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40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40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15화
하워드 워커는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려고 했다. 적어도 위드의 이야기가 이어지기 전까지는.
“피에나는 타이먼 족입니다. 교장 선생님도 타이먼 족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타이먼 족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지.”
하워드 워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실, 조금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꽤나 많은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만한 학식이 있기에 지금 네드벨 아카데미 교장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피에나는 절 사랑하고 있습니다. 타이먼 족에 대해서 아신다니 그들의 사랑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알고 있네.”
사실, 위드의 제안에 가장 놀란 부분은 피에나가 타이먼 족이라는 사실이었다. 타이먼 족은 결코 인간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현재 대륙의 타이먼 족들은 모두 그러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인간이 몬스터를 싫어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 타이먼 족이 네드벨 아카데미에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 더욱이 여성 타이먼 족이라면 그건 사랑 외엔 그 어떠한 이유도 있을 수가 없었다.
“피에나가 아카데미에서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저 역시 더 이상은 학업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자네 하나를 얻자고 선례를 만들 수는 없네.”
단호한 음성이었다.
하나를 얻자고 열을 버릴 수 없는 법. 하워드 워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며, 최선의 옳은 선택임이 분명했다.
“네드벨 아카데미에 지금까지 타이먼 족이 학생들을 가르쳤던 적이 있었습니까?”
위드의 물음에 하워드 워커는 역시 단호하게 대답했다.
“없었네. 하지만, 그걸 위해 자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네.”
“그렇다면 제가 이대로 학업을 포기하고 영지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입니까?”
하워드 워커는 대답하지 않았다.
때론 침묵이 대답을 대신하는 훌륭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위드는 알겠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잘 알겠습니다.”
거래는 끝났다.
위드는 더 이상 네드벨 아카데미에 남을 수가 없게 되었다.
후회 그리고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들을 피에나와 비교할 순 없다.
몸을 돌린 위드는 교장실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호수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그 호수는 언제고 메마르거나, 썩기 마련입니다. 세상 어디든 새로운 선례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걸 두려워하여 항상 추구하던 것만 지킬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선례가 생긴다는 것, 그것이 나쁜 선례든, 좋은 선례든 그것들로 인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네드벨 아카데미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딸깍.
문을 나가자 하워드 워커는 홀로 남은 방 안에서 눈을 감았다.
“변화와 발전이라…….”
“위드!”
위드를 발견하고 피에나가 쏜살같이 달려와 품에 안겼다. 그녀의 뒤로 라샤와 라이너, 티스가 따라왔다. 다른 때라면 품에 안긴 피에나를 달래듯 떨어트려놨을 위드였다.
“돌아가자.”
위드는 품에 안긴 피에나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응?”
“프레타 영지로 돌아가자.”
위드의 말에 피에나가 위드의 얼굴을 빤히 올려보다 슬픈 얼굴로 물었다.
“나 때문에 아카데미에 못 있는 거야?”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아.”
아니라는 듯 웃으며 대답한 위드는 피에나의 금발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피에나는 뭔가 말을 하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지만 라샤의 음성에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이야기가 잘 안된 거야?”
“그렇게 됐네. 어차피, 크게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말 그대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피에나가 네드벨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에게 체술을 가르치는 것.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이대로…… 떠나는 거야?”
라이너의 음성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나중에 졸업하면 한 번 만나자.”
위드의 말에 라이너는 입을 꾹! 다물었다. 고작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이냐는 듯 화를 내는 것만 같았다.
“저, 정말로 가야만 해? 다른 방법은 없어? 찾아보면 분명히 다른 방법이…….”
티스는 위드가 더 이상 네드벨 아카데미에 남지 못한다는 사실에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드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티스, 언제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프레타 영지로 찾아와.”
위드는 티스가 걱정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남의 도움으로만 살아갈 순 없는 세상이니 이제부터는 스스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해내야 한다.
시기가 이르지만 위드는 티스가 훌륭하게 극복해 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정말로…… 이별이구나…….”
라샤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위드를 바라봤다. 라이너나 티스와 비교해 가장 짧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함께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걸었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단순한 수치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누가 그러던데.”
위드의 말에 라샤가 무슨 말이냐는 듯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바라봤다.
“이별이 있기에 재회가 있는 거라고. 라샤라면 언제든 환영이니까 영지로 놀러와. 기다리고 있을게.”
“응! 꼭 갈게. 반드시 놀러 갈게! 흑흑!!”
라샤는 갑작스럽게 위드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행동에 다른 이들이 놀란 눈을 떴다. 그리고 그 놀란 눈은 또 다시 더욱 커졌다.
쪽!
“라샤!!”
위드의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를 한 라샤의 행동에 피에나가 눈에 불을 켜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당장이라도 손톱을 세우고 달려들 듯한 모습이었다.
재빨리 위드에게서 떨어지며 혀를 내미는 라샤.
“피에나! 이런 이별의 순간엔 한 번쯤 눈감아 주는 거라고! 피에나는 너무 빡빡해!”
위드는 라샤의 입술이 지나간 자리를 손으로 만지다 피식 웃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정말로 많은 것을 얻었어.’
위드는 라샤에게 달려들려는 피에나를 말리며 라이너에게 말했다.
“트레제와 레인에게는 이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나서 미안하다고 전해줘.”
“쳇! 내가 그런 거나 해주는 놈이냐?”
투덜거리는 라이너의 모습에 위드는 빙긋 웃고는 라샤와 티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등을 돌렸다.
“가자, 피에나.”
“응.”
위드가 피에나와 함께 걸음을 떼는 순간.
“겨울방학이 되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는 거 모르나?”
라파엘의 목소리였다.
위드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니 그가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네드벨 아카데미가 썩어 간다고 했다지?”
“네?”
라파엘은 고개를 들어 붉게 떠오른 두 개의 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모습만 보면 참으로 아름답단 말이야.”
갑자기 나타나서 엉뚱한 소리만 해대는 라파엘. 그 모습을 모두가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그는 여전히 태연했다. 마치,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너희라는 듯.
“여름방학의 마지막 밤이라고 끝까지 즐길 셈이냐? 어서들 방으로 돌아가!”
“하지만, 위드는…….”
라이너의 말은 라파엘의 음성에 깨끗하게 묻혔다.
“레인은 위드 네가 직접 설득해라.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하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
“……!”
“……!”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리는 라파엘.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라이너가 급히 물었다.
“그, 그럼, 위드는 아카데미에 계속해서 남을 수 있는 것입니까?”
라이너의 물음에 라파엘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같은 말 두 번 하게 만들지 마라!”
라파엘의 말에 라이너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그리며 외쳤다.
“위드!!”
위드 역시도 갑작스런 라파엘의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결론적으로 네드벨 아카데미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쁨이 얼굴 가득 드러났다.
“위드으으으!!”
쪽!
라샤가 또 다시 위드의 볼에 뽀뽀를 했다.
“라샤!!”
피에나가 달려들자 라샤는 황급히 달아났다.
“피에나! 이런 기쁜 순간엔 한 번쯤 눈감아 주는 거라고! 아까도 말했지만 피에나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빡빡해!!”
라샤의 뒤를 피에나가 쫓았지만 그녀의 앞을 라이너가 가로 막았다. 그리고는 정중하고, 우아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피에나 양,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라이너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밤에 피에나 양을 보니 너무 눈부셔서 제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피에나 양께서는 어떻게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까? 하하하!”
라이너의 느끼한 말에 피에나는 물론이고, 모두가 얼어붙은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라이너는 우아하게 뒷짐을 쥐며 레드 트윈문을 바라봤다.
“피에나 양, 정말로 아름다운 밤입니다.”
Chapter 7 에리카, 그리고…… 피에나
“여름방학 동안 여자나 꼬시고 다녔단 말이지?”
중얼거리는 에리카의 음성엔 싸늘함과 뜻 모를 분노가 담겨 있었다. 주변의 학생들로 인해서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쪽 눈꼬리와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에리카! 소식 들었어?’
‘소식이라니?’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웬 여자랑 한 방을 쓴데!’
‘그게 무슨 소리야? 남자 기숙사에서 어떻게 여자랑 한 방을 써? 그건 아카데미 규칙에 어긋나는 거잖아.’
‘역시 모르는 구나! 학교장이 특별하게 허락했대! 위드 카일러 준남작만 그가 데려온 여자랑 한 방을 쓸 수 있도록!’
‘그게 무슨……?’
‘소문에 의하면…….’
에리카는 발걸음에 더욱더 속도를 높였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웬 타이먼 족 여성을 네드벨 아카데미로 데려와 함께 생활을 하기로 학교장의 허가를 얻어냈다!
2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그것도 오전이 지나기도 전에 네드벨 아카데미에 폭풍처럼 몰아친 소문이었다.
에리카는 점심을 먹고 쉬던 중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위드가 있을 법한 검술 수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검술 수련장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현재 체술 수련장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체술 수련장에 도착한 에리카는 수많은 학생들의 모습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떠야만 했다.
남학생, 여학생, 1학년부터 4학년은 물론이고, 학부와 전혀 상관없이 몰려든 학생들의 모습에 에리카는 도대체 체술 수련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에리카다!!”
“1학기 내내 위드 카일러 준남작을 따라다녔던 에리카가 왔다!!”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몰려들어 있던 학생들은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려 에리카를 바라봤다. 그들의 그런 모습에 웬만한 일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에리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뭐야? 왜 다 나를 쳐다보는 거야? 내가 뭘…… 에?!’
어느새 에리카의 앞쪽으로 길이 생기며 학생들이 좌우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길이 트이자 에리카는 볼 수 있었다.
“……!”
살짝 짜증이 난 듯한 얼굴로 서 있는 위드와 그의 오른팔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서 있는 작고 너무나도 귀여운 여자의 모습을.
위드와 에리카의 눈빛이 마주쳤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위드의 눈빛에 에리카는 이유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저 빌어먹을 놈! 아무렇지도 않은 저 눈빛은 뭐야!’
최소한 가볍게 고개라도 까딱거려 인사를 하면 어디 머리가 떨어져 땅바닥을 구르기라도 한단 말인가! 오랜만에 봤으니 반가운 눈인사라도 하면 눈알이 튀어나오기라도 한단 말인가!
에리카는 속으로 위드를 향해 잔뜩 욕을 퍼부으며 천천히 걸었다.
“이거 재밌겠는데?”
“1학기 내내 위드 카일러 준남작을 따라다녔던 에리카였는데. 이제는 그가 다른 여자를 데리고 온 것도 모자라 한 방에서 생활을 하기로 했으니…….”
“에리카만 불쌍해진 거지!”
“저딴 녀석이 뭐가 잘났다고 에리카에 저렇게 귀여운 여자까지 꼬신 거야!”
“젠장! 누군 한 사람도 없는데…… 불공평한 세상 같으니!”
에리카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들에도 눈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속마음에서는 온갖 저주 섞인 욕설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위드의 앞까지 에리카가 다가갔지만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름방학은 잘 보냈어?”
결국, 에리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환한 미소와 함께.
“그럭저럭.”
마법학부 최고의 미인 에리카를 상대로 너무나도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위드의 모습에 많은 남학생들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몇몇 남학생들은 거칠게 욕설까지 뱉어낼 정도였다.
‘이 빌어먹을 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까지 날 무시해? 으으…… 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무시하다니!’
“건강해 보이네.”
속마음과 다르게 에리카는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위드는 여전히 퉁명스러워서 얼핏 보기엔 대답하기도 귀찮다는 듯 무성의하게 단답형으로 대꾸했다.
“도대체 에리카는 왜 저딴 녀석이 좋다는 거야!!”
“분명, 저 위드라는 녀석이 에리카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것이 분명해! 치졸한 놈!”
“에리카! 제발 정신 좀 차려! 넌 지금 저놈에게 완전히 속고 있는 거야!!”
주변의 소란스러움에 위드는 눈을 잔뜩 찌푸렸다. 웬만해서는 이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시끄럽군.”
말을 마친 위드는 더 이상 이런 곳에 있기 싫다는 듯 걸음을 옮겼고, 마치 사전에 말을 맞춰 놓기라도 했다는 듯 그의 팔을 안고 있던 피에나 역시도 나란히 걸어갔다.
‘저 빌어먹을 놈이 진짜!!’
에리카는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녀는 위드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위드를 욕하거나, 에리카가 하루 빨리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