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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72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7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22화

 

 

“아하하하…….”

반쯤 풀린 눈동자에 바보처럼 활짝 벌려져 있는 입과 늘어진 어깨.

“이 자식 봐라?”

빠각!

“큭!”

“어라?”

평상시엔 눈을 부릅뜨고 대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숙여졌던 고개를 다시 들고 눈앞을 멍하니 바보처럼 바라볼 뿐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영주님.”

루카는 떨떠름하게 말하고는 다시 손을 들었다. 그리고 막 가일의 뒤통수를 치려고 하다가 위드의 제지로 손을 내리고 말았다.

“가일이라고 했습니까?”

위드의 물음에 가일은 여전히 한곳만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 자식아!”

빠각!

“꾸에엑!”

눈이 화끈 걸릴 정도의 충격 때문인지 가일은 정신을 차리고 평상시처럼 고개를 돌려 루카를 노려봤다.

“제기랄! 왜 자꾸 뒤통수만 때립니까! 내 뒤통수가 돈을 달라고 합니까? 밥을 달라고 합니까! 왜 자꾸 내 뒤통수만 때리냐고요!!”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가일의 모습에 루카가 두 눈을 부라렸다.

“붙을래?”

“쳇! 폭력적인 인간!”

“뭐?”

“뭐가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귀는 밝아가지고…….”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가일의 모습에 루카는 전투에서 승리한 승자처럼 웃었다. 그리고는 이제 됐다는 듯 위드를 바라봤다.

“가일이라고 했습니까?”

위드의 물음에 가일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어느 나라 출신입니까?”

“페르만 왕국 출신입니다.”

“어느 지방…….”

“젊은 영주님, 내가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내 부모님은 누구이며, 난 누구의 손에서 컸는지, 검술은 언제시작해서 누구에게 배웠는지, 언제 여자와 처음 잠을 잤는지, 그 여자는 예뻤는지 등등등! 그런 게 젊은 영주님에게 중요합니까?”

쏘아 붙이는 듯한 가일의 행동에 루카가 철저하게 응징의 주먹을 날렸다.

빠각!

“제기랄!”

가일은 루카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런 그의 모습에 루카는 어디서 눈을 부라리냐며 더욱 사납게 눈을 치켜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

말조차 하기 싫다는 듯 가일은 루카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리고는 슬쩍 위드를 바라봤다.

‘제기랄! 나이도 나보다 어린놈이 떡하니 영주에다가 저렇게 예쁜 여자까지 얻다니…… 신은 정말로 불공평하구나!’

“듣기론 방랑기사라고 하던데 맞습니까?”

신을 향해서 온갖 불평불만을 쏟아 내던 가일은 위드의 물음에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 발작적으로 외쳤다.

“방랑기사라뇨! 자유기삽니다! 정확하게는 나이트 에런트(Knight Errant : 모험을 찾아다니는 기사)입니다! 절대로 갈 곳이 없어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방랑기사가 아닙니다!”

“나이트 에런트? 웃기고 있네! 갈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떠돌다가 오크들에게 죽을 뻔했던 것 아냐?”

루카의 빈정거림에 가일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렸지 않습니까! 제 손에 죽은 오크의 수만 해도 수백 마리는 됩니다! 그리고 갈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떠돌다가 오크를 만난 것이 아니라 요즘 몬스터 혈풍으로 인해서 어려움에 처한 곳이 많다고 하여 도움을 주기 위해…….”

“도움? 푸하하하하! 네놈 몸뚱이나 잘 지켜라! 오크한테 쫓기던 놈이 누굴 돕는다는 거냐? 지나가던 오크가 웃겠다!”

“…….”

가일은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자신이 오크를 죽이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고, 오크에게 죽을 뻔한 모습을 보였으니 아무리 설명을 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고 루카를 끌고 다시 오크들을 죽이기 위해서 몬스터 땅으로 쳐들어 갈 수도 없었으니 가일로서는 답답하고, 억울할 뿐이었다.

“편하게 가일 경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위드의 말에 가일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상대는 귀족에 영지까지 지니고 있으니 서럽고, 아니꼽더라도 참아야 한다며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일 경, 앞으로 어쩔 생각입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자 가일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길을 떠난 것이니 어딘가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야겠죠.”

“큭큭큭!”

루카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가일을 바라봤다.

‘제기랄! 실력도 나랑 별반 차이 없으면서!’

루카나 가일이나 둘의 경지는 익스퍼트 하급.

하지만, 경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가일은 매번 루카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전적 12전 12패!

나름대로 검술에 있어서 천재라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있던 가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처음 5번 정도 패배를 했을 적만 하더라도 어떻게든 이길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숫자가 10번을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자신은 루카를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유는…….

‘왜 내가 자꾸 지는 거야!’

가일도 몰랐다. 루카와 맞붙으면 그냥 졌다.

이제는 오기도,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다짐도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리 싸워도, 싸워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고, 천적이 있다고 인정해버리니 오히려 마음이 편한 가일이었다.

“그렇다면 프레타 성에 남아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위드의 부탁에 가일은 은근슬쩍 피에나를 바라보곤 속마음과 다르게 퉁명스레 대답했다.

“글쎄요…….”

빠각!

“이런 씨발!!”

나름대로 피에나 앞에서 폼 좀 잡으려던 가일은 루카로 인해서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가일은 13전 13패를 기록하게 되었다.

치열했던 대결이 끝나고.

“하악, 하악, 하악…….”

바닥에 널브러진 가일에게 루카가 다가왔다.

툭툭.

“야!”

“에이씨!”

짜증나게 발로 툭툭 건드리는 루카의 행동에 가일은 몸을 돌려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루카는 여전히 가일의 몸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여기서 나가봐야 오크한테 언제 죽을 지도 모르니까 그냥 여기 붙어 있어라. 내가 틈틈이 네게 한 수 지도를 해주마. 너 임마, 영광을 알아야 해! 커닝, 그 자식도 사실은 나한테 배워서 지금 그 실력이나마 유지하는 거야! 으하하핫!!”

루카의 말에 고개를 돌린 가일이 얼굴을 휴지조각처럼 구겼다.

“지랄한다.”

 

***

 

룰루- 랄라- 룰룰- 랄랄- 룰룰 랄랄!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자유기사!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천재 기사!

프라디아 대륙을 빛낼 위대한 기사!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 사랑의 대상이 될 기사!

그게 바로 나! 가일 님이시다!

못생기고, 멍청하고, 약해빠진 몬스터는 길을 비켜라!

비열하고, 재수 없고, 탐욕스런 인간들은 길을 비켜라!

자유기사! 천재 기사! 위대한 기사! 가일! 가일!

가일 님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자신의 주제곡을 신나게 부르며 걸어가던 가일은 문득, 기합소리와 쇳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오예-! 싸움구경!!”

가일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그리며 싸움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갔다.

“하악, 하악, 하악!”

거친 숨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입김.

기형적으로 기다란 검을 곧추 세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위드였다.

“뭐야? 젊은 영주잖아?”

가일은 위드의 앞에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으로 쥐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강인함이 절로 느껴지는 이는 다름 아닌 오브라이언이었다.

“오브라이언…….”

프라디아 대륙의 10대 용병단 중 하나를 이끌고 있는 용병단장이다. 무엇보다도 짧은 순간에 무수한 전통과 역사를 지닌 타 용병단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10대 용병단으로 설 수 있도록 만든 오브라이언.

“후우우우우…… 하아압!!”

숨을 고른 위드는 기합을 내지르며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그리고는 투 핸드 소드만큼이나 긴 검을 가볍고 빠르게 휘둘렀다.

챠앙!

오브라이언은 슬쩍 검을 쳐올리는 것으로 위드의 공격을 쉽게 막아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위드의 연속적인 맹공도 차분하게 검을 휘둘러 막아냈다.

챠앙! 챠앙! 챠앙!

검과 검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화려한 불꽃은 언제, 어디서 봐도 아름답다 말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 불꽃만큼 위험천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검을 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젊은 영주 굉장한데?”

가일의 눈에도 위드의 움직임은 감탄이 나올 만큼 훌륭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위드의 움직임도 오브라이언 앞에서는 어떠한 위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완전 소드 마스터가 코앞이군.”

약간 부러워하는 듯한 눈으로 오브라이언의 움직임을 바라보던 가일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변했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도 같았다.

“아! 발을 저렇게 움직이니 몸의 균형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구나!”

오브라이언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가일은 배움을 얻었다.

“하앗!”

위드는 다시 한 번 기합을 크게 내지르며 몸을 빙그르 회전시켰다. 그리고는 오브라이언의 하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오브라이언은 가볍게 몸을 띄워 위드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그대로 발을 내뻗었다.

퍼억!

“큭!”

다급하게 왼팔을 들어 올려 오브라이언의 발길질을 막아냈지만 위드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위드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자 오브라이언이 자신의 검을 늘어트리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대답도 듣지 않고 오브라이언은 등을 돌려버렸다.

“지도 대련 감사합니다.”

위드는 정중하게 오브라이언을 향해서 고개까지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브라이언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걸음을 내딛어 모습을 감춰버렸다.

“후우!”

오브라이언의 모습이 사라지자 위드는 깊게 숨을 뱉어내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그러는 사이 피에나가 쪼르르 달려와 위드의 땀을 정성스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

“고마워, 피에나.”

“헤에…….”

피에나는 밝게 웃었다.

위드는 고개를 돌려 가일을 바라봤다. 그는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가일 경.”

“예.”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가일이 건들거리며 걸어왔다. 바로 곁으로 왔음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여전히 위드의 땀을 닦는 피에나의 모습에 가일은 서글프고 처량한 마음뿐이었다.

‘내가 뭐가 부족하다고 여자 하나 없는 거야!’

위드는 울듯 한 가일의 표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물었다.

“프레타에서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그럭저럭 나쁘진 않습니다. 그 폭력인간만 없다면…….”

“폭력인간?”

“뭐, 그런 게 있습니다. 그런데 오브라이언 님에게 지도 대련을 받고 계셨습니까?”

위드가 희미하게 웃었다.

“오브라이언 님께 겨우 허락을 얻어 이제 3일 정도 되었습니다. 역시 대륙 10대 용병단을 이끌고 계시는 만큼 실력이 대단하시더군요.”

“일부 사람들은 소드 마스터라고 말할 정도니 실력에서 만큼은 확실하겠죠.”

위드가 몸을 일으키자 덩달아서 피에나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위드의 오른쪽 팔에 찰싹! 달라붙어 가일의 가슴을 다시 한 번 사정없이 후벼 팠다.

“하아…….”

“왜 그러십니까?”

위드의 물음에 가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붉어지는 하늘을 바라봤다.

‘제기랄! 나처럼 혼자인 사람에겐 이 따위 아름다운 하늘 필요 없단 말이야!!’

가일의 그런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피에나가 위드에게 다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하늘이 너무 예쁘다.”

위드가 빙긋 웃으며 피에나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러게. 오늘따라 유난히 노을이 아름답네.”

가일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전, 이만…….”

터덜터덜 걸어가는 가일의 모습에 위드와 피에나는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고는 다시 속삭이듯 다정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가일은 자신의 양쪽 귀를 틀어막으며 낮게 외쳤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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