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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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59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9화
클라우드 공작이 했던 말을 떠올린 위드는 피식 웃었다.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가진 그가 겨우 얼마 안 되는 것들을 가진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모습은 추하다기보단 차라리 우스웠다.
인간 본연의 욕심이니 굳이 클라우드 공작을 욕할 마음 따윈 생기지도 않았다.
또, 차라리 그처럼 직접 욕심내는 듯한 말을 하고 끝내는 것이 훨씬 고마웠다.
만약, 그가 조금만 마음을 달리 먹었다면 피에나도 지금 자신의 손에 들린 검도 예전에 클라우드 공작에게 빼앗겼을 것이다.
생각을 털어버린 위드는 정신을 집중해서 심장의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피트 상급일 때도 마나를 움직여 검에 주입할 수 있었지만 그 효용성은 익스퍼트 급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심장에 저장되어 있던 마나가 몸속을 휘돌며 팔을 타고 검에 주입되기 시작했다. 확실히 리피트 상급 때완 비교도 할 수 없는 양과 질이었다.
부르르르.
검신이 살짝 떨렸다.
검신에서 살짝 밝은 백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 백광이 빛이 아닌 하나의 막으로 형성될 때, 모두가 우러러보는 소드 마스터가 되는 것이다.
“드디어…….”
위드는 자신이 익스퍼트 급 검사가 되었음을 확실하게 확인했다.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아 내심 조급했던 그였기에 지금의 감동은 무엇으로도 말을 할 수 없었다.
피에나는 위드가 강해졌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가 진정으로 기뻐하며 감동하자 그녀 역시도 얼굴에 환한 웃음이 그려졌다.
“음.”
“확실히 익스퍼트 하급이기는 한데…… 나와 그렇게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강철의 기사들은 위드의 성장이 달갑지 않았다. 더욱이 리피트 상급의 검사였던 그가 단숨에 익스퍼트 중급인 자신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극에 이른 익스퍼트 하급으로까지 성장했으니 솔직한 감정으로 부러움과 불편함이 가득했다.
보통 익스퍼트 하급의 검사가 중급으로 오르기 위해선 평균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는 현재 대륙의 소드 마스터들이라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클라우드 공작만 하더라도 익스퍼트 하급에서 중급으로 오르기 위해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정도였다.
그런 것에 비춰 봤을 때, 아직 완벽하게 익스퍼트 중급에 올랐다고 하긴 어렵지만 위드의 성장은 상상을 벗어나는 급성장임이 분명했다.
지옥과도 같은 훈련이 그런 결과를 만들어 냈을까?
강철의 기사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리피트 상급에 이르면 더 이상 신체적인 훈련은 커다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론, 익스퍼트 급에 오르기까진 많은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검사라고 해서 단순히 검을 수백, 수천, 수만 번을 휘두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수련해야만 보다 높은 경지로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위드처럼 자신의 한계까지 수련을 해서 익스퍼트 급에 오를 수 있다면 세상엔 이미 익스퍼트 급의 검사들로 넘쳐나고 있었을 것이다.
위드의 성장엔 분명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었고, 클라우드 공작을 비롯한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들은 그것이 그의 왼팔에 새겨져 있는 마도사의 마법문신 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니, 마도사의 마법문신을 탐내는 그들로써는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위드는 피에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흔들고는 강철의 기사들에게 말했다.
“부탁 한 가지만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기사의 신분인 그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지만 제국과 왕국의 차이, 또 자신이 현재 처해 있는 입장 등을 생각해서 위드는 강철의 기사들에게 쉽사리 말을 놓지 않고 있었다.
물론, 배짱으로 밀고 나가면 그들로써도 불만은 품겠지만 뭐라 할 말은 없으니 실질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대충 위드가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예상이 갔기에 강철이 기사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위드의 말이 이어졌다.
“한 분만 저와 대련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강철의 기사들. 그 중 금발에 약간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남성이 앞으로 나섰다. 대략 40대 초반으로 다른 이들도 나이는 비슷비슷했다.
“카르타 제국 강철의 기사단 제1중대 소속 필립스라고 합니다.”
이미 인사를 한 사이였지만 대련이기 때문인지 필립스는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하곤 천천히 검을 빼어 들었다.
치릉!
필립스는 물론이고, 강철의 기사단은 모두 똑같은 크기의 바스타드 소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카르타 제국의 3대 기사단 중의 한 곳이기 때문인지 그들의 갑옷과 검은 최상급의 무구들이었다. 또한, 강철의 기사단 150명의 기사들은 모두 중가의 트랜트 아머를 소유하고 있었다.
“페르만 왕국 위드 카일러 준남작입니다.”
간단하게 서로 인사를 마친 위드와 필립스는 천천히 서로를 탐색하며 검을 겨누었다. 분명 이 대련은 필립스가 우세했다. 그는 분명한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였고, 위드는 경지가 이상하긴 하지만 익스퍼트 하급이기 때문이다.
잠시간 서로를 탐색하다 먼저 달려든 쪽은 위드였다.
타다다닥!
이미 위드의 지옥 수련을 빼먹지 않고 지켜본 필립스였기에 그의 머릿속엔 위드의 공격 패턴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그렇다고 자만하거나, 위드의 공격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차하아아앗-!”
기합과 함께 위드는 필립스의 예상대로 기형적인 검의 길이를 이용해 빠르게 찌르기를 시도했다.
웬만한 투 핸드 소드만큼이나 긴 위드의 검이다. 보통 투 핸드 소드를 찌르기로 사용하는 검사는 극히 드물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위드의 찌르기는 상대의 허를 찌른 공격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챠앙!
검을 비스듬하게 들어 올려 위드의 찌르기를 막은 필립스는 속으로 놀라야만 했다.
순간적으로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의 힘이 전해졌던 것이다.
“하앗!”
검이 튕겨나가는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위드는 다시 한 번 한 발을 내밀며 찌르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이 역시 몇 번이나 그의 수련을 통해 봐온 장면들.
그리고 미리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위드의 공격 패턴 중의 하나였다.
챠앙! 챠앙! 챠앙!
연달아 세 번이나 되는 찌르기를 펼친 위드.
시간이 흐를수록 속도와 힘이 점점 빠르고, 강해졌기에 필립스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살짝 찌푸려야만 했다.
“조심!”
클라우드 공작에게 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위드였지만 엄연히 한 나라의 귀족이고, 영지를 지닌 영주였기에 필립스는 짤막하게 경호성을 내뱉으며 공격을 펼쳤다.
필립스의 검은 순간적으로 공간을 가르며 위드의 가슴을 파헤칠 듯 날아들었다.
역시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 정교하면서도 빠르고 강력한 공격이었다.
위드는 재빨리 검으로 작은 원을 그리듯 휘둘렀다.
채앵!
필립스의 검이 위드가 그린 작은 원 안으로 빨려 들어가다 불꽃을 뿜으며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
검의 길이가 길면 그 거리만큼이나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거리를 빼앗기면 그 유리했던 것만큼이나 불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필립스는 뭔가가 자신의 검을 쑥! 잡아당기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휘둘렀던 힘만큼이나 옆으로 튕겨져 나가서 잠시 자세가 비틀거렸다.
지금까지 많은 대련과 싸움을 벌였지만 이런 황당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위드의 방어 방법보다도 그 알 수 없는 현상에 필립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자신이 헛된 생각을 떨치길 기다려주는 위드의 모습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다급히 자세를 바로 잡았다.
“죄, 죄송합니다.”
카르타 제국 3대 기사단인 강철의 기사단 기사로써 수치라 해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행동이었다. 대련 중에 상대의 방어법에 의문을 갖고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리다니!
변방 지방 영주의 호위 기사들이나 할 법한 행동이다.
하지만, 위드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다시 공격을 펼쳤다.
챠앙! 채앵!
서로 마나를 씌운 검과 검이 충돌하고, 불꽃이 튀며 두 사람의 신체가 엇갈리길 반복했다.
아무리 위드의 경지가 기형적이었다 하더라도 엄연히 익스퍼트 하급이기 때문에 동료들은 당연히 필립스가 이 대련을 손쉽게 이기리라 믿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위드는 필립스를 상대로 대등한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이는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리피트 중급의 검사가 리피트 상급의 검사를 이길 확률은 20퍼센트도 안 된다. 하물며, 그들보다도 많은 차이를 이루고 있는 익스퍼트 급이다.
통계적인 수치로 따진다면 위드가 필립스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은 5퍼센트 미만이다.
물론, 아직까지 승패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대등하게 싸운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아, 하아…….”
“후악, 후악!”
위드와 필립스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필립스의 바스타드 소드는 그의 마나에 보호를 받고 있음에도 군데, 군데 이가 나가 있었다.
이는 그 만큼 위드의 검이 대단한 명검이라는 말이기도 했지만, 마나 운용에 있어서도 결코 필립스보다 아래가 아니란 소리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필립스는 검을 마주할 적마다 위드가 점점 발전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처음보다 강한 힘으로 자신을 압박하고, 처음보다 빨라진 속도로 공격을 해왔으며, 공격의 정교함도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었다.
필립스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몰랐지만, 마치 지금의 대련을 통해 익스퍼트 중급으로 오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대단한데?”
필립스와 위드의 대련을 바라보던 동료 중 한 사람이 감탄한 눈초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동료도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대련을 시작할 때보다 점점 실력이 늘어가는 것 같군.”
“그렇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
남은 동료도 같은 의견임을 말했다.
그들이 그런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위드와 필립스의 공방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공방은 극명해져 갔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날수록 필립스의 공격에 적응해가는 위드와는 다르게 필립스는 위드의 공격에 점점 손과 발이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검의 길이와 강도를 믿고 자유자재로 찌르고, 내지르며, 휘둘러오는 위드의 공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점점 다양하고, 위협적으로 변해갔다.
쇄애애액-!
가슴을 후벼 팔 듯이 찔러 들어오는 위드의 검에 필립스는 슬쩍 좌측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손목을 가볍게 꺾는 것으로 위드는 필립스의 가슴을 베러가기 시작했다.
챠앙!
어쩔 수 없이 검을 휘둘러 위드의 공격을 막은 필립스. 그의 매서운 눈엔 질렸다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떤 방향이건 위드에게서 시작된 공격은 직접적으로 막아내지 않는 이상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즉, 피할 수 없단 소리였다.
안쪽으로 파고들어도 문제였다.
체술 역시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발은 필립스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자세에서 자유롭게 공격이 펼쳐졌고, 검을 쥐지 않은 주먹 역시, 일정 거리 안에 들어오면 조금의 틈도 없이 공격이 시작됐다.
자신의 단점을 훌륭하게 극복한 셈이다.
하지만, 그런 위드의 맹공격에도 필립스는 틈을 발견하고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 공격이 이 공방의 승패를 갈랐다.
척.
“하아, 하아…….”
위드는 순식간에 틈을 비집고 들어와 목을 겨누고 있는 필립스의 바스타드 소드를 보며 들고 있던 검을 늘어트렸다.
“졌습니다.”
패배를 했지만 어디도 분한 감정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왜 졌는지를 알기 위해서 방금 전의 일들을 되새기며 아쉬워 할 뿐이었다.
“좋은 대련이었습니다.”
필립스는 그렇게 인사를 하곤 검을 거둬들였다.
‘운이 좋았어.’
말 그대로 운이 좋았다. 만약, 그 좁은 틈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 대련은 정말로 승패를 알 수 없었다.
“조마조마했네.”
“역시 필립스 자네로군.”
“수고했네.”
동료들의 말을 건성으로 흘러 들으며 필립스는 위드를 바라봤다.
그는 피에나에게 자신이 졌다며 웃고 있었다.
필립스는 문득 패배를 하고도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위드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