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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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57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7화
‘바람은 고요한 것 같지만 격렬하고, 물은 잔잔한 것 같지만 난폭하다. 나무는 움직이지 않지만 쉬지 않으며, 구름은 느린 것 같지만 눈을 떼면 어느새 사라진다.’
샤프의 음성이 머릿속에서 천둥처럼 뇌리를 강타했다.
“아!”
탄성을 내지르며 위드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머릿속에서 흰색 광채가 터지듯 정신이 번뜩였다.
동시에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수련장 한쪽에 서 있는 나무의 쉬지 않는 움직임, 구름의 이동,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소리까지 위드의 모든 감각이 한꺼번에 열리며 대기의 맑고, 깨끗하며, 순수하고, 강인한 기운이 몸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번쩍!
위드의 심장 부근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위, 위드!”
“헉!”
“뭐, 뭐야?!”
“마, 마나 폭풍?”
“마나 폭풍이라니! 검사가 어떻게 마나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단 말이야!”
위드의 몸을 중심으로 시작된 마나 폭풍에 피에나와 강철의 기사들은 경악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보통 이 정도로 강렬한 마나 폭풍은 6클래스 이상의 마법사가 한 단계 성장을 하게 될 때나 이뤄나는 일이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피에나와 강철의 기사들은 이미 마나를 확실하게 느끼는 실력자들이었기에 위드를 중심으로 강맹하게 휘돌고 있는 마나 폭풍이 얼마나 무서운 위력을 발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섣부르게 위드의 곁으로 가려고 했다가는 그의 주변에 일어난 마나 폭풍에 의해서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수도 있을 만큼 위험했다.
쩌저적! 쩌어억!
위드가 서 있는 땅바닥을 중심으로 주변의 땅이 사정없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주변으로 흙과 작은 돌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뒤늦게 마나 폭풍을 감지한 마법사들이 수련장으로 우르르 달려왔다. 그들의 가장 앞에는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쩍 말라버린 베르토가 있었다.
“허업! 이, 이렇게까지 방대한 마나 폭풍을 일으키다니!”
“저, 적어도…… 6클래스는 되겠군!”
“6클래스!!”
마법사들은 저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베르토를 바라봤다. 현재 일로니아 성에서 베르토보다 높은 경지를 이루고 있는 마법사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프라디아 대륙에 6클래스의 경지에 올라선 상급마법사는 단 6인 뿐이었다.
마법사도 아닌 검사가 6클래스의 상급마법사나 가능한 마나 폭풍을 일으킨다?
제아무리 대단한 존재라 일컬어지는 소드 마스터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단장님!”
“공작님!”
클라우드 공작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수련장으로 다가왔다.
그의 음성에 강철의 기사들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위드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수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다가 갑자기 마나 폭풍을 일으켰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기사의 대답에 클라우드 공작은 당연히 대답을 원하는 얼굴로 베르토를 바라봤다. 현재 이 자리에서 위드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베르토였기 때문이다.
베르토는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카일러 준남작은 아무래도 한 단계 위의 경지로 올라서려는 것 같습니다.”
“익스퍼트 하급에 오른단 소리로군.”
클라우드 공작은 정확하게 위드의 경지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베르토, 익스퍼트 하급의 검사가 저 정도의 마나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익스퍼트 하급이 아니라 소드 마스터라 하더라도 저 정도의 마나 폭풍은 절대로 일으킬 수 없다. 오로지 마법사 그것도 6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만이 일으킬 수 있는 마나 폭풍이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베르토는 단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럼 눈앞에 보이는 건 무엇으로 설명을 할 생각인가?”
베르토에게는 그에 대한 훌륭한 답변도 있었다.
“공작님도 느끼고 계셨겠지만 카일러 준남작의 심장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가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카일러 준남작이 가지고 있던 마나량은 저를 뛰어넘고 있었습니다.”
검사인 위드가 5클래스 중급마법사인 베르토보다도 많은 마나량을 심장에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충격적이었지만 그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카일러 준남작의 심장에 저장되어 있던 마나량은 마도사의 마법문신에 의한 마나가 분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가 새로운 경지에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그가 보유하고 있던 마나가 새로운 마나를 받아들임으로써 이와 같은 강력한 마나 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위드 준남작은 검사로서 자신의 마나를 신체 부위 중 한 곳에 저장시키기 전에 마도사의 마법문신을 얻음으로써 검사로써는 기형적으로 심장에 마나를 쌓게 되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이 6클래스의 상급마법사 못지않은 마나 폭풍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베르토의 설명에 클라우드 공작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제야 이 상황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피에나만은 베르토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카일러 준남작의 마법문신이야말로 진정한 보물이군.”
“죄송합니다.”
베르토가 고개를 숙이자 클라우드 공작의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 깊숙한 곳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저토록 대단한 마법문신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하겠지.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자네는 어떻게든 마법문신을 자네의 것으로 만들게.”
“감사합니다. 공작님.”
위드의 마법문신을 연구하면 연구 할수록 클라우드 공작은 욕심이 커져갔다.
베르토의 연구에 의하면 마도사의 마법문신이 복잡한 이유는 특별한 마법주문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마법주문은 위드처럼 심장에 엄청난 양의 마나를 저장시키는 것으로, 이것을 이용해 마나를 심장에 저장시킬 수 있도록 만든다면 그야말로 웬만한 마법사보다도 많은 마나를 지닌 검사들을 탄생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검사가 마나량이 많아 무엇에 쓸까 싶겠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리피트 상급의 검사만 하더라도 자신의 검에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한다.
즉, 리피트 상급의 검사가 자신의 검에 마나를 주입하면 그 공격력과 방어력이 한층 강맹해진다.
마나량이 많은 리피트 상급의 검사와 그렇지 못한 검사와의 대결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많은 마나량을 보유한 검사가 승리하기 마련이다.
또한, 익스퍼트 급의 검사는 자신의 마나를 이용해서 상대의 갑옷과 검을 자를 수 있게 된다. 간단하게 같은 익스퍼트 급의 검사를 만난다면 누가 오래 마나를 주입해서 상대를 공격하냐에 따라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막대한 마나를 잡아먹는 트랜트 아머의 착용 시간이 길어지게 되니 이래저래 마법문신을 이용해 마나량을 증가시킬 수만 있다면 그 만큼 강력한 검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마법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도 마법문신은 막대한 이득을 챙겨 줄 것이다.
클라우드 공작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위드의 몸 주변으로 일어났던 마나 폭풍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렇게 강렬했던 마나 폭풍이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으음…….”
털썩!
신음과 함께 위드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위드!!”
피에나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달려가 위드를 끌어안았다. 다행이 정신만 잃었을 뿐, 그 이상의 문제는 없었다.
“…….”
위드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클라우드 공작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위드의 나이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리피트 상급의 검사가 익스퍼트 하급의 검사로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익스퍼트 중급을 직전에 둘 정도로 급성장을 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위드의 성장은 기형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깨어나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클라우드 공작은 위드에게서 익스퍼트 중급을 앞둔 검사의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역시 마법문신의 힘이란 말인가?’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클라우드 공작에겐 위드의 마법문신을 반드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또 한 가지 늘게 된 셈이었다.
***
제국력 1384년 9월 25일.
꾸이이익!!
크그그그…….
므우우우!!
몬스터들의 괴성이 하늘의 반을 뒤덮고 있었다.
“으아아악!!”
“커허억!”
“우아아악!!”
인간들의 공포에 가득 찬 비명이 하늘의 나머지 반을 뒤덮었다.
퍼억! 퍼억! 콰작! 콰작!
“죽어라! 죽어어어!!”
“갈기갈기 찢어버려 주마!!”
“크하하하!!”
몬스터들의 피로 뒤범벅이 되어 제정신을 잃고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미친 듯이 손에 들린 보어 스피어와 해머를 휘두르는 병사들.
철그렁! 따앙! 따앙!
“마, 막을 수가 없어!!”
“사, 사람 살려어어!!”
“나는 죽고 싶지 않아아아아-!!”
본능적인 공포심에 사로잡혀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내팽개치곤 등을 돌려 자리를 이탈하는 병사들.
서걱!
“크아악!”
“도망가는 놈들은 내가 먼저 죽여 버리겠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는 냉정한 얼굴로 시퍼런 롱소드를 휘둘러 도망가는 병사들의 목을 가차 없이 베어버렸다. 그의 칼에 쓰러지는 병사들도 한때는 함께 웃고 떠들던 부하들이었다.
동료의 머리가 몬스터가 아닌 지휘관에 의해서 잘려버리자 도망가던 병사들의 몸은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도망가는 놈들은 가차 없이 군법에 따라 즉결 처형할 것이다! 또 누가 도망을 갈 테냐!!”
서슬 퍼런 지휘관의 외침에 병사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너희는 그라다 왕국의 병사이기 이전에 르완의 병사다! 그 어느 르완의 병사가 적을 앞에 두고 등을 돌려 달아난단 말이냐!! 우리의 영주님이! 너희를 그렇게 가르쳤느냐!!”
지휘관은 슬쩍 몬스터들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싸워라! 너희가 싸워야 가족이 산다! 죽을힘을 다 해서 싸워라! 한 사람이라도 더 싸워서 몬스터를 죽여야 내 동료가, 또 내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너희는 르완의 자랑스런 병사들이다!!”
지휘관은 말을 끝내고 병사들의 결정을 뒤로 한 채, 몸을 날려 한 마리의 리저드맨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쉭쉭쉭!!
리저드맨은 손에 어느 병사의 것인지 모를 한 자루의 보어 스피어를 쥐고 있었다.
“감히 르완 성을 침입하다니!!”
지휘관은 리저드맨을 향해서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검을 휘둘렀다.
따앙!
리저드맨은 본능적으로 손에 쥐고 있던 보어 스피어를 휘둘러 지휘관의 검을 막았다. 하지만, 애초부터 리저드맨은 지휘관의 상대가 아니었다.
“더러운 몬스터 주제에!!”
눈에서 불을 뿜듯 리저드맨을 쏘아본 지휘관은 그대로 몸을 휘돌리며 검을 아래로 휘둘렀다.
서걱!
빠른 속도로 바람을 가른 지휘관의 검은 그대로 리저드맨의 하체를 깨끗하게 베어버렸다. 쿵 소리와 함께 쓰러진 리저드맨의 심장을 향해서 지휘관은 그대로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우욱!
검을 회수한 지휘관은 등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에게 외쳤다.
“싸워라! 몬스터는 몬스터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패배를 모르고 살아온 최고의 병사다! 르완 성이 몬스터의 발아래 짓밟히는 것을 보고도 등을 돌려 달아날 것인가!!”
지휘관의 음성엔 힘이 넘쳤다. 그런 지휘관에게 영향을 받아서일까? 병사들의 마음에도 점점 용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자! 모두 자신의 무기를 들어라! 그리고 싸워라! 등을 보이는 비겁한 겁쟁이가 되지 말아라! 르완 성을 지켜내…… 컥!”
“……!”
“……!”
지휘관은 자신의 가슴을 꿰뚫고 나온 보어 스피어에 경악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방금 전 자신이 두 다리를 자르고, 심장에 검을 쑤셔 넣었었던 리저드맨이 녹색 눈을 잔인하게 치켜뜨고 서 있었다.
“어…… 어떻게…….”
지휘관의 고개가 꺾였다.
철그렁!
손에 쥐어져 있던 검도 바닥을 나뒹굴었다.
리저드맨은 손을 뻗어 지휘관이 남기고 간 롱소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녹색 눈을 차갑게 빛내며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는 병사들을 향해서 달려갔다.
쉬익! 쉬익! 쉭쉭!
“으아아아아악-!!”
“괴, 괴물이다! 괴물이야!!”
“역…… 역시 도망가야 해! 도망가야만 살 수 있어!”
병사들은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음에도 다시 살아난 리저드맨의 모습에 공포심이 극에 달해 비명을 내지르며 앞을 다퉈 도망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