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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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78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3화
“어쩔 셈이오?”
한 마법사가 전체를 향해서 물었다.
“솔직히 이제는 한계입니다. 가르시아 님 때문에 지금까지 프레타 성에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말끝을 흐렸지만 누구 하나 못 알아들을 사람은 없었다.
“가르시아 님을 따르는 것은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합시다. 정식으로 카일러 준남작이 마법사 길드에 도움을 요청해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사실, 우리는 가르시아 님 한 분만 보고 자발적으로 이 전투에 참가를 한 것 아니오?”
“맞습니다. 가르시아 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이대로 프레타 성에 남았다가는 마법사 길드 자체에 큰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대로 허무하게 프레타 성을 지키다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라다 왕국이나, 페르만 왕국 등의 군대에 힘을 실어 몬스터 혈풍을 잠재우기 위해서 싸우는 편이 훨씬 옳은 일일 것입니다.”
“가르시아 님께서도 허락한 일이며, 현재 마나 고갈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도 얼마 없으니 누구도 우리를 비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정된 것 같으니 서둘러 움직이도록 합시다. 언제 탈출로가 몬스터들로 인해서 막힐지 모르니 당장 움직이도록 합시다!”
“그럽시다!”
“지금 이렇게 떠나버리면 카일러 준남작이 사용한 마법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한 마법사의 물음에 서둘러 자리를 뜨려던 마법사들이 동시에 멈칫거렸다. 알려지지 않은 블링크라는 마법의 의문은 모든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반드시 알아내야 할 문제였다.
어쩌면 이미 예전에 프레타 성을 떠났어야 할 마법사들이 지금까지 이곳에 있는 이유가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사용한 블링크 때문이기도 했다.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던 마법사들.
“가르시아 님께서 혹시 블링크라는 마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끝까지 남아 계시려는 것 아니오?”
누군가의 말에 일부 마법사들이 술렁거렸다.
히덴 가르시아가 굳이 프레타 성에 남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마법사들로써는 그나마 가장 그럴듯한 이유로 들렸다.
“슈비츠, 혹시 그런 건가?”
슈비츠 그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가르시아 님께서 왜 이렇게까지 프레타 성에 남으시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잠시 말을 멈춘 슈비츠 그린은 마법사들을 가만히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결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실 분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마법사들이 저마다 서로를 바라보며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한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카일러 준남작의 마법이 아직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카일러 준남작이 사용했다면 반드시 어디선가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은 우리가 여기서 무사히 살아 길드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
“그렇기는 하지.”
결국,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우선시 여기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서둘러 자리를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린 형제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법사들의 모습에 씁쓸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형님.”
슈비츠 그린의 음성에 슈란츠 그린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말했다.
“노력할 만큼 했다. 이건 당연한 결정이고,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일이야. 너도 잘 알잖아?”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전…….”
“됐다. 너도 저들과 함께 길드로 돌아가도록 해라.”
슈란츠 그린의 말에 슈비츠 그린이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형을 바라봤다.
“형님!”
“나는 가르시아 님께 가보도록 하마. 스승님과 같은 분이라서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구나.”
“저도 남겠습니다! 가르시아 님은 형님뿐만이 아니라 제게도 스승님과 같은 분입니다! 형님과 달리 저는 발걸음이 잘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슈비츠 그린의 외침에 슈란츠 그린이 빙긋 웃었다.
“그래. 함께 남도록 하자.”
“예!”
빙긋 웃은 그린 형제는 히덴 가르시아가 있을 곳을 향해서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탈출로를 통해 프레타 성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헐레벌떡 뛰어와 보고하는 병사의 외침은 일순간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그게 사실이냐?”
마로크의 물음에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본 장면과 마법사들의 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했다.
퍽!
“빌어먹을!”
루카가 주먹으로 벽을 후려쳤다.
“조금만 더 버텨주지…….”
로돌프가 서운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들은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비난하거나, 욕할 자격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아무런 대가없이 도움을 준 것만 하더라도 평생을 감사해야 합니다.”
위드의 말이 사실이었기에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프레타 성을 떠난다는 것이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해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히덴 가르시아의 말에 위드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법사 길드로써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위드와 프레타 기사단의 성격을 알면서도 워낙에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니 혹시라도 그들이 길길이 화를 내면 어쩌나 속으로 걱정했던 그린 형제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드는 말없이 정면을 바라봤다.
성벽에 오른 몬스터와 성벽을 오르는 몬스터, 성벽을 오르기 위해서 달려드는 몬스터. 수가 너무 많았다. 솔직히 막기 힘들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지금이라도…….’
위드는 왼쪽 팔뚝을 매만졌다.
벌써 몇 번이나 참았다.
8클래스 고위 마법. 어스 퀘이크.
한 번의 사용으로 마나 고갈에 정신까지 잃었다가 며칠 만에 깨어났었다. 효과가 큰 만큼 후유증도 컸기에 마로크와 프레타 기사단원들이 극구 말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는 눈도 너무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로크를 잡을 때, 블링크를 사용해서 은근히 걱정거리로 남아 있는데 만약 여기서 어스 퀘이크까지 사용한다면?
마법을 사용하면 마법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 것은 당연한 일. 히덴 가르시아를 굳게 믿고 있지만 마법사인 그가 8클래스의 어스 퀘이크를 보고도 동요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히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용병들의 눈도 문제였다. 마법사들은 자신들에게만 공개한다는 조건아래 입을 다물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용병들은 불가능하다.
프레타 성을 당장 이 위기에서 구하더라도 위드는 제 2, 3의 클라우드 공작에게 불려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니, 당장 페르만 왕국에서 이유 불문 프레타 성의 존폐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위드를 수도로 소환해서 마법의 비밀을 캐내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 위드는 그것이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현실을 이겨낼 만큼의 힘이 없었기에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결과적으로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잘 된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장기전으로 몬스터들이 공격을 해올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끊임없이 밀려드는 몬스터들의 수만 하더라도 한 번, 두 번 어스 퀘이크를 사용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란 생각에 위드는 자꾸만 갈등어린 시선으로 자신의 왼쪽 팔을 매만졌다.
“영주님.”
마로크는 위드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카일러 준남작님. 주제넘은 말일지 모르겠지만 이쯤에서 물러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슈란츠 그린의 말에 루카가 곧바로 반박했다.
“물러나긴 어디로 물러난다는 겁니까!”
“그럼 이대로 몬스터들에게 죽을 작정입니까?”
“죽긴 누가 죽는다는 겁니까!”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십시오! 이미 진 싸움입니다! 몬스터들은 계속해서 공격을 해오고 있는 반면, 프레타 성을 지키는 병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거기에 마법사들까지 물러났습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슈란츠 그린의 말에 루카는 얼굴을 벌겋게 붉혔다. 그 역시도 프레타 성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전세는 기울었다. 여기서 역전시킬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다.
“빌어먹을!”
루카가 고개를 돌리자 슈란츠 그린이 다시 위드에게 말했다.
“한 성을 책임지는 영주라면 어떤 것이 가장 옳은 선택인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어떤 전쟁이든 전진이 있으면 후퇴가 있으며,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버티신 것만 하더라도 대단한 일을 하신 겁니다. 더 이상의 희생은 막으셔야 합니다.”
누구도 슈란츠 그린의 말을 막지 않았다.
위드는 자신에게 후퇴를 강요하는 듯한 슈란츠 그린의 모습에 착잡한 심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먹구름이 잔뜩 긴 하늘이었다.
더 이상은 프레타 성을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대로 프레타 성을 지키다 죽느냐, 지금 마법사들처럼 잠시 후퇴를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위드는 마로크를 바라봤다.
마로크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퇴를 결정했을 것이다.
우선은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무엇보다도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필요가 없었다. 잠시 몬스터들에게 프레타 성을 내어줘야만 하겠지만 그러한 것도 참아내지 못하고 자신의 자존심만 세우려고 한다면 그건 영주로서 자격 미달이다.
“역시…….”
위드의 얼굴이 슬픔으로 물들었다.
마로크는 위드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퇴.
두 글자가 두 사람의 머릿속을 짓눌렀다.
후퇴라는 말을 막상 뱉어내려니 위드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위드의 결정에 못을 박는 일이 벌어졌다.
끼야아오오옷-!!
쉬아아악! 쉬아아악! 쉬아아악!!
“헉!!”
“저, 저게!!”
“어떻게 이런 일이!!”
3마리의 바질리스크와 2마리의 히드라!
각각 1마리씩을 처리하는데 엄청난 힘을 쏟아 부어야 했었다. 3마리나 되는 바질리스크와 2마리나 되는 히드라는 도저히 상대가 불가능했다.
“카일러 준남작님!”
슈란츠 그린의 외침에 위드는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열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후…… 후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