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74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7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24화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여인은 걱정할 것 없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기사는 그녀가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무리해서 3클래스 마법을 사용했으니 마나의 고갈만 하더라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벌써 2달 가까이 제대로 된 휴식조차 해보지 못한 일행들이었다. 혹독한 수련을 해온 기사들조차도 체력적으로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으니 마법사인 그녀가 견디기 힘들 것이란 건 자명한 것이다.
“힘드시더라도 조금만 더 이동한 후에 휴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여인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가씨…….’
기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는 여인의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찌르르 울릴 정도로 안타까웠다.
기사는 여인에게 눈짓을 하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출발한다!”
가장 선두에 두 명의 기사가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내딛었고, 그 뒤를 기사 대장이 여인을 호위하며 걸었다.
그리고 부상당한 루휀을 부축한 두 명이 기사가 연신 뒤를 살피며 걸음을 내딛었다.
“흠흠! 아아! 목 상태 좋고! 자 그럼 힘차게 한 곡 불러볼까!”
가일이 목을 가다듬으며 막 자신의 주제곡을 부르려는 순간.
“부르면 죽는다.”
뒤에서 들려오는 음산한 음성에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가일의 시선엔 마계의 마왕처럼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음침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루카가 있었다.
“도대체 나랑 무슨 원한이 있다고 사사건건 내 일을 방해하는 겁니까? 내가 도대체 뭘 잘 못했다고 그럽니까! 내가 내 마음대로 노래 부르겠다는데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요!”
가일의 외침에 루카가 비릿하게 웃었다.
“마음에 안 드니까.”
“제기랄! 그따위 말도 안 되는…….”
“왜? 너도 마음에 안 들면 붙던가?”
“…….”
이번에도 결론은 ‘붙던가?’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결론은 한 번 붙자는 거다. 15전 15패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가일로서는 루카의 얼굴만 봐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제기랄!”
가일은 루카를 사납게 노려보고는 고개를 팩! 돌렸다.
“가일! 너도 참 불쌍하다! 어쩌다 루카 같은 놈에게 걸려서! 킥킥!”
가일과 루카의 모습을 보고 커닝이 키득거렸다.
“나를 스승으로 모시면 영광이지! 으허허헛!!”
“미친 새끼! 너 따위를 스승으로 모시느니 지나가는 오크에게 검술을 배우겠다!”
가스파의 핀잔에도 루카는 여전히 기분 좋게 웃기만 했다.
“나는 다 알고 있다! 너희 두 놈이 날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는지! 크허허헛!!”
커닝과 가스파의 얼굴이 뭐 씹은 표정으로 변했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루카는 더욱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핫!!”
“지랄한다.”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가일은 신경질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러면서 자신을 이들에게 붙여 준 젊은 영주 위드를 떠올렸다.
‘제기랄!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야!’
분통이 터지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의 생명을 구한 웬수들의 부탁 아닌 협박인데.
‘아아- 나 가일! 진정한 기사 중의 기사! 지금은 힘들고 고되지만 반드시 이런 어려운 역경들을 딛고 일어나 프라디아 대륙의 전설이 되리라! 하하하하핫!!’
홀로 망상에 빠진 가일.
그의 입가엔 커다란 미소가 걸려 있고, 주변을 살피며 걷던 그는 대도시의 광장에 있을 법한 위대한 영웅의 늘름한 동상처럼 멋지게 폼을 잡고 서 있었다.
“저거 왜 저래?”
커닝이 가일을 이상하게 바라보자 루카가 씨익 웃으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다가가 주먹을 냅다 휘두르려는 순간!
“크아아아악!!”
“……!”
처절한 비명소리에 루카가 고개를 돌렸다.
“저쪽!!”
가스파가 가장 먼저 재빠르게 비명성이 터진 곳을 향해서 내달렸다. 그 뒤를 커닝이 바짝 따랐으며, 막 뒤를 쫓으려던 루카는 아직까지도 망상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가일의 뒤통수를 통렬하게 후려갈겼다.
빠각!
“크에엑!”
콰당!
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가일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루카는 자신이 해놓고도 깜짝 놀라 급히 변명처럼 외치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 그러게 누가 멍청하게 있으랬냐.”
“크아아아아-!!”
몬스터처럼 괴성을 내지르며 일어난 가일은 부들부들 떨다가 검을 뽑아 들고 내달렸다.
“오늘 누가 죽던, 둘 중 하나는 죽자!!”
“모든 힘의 근원이여, 하늘과 땅을 스쳐가는 자유로운 바람이여, 지금 그대의 힘을 빌려 내 앞의 적을 상대하려 하니 그대의 힘을 보여라! 라이트닝 애로우(Lightning Arrow)!!”
파지지직! 파지지직!!
케에엑!
고블린은 라이트닝 애로우에 맞아 몸을 부르르 떨다 고약한 노린내를 풍기며 쓰러졌다.
콰앙!
“크악!”
벼락처럼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거대한 나무기둥에 중년 기사는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플레이트 아머의 어깨 부근와 가슴 부근이 보기 흉할 정도로 움푹 찌그러져 있었고, 중년 기사의 입과 코에서는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파우딘!!”
파우딘의 죽음에 분노한 동료 기사는 마지막까지 남은 모든 힘을 짜내 거대한 나무기둥을 몽둥이처럼 휘둘러대는 미노타우로스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위험해!!”
“힐버튼!!”
힐버튼은 동료들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노타우로스의 앞까지 달려가 엄청난 바람을 동반하며 휘둘러지는 나무기둥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미노타우로스의 오른쪽 종아리 부근이 갈라지며 핏물이 사방으로 팍! 터져 나왔다.
므우우우우!!
괴성을 내지르며 기우뚱거리는 미노타우로스.
“죽어어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힐버튼은 땅을 박차고 뛰어 올라 미노타우로스의 심장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푸우욱!
심장에 정확하게 박혀 들어간 힐버튼의 검!
미노타우로스의 거대한 몸이 휘청거리며 좌우로 흔들렸다. 보통 심장에 검이 박히면 어떤 존재든 그 순간에 죽기 마련이다. 예전이었다면 미노타우로스 역시도 그러했을 것이다.
“하악! 하악! 하악…….”
미노타우로스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은 힐버튼은 이 정도로 죽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당장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겼기에 잠시 제자리에서 호흡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또,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기에 잠깐의 여유는 있으리란 생각도 있었기에 힐버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잠시, 아주 잠시만 쉬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그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덮쳤다.
“힐버튼-!!”
쾅!
나무기둥이 땅을 파고 들어갔다.
미노타우로스는 심장에 검을 박은 상태로 괴성을 내지르며, 붉게 변한 눈으로 나머지 일행들을 노려보며 성큼성큼 달려들었다.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실력 면에서도 상대가 되지 못한 기사들은 하나, 둘 미노타우로스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악, 하악…….”
기사 대장은 달려들던 고블린을 베어 넘기고, 등 뒤를 바라봤다. 여인은 마나가 완전히 고갈되어 어떤 마법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전, 괜찮아요.”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여인의 모습에 기사 대장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앞을 다투어 달려드는 고블린의 수만 하더라도 30여 마리가 넘었다. 평상시라면 웃으며 베어 넘길 수 있겠지만 지금은 10마리도 제대로 상대하기 힘들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거기에 심장에 검을 꽂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날뛰는 미노타우로스까지…….
‘이대로 끝인가?’
기사 대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요 2달 동안처럼 처절하게 살아왔던 적이 없었다. 제대로 된 휴식은커녕, 잠조차 제대로 자본 적이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몬스터들의 공격과 그렇지 않더라도 긴장 상태를 잠시도 늦출 수 없었던 시간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마지막 한계가지 도달한 상태였다.
‘영주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크아아아악!!”
미노타우로스의 손에 마지막 남은 부하가 짓이겨지고 있었다.
“라크!!”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그의 이름을 부른 기사 대장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미노타우로스를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등 뒤에 있는 여인으로 인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와드득! 와드득!
미노타우로스는 보란 듯이 짓이겨진 라크의 몸을 씹어 먹고 있었다.
“아아아…….”
주르륵.
기사 대장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부하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 영주의 마지막 임무를 이렇게 끝내야 한다는 것, 가엽은 여인의 최후…… 모든 것이 그를 슬프게 만들었다.
“수고하셨어요, 월터 경.”
“아가씨…… 끅끅!”
자신의 최후를 예감한 듯 여인은 눈물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죽더라도…… 죽더라도…… 아가씨의 길을 안내할 것입니다.”
기사 대장은 그렇게 말을 하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리곤 앞 다투어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향해서 사납게 포효했다.
“와라아-!!”
케에! 케에엑! 켁켁!
듣기 싫은 괴성을 내지르며 고블린들이 앞을 다투어 달려왔다.
기사 대장과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막 격돌하려는 시점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허공에서 뚝! 떨어져 내려 고블린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케엑! 케에엑!!
“빌어먹을! 난 이래서 고블린이 싫어! 귀가 찢어지는 것 같아!”
“미친 새끼! 닥치고 빨리 죽이기나 해!!”
농담을 주고받듯 대화를 하며 빠르게 고블린들을 철저하게 다시 회복하지 못하도록 갈가리 찢어 죽이는 두 사내.
갑작스런 상황에 기사 대장은 물론이고, 죽음을 예감했던 여인까지도 얼떨떨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이건 또 뭐야!”
두 사내가 나타났던 방향에서 또 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아직까지도 정신없이 기사의 시체를 뜯어 먹고 있던 미노타우로스를 바라보고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서! 서란 말이야! 오늘 끝장을 보자!!”
악에 바친 고함소리와 함께 또 한 사내가 나타났다. 검까지 빼어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타난 사내는 장내 상황을 바라보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 저거 빨리 죽여라!”
“내가 왜!!”
“어라? 너 지금 반항이냐? 붙을래?”
“그래! 씨발! 붙자!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오늘 둘 중 하나는 죽을 때까지 붙자!!”
“야! 붙더라도 사람은 구해야지!”
한쪽을 가리키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 사내가 기사 대장과 여인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두 눈을 부릅뜨며 입을 쩍! 벌렸다.
“헉!!”
가일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여인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미노타우로스의 괴성을 듣고는 근엄하게 외쳤다.
“몬스터 주제에 감히 인간의 생명을 노리다니! 나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자유기사이자, 천재 기사 가일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가일은 그렇게 외치고는 슬쩍 여인을 바라본 후, 미노타우로스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미노타우로스와 가일의 생사를 건 싸움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