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68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68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18화
“피에나 양께서 몬스터 땅에서 살았다 들었습니다. 혹시 이번 일에 대해서 짐작이라도 가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히덴의 물음에 피에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위드에게도 말을 했지만 몬스터 땅에서 살면서 피에나는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몬스터의 땅에는 그 땅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수의 몬스터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포화 상태에 이른 몬스터들이 어디로 움직이겠는가?
답은 뻔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움직임은 아니다.
“제 억측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위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다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자 히덴이 어떤 이야기라도 좋으니 해보라는 듯 웃음을 짓자 위드가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어나갔다.
“몬스터들의 이상능력에 연금술사가 관련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위드의 발언은 연금술사의 탑과 마찰을 일으킬 정도로 위험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비단, 그만이 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히덴을 비롯한 많은 마법사들과 대륙의 많은 이들이 위드와 같은 생각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네드벨 아카데미 검술시험 참사!
당시 검술시험에 이용되었던 리저드맨들의 기이할 정도의 재생능력은 지금 몬스터 땅의 몬스터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검술시험에 이용된 리저드맨들이 몬스터 땅에서 생포한 몬스터들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같은 이상능력을 보였다는 것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었고, 몬스터라면 키메라 연구에 그 어떤 곳보다도 큰 성과를 이루고 있는 연금술사의 탑을 배제할 수 없었다.
꼭 연금술사의 탑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이 연금술사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은 피해갈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카일러 준남작님의 생각도 일리는 있습니다. 또, 저 역시 연금술사가 이번 일과 관계되어 있지 않나? 의심가기도 합니다. 아마 연금술사의 탑에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니, 그들도 어떤 조치를 내릴 것입니다.”
“연금술사의 탑이 관련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히덴은 위드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질적으로도 연금술사의 탑에서 미쳤다고 이런 짓을 저지르겠는가? 아마, 몇 명이 되었든, 혼자가 되었든 미치광이 연금술사가 이번 일과 관련 되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번 일로 인해서 그 어디보다도 곤란한 입장이 된 곳은 연금술사의 탑일 것이다.
Chapter 8 추방!
꾸이이익!!
크우우우우-!
크그그그그…….
얼핏 봐도 수천 마리는 되어 보이는 몬스터들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자연의 섭리대로라면 대형 몬스터가 중형이나 특히 소형 몬스터를 잡아먹어야 함에도 그런 모습은 조금도 보이질 않았다.
“진행 상황은?”
몬스터들이 잘 보이는 언덕에 올라선 중년 남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서 있던 사내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한 시간 정도 더 대기하고 있으랍니다.”
“한 시간?”
“예.”
중년 남성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수천 마리의 몬스터가 풍기는 악취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고문을 한 시간이나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중년 남성으로써는 당연히 화가 나고,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카르타 제국에서도 파병군을 보냈다지?”
“그렇습니다.”
“병력은?”
“약 5만 명입니다.”
사내의 대답에 중년 남성은 높낮이 없는 음성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군단 규모로군. 그래, 군단장은?”
“에베렐 마르치 후작입니다.”
“에베렐 마르치 후작? 카르타 제국에서 제법 실력 있는 자를 보냈군.”
에베렐 마르치 후작이라는 소리에 중년 남성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마르치 후작이라…… 재밌겠군.”
“제국의 병사입니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사내의 조심스런 물음에 중년 남성은 피식 웃었다.
“제국의 병사라 위험하다? 이렇다 할 전쟁도 치러보지 못한 병사다. 5만 명이 아니라 10만 명이라도 어림없지.”
마치, 앞일이 눈앞에 선명히 보인다는 말투였다. 너무나도 자신감 있는 말투라서 그런지 사내 역시도 물음을 건넬 때와는 다르게 안심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마르치 후작은 제국 내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입니다. 특히, 제국군 사이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용병술이 뛰어난 인물입니다. 어느 정도는 대비를 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밌다는 거야. 마르치 후작이 이끄는 5만 명의 제국군. 그리고 에이드 공작이 이끄는 15만 명의 그라다 왕국군. 자, 자네는 어느 쪽이 기선을 제압해 가장 윗대가리에 오를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사내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작위로 따지면 후작보다는 공작이 위다. 하지만, 왕국의 공작과 제국의 후작이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위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15만 명의 병사를 이끄는 왕국군의 최고지휘자와 5만 명의 병사를 이끄는 제국군의 최고지휘자. 한쪽은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군대이고, 다른 한쪽은 살려고 발버둥치는 나라를 돕기 위한 군대다.
공작과 후작, 왕국과 제국, 15만과 5만, 도움을 받는 곳과 도움을 주는 곳.
어느 쪽이 위에 오를지 쉽게 판가름 낼 수 없었다.
물론, 서로 따로 움직이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중년 남성은 그것이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나라가 필사적으로 적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몬스터 토벌이다. 굳이 두 병력을 하나로 합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20만이나 되는 병력이라면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내의 말에 중년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20만 명의 병력!
단순한 숫자 놀음 같지만 실질적으로 20만 명의 병력을 늘여 놓으면 입이 쩍! 벌어질 것이다. 거기에 각각 병과와 기사들을 생각하면 그 위력은 대단할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 아니, 전쟁이 시작되는 거지.”
중년 남성은 입술을 혀로 핥았다.
***
제국력 1384년 11월 4일.
페르만 왕국 프레타 영지, 프레타 성과는 약 5키르(km)정도 떨어진 외곽 지역.
“기사라고 해서 나름대로 기대를 했더니 이거는 뭐, 여전히 정찰임무나 해야 하니.”
푸념 섞인 투덜거림에 곁에서 주변을 살피며 걷던 동료가 피식 웃었다.
“일반 병사들로는 어려운 임무니 당연히 우리가 기사도를 발휘해야지!”
“기사도? 푸하하!”
“왜 웃고 지랄이야!”
“너 기사도가 뭔지나 알고 들먹이는 거냐?”
“당연하지! 기사된 자로써 기사도를 모를 리가 있냐!”
“기사 좋아하네! 그리고 정찰임무에 기사도? 에라이!”
“이자식이 진짜!!”
눈을 치켜뜨는 동료의 모습에 사내는 보란 듯이 비웃음을 날렸다.
“크아아악- 퉤!!”
걸쭉한 가래침이 땅에 점을 찍자 곁에 있던 푸른 머리카락을 제법 단정하게 뒤로 묶은 매끈한 체형의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렇게 더러운 놈이 기사라니! 이래서 기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
“지랄하네! 네놈이 그런다고 누가 널 기사로 봐 줄 것 같냐? 꿈도 야무지다!”
“이거 왜 이러시나? 누가 봐도 내 모습은 전형적인 모범 기사의 표본이지! 으하하하핫!!”
커다랗게 웃은 사내의 모습에 가장 앞쪽에서 주변을 주시하며 걷던 거구의 사내가 반들거리는 대머리에 핏대를 세우며 고개를 돌렸다.
“이 미친 새끼들! 그만 닥치지 못해! 한 번만 더 주둥아릴 놀리면 대갈통들을 다 빠개버릴 줄 알아!”
대머리 사내의 으르렁거림에도 두 사내는 여전했다.
“오옷! 대머리에 핏대 섰다!”
“역시 대머리엔 핏대야!”
“그럼! 그럼! 대머리에 핏대야 말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핵심이지! 하긴, 저 핏대에 여럿 오줌 좀 지렸지! 킥킥!!”
어느새 서로 킥킥거리며 웃고 떠드는 두 사내.
얼굴은 물론, 대머리까지 붉게 변한 사내는 어깨에 메어 놓았던 투 핸드 소드를 꺼내 들었다. 그럼에도 두 사내는 여전히 웃고 떠들기에 바빴다.
“검까지 꺼내는데?”
“이거 무서워서 나도 오줌이 찔끔 나오는데? 킥킥!!”
“이 미친 새끼들! 오늘 내가 네놈들 아가리를 다 뭉개버리지 못하면 가스파가 아니다!!”
외침과 동시에 가스파는 투 핸드 소드를 사납게 휘둘렀다. 당장이라도 두 사내를 동시에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검은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허공만을 가르고 지나갔다.
각각 좌우로 흩어지며 거리를 벌인 커닝과 루카.
“가스파! 다칠라!”
“어이쿠! 이거 정말로 오줌을 지린 것 같은데? 킥킥!”
여전히 장난스런 두 사람의 모습에 가스파는 콧김까지 뿜어내며 투 핸드 소드를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마치, 원수를 만난 듯 검을 휘둘러대는 가스파의 모습에 커닝과 루카는 서둘러 몸을 피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야야, 이쯤에서 그만하자.’
‘그래, 저 자식 눈 돌아가면 정말로 죽이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눈빛만으로 의견을 교환한 커닝과 루카는 가스파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점점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는 동시에 몸을 날려 가스파의 몸을 붙잡았다.
츄아악!
까앙!
“으헉!”
“큭!”
조금만 늦었으면 머리가 날아가 버렸을 정도로 아슬아슬 했던 커닝.
그 반면, 허리를 노리고 다가오는 투 핸드 소드를 피할 수가 없어 급히 모닝스타를 반쯤 꺼내다 말고 급히 막은 루카는 힘에서 밀려 뒤로 나뒹굴었다.
쿠당탕탕!
“저 대머리 자식이 사람 죽이네!”
뒤로 나가떨어진 루카는 죽어라 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을 뒹굴다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 사이 커닝이 가스파의 몸을 덮쳐 진정시키고 있었다.
“항복! 항복! 항복 할 테니까 진정해라!!”
“비켜 이 미친 새끼야!!”
거구인 가스파완 비교도 되지 않은 커닝이었지만 그는 위에서 가스파를 단단하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가스파가 발버둥을 쳐대자 커닝이 급히 루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루카!!”
“으아아아압!!”
기합과 함께 커닝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날린 루카.
“크억! 이 자식아! 누가 그렇게 누르라고 했냐!!”
“어쨌든 된 거 아니냐!”
키득거리며 일부로 몸의 체중을 실어 커닝과 가스파를 짓누르는 루카였다.
이들이…… 자랑스런 프레타 성의 기사들이다.
***
파파파파파팟-!!
빠르게 숲을 질주하는 한 사내.
“허억, 허억! 허억!!”
숨이 턱까지 차오른 사내는 연신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음에도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온몸엔 악취가 풍기는 핏물이 잔뜩 묻어 있었고, 손에 들린 한 자루의 롱소드에선 붉은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꾸이이이익!!
괴성을 내지르며 사내의 뒤를 따라 달려오는 수십 마리의 오크들.
사내는 슬쩍 고개를 돌려 오크들을 바라보고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그리고는 분한 음성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대륙 최고의 자유기사 가일 님께서 고작 저따위 오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될 줄이야! 언젠가 대륙의 오크란 오크는 죄다 씨를 말려버리겠다!!”
사내의 외침에 오크들은 알아듣기라도 했다는 듯 더욱더 괴성을 내질렀다.
꾸이익! 꾸이이익!!
짧은 다리의 오크들이 빠른 것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사내의 체력이 한계에 달했기에 점점 그 거리를 좁혀지고 있었다.
등 뒤로 바짝 따라붙는 오크들의 모습에 사내는 이를 악 물며 마지막 힘을 짜내었다.
“제기라아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