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25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25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25화
“영주님, 이제 슬슬 다른 곳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커닝의 말에 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위드를 따라 몬스터들을 공격하기 위해 선발된 사람은 오랜 실랑이 끝에 커닝이 차지하게 되었다.
“피에나!”
꽤나 떨어진 거리였고, 숲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의 커다란 소리도 아니었지만 위드의 목소리를 듣고 피에나가 반응했다.
고르곤과 미노타우로스가 엉뚱한 곳으로 가지 못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들을 통제하던 피에나는 곧바로 위드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나뭇가지들을 툭툭 가볍게 밟고 먼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피에나의 몸놀림에 커닝과 위드는 이미 몇 번이나 봤음에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크우우우우우-!!
므우우우우!!
피에나의 존재가 사라지자 고르곤들과 미노타우로스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 남은 것이라고는 황폐해진 숲의 모습과 구역질이 날 정도로 잔인하게 죽은 오크, 고블린들의 시체뿐이었다.
“고생 많았어, 피에나.”
위드가 피에나의 이마의 땀을 정성스럽게 닦아주자 그녀는 행복하게 웃었다.
“조금만 쉬었다가 움직이자.”
피에나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줘야 하는 법. 피에나는 위드의 말에 방긋 웃고는 품으로 파고들었다.
“…….”
그 모습을 가만히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커닝.
“왜 그러세요?”
위드의 물음에 커닝이 작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그냥…… 영주님이 너무 부러워서 그렇습니다.”
“그런가요?”
“그럼요! 영주님은 정말로 행운아입니다!!”
커닝은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위드의 품에서 잠을 자듯 미소를 그리며 안겨 있는 피에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 영주님!”
갑작스런 커닝의 부름에 위드는 물론이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피에나 역시도 살짝 눈을 떠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죠?”
“저……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무슨 부탁인가요?”
“그제 저…….”
곧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는 커닝.
분명히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다른 귀족들이 본다면 대번에 귀족의 망신이니, 한낱 용병 따위가 겁이 없느니 하며 얼굴을 붉힐 것이다.
하지만, 프레타 영지 내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런 모습일 뿐이었다.
“피에나 양께 부탁해서 다른 동족 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커닝의 부탁에 위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족이라면?”
“당연히 타이먼 족 여성분들이죠. 하하하!”
위드는 가만히 커닝을 바라봤고, 그는 그런 위드의 시선을 마주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그냥 물어만 봐주시는면 되는데…….”
어차피 커닝이 다른 타이먼 족 여성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하더라도 그 여성의 마음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
아주 오래전부터 못된 인간들이 못된 방법으로 타이먼 족을 속여 왔기에 타이먼 족들도 자연스레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 앙금처럼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피에나도 위드를 처음 만났을 때, 경계의 눈빛을 빛냈던 것이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기에 위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 안긴 피에나에게 말했다.
“피에나, 혹시 다른 타이먼 족 여성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위드의 물음에 피에나는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어디 있는지 피에나 몰라.”
피에나의 대답에 위드는 알겠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주고는 커닝에게 말했다.
“피에나도 모른다네요.”
“……예, 영주님.”
커닝은 꽤나 실망한 표정으로 우울하게 하늘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고 위드는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쫑긋쫑긋.
위드의 품에 안겨 있던 피에나의 귀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가 튕기듯 몸을 일으키고는 주변을 싸늘하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피에나?”
“영주님!”
피에나의 갑작스런 반응에 위드보다 커닝이 얼굴을 굳히며 검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크와아아악!!
크와아아악!!
“오우거?!”
“영주님!!”
문제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오우거의 괴성에 위드와 커닝은 급히 검을 뽑아들었다. 자신들이 현재 나무 위에 올라있다고 하지만 숲의 제왕인 오우거에겐 오히려 더욱 위험한 장소였다.
곧바로 오우거들이 사방에서 나타났다. 오우거는 숲의 제왕이라고 불릴 만큼 홀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동료란 없었다. 그런데 오우거가 사방에서 무려 5마리나 나타난 것이다.
“아무래도…….”
커닝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한 방향을 바라봤다.
오크, 고블린들의 시체였다. 진한 피 냄새가 그들을 불러들인 것이 분명했다. 피 냄새에 몬스터들이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위드 일행은 피에나를 믿었고, 설마 오우거가 이렇게나 많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기에 서둘러 자리를 피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지역에 이렇게 많은 수의 오우거라니…….”
15년 동안 프레타 영지를 위해 살며 몬스터들과 수많은 싸움을 해왔지만 이런 지역에서 이토록 많은 수의 오우거를 한꺼번에 본 적이 없는 커닝이다.
오우거들은 피 냄새와 그 속에 섞인 위드 일행의 냄새를 맡았는지 하나, 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위드 일행과 가장 인근에 있던 오우거가 알아차렸다.
크와아아악-!!
잔뜩 짓이겨진 오크나 고블린보다는 살아있는 인간이 훨씬 좋은 먹이거리였기에 오우거는 기쁨의 괴성을 내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
“캬오오옷!”
바짝 긴장한 채 전투태세에 들어가 있던 피에나는 가장 먼저 달려드는 오우거를 향해서 몸을 솟구쳤다.
오우거는 피에나가 달려들자 괴성을 내지르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굉장히 빠르고, 강력한 휘두름이었지만 그보다도 피에나가 약간 더 빨랐다.
촤아아악!
크와아악!
팔뚝이 깊이 파이며 핏물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그 사이 다른 4마리의 오우거들도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고, 곧바로 피에나부터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피에나!!”
오우거가 1마리도 아니고 무려 5마리다!
소드 마스터가 아니고서야 결코 이길 수 없는 숫자!
위드는 곧바로 나뭇가지를 박차며 뛰어 올랐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오우거를 향해서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길이 170세르(cm)에 폭 3세르(cm), 일반적인 검들과 다르게 끈 부분이 삼각형 형태가 아닌 반원 형태로 매끄럽게 이뤄져 있었기에 칼등이 존재했고, 약간 검푸른 색은 무슨 금속으로 이뤄졌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는 기이한 검이었다.
서- 걱!!
크와아아아악-!!
너무나도 매끄러운 일격. 마치 밤하늘에 유성이 지나가듯 위드가 휘두른 검은 희미하지만 잔영을 남기며 오우거의 오른쪽 팔을 깨끗하게 베어버렸다.
불의의 일격에도 오우거는 흉포하게 괴성을 내지르며 본능적으로 왼팔을 휘둘렀다.
“영주니임!!”
커닝이 재빨리 몸을 날렸지만 그보다도 오우거의 일격이 빨랐고, 위드는 땅에 내려서지 못한 상태였다.
퍼억!
“커헉!”
가까스로 팔을 교차시켰지만 오우거의 힘은 위드가 받아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오우거에게 얻어맞은 위드는 그대로 숲 안쪽을 향해서 깊숙이 날아갔다.
“영주니이이이임!!”
커닝이 목청이 터져라 외치며 급히 위드가 튕겨져 나간 곳을 향해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피에나 역시 오우거 한 마리의 가슴을 잔인하게 찢어버리며 숲 안쪽으로 날듯 뛰었다.
크와아아아악!!
크와아아악!!
오우거들도 피에나와 커닝을 쫓아 숲 안쪽으로 달렸다.
쿠웅!
“컥! 커헉!”
커다란 나무에 부딪힌 위드는 그대로 경사진 바닥을 미끄러져 내려와 웬만한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뛰어 넘을 길이의 풀숲으로 들어갔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풀숲을 구르던 위드의 몸이 갑작스럽게 땅 밑으로 쑥! 꺼져버렸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주변은 고요해졌다.
***
똑. 똑. 똑.
“으음…….”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액체에 위드는 신음과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 가장 먼저 어둠이 확 밀려들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흐릿하지만 멀리서 불빛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으으윽!”
상체를 일으키던 위드는 이내 다시 드러누웠다.
‘뼈가 부러졌어.’
왼쪽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극심한 통증이 눈앞을 캄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우거의 일격을 막았던 왼팔도 정상이 아닌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으윽, 여긴…….”
간신히 고개만 들어 주변을 살폈지만 도무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하 하…… 하하하하!!”
우스웠다.
그리고…… 한심했다.
그리 대단치도 않은 실력으로 무슨 일이든 해낼 것이라고 자신했던 자신이 우스웠고, 한심했으며, 화가 났다.
그렇게 위드는 한참을 웃었다.
“피에나와 커닝은 괜찮을까?”
자신도 자신이지만 오우거 5마리와 싸워야 할 두 사람이 너무나 걱정되었다. 자신이 고집만 부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약속했다. 모두에게 쉽게 죽지 않겠다고!
위드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곁에 떨어져 있던 검을 지팡이 삼아 땅을 짚으며 위드는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을 향해서 천천히 아주 느린 속도로 걸었다.
불빛은 주먹만 한 돌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지도 작지 않은 원형의 공간이었다. 대부분의 물건들은 부식되어 있었고, 먼지와 이끼가 잔뜩 끼어 있어서 도무지 무엇이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여긴 어디지?”
분명 사람이 살던 곳 같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무엇을 하던 곳인지는 알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부식되지 않은 물건들을 살피려고 했지만 만지는 족족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렇게 약 30분정도를 살피던 위드는 유일하게 부식되지 않은 금속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금속이 다 부식되어 있었는데 어째서 이것만 부식되지 않았는지 의아해하며 위드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열었다.
끼이이익.
천천히 금속상자가 열렸다.
반쯤 열린 금속 상자 속에는 검붉은 색의 액체가 담겨 있었다.
“이게?”
어째서 금속상자에 검붉은 액체가 담겨 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이 금속상자만 유일하게 온전한지 의문 투성이었다.
위드는 검붉은 액체를 가만히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곁에 떨어져 있는 부식된 금속을 들고 액체를 휘저었다.
툭.
“……?”
검붉은 액체를 이리저리 휘젓자 그 속에서 무언가가 걸렸다. 위드는 뭔가 액체 속에 담겨 있다는 생각에 그것을 꺼내기 위해서 금속상자를 뒤엎었다.
촤아아악.
검붉은 액체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권의 얇은 책이 있었다.
“책?”
위드는 손을 뻗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에 묻어 있던 검붉은 액체가 위드의 손에 닿았다.
스으으으으읍!!
“뭐, 뭐야!”
검붉은 액체가 피부에 닿자, 바닥으로 쏟아진 액체까지도 마치 살아 있는 듯 위드의 손을 타고 빠르게 그의 몸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으윽! 이, 이게 무슨…….”
얼굴까지 뒤덮은 검붉은 액체!
액체는 위드의 전신을 뒤덮은 후 급속도로 굳어갔다.
철컥! 철컥! 철컥!
금속음과 함께 위드의 몸이 검붉은 갑옷에 휩싸였다. 그리고 위드의 눈 부위에서 시리도록 뜨거운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트, 트랜트 아머?”
위드의 놀란 음성이 허공에 맴돌았다.
(위드 카일러 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