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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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9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19화
오우거라는 말에 라샤와 엘리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오우거는 보통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실력을 지녀야 잡을 수 있었기에 지금 위드 일행들로써는 조금도 이길 가망성이 없었다.
“어, 어쩌지?”
라샤의 물음에 위드는 조용하라는 듯 입가로 손을 가져갔다.
‘오우거는 아무런 이유 없이 괴성을 질러대지 않는다. 분명 무슨 일이 있어. 방금 괴성으로 봐서는 다른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프레타를 영지로 두고 있다 보니 몬스터들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자세히 알고 있는 위드였다. 위드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가 오른쪽을 가리켰다.
“우선 저쪽으로 이동하자.”
위드가 가리킨 오른쪽은 오우거의 괴성이 들려온 곳과 다소 가까운 방향이었다.
“위, 위드. 오우거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엘리아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꽤나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위드가 괜찮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오우거를 비롯한 몬스터들은 바람에 타고 전해지는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거든. 최대한 바람을 이용해서 움직이면 돼.”
“아!”
그제야 라샤와 엘리아가 이해가 간다는 듯 감탄한 얼굴로 위드를 바라봤다.
하지만, 위드의 얼굴은 다시 딱딱해져 있었다.
‘몬스터 땅에서는 아무리 바람을 이용하더라도 사방에 몬스터들이 있어서…….’
차마 이 말은 라샤와 엘리아에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열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을 때였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악-!!
“……!”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굉장한 괴성에 위드 일행의 몸이 절로 우뚝! 멈춰서지고 말았다. 본능적인 공포심이었다.
이런 엄청난 괴성은 위드도 한 번 들어본 적 있었다.
위드가 15살 때, 한 마리의 오우거가 프레타 영지를 침입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오우거를 잡으려던 경비대 10명을 순식간에 몰살시키고 터트렸던 괴성과 같았다.
‘오우거가 이긴 건가?’
오우거가 어떤 몬스터와 싸웠는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오우거가 이겼다는 것과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붙잡힌다는 사실이었다.
“서둘러!”
위드는 그렇게 외치고는 서둘러서 발을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겁에 잔뜩 질린 라샤와 엘리아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위, 위드…….”
“발, 발이 움직이지…….”
대륙 최고의 명문인 네드벨 아카데미의 검술학부를 입학할 정도로 뛰어난 인재들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아직까진 지상 최강의 몬스터인 오우거와 당당히 맞설 실력도, 배짱도 라샤나, 엘리아에겐 없었다.
부스럭, 부스럭.
“조, 조심해!”
위드는 재빨리 단검을 들어 올리며 라샤와 엘리아의 앞으로 가로막았다.
“꿀꺽!”
무성한 풀을 헤치고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
몸 전체에 피를 뒤집어 쓴 그 무언가를 보는 순간 위드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 설마…….”
***
“인…… 간……?”
발음이 듣기 거북할 정도로 이상하긴 했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위드 일행 앞에 피를 뒤집어쓰고 나타난 그 무언가는 놀랍게도 인간과 아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담에 체구에 작은 머리, 커다란 눈과 오뚝한 코, 핏물 사이로 언듯 보이는 매끈하면서도 탄력 있는 피부. 얼핏 봐도 굉장히 귀여운 생김새였다. 다만, 눈동자가 다이아몬드 형에 붉게 빛난다는 것과 귀가 삼각형 모양으로 머리 위에 양 옆으로 솟아난 점, 그리고…… 엉덩이에 길쭉한 꼬리가 튀어나와 있다는 것이 인간과 다를 뿐이었다.
“타, 타이먼 족?”
언젠가 책에서 본 것을 기억한 위드. 그는 자신의 앞에 피를 뒤집어쓴 상처 입은 타이먼 족을 유심히 바라보다 봉긋한 가슴과 너저분하게 걸치고 있는 하의를 바라보곤 급히 시선을 돌렸다.
타이먼 족은 인간과 엘프, 드워프, 웨어 울프가 다르듯 전혀 다른 종족이었다. 고양이 과에 가까운 타이먼 족은 다른 종족들처럼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남성은 꽤나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반면 여성은 아담한 체구에 상당한 귀염성을 지니고 있었다.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족을 말하라면 엘프를 말하지만, 타이먼 족의 여성 같은 경우에는 아름다움 보다는 그 귀여운 외모로 인해 대륙에서 유명한 종족이었다.
타이먼 족 여성은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손톱과 어금니가 길게 솟아나 있었다.
“우리는 싸우고 싶은…….”
크와아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수풀 속에서 3미르(m)에 달하는 오우거가 나타났다. 오우거는 위드 일행을 바라보고도 우선적으로 타이먼 족 여성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오우거가 팔을 휘두르자 강풍이 위드 일행에게까지 날아들었다. 오우거의 힘은 제아무리 거대한 나무라고 하더라도 단방에 부러트릴 수 있을 만큼 강했고, 거대한 몸집과는 다르게 그 속도 또한 빨랐다.
오우거의 공격을 타이먼 족 여성은 낮은 자세로 엎드려 피하고는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그 몸놀림이 어찌나 민첩했던지 얼떨결에 구경을 하게 된 위드 일행은 저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캬오옷-!”
타이먼 족 여성이 종족 특유의 소리를 내지르며 오우거의 오른쪽 어깨를 길게 솟아난 발톱으로 휘갈겼다.
츄아아악-!
크오우우우우!!
질기디 질긴 오우거의 가죽이 맥없이 찢어지며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나왔다.
“오우거도 정상이 아니잖아?”
라샤의 말에 위드도 그제야 오우거가 오른쪽 다리와 허리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우거는 괴성을 내지르며 쉬지 않고 타이먼 족 여성을 공격했고, 타이먼 족 여성은 잔뜩 지친 모습으로도 이리저리 날렵하게 피하며 오우거에게 상처를 입혀나갔다.
“타이먼 족이 타고난 전투 종족이라고 하더니…….”
위드의 중얼거림에 엘리아가 곁에서 말했다.
“하지만, 너무 지쳐 있는 것 같아요. 저래서는…….”
확실히 타이먼 족 여성은 차근차근 오우거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 오우거로 말할 것 같으면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강한 힘에 믿기지 않을 정도의 몸놀림을 자랑하지만 치유 능력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빨랐다.
당장만 하더라도 타이먼 족 여성의 공격에 살짝 찢어진 상처 같은 경우는 눈에 띌 정도로 금방 회복이 되고 있었다.
그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타이먼 족 여성의 몸놀림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허벅지와 등에 입은 상처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와아아악!!
괴성과 함께 오우거의 손바닥이 타이먼 족 여성의 정면을 향해서 똑바로 날아들었다. 격하게 숨을 내쉬고 있던 타이먼 족 여성은 재빨리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몸놀림이 조금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퍼어억!
“아아아악!”
가까스로 양팔을 들어 올려 오우거의 손바닥을 막았지만 타이먼 족 여성은 긴 비명과 함께 뒤로 날아가 쿵! 소리와 함께 나무에 부딪혀 쓰러지고 말았다.
“져, 졌어…….”
라샤는 이제 곧 오우거가 타이먼 족 여성을 처리하고 자신들을 공격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아무리 지쳤다고는 하지만 도저히 자신으로써는 흉내도 낼 수 없는 몸놀림을 보였던 타이먼 족 여성이다. 그런 그녀도 오우거에게 당했으니 자신들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오우거는 양팔을 들어 올리며 승리의 괴성을 내지르고는 쓰러져서 꼼짝도 하지 않는 타이먼 족 여성을 향해 다가갔다.
위드는 이 위기를 어떻게든 모면하기 위해서 주변을 살피다 우연찮게 쓰러져 있는 타이먼 족 여성의 눈에서 번뜩이는 빛을 볼 수 있었다.
‘혹시? 하지만, 내가 착각한 거라면?’
잠시 고민하던 위드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왼손으로 옮겨 쥐며, 라샤의 손에 있던 장검을 빼앗듯 낚아채고는 그대로 오우거를 향해서 달렸다.
“위, 위드!!”
라샤와 엘리아의 외침. 그리고 오우거가 타이먼 족 여성을 향해서 손을 뻗는 것. 위드가 오우거의 등 뒤를 노리고 달려가는 것,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이뤄졌다.
오우거는 쓰러진 타이먼 족 여성을 향해서 손을 뻗을 때, 위드가 달려들자 그를 바라보며 낮게 울부짖었다.
아주 잠시 잠깐의 방심.
기절을 했던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타이먼 족 여성이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엄청난 속도로 오우거의 팔을 피하며 뛰어 올랐다.
“캬오오옷-!!”
푸아아악!
크우와아아악!!
타이먼 족 여성의 손톱이 정확하게 오우거의 두 눈을 비롯해서 얼굴 전체를 강력하게 훑고 지나갔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휘둘러진 오우거의 다른 한 쪽 팔이 타이먼 족 여성의 몸을 때렸다.
퍼억!
“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오우거의 바로 등 뒤까지 달려간 위드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뛰어 오름과 동시에 오른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강하게 목덜미에 쑤셔 넣었다.
푸우욱!
크와아악!
힘이 약해서 반쯤 들어가다 만 장검. 위드는 장검을 놓지 않고 몸을 뒤틀며 흔드는 오우거에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큰 기합과 함께 오른손에 힘을 줘 몸을 솟구쳤다.
솟구쳤던 몸이 아래로 떨어짐과 동시에 위드는 그대로 왼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오우거 머리 중앙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푹!
크아- 크아아…….
쿠웅!
거대한 울림과 함께 오우거의 몸이 쓰러졌다. 동시에 비틀거리며 일어서던 타이먼 족 여성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위, 위드!!”
라샤와 엘리아가 놀라 달려오자 쓰러진 오우거의 곁에 그 피를 살짝 뒤집어 쓴 위드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휴우!”
***
“네드벨 아카데미의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벌써 열흘도 넘었습니다. 더군다나 연금술청과 불꽃 기사단에 의하면 영주님께서 드래번을 타고 왕국령을 넘었다는 것까지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게 벌써 팔일 전입니다. 아직까지 영주님이 돌아오시지 않고 계시다는 것은 영주님께서 무슨 일을 당하셨다는 뜻입니다!”
“폰트! 그게 무슨 말인가! 어디서 그런 말을 함부로 하고 있는 건가!”
“하지만…….”
시크의 눈빛에 폰트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사실, 여기에 있는 이들 중 영주의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영주라고는 하지만 모두다 자식이자, 조카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컥!
회의실의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거한의 사내가 들어섰다.
“연금술청과 불꽃 기사단에 의하면 영주님이 왕국령을 넘으셨던 시기에 로크가 나타났다 합니다. 연금술청이나, 불꽃 기사단에선 아직 확실하게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영주님께서 로크에게 습격을 당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로, 로크!!”
“하필이면 잘 나타나지도 않는 로크가 어째서!!”
저마다 놀란 음성으로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킨 사내들.
지금까지 회의실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중년의 남성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보도록 하세.”
“어딜 말입니까?”
시크의 물음에 중년 남성, 마로크 후트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몬스터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