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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54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2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5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4화

 

 

“자네가 빌라노비치를 죽여서 내게 피해 입혔으니 그 정도는 양보하도록 하게. 내가 자네의 것을 빼앗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서로 나누어 갖자는 것뿐이니.”

“…….”

위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클라우드 공작은 참담한 심정으로 변한 위드를 바라보다 베르토에게 물었다.

“베르토, 내가 알기로 마법문신이라고 하더라도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면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트랜트 아머의 재료인 생명의 액체와 성장의 나무는 마법 구현에 치명적인 방해요소입니다. 마법사가 마법을 펼치기 위해선 심장의 마나를 이용해서 대기 중의 원소를 재배열해야 합니다. 하지만,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심장의 마나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기에 마법사용이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불가능합니다. 그건 마법문신이라고 하더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베르토의 설명에 클라우드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베르토가 한 얘기는 그 역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셀립의 목걸이에 저장된 내용은 전혀 다르더군.”

베르토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그 점이 가장 이상했습니다. 셀립의 목걸이에 저장된 화면은 분명 이해할 수 없는, 아니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상태에서 마법을 사용하다니…….”

클라우드 공작과 베르토는 대답을 요구하는 눈으로 위드를 바라봤다.

위드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위드에게서 거짓된 점을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인지, 그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사실만을 말한다고 단정했기 때문인지 클라우드 공작은 위드의 말에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는 눈치였다.

거기에 베르토까지 위드를 거들었다.

“어쩌면…… 마도사의 마법문신이라서 그럴지도…….”

클라우드 공작은 베르토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써는 가장 그럴듯했다. 

만약,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드가 자신의 손에 있는 이상 언제고 사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천천히 차근차근 생각하면 된다.

“베르토, 예상 시일은?”

베르토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세 달 이상은 족히 걸릴 것 같습니다. 워낙에 복잡하다보니…….”

클라우드 공작은 알겠다는 듯 위드를 바라봤다.

“지내는 것엔 불편함이 없도록 하지.”

꼼짝없이 베르토가 마법문신을 베낄 때까지 일로니아 성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하니 위드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목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위드의 물음에 클라우드 공작은 간단하게 답했다.

“뭐든 들어주지. 단, 마법문신이 완성되기 전에 떠난다는 것은 제외네.”

‘그걸 꼭 말해야 하나?’

위드는 쓰게 웃었다.

 

***

 

제국력 1384년 9월 13일.

일로니아 성에서의 일상은 지루하다 할 만큼 평화로웠다. 물론, 하루 중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베르토와 함께 있어야 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부족한 것 없고, 불편 한 것 없는 편안한 나날이었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피에나도 적응이 되는지 더 이상 바짝 경계해서 괜한 힘을 소모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하루 종일 위드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행복한지 피에나의 얼굴에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였다.

거기에 맛있는 음식과 편안하게 모든 것을 챙겨주는 시녀들로 인해서 피에나는 더 이상 언제 프레타 성으로 돌아가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클라우드 공작도 더 이상 위드를 찾아오지 않았다. 위드에게 볼일이 없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오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

제국의 공작이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를 몸소 보여주기라도 하듯 클라우드 공작은 쉬지 않고 공작가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만나고, 영지와 강철의 기사단을 관리하는 한편 공작으로써 해야 하는 제국의 일들까지 처리함으로써 눈코 뜰 새가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위드는 시녀들의 이야기나 가끔 창밖이나, 공작가의 허락된 곳들을 드나들며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짐작할 뿐이었다.

베르토와의 지루한 시간이 끝나면 위드는 피에나와 함께 일로니아 성을 구경했다. 

물론, 두 사람의 곁엔 언제나 강철의 기사단 소속 기사 4명이 함께였다.

일로니아 성은 제국 공작의 성임을 말하기라도 하듯 위드의 프레타 성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되어 있었다.

성의 크기, 성에서 생활하는 인구수, 성내 사람들의 생활환경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프레타 성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치안이었다.

이웃이 서로 돕지 않으면 살기 힘든 곳이 프레타 지방이다 보니 프레타 성은 자연스럽게 대륙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치안이 훌륭했다. 

뭐, 따지고 보면 자랑이라고 할 것도 없는 부분이었지만 어쨌든 위드는 일로니아 성보다 한 가지라도 뛰어난 점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사실, 일로니아 성의 치안은 굉장히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보통 일로니아 성 정도의 규모에서 이 정도의 치안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보다도 위드가 일로니아 성을 보며 가장 놀란 부분은 바로 성의 방어시설들이었다. 몬스터의 침입이 빈번한 프레타 성의 방어시설보다도 훨씬 훌륭했기 때문이다. 

성의 방어시설을 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공작은 자랑이라도 하듯 위드가 성 내의 방어시설을 살필 수 있도록 허락을 한 상태였다.

위드가 알기로 일로니아 성은 지난 몇 십 년간 외부의 침입을 받은 적이 없었다. 

무려 200년 이상 전쟁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카르타 제국이었다. 카르타 제국의 유일한 적수라 할 수 있는 키에브 제국과의 전쟁은 그야 말로 서로 제살 깎아먹기에 서로 공멸하는 일이었으니 두 제국은 암묵적으로 전쟁을 피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제국에 전쟁이 없으니 일로니아 성 또한 외부의 침입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프레타 성처럼 몬스터 땅이 인접한 것도 아니며, 대륙에 빈번하게 벌어지는 영주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미친 귀족이 제국의 공작가이자 대대로 소드 마스터를 배출해온 클라우드 가문을 상대로 영주전을 벌이겠는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평화롭게 보냈음에도 일로니아 성의 방어시설은 훌륭하다 못해 감탄을 터트릴 정도로 완벽했다.

공성전에 있어서는 대륙 내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이런 자신감으로 인해서 클라우드 공작이 위드에게 일로니아 성의 방어시설들을 돌아보도록 허락한 것인지도 몰랐다.

두 번째로 위드가 놀란 부분은 일로니아 성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었다. 마치, 지금 당장 전쟁이라도 벌일 듯 군기가 바로 잡힌 병사들의 모습.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뤄지는 빡빡한 병사들의 훈련은 위드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위드는 문득, 일로니아 성이 알게 모르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였다.

아쉽게도 병사들의 훈련 모습은 볼 수 없었기에 병사들의 훈련을 통해 뭔가 얻으려고 했던 위드는 그 목적을 거둬야만 했다.

세 번째로 일로니아 성에 마련된 각종 길드와 상회의 번화함에 위드는 놀람과 동시에 부러움을 가져야만 했다.

마법사 길드, 용병 길드, 연금술청, 그리고 어쌔신 길드에 이르기까지 위드로서는 이 모든 것들이 존재하고 있는 일로니아 성이 부러웠다. 프레타 성엔 그 어떤 길드도 없었다. 또한, 대륙의 모든 상회란 상회는 각각 일로니아 성에 분점을 내고 있었으니 이 역시도 상당히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들로 인해서 걷어드릴 수 있는 세금만 하더라도 엄청날 것이며, 무엇보다도 비상시엔 급히 이들의 힘을 빌릴 수 있으니 성 방어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네 번째는 위드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으로써 일로니아 성에 신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프라디아 대륙에서 신전을 찾아보기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물론, 각 나라의 수도나 일로니아 성처럼 커다란 성에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겠지만 대륙의 수많은 도시 중 신전이 존재하는 도시는 불과 20퍼센트 밖에 되지 않으니 자신의 영지에 신전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의 축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로니아 성엔 네르미네르 신전이 존재했다.

네르미네르 신은 달의 신으로써 태양의 신 에카테리타 다음으로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한 두 번째 신-프라디아 대륙의 요일은 신의 탄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 태양의 신 에카테리타, 달의 신 네르미네르, 하늘의 신 디아에펠로, 땅의 신 로스플로렌, 불의 신 크로티에넨, 물의 신 하레스테니의 순서로 요일이 각각 에카일, 네드일, 디아일, 로스일, 크로일, 하레일이 정해졌다-이자, 프라디아 대륙에 가장 많은 신전을 보유한 신이다.

신전에서 하는 일은 보통 신을 대신해 신관들이 축복을 내려주거나 신탁을 받아 점-예언-을 봐주는 것, 그리고 신성 마법을 펼치는 것이 전부였다.

신관이란 존재는 프라디아 대륙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로 분류되기도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신을 받들어 모신다는 것과 그 어떤 종족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축복을 내리며, 아주 드문 일이지만 앞일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법사가 보통 인간들 백 명 중 두세 명 꼴로 나온다면 신관은 천 명 중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매우 드문 존재다. 

신관이란 신의 축복을 받아 신을 섬길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그렇기에 신관의 수는 극소수였으며, 대륙의 신전이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처럼 신전까지 존재하는 일로니아 성은 위드에게 있어서 부러움 투성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클라우드 공작이 그에게 일로니아 성과 프레타 성을 바꾸자고 하더라도 결코 바꿀 마음이 없었다.

아무리 일로니아 성이 크고, 화려하며,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위드에겐 프레타 성이 더욱 소중한 곳이었다.

 

“오늘은 이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주받은 몬스터 좀비 마냥 얼굴이 퀭한 베르토. 그는 위드의 팔에 새겨진 마법문신을 열흘 째 연구 중이었지만 알아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밤잠을 잊어가며 연구에 몰두했지만 그는 마법문신에 대한 어떠한 실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베르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디서나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5클래스의 중급마법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5클래스의 중급마법사라고 하더라도 8클래스의 대마도사인 칸의 마법문신을 그가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마법문신이란 단순하게 그 형태만 똑같이 그린다고 전부가 아니다. 마법문신을 통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법문신을 그리는 순서가 조금도 틀리지 않고 똑같아야 하며, 때론 마법을 펼칠 수 있는 마나량을 부여하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고서클의 새로운 마법과 그 마법문신을 연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달려든 베르토. 

그런 면에서 베르토는 세 달이 아니라 삼 년, 삼십 년이 지나도 위드의 왼팔에 새겨진 마법문신을 베끼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양쪽 어깨에 돌덩이라도 얹은 사람처럼 힘없이 방문을 나서는 베르토의 모습에 위드는 피식 웃고는 상의를 입었다.

곁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던 피에나가 곧장 위드에게로 다가와 그의 오른팔을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신전에 갈 거야?”

두 눈을 반짝이며 묻는 피에나.

피에나는 신전을 굉장히 좋아했다. 이유는 신전의 분위기와 신관들이 좋다는 것이었다. 위드 역시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신관들과 들어서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신전이 좋았기에 웃으며 되물었다.

“갈까?”

“응! 헤에…….”

피에나가 행복하게 웃었다.

 

신전은 외벽부터 새하얀 색을 띄고 있었다.

외벽의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출입문을 통해 신전으로 들어선 위드와 피에나. 그리고 두 사람을 호위하듯 뒤를 따르는 강철의 기사단 4인.

신전은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붐비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신전 안에 있으면서도 신전은 아무도 없는 빈 공간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신전에 들어서면 하나 같이 벙어리라도 된 듯 입을 다물었다.

신이 머무는 장소!

신을 경배하는 장소!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

신전은 이와 같은 곳이니 어떤 사람이라도 신전에서 만큼은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아니, 누구라도 신전에 발을 들이면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었다. 

그건 타의가 아닌 자의였다.

“네르미네르 신의 축복이 항상 함께 하시길.”

광장으로 들어선 위드와 피에나의 모습을 보고 50대 후반의 신관이 다가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이름은 루시우스로 두 사람에게는 익히 안면이 있는 신관이었다.

“또 오셨군요.”

루시우스 신관이 희미하게 웃으며 위드와 피에나에게 말을 건넸다.

“귀찮게 해드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위드의 말에 루시우스 신관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답했다.

“신께서는 그 누구도 귀찮아하시지 않습니다.”

루시우스 신관은 그렇게 말을 하곤 4인의 기사들을 바라봤다. 가볍게 인사를 끝낸 루시우스 신관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위드와 피에나만을 특별한 곳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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