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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41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5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4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16화

 

 

몇몇 학생들이 끝까지 뒤를 따라왔지만 위드가 더 이상 오지 말라는 말을 하자 저마다 투덜거리며 따라오기를 멈추었다.

위드, 피에나, 에리카.

주변에 아무도 없이 셋만 남자 에리카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곁에 계신 분은 누구야?”

에리카의 물음에 피에나는 그렇지 않아도 그녀와 위드가 꽤나 친한 사이 같아서 불만스럽던 차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피에나. 너는 누구야?”

피에나의 이런 반응에 놀란 사람은 에리카뿐만이 아니었다. 위드 역시도 지금까지 피에나가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기에 적지 않게 놀라야만 했다.

‘이 계집이 다짜고짜 반말이네?’

에리카는 속으로 그렇게 말하면서도 겉으로는 여전히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에리카라고 해요. 피에나 씨는 위드와 무슨 사이죠?”

피에나는 한 시도 놓지 않고 있던 위드의 팔을 더욱더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에리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얼굴로 피에나를 바라보다 재빨리 위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은 지금 한 말이 사실이냐고 묻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이야?”

위드는 대답대신 그렇게 물었다.

에리카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말들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말했다.

“그것보다도 피에나 씨의 말이 사실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나한테는 피에나 씨에 대한 말이 한 번도 없었잖아?”

위드가 이상하다는 듯 에리카를 바라봤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너한테 내 이야기를 일일이 해야 할 이유는 없잖아?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이 빌…… 위, 위드. 그래도 우린 친구 사이잖아. 그 정도는 알아도 되지 않을까?”

웃고 있지만 얼굴에 화가 가득했다. 그런 에리카의 모습을 보며 위드가 말했다.

“피에나 앞에선 굳이 내숭 떨 필요 없어.”

그 말에 에리카가 급히 물었다.

“서, 설마…… 내, 내 이야기를 피에나 씨한테 다 한 건 아니겠지?”

“나는 남 뒷이야기나 하고 다닐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단지, 피에나도 나랑 같아서 네가 본 모습을 보이더라도 남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지금 네 모습이 너무 보기 흉하거든.”

“…….”

에리카는 말없이 위드를 쏘아봤다. 그러다 피에나를 한 차례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내가 널 찾아온 이유는 앞으로도 조심해 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야. 널 믿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나도 바쁠 것 같으니까…….”

“네가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난 네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니까 그런 건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어.”

위드의 말에 에리카는 몸을 돌린 그 상태로 잠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어쨌든 조심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을 마친 에리카는 천천히 걸음을 뗐다.

“위드, 저 여자랑 무슨 사이야?”

“그냥, 같은 아카데미에 다니는 사이일 뿐이야.”

“응.”

에리카는 피에나와 위드의 대화를 들으면서 여전히 걸었다.

 

‘그냥, 같은 아카데미에 다니는 사이일 뿐이야.’

 

위드의 말이 에리카의 머릿속에 메아리처럼 계속해서 울렸다.

‘그냥 같은 아카데미에 다니는 사이일 뿐이라고? 나쁜 놈…….’

왜 갑자기 화가 나는지 몰랐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지 몰랐다.

위드의 퉁명스런 음성과 그의 무관심한 눈빛이 왜 이렇게 몸의 힘을 빼앗아 가는지 몰랐다.

에리카는 그렇게 눈물을 참으며, 화를 참으며, 힘없는 발걸음을 애써 감추며, 뒤돌아 위드를 향해서 뭐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견뎌내며 그렇게 걸었다.

“분해서 그런 걸 거야. 그래, 저 빌어먹을 놈한테 너무 분해서, 너무 분해서…….”

 

***

 

웅성웅성.

체술 수련장에 모인 1학년 학생들은 저마다 어떤 이야기로 소란스럽게 떠들었는데 그 이야기의 주제는 모두가 똑같았다.

“위드!”

위드는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에 씁쓸한 표정으로 서 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른 라이너를 바라봤다. 그의 곁엔 트레제도 함께 서 있었다.

위드가 왜 부르냐는 듯 라이너를 바라보자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늘 피에나 양의…….”

“라이너, 피에나 선생님이다.”

곁에서 트레제가 꾸짖듯 말하자 라이너가 알겠다는 듯 킥킥거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피에나 선생님의 첫 수업이잖아. 어떨까? 위드, 너는 피에나 선생님한테 체술 수련 좀 받았냐? 어떻냐? 확실히 틀리던?”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받아보지 않아서 몰라.”

“에? 그럼 너는…… 피에나 선생님과 항상 팔짱만 끼고 뽀뽀나 하면서 애정행각만 벌였단 말이야? 킥킥!”

라이너의 말에 위드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라이너는 여전히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온다!”

한 학생의 외침에 체술 수련장으로 체술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피에나가 고개를 연신 이리저리 돌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으로 걸어 들어왔는데…….

“우와! 정말로 귀엽다!!”

“아아……, 나 사랑에 빠져버릴 것만 같다!”

“멍청아!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고!”

“이런 나약한 놈! 사랑은 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빼앗는 거라고!”

“그럼! 그럼! 남자라면 당연히 사랑을 스스로 거머쥐어야지!”

주변 남학생들의 반응.

“꺄아! 어쩜 저렇게 귀여울 수 있을까?”

“피에나…… 선생님이 몇 살이라고 했지?”

“듣기론 열여섯이라고 하던데?”

“열여섯? 내 여동생으로 삼고 싶다!”

주변 여학생들의 반응.

남학생들과 여학생들 대부분 피에나의 모습에 환호성을 내지르며 좋아했다. 이미 그녀가 위드와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과 그녀 스스로 위드를 사랑한다고 말을 했지만 누구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2학기 시작과 동시에 너무 부풀려진 위드와 피에나의 소문을 아카데미 선생님들이 적극 나서서 해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위드와 피에나의 관계, 그리고 피에나 즉, 타이먼 족의 문화를 알림으로써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히려 그런 순정적인 사랑을 열렬히 지지해주었다.

그리고 위드 스스로 피에나와 한 침대를 사용하지만 단순히 잠만 잔다는 말이 나옴으로써-라이너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누구도 그들 두 사람을 삐뚤어진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물론, 극소수의 학생들은 제외다.

“피에나 선생님!!”

라이너가 손까지 흔들며 외치자 피에나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에 위드의 모습이 들어오자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으아아악!!”

“흑흑! 너무 귀엽다!!”

“위드 녀석이 이렇게 부러울 줄이야…….”

피에나가 웃자 그 여파는 엄청났다. 대륙에서 귀여움으로 위치를 따지자면 타이먼 족 여성은 단연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른다. 때론, 귀여움이 아름다움을 압도하기도 하는데 피에나가 그런 경우였다.

벌써 몇 번이나 본 경험이 있었지만 라이너는 매번 볼 때마다 잠시 넋을 잃었다가 눈을 사납게 뜨며 위드를 노려봤다. 그리고는 다른 때와 똑같이 위드의 어깨를 두 손으로 꽉! 잡으며 외친다.

“친구! 친구!! 피에나…… 친구 소개 시켜달란 말이야! 이 자식아!!”

이때는 트레제도 라이너를 말리지 않는다. 그 역시 라이너와 같은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위드는 질리지도 않냐는 듯 라이너를 바라봤다.

“모두 정렬해라!!”

한 체술 선생님의 외침에 학생들은 각자 반별로 줄을 맞춰 정렬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오직 체술 선생님들 사이에 끼어 있는 피에나에게만 쏠려 있었다.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1학년 전체 체술 수업 시간에는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전투 종족이라 불리는 타이먼 족의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너희에게 있어서 정말로 영광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피에나 선생님.”

피에나는 자신을 부르자 미리 연습이라도 해놨는지 당당한 발걸음으로 체술 선생님의 곁에 섰다.

“앞으로 너희에게 체술을 가르치실 피에나 선생님이시다.”

그의 소개에 피에나는 학생들을 쭈욱 훑어보다 이윽고, 위드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방긋.

환하게 웃으며 피에나가 입을 열었다.

“피에나라고 해요.”

피에나의 소개에 학생들 특히, 이미 피에나의 귀여움에 정신을 빼앗긴 남학생들은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내지르며 좋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피에나는 여전히 위드만을 바라보며 마치 ‘나 잘했지?’ 란 표정으로 헤죽헤죽 웃었다.

“잘 했어, 피에나.”

위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피에나가 지금처럼 행동할 수 있기까지 위드의 노력은 그야 말로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피에나는 위드를 통해서 점점 인간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손으로 허공을 휘젓고, 발을 차올리고, 땅을 박차고 높이 뛰어 올라 수십 차례나 손을 내지르고, 몸을 공중에서 비틀어 회전하고, 빙그르르 돌아 땅에 착지.

모든 것이 숨 몇 번 꼴깍! 거리는 사이에 벌어졌다.

“…….”

“…….”

“…….”

학생, 선생님들. 모두가 이때만큼은 하나가 되어 멍하니 피에나를 바라봤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번개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 그녀였다. 그리고는 여전히 방긋방긋 웃으며 위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침묵을 깨트린 것은 검술학부 3반, 4반의 체술 수업을 담당하는 페르딘이었다.

“흠흠, 모두 잘 보았을 것이다. 피에나 선생님이 방금 보여준 움직임이야 말로 진정한 대륙 최고의 전투 종족이라는 타이먼 족의 움직임이다. 체술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호흡조절과 불필요한 동작을 모두 뺀 최상의 움직임이다.”

그렇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페르딘 역시도 직접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라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손을 뻗는 동작만 말하더라도 호흡의 조절, 발, 허리, 어깨 등 신체의 위치와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뻗어나가야 하는 최단거리. 이 모든 것들을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르침이다. 가르침이란 단순히 자신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다.

피에나처럼 한 번에 많은 동작들을 선보이고 그걸로 끝났다는 듯 서 있으면 다가 아니었다. 

그런 움직임만을 보고 학생들이 모든 것을 깨우친다면 대륙에 아카데미와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다른 이들이 하는 싸움을 구경하면서 스스로 깨닫고 혼자 연습하면 되는데 누가 아카데미에 입학을 하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으려고 하겠는가?

“피에나 선생님.”

페르딘의 부름에 피에나가 위드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왜 부르냐는 듯 그녀가 바라보자 페르딘이 헛기침과 함께 말했다.

“학생들에게 설명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

피에나는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페르딘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페르딘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다시 말했다.

“피에나 선생님이 움직임을 하나하나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셔야죠.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연습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나처럼 따라하면 되는데.”

피에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고, 페르딘은 그녀를 바라보다 다른 체술 선생님들을 바라봤다. 그들 역시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었다.

선생님은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피에나 선생님, 정말로 너무 귀엽다.”

“그러게 말이야. 정말로 인형 같아 보이기도 해.”

“타이먼 족 여성들은 모두 저렇게 귀엽다면서?”

“듣기로는 엘프가 모두 아름다운 것처럼 타이먼 족 여성은 모두 귀엽다고 하더라고.”

“정말로 저런 여동생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 에리카, 괜찮은 거야?”

에리카의 표정이 다른 때완 조금 다른 것을 발견한 곁에 있던 여학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생각해보면 피에나의 등장으로 인해서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 바로 에리카였다.

“응? 왜?”

에리카가 웃으며 묻자 여학생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 이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 에리카 이제는 위드 카일러 준남작과 완전히 끝난 거야? 요즘에는 1학기 때와 다르게 그를 찾아가지도 않는 것 같던데……. 혹시, 피에나 선생님 때문에 그런 거야?”

다른 여학생의 물음에 에리카가 웃으며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대답했다.

“끝나다니? 자꾸만 오해들 하는데 나랑 위드는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야. 그리고 요즘은 내가 마법 수련 때문에 위드를 만날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거지 피에나 선생님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그렇구나.”

대답은 했지만 여학생은 쉽사리 에리카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것을 알지만 에리카도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 자질구레하게 해명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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