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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46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46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21화

 

 

“지금쯤 시작되었을 것 같은데?”

연금술사의 탑의 최고 권력자인 탑주 베논 바이텐이 중얼거리듯 물었다.

“그렇습니다.”

카르무 리엔이 대답하자 바이텐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아쉽다는 듯 말했다.

“재밌을 텐데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군. 그보다도 일이 실행되고 나서 괜한 죽음을 맞아야 할 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군. 이런 때야 말로 한 명의 연금술사라도 더 내 품으로 끌어안아야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희생일 뿐입니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십시오. 그들도 나중에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이루고 나면 진심으로 기뻐하며, 자신들의 희생을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루스티 히에브의 말에 바이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그래야하고말고. 이것이 다 우리 연금술사들을 위한 일인데. 그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우리가 이런 일을 벌일 의미가 어디 있겠나.”

“그렇습니다.”

카르무가 재빨리 바이텐의 말에 동의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로제의 얼굴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런 것을 눈치 챈 바이텐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로제, 자네는 여전히 이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

“그렇지 않습니다, 바이텐 님.”

바이텐은 희미하게 웃으며 로제에게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한 번 세운 계획은 쉽게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없는 거라네. 그 계획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들였는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자네는 잘 알고 있지. 그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더라도 나는 더 좋은 계획이 있다면 마땅히 이번 계획을 중단했을 것이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이보다 더 좋은 계획은 있을 수 없네. 그건 로제 자네도 동의하리라 생각하네만?”

바이텐의 물음에 로제는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어차피 물은 쏟아졌네. 우리는 우리가 쏟은 물을 최대한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네. 불만이 있더라도 지금은 참고 있게나. 그게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네.”

로제는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괜한 걱정을 끼쳐드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네. 로제 자네 역시도 진심으로 우리를 생각하기에 그러는 것 아닌가? 내 어찌 자네의 마음을 모르겠나? 다 이해하네.”

“감사합니다, 바이텐 님.”

“허허허!”

바이텐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맴돌았다.

 

***

 

꾸이이이익!!

“우아아아아-!!”

서걱! 슈아아악-!!

“에틴! 오른쪽!!”

“카논! 왼쪽! 왼쪽!!”

오크들의 수가 300마리라고는 하지만 애초부터 상대가 될 수 없었다. 1학년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어려서부터 기본 실력을 탄탄하게 쌓았으며,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네드벨 아카데미에 입학한 실력자들이다.

하지만, 그들 중 몇 명이나 이런 대규모 집단 전투를 벌여봤겠는가?

그 결과는 눈앞에 확연이 드러나고 있었다.

“역시 카인이군.”

검술학부 2반을 담당하고 있는 푸엘의 시선은 약 20여 명의 학생들을 통솔하며 가장 앞장서서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는 카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20여 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통솔하는 것만 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카인은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2학기에 들어오면서 검술 수업 시간에 배운 집단전투술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2반의 레슬리 역시도 상당하군.”

4반 담당 라이토는 카인이 아닌 레슬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슬리는 카인보다도 많은 30여 명의 학생들을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카인과 다른 점이라면 레슬리는 직접 전투에는 참여를 하지 않고 오로지 지휘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홀로 지휘하며 전투까지 직접 주도하는 카인과 다르게 레슬리의 곁엔 카르윈과 같은 실력 있는 학생들이 부관처럼 그의 지휘를 돕고 있었다.

“테일과 후스티도 만만치는 않군.”

1반 담당 사르빌의 말에 푸엘과 라이토는 각각 테일과 후스티를 바라봤다.

모여 있는 수로만 따지자면 40명을 넘는 테일 쪽이 단연 최고였다. 하지만, 그곳의 지휘자는 한 사람이 아니었다. 검술학부 10강이라 불리는 테일, 토비, 벤트, 라우트가 함께 모여 각각 소규모로 학생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 중 테일이 가장 많은 학생들을 이끌고 있으며, 토비, 벤트, 라우트에게도 적절하게 지휘를 내리는 있었기에 굳이 따지자면 테일이 그 무리의 최고 지휘자라고 할 수 있었다.

후스티는 12명의 학생들을 이끈다기보다는 적절하게 서로를 도우며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활발한 활약을 벌이고 있었으며, 앞에서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기에 그가 지휘를 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 외에도 검술학부 학생들은 저마다 마음 맞는 학생들끼리 모여 용감하게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

사르빌의 음성에 푸엘과 라이토가 그를 돌아봤다.

사르빌은 한 곳을 가리켰다.

“카인이나, 레슬리 등이 이끄는 학생들은 최소 한 사람 이상 오크의 공격을 받았다거나,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는데 저들은 지금까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군.”

푸엘과 라이토는 사르빌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고작 6명의 학생들이 정확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정식으로 훈련을 받은 기사들과도 같았다. 오크들이 어떤 식으로 달려들어도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또, 가운데 있는 두 명의 학생은 시기적절하게 주변 동료들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방어를 함에 있어서는 뚫리지 않을 것만 같은 철벽같았고, 공격을 함에 있어서는 무엇이든 휩쓸고 지나갈 듯한 질풍 같았다.

“라파엘.”

사르빌의 부름에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경기장을 바라보던 아니, 어느 순간부터 오직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던 라파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위드.”

 

꾸이이익!

“어딜!”

라이너는 벌겋게 변한 눈으로 양팔을 내밀고 달려오는 오크의 모습에 주저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가슴이 갈라졌다. 하지만, 오크는 여전히 달려들었다.

쇄애애액!

꾸이이…….

라이너의 뒤쪽에서 한 자루의 검이 빠르게 튀어 나와 오크의 목을 그대로 꿰뚫어 버렸다.

“아악! 내꺼였는데!”

라이너가 소리치자 그의 뒤쪽에서 검을 날렸던 라샤가 오크의 핏물을 털어내며 말했다.

“그러게 한 번에 죽였어야지! 히힛!”

“벌써 두 번이나 라샤한테 내껄 빼앗겼어!!”

라이너의 외침에 반대편에 있던 트레제가 말했다.

“여기서 니꺼, 내꺼가 어딨어? 그렇게 정 내꺼 하고 싶으면 저쪽으로 혼자 달려가. 저기 니꺼 될 오크들 아주 많네.”

트레제가 말한 곳엔 약 30마리의 오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아무리 오크가 상대적으로 약한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라이너의 실력으론 결코 30마리나 되는 오크들을 상대할 순 없었다. 말 그대로 달려갔다가는 그대로 개죽음 당할 확률이 높았다.

“나보고 가서 죽으라는 소리냐!!”

“헛소리 하지 말라는 거다.”

“아우우욱! 지금은 전투 상황이니까 내가 참는다 참아!”

라이너의 말에 트레제는 말없이 검에 묻은 오크의 핏물을 털어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어느 정도 오크들의 수도 줄어들었고, 이제는 제법 여유를 부릴 정도로 긴장감도 풀린 상태였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모두 정신 차려!”

위드의 말에 라이너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위드, 어차피 우리에게 달려드는 오크들도 더 이상 없잖아.”

라이너의 말에 위드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면 그의 말도 크게 틀린 것이 없었다.

‘이건 시험이지……. 그러고 보니 이곳의 오크들은 몬스터 땅의 오크들보다 약한 것 같군.’

위드는 아무리 시험이라고 하더라도 몬스터인 오크와 집단 전투를 벌인다는 생각에 조금도 긴장의 끈을 풀 수가 없었다. 아니, 살아온 환경이 워낙 치열했기에 몸과 머리가 저절로 그렇게 반응을 했던 것이다.

“크아! 저놈들 아주 독이 올랐다!”

라이너는 트레제가 말했던 30마리의 오크들을 향해서 경쟁이라도 하듯 달려가는 카인과 레슬리를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물론, 그들의 뒤로 그들이 이끌고 있던 학생들이 빠르게 따라가고 있었지만 어쨌든 혼자서 30마리의 오크들을 향해서 달려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행동이 아니었다.

카인보다 레슬리가 조금 더 빨랐다.

레슬리는 그 동안 지휘만 하며,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30마리의 오크들은 홀로 뛰어든 레슬리를 상대로 괴성을 내지르며 공격을 펼쳤다. 아무리 레슬리가 트랜트 아머를 착용할 수 있는 리피트 상급이라고 하더라도 30마리나 되는 오크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조금만 버티다보면 뒤따라오는 카인과 동료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무모한 용기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레슬리가 3마리의 오크들을 죽이는 사이 뒤늦게 카인이 합류해 무차별적으로 오크들을 죽여 나갔다.

결국, 레슬리나 카인을 믿고 전투를 하던 학생들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30마리의 오크들 중 두 발로 서 있는 오크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우와아아아아-!!”

“이야아앗호!!”

“이겼다!!”

“카인! 카인! 카인!”

“레슬리! 레슬리! 레슬리!”

경기장의 오크들을 모두 죽인 검술학부 학생들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검을 치켜들며 환호했고, 구경하던 이들도 모두 박수를 치며 그들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앞으로 20분간 휴식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검술 시험 진행자의 음성에 경기장의 검술학부 학생들은 대부분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트레제, 너 몇 마리나 죽였냐?”

라이너의 물음에 트레제가 그런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듯 대꾸도 해주지 않았다. 이미 그런 대접을 무수히 받아온 라이너였기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티스에게 똑같이 물었다.

“티스, 넌 몇 마리나 죽였어?”

티스는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세 마리.”

“세 마리? 나랑 똑 같네. 라샤와 엘리아는?”

“나는 네 마리! 나는 위드와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몬스터 땅에서 생활을 했으니! 라이너 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지! 아하하하하!!”

“난 두 마리.”

라이너는 라샤를 바라보며 네가 뺏어간 두 마리는 원래 내꺼였다며 우겼지만 그런다고 라샤가 순순히 수긍해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잠시간 티격태격 거리던 라이너는 가만히 앉아서 어딘가를 바라보는 위드에게 말을 건넸다.

“위드,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저기.”

“카인?”

위드의 시선은 20명의 학생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카인에게 머물러 있었다.

“저 녀석 엄청 죽였겠지?”

“못해도 혼자 30마리는 넘게 죽였을 걸?”

트레제의 말에 라이너가 두 눈을 크게 떴다.

“30마리?!”

“저 녀석 앞장서서 오크들을 무슨 원수처럼 죽여 나가던데? 나는 레슬리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레슬리는 뒤에서 지휘만 하더라고.”

트레제의 말에 라이너는 그랬냐는 듯 의외라는 얼굴로 카인을 바라봤다. 그러다 갑자기 위드를 불렀다.

“위드!”

위드는 카인을 바라보다 라이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왜?”

“내가 정면에 서면 안 될까?”

“뭐?”

“나도 좀 이 기회에 멋진 모습을 보여서 내 존재감을 확실히 살리고 싶거든! 하하하하!!”

라이너의 말에 트레제가 위드에게 말했다.

“위드, 절대로 라이너 앞에 세우지 마. 저놈 분명히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니 어쩌니 하면서 설쳐댈 거다. 분명히 저놈은 시험보다도 다른 학부 여학생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틀림없어.”

트레제의 말에 라이너는 결코 그게 아니라는 듯 부정했지만 누가 봐도 트레제의 말이 맞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드는 라이너를 정면에 세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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