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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22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5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2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22화

 

 

위드가 얼굴을 굳히며 놓아 달라고 하려고 할 때, 라샤가 나섰다.

“피에나, 혹시 다른 방법 없을까? 정말로 오크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는 인간들이 프레타 영지의 병사들이라면 도와야 하거든.”

라샤의 말에 피에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다 이내 위드를 바라봤다.

“……왜?”

피에나의 의문 섞인 물음에 위드가 대답했다.

“오크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프레타 영지의 병사들이라면 그들은 내 가족이거든. 가족. 피에나도 가족이 있지?”

끄덕끄덕.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피에나의 모습에 위드는 희미하게 웃었다.

“피에나는 가족이 죽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있어?”

위드의 물음에 피에나가 대답했다.

“우리 혼자 살아야해. 가족 어디에 있는지 몰라. 죽는 모습 볼 수 없어.”

피에나의 대답에 위드와 라샤, 엘리아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피에나의 말만을 듣고 유추해보면 타이먼 족은 홀로 살아가는 종족이란 소리였다.

“피에나…….”

위드는 물론이고, 라샤와 엘리아까지 피에나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물론, 종족 특유의 생존 방식이니 뭐라 할 순 없지만 만약, 자신들이 혼자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었다.

“피에나, 인간은 혼자 살지 못해.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 해. 만약, 오크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이들이 내 가족이고 그들이 죽는다면 난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해. 그게 인간이야.”

위드의 말을 듣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피에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나무 위로 재빠르게 올라가더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고르곤!”

피에나는 그렇게 외치고는 나무에서 내려왔다. 방긋 웃으며 위드에게 말했다.

“고르곤 달리면 오크 도망간다. 오크 아무리 많아도 고르곤, 미노타우로스, 오우거 무서워해.”

엘리아와 라샤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피에나를 바라봤지만 위드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프레타 영지에서 살아왔기에 알 수 있는 말이었다.

“위드, 무슨 말인지 알겠어?”

라샤의 물음에 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에나는 고르곤들을 이용해서 오크들을 상대할 생각인거야.”

“고르곤?”

“보면 알아. 피에나, 그럼 부탁 좀 할게.”

위드의 말에 피에나는 기분 좋게 웃고는 몸을 날렵하게 움직여 고르곤을 발견했던 곳으로 달려 나갔다.

 

“으아악!”

또 다시 한 병사가 비명을 내지르며 오크의 손에 쓰러졌다. 쓰러진 병사는 또 다른 오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무리로 끌고가 그 자리에서 오크들의 식사가 되어버렸다.

“해르만!!”

“이 더러운 오크 놈들 죽어어어!!”

한 순간 오크들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동료의 모습에 병사들은 저마다 눈물을 삼키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폰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 둘 오크들의 손에 쓰러지는 병사들의 모습에 굵직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방법이 없다!

이제는 물러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여기서 오크들에게 전멸을 당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모두 힘을 내! 이대로 죽을 수는 없잖아!!”

목이 터져라 병사들을 독려하지만 이미 한계에 이른 병사들의 검은 점점 느려지고, 단번에 잘라내던 그들의 검날도 무뎌지고 있었다.

“흐으음…….”

체력과 마나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마로크였지만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었다. 모자라면 모자란 만큼만 그 힘을 발휘하면 된다.

시크 역시도 더 이상은 마로크를 말릴 수 없었다. 그의 상태가 걱정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그가 회복되길 기다리는 것은 나머지 사람들에겐 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란 소리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마로크 님…….”

시크의 물기 젖은 음성에 마로크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슴 부근에 새겨져 있는 마법문신에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마법문신에서 시작된 빛이 그의 옷깃 사이로 새어나오던 순간!

두두두두두!

크우우우우!!

“이, 이 소리는?!”

“뭐, 뭐야?”

“서, 설마!!”

고르곤의 울음소리였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최소 열 마리 이상이 되는 고르곤들이 한꺼번에 땅을 울리며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10 마리도 넘은 고르곤들이 미친 듯이 전력으로 달려들자 마로크 일행을 빼곡하게 에워싸고 있던 오크들이 그대로 고르곤들의 몸에 치여서 사방으로 피떡이 되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퍼퍼퍼퍽!!

꾸에에에엑!!

꾸이이이익!!

고르곤들이 마치 오크들을 노리고 공격이라도 하는 듯싶었다. 무리를 지어가며 밀집되어 있는 오크들 사이를 처참하게 뚫고 지나가자 오크들은 저마다 공포에 질려 괴성을 내지르며 바삐 도망을 쳤다.

크우우우우!

두두두두두!

퍼퍼퍼퍼퍽!

꾸에에엑!!

고르곤의 전력 돌진은 제아무리 많은 수의 오크들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하여도 절대로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순식간에 수백에 이르던 오크들을 사방팔방으로 물러나게 만든 고르곤들. 그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마로크 일행은 쳐다보지도 않고 마치 뭔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그대로 오크들처럼 줄행랑을 쳐댔다.

한 순간에 족히 백 마리는 넘는 오크들이 한 줌의 고깃덩어리가 되어 사방에 짓이겨져 있었고, 그 가운데 마로크 일행이 넋 나간 얼굴로 서 있었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이, 커닝! 너…… 이런 황당한 경우 당해봤냐?”

“미친놈! 너랑 나랑 용병생활 지금까지 같이 했잖아!”

커닝의 핀잔에 루카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얼굴 근육을 일그러트리며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마로크 아저씨!!”

고르곤이 돌진해 왔던 방향에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물, 위드가 달려오자 마로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급히 달려 나갔다.

“위드!!”

마로크는 그대로 위드를 꽉! 껴안았다.

“무사했구나, 무사했어…… 정말로 무사했어…….”

울먹이며 자신을 껴안고 놓지 않으려는 마로크의 행동에 위드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걱정시켜 드려서 죄송해요. 이제는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했는데…… 죄송해요. 또 이렇게 걱정만 끼치게 해드려서…….”

“아니다! 아니야! 무시하니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아버지의 향기가 났다. 꼭! 껴안은 가슴에서 어머니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마로크는 그런 사람이었다. 위드에게 있어서 아버지이자, 어머니였다.

마로크는 이내 위드를 놓아주며 굵직하게 흘렸던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영주님! 감히 죄를 지었습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일어나세요.”

“하지만!”

위드는 마로크를 바라보다 이내 따스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말했다.

“여러분은 제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족입니다. 왜 이곳에 왔는지 알고 있습니다. 왜 이곳에 왔는지! 왜 이렇게 위험한 곳을 왔는지…… 그래서…… 그래서…….”

말을 하며 울먹이던 위드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고맙습니다.”

뚝뚝.

흐느끼며 우는 위드의 모습에 루카가 벌겋게 변한 두 눈을 큼지막한 손등으로 비비며 투덜거렸다.

“쳇! 꼬맹이 영주가 또 사람 울리는군!”

“루카!”

시크가 노려보자 커닝이 곁에서 팔꿈치로 툭! 쳤다.

“덩치는 산만한 놈이 질질 짜기는!”

“이 빌어먹을 놈아! 네놈 콧물이나 닦아!”

마로크는 이내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 잡고는 커다랗게 외쳤다.

“일동 차렷!”

처처척!!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자세를 잡았다.

마로크가 몸을 돌리고는 크게 외쳤다.

“영주님께 인사!!”

“어서 오십시오! 영주님!!”

피곤에 쩌 들고, 핏물을 뒤집어 쓴 지저분한 모습들이었지만 위드는 환하게 웃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위드 카일러! 다녀왔습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라샤가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며 말했다.

“아아, 정말로 감동적이다!”

“그, 그러게요…….”

엘리아 역시도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감동적인 분위기에도 오직 반응이 없는 존재.

“…….”

뭔가 묘한 분위기로 인해서 위드의 곁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피에나만이 볼을 살짝 부풀리며 위드를 바라보다 이내 마로크를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

경계의 눈.

마로크는 어째서 자신에게만 이토록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차라리 이유라도 알고 있다면 속이라도 편하겠지만 상대에게서 어떠한 이유도 들을 수 없으니 더욱더 답답할 뿐이었다.

“피에나?”

언제 그랬냐는 듯 눈웃음과 함께 위드를 바라보는 피에나의 모습에 마로크는 결국 ‘허!’ 하는 웃음을 뱉어냈다.

오른팔을 꽉! 끌어안고 있는 피에나.

유난히 자신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피에나의 모습에 위드는 그저 낯선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만 판단했다.

“으음……, 타이먼 족이란 말이지?”

루카는 피에나의 모습을 뚫어져라 자세히 바라보며 히죽거렸다. 위드의 곁에 달라붙어 주변을 살피다가 그가 부르면 귀엽게 웃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임마! 괜한 생각하지 마. 너 자칫 잘못 행동했다가는 그대로 끽! 소리도 못 내고 죽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곁에서 커닝이 혀를 차며 말하자 루카가 의외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던 오크들을 단번에 몰아냈던 고르곤들이 피에나에 의해서 움직였다는 걸 위드 일행에게서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오랜 경험으로 인해 피에나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거기에 타이먼 족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오래전부터 그들이 얼마나 전투적이며, 강한 종족인지 잘 알고 있기도 했다.

“영주님도 대단하셔. 어떻게 타이먼 족의 마음을 얻었을까?”

커닝 역시도 루카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현재 영지로 돌아가는 이들 중 피에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 그 귀여운 모습에 모두가 넋이 나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피에나가 행복한 얼굴로 위드의 팔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릴 때마다 몇몇 병사들은 부러움의 한숨을 내쉬기까지 했다.

분명히 피에나는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과 다르지 않다.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과 엘프처럼 귀의 생김새가 틀리다는 것, 그리고 꼬리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인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인간과 엘프가 결혼을 할 수 있듯이, 타이먼 족이라고 해서 인간과 결혼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더욱이 피에나처럼 귀여운 타이먼 족이라면…… 당장 신랑감을 찾아도 족히 수백, 수천 명은 줄을 설 것이 분명했다.

“정확하게는 저도 뭐라고 말씀을 드리기 힘듭니다만…… 제 추측으로는 이 타이…… 피에나 양은 영주님이 오우거를 공격함으로써 자신을 도왔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들은 이야기지만 타이먼 족은 전투적인 성향이 강한 만큼 자존심도 강한 편입니다. 인간도 그렇듯, 강한 사내일수록 자신을 꺾는 자이거나, 진정한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구한 사람에게 큰 호감을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피에나 양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위드에게서 피에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마로크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설마…….”

솔직히 위드는 피에나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오우거를 공격한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자신과 라샤, 엘리아가 살아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당시 그만한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움직였을 뿐이었다.

마로크의 말에 위드는 만약, 그런 이유로 피에나가 자신을 따르는 것이라면 그것을 정확하게 해명해줄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피에나.”

“……?”

피에나가 위드를 올려봤다. 왜 불렀냐는 듯 방긋 웃으며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위드는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피에나를 구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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