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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63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6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13화

 

 

“소영주님의 검이 변하셨군.”

카인의 검은 절제된 멋이 있었다. 속도, 힘, 정확도 어느 것 하나도 넘치거나, 부족함이 없는 가장 이상적인 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기사들에게 그러한 검술을 배워왔으니 자연 그의 검술은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카인의 검은 절제라는 한계가 끊어진 것만 같았다.

찌르기는 오로지 속도에만 모든 것을 치중했고, 베기에는 무엇이든 단숨에 베어버릴 것만 같은 힘이 넘쳤다. 균형감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카인의 검은 이전보다 한층 강력해져 있었다.

“붉은 사자 용병단에서 배움을 얻으셨군.”

필립스의 말대로 카인의 검술은 용병의 검술이었다.

때론 사납도록 난폭하게!

때론 눈부시도록 빠르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검술을 실력을 끌어 올리는 용병. 그들의 검술은 기사들보다 처절했고, 무모했으며, 용감했다.

차앙! 차앙! 차앙!

머리, 어깨, 가슴을 노리는 카인의 공격을 모두 막아낸 위드는 잠시 호흡을 고르기 위해서 뒤로 훌쩍 물러났다. 동시에 검을 뻗어 카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잡았다.

“후우!”

위드의 행동에 카인 역시도 잠시 서서 호흡을 골랐다.

서로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알아본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카인의 실력을 예상하고 있었던 위드와 다르게 카인은 자신의 예상을 한참 벗어나는 위드의 실력에 꽤나 놀란 상태였다.

‘위드 카일러…….’

느낌이 들었다.

평생 겨뤄야 할 것 같은 느낌!

카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라이벌! 좋지!’

타다다다닥!

카인은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며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아아아아아-!!”

 

***

 

“하아아…….”

베르토는 착잡한 심정으로 떠나는 위드와 피에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심정을 이해하는지 카인이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께는 제가 잘 말씀드릴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소영주님, 카일러 준남작의 마법문신은 정말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물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의 마법문신이 알려지면 페르만 왕국에서부터 그를 보호 아니, 어쩌면 그들이 먼저 알아내려고 할 것입니다. 이대로 그를 보내는 것은…….”

“그렇다고 그의 마법문신을 알아낼 때까지 감금시킬 작정인가요? 일평생을 말입니까?”

“그건…….”

솔직히 그럴 수 있다고 말을 하고 싶은 베르토였지만 카인의 눈에 보이는 작은 분노는 더 이상 입 밖으로 말을 꺼내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가 스스로의 힘으로 얻은 것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마음대로 빼앗을 권리는 없죠. 더욱이 그의 삶을 우리 마음대로 제한할 권한 역시도 없습니다. 이쯤에서 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위드가 힘이 없기에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베르토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카인은 클라우드 공작과 다르게 독하거나, 모질지 못했다.

‘소영주님도 나이가 드시면 깨닫게 되시겠지.’

제국엔 어떻게든 자신의 것을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한 귀족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것을 지키는 방법은 남의 것을 하나라도 더 빼앗는 것뿐이다.

인정?

그딴 건 자신을 파멸시킬 뿐이다. 나락으로 추락시킬 뿐이다. 인정에 휩쓸려 일을 처리하면 언제고 남에게 뒤통수를 맞아 배신의 쓴 잔을 마시게 될 것이다.

베르토는 카인이 나이가 들어 작위를 받고, 탐욕스런 귀족들 사이에 서게 되면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바뀔 것이다.

아주 철저하게!

‘이대로 보내야만 하다니…….’

베르토는 지금이라도 달려가 위드를 붙잡고 싶었다.

 

“지금 프레타의 상황이 어떤지 자세히 좀 알려줘.”

위드의 물음에 아직까지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라이너를 대신해서 레인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프레타 성이 몬스터들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어. 얼마 전에는 대륙 10대 용병단 중의 하나인 오브라이언 용병단까지 고용했다고 하니 아마 더욱 견고하게 방어를 하고 있을 거야.”

“오브라이언 용병단을 고용했다고?”

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오브라이언 용병단이 무슨 이유로 프레타 성의 의뢰를 받아들인 거지? 프레타 성의 상황은 보지 않아도 최악임을 알고 있을 텐데?”

아무리 돈을 위해 일한다고 하더라도 뻔히 죽을 줄 알면서 일거리를 맡는 용병들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돈을 위해 목숨을 판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용병들은 목숨이 아닌 자신들의 검술을 돈에 파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내놓을 용병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프레타 성의 의뢰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위드 네가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어. 하지만, 프레타 성은 마법사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곳이야. 그러니 오르라이언 용병단에서도 할 만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지. 적어도 마법사 길드에서 발을 빼지 않는 이상은.”

“마법사 길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응, 마법사 길드장인 히덴 가르시아 님께서 마법사들을 직접 통솔해서 프레타 성을 지켜내고 계시지.”

“아…….”

레인의 말에 위드는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은 돈을 목적으로 마법사 길드와 거래를 했을 뿐이다. 자신이 가진 것들에 대한 가치가 높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순전히 배짱으로 마법사 길드와 거래를 했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고약한 성격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직접 프레타 성에 남으며 말하던 히덴의 모습이 떠오르자 위드는 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히덴 가르시아 님…….’

그가 아니었다면 프레타 성은 진작에 몬스터들에 의해 무너졌을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위드는 히덴에게 평생을 고마워해야 했다.

“위드, 나도 네가 마법사 길드와 거래를 했다는 것은 알고 있거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히덴 가르시아 님께서 직접 마법사를 이끌고 프레타 성을 지키는 이유를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히덴의 생각은 위드도 뭐라고 장담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약속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구나. 어쨌든 이번 일로 인해서 위드 네가 굉장히 유명해진 것 알아?”

“내가?”

“사실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레타 성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사람을 너라고 알고 있거든. 물론, 마법사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마법사들로만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엔 한계가 있잖아? 그래서 지금 대륙에서 네 이름은 꽤 유명해진 상태야. 일부에선 너를 영웅시하기도 하고.”

레인의 말에 위드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영주이면서 지금까지 프레타 영지의 위기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유명해짐은 물론 영웅시까지 되었단다.

위드로서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날 비웃고 있겠지?’

비웃음은 작은 문제다. 중요한 것은 왜곡된 진실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과연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위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였다.

달라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서 프레타 병사들의 사기가 어떻게 변할지 그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용감하고 강한 병사들이라도 그들을 이끄는 지휘자가 세상의 비웃음과 경멸을 당하면 자연 병사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또한, 그런 지휘자는 자신의 군대를 성장시키기도 쉽지 않았으니 이래저래 위드로서는 걱정부터 앞섰다.

레인은 자신이 유명해졌음에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위드의 모습에 의문스러웠다. 만약, 자신이라면 기쁜 감정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위드, 넌 기쁘지 않은 거야?”

위드는 레인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기만 했다.

레인도 또래에 비해서 생각이 깊은 것은 사실이지만 영지의 영주로써 지켜야 할 것, 대내외적으로 보여야 할 모습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위드는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레인에게 밝혔다.

모든 이야기를 듣자 레인은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위드가 짊어진 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자신의 짧은 생각이 부끄러웠다.

“미안해.”

위드는 그렇지 않다는 듯 밝은 웃음을 보여주곤 마차의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윽.

피에나가 위드의 심정을 느끼곤 더욱더 가까이 다가왔다. 위드는 그런 그녀에게 씽긋 웃어주고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레인은 레인대로, 라이너는 라이너대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

마차 안엔 무거운 침묵만이 맴돌았다.

 

***

 

몬테로 백작은 등을 돌리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클라우드 공작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충분히 예상되었다.

“알도닌.”

“예.”

얼마 만에 불러주는 이름이던가?

“아쉽군. 아니, 분하군.”

“저도 그렇습니다.”

“우린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보물을 잃은 셈이야.”

허탈함, 아쉬움, 분노 모든 것이 뒤섞인 음성이었다.

“예.”

몬테로 백작 역시 마찬가지였다.

클라우드 공작은 다시 침묵을 지켰다. 몬테로 백작도 말없이 가만히 서서 그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클라우드 공작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안타깝고, 분한 감정이 역력한 표정으로 몬테로 백작을 바라봤다.

“아직 어리다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멍청한 짓을 저질렀어.”

지금껏 카인의 일이라면 항상 믿고, 맡겼던 클라우드 공작이었다. 그만큼 이번 일에 대해서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카인은 아직 때가 묻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 이전에 카인 녀석은 너무 올곧으려고만 하지. 세상은 결코 그런 마음으로만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곳이 아니지. 아니야.”

몬테로 백작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 말고 이어지는 클라우드 공작의 말을 들었다.

“카인의 나이도 이제는 세상을 알 때가 되었어.”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에 몬테로 백작은 우려 섞인 얼굴로 말했다.

“단장님, 카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아직까지는 수련에 전념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1중대 소속 필립스의 보고에 따르면 이미 익스퍼트 중급을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2, 3년은 더 수련에 전념해야…….”

“알도닌, 때론 세상의 경험만큼 중요한 것도 없네.”

“하지만…….”

“이번에 그라다 왕국으로 파병하는 군대에 넣도록 하게.”

냉정하리만큼 단호한 클라우드 공작의 말에 몬테로 백작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단장님!”

몬테로 백작의 말을 무시하며 클라우드 공작은 다시 등을 돌렸다.

“마르치 후작에게는 내가 직접 전하도록 하지.”

한 번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물러섬이 없는 클라우드 공작이었기에 몬테로 백작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일로니아 성에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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