 위드의 모습에 마로크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벌써 이렇게까지 커버렸구나…….”
‘너는 내 아들이나 다름없다.’
마지막 말은 마로크의 가슴 속에서만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