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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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47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22화
“라이너, 이번에도 우리는 오크를 상대하는 게 아니야. 알고 있지?”
“연금술학부에서 능력을 저하시킨 리저드맨이잖아.”
보통 평범한 리저드맨은 위험했기에 검술 시험에 사용되는 리저드맨은 네드벨 아카데미 연금술학부에서 그 능력을 약화시킨 리저드맨이었다.
물론, 그 방법은 몇 년 전에 연금술사의 탑에서 정식으로 연구, 실험 결과를 거쳐 네드벨 아카데미 연금술학부로 전해진 완벽한 것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리저드맨은 리저드맨이다. 보통 리피트 하급 이상은 되어야만 상대를 할 수 있는 중형 몬스터로 조잡하지만 갑옷을 입고, 쇠로 이뤄진 병기를 들며, 지능까지도 있었다. 게다가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기에 결코 만만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실제로도 검술학부 검술 시험 중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기장의 강철 벽엔 검술학부 선생님들과 특별히 선발된 3, 4학년 검술학부 학생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긴장하며 지켜보는 시험이었다.
“능력을 저하시켰다고 하더라도 리저드맨은 리저드맨이야. 라이너, 너 리저드맨 상대해 본 적 있어?”
위드의 물음에 라이너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리저드맨 정도는 내 실력으로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
라이너의 말에 위드는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라이너 네 실력이면 리저드맨을 상대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그런데, 넌 혼자서 리저드맨을 상대하는게 아니야.”
“알고 있어. 그래서 더 쉬운 일 아니야? 위드, 너도 그렇고 트레제, 티스, 라샤와 엘리아까지 모두 날 도울 수 있으니까.”
라이너의 말에 위드는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라이너 너는 잘 못 생각하고 있어. 지휘를 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휘하는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거야. 자신의 한 몸만을 지키고자 한다면 지휘자는 지휘자로서 자격이 없어. 모두를 지킬 수 있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자. 그게 바로 지휘자야.”
“…….”
위드의 말에 라이너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까지도 아무런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위드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지휘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그 책임을 떠안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는 지휘자로써 자격 상실이다. 내 몸이 상처를 입더라도 다른 이들의 상처를 감싸 안을 수만 있다면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책임. 그게 바로 지휘자다.”
언젠가 마로크에게 들었던 말이었다. 그때 위드는 자신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어때, 할 수 있겠어?”
위드의 물음에 라이너는 잠시 말없이 그의 눈을 마주 바라보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조금은 분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라이너의 말은 진심이었다. 아직 자신이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는 걸 정확하게 깨닫고 있었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위드는 라이너의 어깨를 툭! 쳐주며 말했다.
“언젠가 네 지휘 아래 싸울 날을 기대할게.”
위드의 말에 라이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그러는 사이에 2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검술 시험 두 번째 전투를 알리는 진행자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검술 시험 두 번째 전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전에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학생과 부상을 당한 학생들은 나왔던 문을 통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끼이이익!
경기장 우측 강철 벽의 작은 문이 열렸다.
“혹시라도 문제가 있는 사람?”
위드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우리는 문제없지!”
“위드가 팀의 리더로써 너무 잘 해주니까 다칠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히힛!”
위드는 친구들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에도 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자.”
첫 번째인 오크와의 전투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을 입거나, 체력 소모가 컸던 학생들 일부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경기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싫다니까!”
“나가!”
“싫어! 난 얼마든지 더 싸울 수 있어!”
“그따위 몸으로 뭘 싸우겠다는 거야! 다른 동료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지 말고 당장 나가!”
곳곳에서 나가라는 소리와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대로 경기장을 나가면 그대로 탈락이다. 즉, 검술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한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그들로써도 어떻게든 이번 싸움만큼은 버텨야만 했다.
하지만, 상대는 리저드맨. 한 사람의 실수로 인해서 커다란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기에 지휘를 맡은 팀의 리더들은 냉정하게 그들을 내칠 수밖에 없었다.
“칸테를 제외시켜 주십시오!”
“로슈를 제외시켜 주십시오!”
“엘리엇과 빌코스를 제외시켜 주십시오!”
나가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리더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팀에서 제외를 요청하면 검술학부 선생님 중의 한 사람이 다가와 제외당할 학생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게 되어 있었다.
“선생님! 저는 더 싸울 수 있습니다!”
애원하는 남학생의 상태를 신중하게 살펴보던 사르빌은 냉정하게 외쳤다.
“칸테의 제외 요청을 허락한다.”
“선생님!!”
“당장 나가라!”
사르빌의 외침에 칸테는 억울하다는 듯 그를 보다 이내 팀의 리더인 듯한 학생을 노려봤다. 그러나 그는 결국 울먹이며 경기장을 나가야만 했다.
소란스럽던 경기장은 곧바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200명의 검술학부 학생들 가운데 두 번째 리저드맨 전투에 참가를 하게 된 학생들은 총 174명이었다.
-두 번째 전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검술학부 선생님들과 미리 선발된 3, 4학년 검술학부 학생들은 각자의 위치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진행자의 말에 전학년 검술학부의 검술, 체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3, 4학년에서 중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선발된 학생들이 경기장 강철 벽에 각자 일정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모두 각자 자리를 잡자 다시 진행자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현재 시험장에 남은 1학년 검술학부 학생의 수는 총 174명입니다. 리저드맨은 검술학부 학생 다섯 명당 한 마리 꼴로 계산하여 총 35마리를 투입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능력을 저하시켰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시험이니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시길 바랍니다. 모쪼록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라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 오크들이 나왔던 거대한 철문이 또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서 녹색 눈을 번뜩이며 35마리의 리저드맨이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리저드맨들은 확실히 등장부터 오크들과는 딴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검술학부 학생들이 각자 무리를 이루고 서 있자 녹색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쉬익! 쉬익! 쉬익!
쉭쉭쉭쉭-!
갑옷은 입지 않았다. 하지만, 리저드맨들은 모두 한 손에 그리 단단해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클럽(Club : 나무 몽둥이)을 쥐고 있었다.
“괴, 굉장히 큰데?”
“저놈들은 무기까지 갖고 있잖아?”
“으음…….”
몇몇 학생들은 리저드맨의 모습에 살짝 겁을 집어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뜻 보기에도 2미르(m)에 가까운 크기에 한 손에 클럽까지 쥐고 있으며, 녹색 눈동자는 차갑게 빛을 뿜어냈고, 피부는 단단한 갑옷과도 같았으니 처음 보는 이들은 겁을 먹는 것이 당연했다.
“이, 이거 우리가 유리한 전투 맞지?”
“설마 죽지는 않겠지?”
“멍청아! 죽기는 왜 죽냐! 이건 어디까지나 시험이라고!”
“3년 전에도 한 사람 죽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던가!”
“누, 누가 포기를 한다는 거야! 그냥,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걸 말하는 것뿐이야!”
학생들의 일부가 동요하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는 모습만 보더라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으니 일방적인 살육에 가까웠던 오크와의 전투를 생각하면 당황스러워 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절대로 곁에 있는 동료와 떨어지지 마! 혼자서는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니까 반드시 3명 이상이 짝이 되어 상대해! 가자!!”
가장 먼저 움직인 쪽은 카인이었다. 그는 오크들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조금도 긴장한 표정 없이 가장 앞장서서 리저드맨들을 향해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의 뒤로 그를 따르는 학생들이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달렸다.
“우리도 가자!!”
“우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카인이 움직이자 이번에는 지지 않겠다는 듯 레슬리가 선두에서 달려 나갔고, 그의 뒤를 30명의 학생들이 뒤따랐다. 곧이어 테일, 후스티 등들도 리저드맨들을 향해서 달렸다.
“위드! 우리도 가자!”
라이너의 외침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치는 이번에도 역시 아까와 마찬가지로 라샤, 엘리아를 중심으로 라이너가 왼쪽, 트레제가 오른쪽, 티스가 뒤를 맡아줘! 반드시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고, 우리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리저드맨만 상대하도록 한다! 가자!”
위드는 의외로 달려 나가기보다는 빠른 걸음 즉, 속보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와의 간격을 적절하게 유지하며 나머지 일행들도 속보를 펼쳤다.
속보로 나아가는 위드의 앞쪽으로 누군가가 지나쳐갔다.
“이제야 제대로 한 번 싸워보겠군! 크하하하하하!!”
거대한 도끼를 들고 짧은 다리임에도 빠르게 달려 나가는 후바의 모습에 위드는 슬쩍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오크들과의 전투에서는 싸움을 하지 않았던 샤프와 2반의 웨어울프인 젠이라는 학생도 각자 리저드맨들을 향해서 달려 나가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전투가 아니니까.”
위드는 작게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위드의 중얼거림처럼 정말로 중요한 전투는 지금의 전투가 아니었다. 물론, 위험함으로 따지자면 지금의 전투야말로 가장 위험했다.
리저드맨이 무려 35마리다. 비록, 그 능력을 저하시킨 상태고, 학생들 중에는 혼자서 3, 4마리를 상대할 정도의 실력자들이 있다고 하지만 결코 간단하게 생각할 전투는 아니었다.
리저드맨과의 전투가 끝나면 마지막 전투인 검술학부 학생들 간의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진검이 아닌 목검이 지급되며 철저하게 개인 전투가 펼쳐진다.
즉, 현재 무리를 이루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개인으로 나눠져 철저하게 혼자서만 싸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재수가 없으면 실력이 있어도 집단 공격을 받아 쓰러지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2학년으로 진급을 하는 것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2학년으로 진급을 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는 리저드맨과의 전투까지이고, 마지막 개인 전투는 어디까지나 최고의 실력자를 가리기 위한 싸움일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2학년으로 오르기 위해선 리저드맨과의 전투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지만, 위드의 입장에서는 조금 달랐다.
최고의 실력자가 되길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위드는 자신의 실력이 과연 현재 1학년들 가운데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그렇기에 위드에게는 마지막 개인 전투가 가장 중요했다.
쉭쉭!
홀로 떨어져 있는 리저드맨의 모습이 위드의 눈에 들어왔다. 위드는 빠르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그대로 리저드맨을 향해서 달렸다.
“라이너, 트레제! 각각 좌측과 우측을 맡아! 티스, 라샤, 엘리아는 주변을 경계해줘!”
“좋았어!”
“알았어.”
위드는 곧바로 리저드맨의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 검을 휘둘렀다.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허리를 베어 쓰러트릴 수도 있었지만 위드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리저드맨은 위드의 검을 향해서 클럽을 휘둘렀다.
쉬익! 쉭쉭!!
쇄애애액!
위드의 검은 리저드맨이 휘두른 클럽을 깨끗하게 가르며 허리를 약간 파고 들어갔다.
“하아앗-!”
“차핫!”
동시에 기합을 내지른 라이너와 트레제는 각각 리저드맨의 어깨와 옆구리에 깊숙한 상처를 남겼다.
쉬익! 쉬익!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서둘러 뒤로 달아나는 리저드맨. 하지만, 그런 리저드맨을 향해서 라이너와 트레제가 또 다시 좌우에서 검을 휘둘렀고 그것으로 리저드맨은 쓰러졌다.
“하하하! 역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라이너! 전투는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제자리로 돌아와!”
위드의 외침에 의기양양하게 웃음을 터트리던 라이너는 머쓱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위드는 다시 홀로 떨어지는 리저드맨을 찾아 걸음을 내딛었다.
부글부글부글…….
트레제와 라이너의 공격에 어깨와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입어 쓰러진 리저드맨의 상처 부위에서 거품이 일었다.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변화였기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트레제와 라이너에게 당한 리저드맨만이 그런 변화를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가 완전히 파괴된 리저드맨 역시도 상처 부위에서 거품이 일었고, 조금씩 그 상처가 회복되고 있었다.
번쩍!
가슴이 쩍! 갈라졌던 리저드맨의 녹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리저드맨은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가장 가까이 있던 한 남학생의 머리를 노리고 팔을 휘둘렀다.
곁에 있던 남학생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친구의 머리를 향해 팔을 휘두르는 리저드맨의 모습을 보았다.
퍼어- 억!!
“……!”
리저드맨의 힘에 남학생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게 된 남학생은 자신의 얼굴로 튄 친구의 핏물과 뇌수에 넋을 잃고 있다 커다랗게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