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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69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69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19화

 

 

“응?”

가스파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뭐라도 나타난 거야?”

가스파의 뒤로 먼지가 잔뜩 묻은 지저분한 모습의 커닝과 루카가 동시에 물음을 건넸다.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소리?”

“무슨 소리?”

다른 때라면 키득거리며 가스파를 약 올렸을 두 사람이지만 방금 전에 한바탕했던 터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이번에는 가스파뿐만 아니라 커닝과 루카의 귀에도 똑똑히 들려왔다.

“제기라아알-!!”

“……!”

“……!”

세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제기랄이라는데?”

커닝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앞쪽!”

가스파가 투 핸드 소드를 단단히 쥐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 뒤를 커닝과 루카가 따랐다. 

문득, 루카가 커닝에게 중얼거렸다.

“야, 이러다 가스파가 우리 대장 되는 거 아냐?”

루카의 말에 커닝이 심각하게 대꾸했다.

“대머리 대장이라…… 그림 안 사는데?”

 

“허억! 허억! 허억!”

체력의 한계에 부딪혀 다리가 풀려버린 사내는 번들거리는 눈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오크들의 모습에 억지로 검을 들어 올렸다.

부들부들…….

검을 휘두를 체력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황.

“제기랄! 내가 이런 오크 따위에게 죽을 운명이라니! 아아! 신마저도 내 완벽함을 시기하는구나! 영웅은 수명이 짧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구나!!”

장난스런 말과 다르게 사내의 얼굴은 진지함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오크들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주시하는 눈동자도 칼날처럼 예리했다.

꾸이이익!!

한 오크가 괴성을 내지르며 사내에게로 달려들었다. 손에 들린 조잡한 클럽이 사내의 머리를 향해서 날아들었다.

“죽더라도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사내는 맹수처럼 사납게 외치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퍽!

“크아악!”

오크의 힘에 밀린 사내는 꼴사납게 옆으로 나뒹굴었다. 바닥을 나뒹굴면서도 사내는 검을 손에서 놓치지 않았다.

꾸익! 꾸익!!

오크는 동료를 셀 수 없이 죽인 사내가 자신의 공격에 힘없이 나가떨어지자 기쁨의 괴성을 내질렀다. 이대로 사내의 머리를 부수고, 그의 뼈와 살을 씹어 먹을 생각을 하니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반면, 사내는 몸을 일으킬 힘도 없어 바닥에 널브러진 자세 그대로 고개만 돌려 오크를 바라봤다.

“나 가일이 이렇게 죽을 운명이라니…….”

사내는 점점 다가오는 오크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했다.

오크는 사내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히쭉 웃는 듯한 얼굴로 클럽을 휘둘렀다.

“제기랄…….”

사내는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퍼억!

꾸이이익!!

“……!”

뭔가가 박살나는 둔탁한 소리와 오크의 비명, 그리고 얼굴로 흩뿌려지는 뜨거우면서 역한 피냄새에 사내는 눈을 번쩍 떴다.

자신에게 클럽을 휘두르던 오크의 머리에 커다란 모닝스타가 잔인하게 박혀 있었다.

쿵!

오크의 몸이 뒤로 쓰러졌다. 

동시에 오크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고 거친 욕설과 함께 세 명의 남자들이 불쑥 나타나 오크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였다.

뭐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세 명의 남자는 수십 마리의 오크를 잔인하게 짓뭉개고, 찢어 죽였다.

그 중 한 남자가 사내에게로 다가왔다.

“아직 숨은 붙어 있다!”

번쩍, 번쩍!

구름을 비켜 드러난 태양에 빛이 반짝여 사내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 미친 새끼!!”

퍽퍽퍽퍽퍽!!

“끄아아악-!!”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주먹과 발길질에 사내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가스파! 왜 다 죽어가는 놈을 패고 지랄이야!!”

“이 새끼 분명히 내가 대머리라고 눈을 찌푸렸어! 새파란 애송이 자식이 어디서 죽을려고!!”

“맞을 짓을 했구만! 가스파의 대머리를 보고 놀릴 수 있는 권한은 우리밖에 없지!”

“그렇기는 하지!”

“이 미친 새끼들!!”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투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사내는 너무나 억울해서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내가 언제 대머리라고 눈을 찌푸렸어! 이 오크보다도 더한 놈들! 반드시 복수한다!!’

사내는 그렇게 다짐하며 정신을 잃었다.

 

***

 

제국력 1384년 11월 8일.

페르만 왕국 프레타 성.

“그라다 왕국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위드의 물음에 마로크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현재 에이드 공작이 이끄는 왕국군은 림텔튼 영지부터 되찾기 위해 싸움을 하고 있으며, 마르치 후작이 이끄는 연합군은 얼마 전 빼앗긴 지르모우 영지를 되찾기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만,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로크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오스람 베케일 백작이 눈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

“상황이 좋지 않다니? 에이드 공작이 이끄는 왕국군은 15만의 병력이고, 마르치 후작이 이끄는 연합군은 13만의 병력이라고 하던데 상황이 좋지 않다니? 도대체 어디서 얻은 정보이기에 그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

베케일 백작의 말에 네르밀 야쿠 백작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보이지 않게 얼굴을 찌푸렸다. 마로크는 베케일 백작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베케일 백작님, 전쟁은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닙니다. 물론, 병력의 수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에도 병사들의 사기, 병과와 각 병과의 무장 상태, 지휘관들의 통솔력과 전략전술, 보급 상황, 날씨 등 모든 것이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단순히 병력이 많다고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는…….”

쾅!

“네놈이 지금 날 가르치려는 거냐!!”

베케일 백작은 붉어진 얼굴로 탁자를 후려쳤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닥쳐라! 전쟁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도 네놈보다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어디서 감히 네놈이 날 가르치려 하는 거냐!”

마로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뭐라고 했다가는 잔뜩 흥분한 베케일 백작이 무슨 짓이든 벌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에이드 공작과 마르치 후작은 알아주는 명장들이다! 그런 그들이 각각 15만과 13만의 병력을 이끌고 고작 몬스터조차도 토벌하지 못할 것 같단 말이냐! 네놈의 말이 그들을 모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느냐!”

억지스런 베케일 백작의 호통에 마로크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그런 그의 상태를 알고 위드가 대신 나서서 해명했다.

“마로크 단장은 에이드 공작님과 마르치 후작님을 모욕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지금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했을 뿐입니다. 베케일 백작님께서는 괜한 오해를…….”

“오해? 흥! 야쿠 백작! 자네가 보기엔 지금 내가 카일러 준남작의 말대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나?”

야쿠 백작은 고개를 저었다.

“오해는 무슨. 내가 듣기에도 마로크 저자는 에이드 공작과 마르치 후작을 모욕한 것 같군. 지방 영주의 보잘것없는 기사단장 주제에 제국의 후작과 왕국의 공작을 모욕할 정도라니…… 우리 같은 백작은 눈에 보이지도 않겠군.”

어처구니없는 야쿠 백작의 말에 누구도 말을 하지 못했다.

대화가 통해야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할 것 아닌가?

또, 간접적으로 위드까지도 깎아내린 야쿠 백작의 말에 위드가 얼굴을 굳히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보다도 마로크가 한 발 빨랐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어리석었습니다.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마로크의 모습에 두 백작은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봤지만 이쯤에서 물러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면 됐다! 앞으로 또 다시 한 번 네놈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면 그때는 결코 가만두지 않을 테니 조심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베케일 백작의 말에 위드의 주먹은 어느새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마로크는 위드를 향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로크 아저씨…….’

여기서 자신이 화를 참지 못하면 마로크의 행동이 의미 없어지기에 위드는 화를 견뎌내며 베케일 백작을 노려봤다.

그러는 사이 베케일 백작으로 인해서 잠시 끊어졌던 마로크의 설명이 이어졌다.

“베케일 백작님의 말씀처럼 에이드 공작과 마르치 후작은 많은 병력을 앞세워 훌륭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만 몬스터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 영토 수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그 동안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히드라(Hydra), 바질리스크(Basilisk) 등의 희귀 몬스터들이 대규모로 나타났기에 실질적으로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단이 아니면 상대하기가 힘들다 합니다.”

“히, 히드라!!”

“바질리스크라니…….”

수백 년 동안 그림자조차 보기 힘들었던 몬스터들이다. 오우거를 지상 최강의 몬스터라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히드라나 바질리스크와 같이 수백 년 동안 모습을 감춘 몬스터들이 하나, 둘 세상에 다시 나타나면 오우거는 더 이상 지상 최강의 몬스터가 아니다.

영주실에 모인 이들이 술렁거렸다.

“정말로 히드라와 바질리스크가 확실합니까?”

슈란츠 그린이 마로크에게 물었다.

“소식에 의하면 분명한 사실입니다.”

“허!”

“그럴 수가!”

“그렇다면 우리도 언제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의 공격을 당할지 모른다는 소리군.”

야쿠 백작은 걱정스럽게 말하며 베케일 백작을 바라봤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린 베케일 백작은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가르시아 님,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십니까?”

위드의 물음에 히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우선 히드라의 가장 큰 특징은 아홉 개의 머리입니다. 뱀의 생김새로 전체 크기가 무려 15미르(m)에 이르는 거대 몬스터입니다. 게다가 히드라는 강한 독을 뿜어내기도 하기에 여간 까다로운 존재가 아닙니다. 일설에 의하면 머리를 잘라도 그 자리에서 또 다시 새로운 머리가 자란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보통 익스퍼트 상급의 기사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로 분류되어 왔기에 실질적으로 히드라를 잡으려면 소드 마스터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들입니다.”

히덴의 설명에 모두가 하나같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히드라는 로크만큼이나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였다.

독이라는 커다란 무기를 지니고 있으니 어떤 면에서는 로크보다도 히드라가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이기도 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현재 프레타 성에서 홀로 히드라를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다.

“바질리스크는 어떻습니까? 히드라보다 강력한 몬스터입니까?”

마로크의 물음에 히덴이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는 누가 더 위에 있다고 구분 짓기가 힘듭니다. 우선 바질리스크도 히드라와 비슷한 크기에 약간 다른 종류라고는 하지만 강한 독을 지니고 있는 것 역시 같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히드라나 바질리스크나 어느 쪽이든 프레타 성을 공격하게 되면…… 현재로써는 막기 힘들다는 소리로군.”

베케일 백작의 중얼거림은 모든 이들에게 똑똑히 들렸다.

“가르시아 님의 말씀처럼 혼자서는 막을 수 없겠지만 프레타 기사단원이 모두 가세하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로크의 자신 있는 음성에 야쿠 백작이 비웃음을 지었다.

“그건 히드라나, 바질리스크가 한 마리 정도만 공격을 했을 때의 이야기지. 만약, 두세 마리가 공격을 한다면 어쩔 텐가? 누가 나서서 막을 생각이지?”

“그건…….”

“고작 여덟 명뿐인 기사들 그것도 익스퍼트 하급의 기사들의 한계란 그 정도지. 당장 히드라나 바질리스크가 각각 한 마리씩 공격을 해와도 과연 프레타 기사단이 막아낼 수 있을까?”

야쿠 백작의 비아냥거림에 위드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프레타 기사단이 막지 못하면 다른 이들이 막으면 되는 것입니다. 저도 있고, 피에나도 있으며, 가르시아 님을 비롯한 마법사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드의 말에 야쿠 백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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