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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37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4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37화

037 화룡마편과 쌍귀선(2)

 

 

 

 

 

‘눈앞의 저 사람은 잡념이 있는 상태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다시 호흡을 가다듬은 무혼이 수평으로 검을 들어 올리자 무혼을 주시하던 공극소도 기수식을 취하며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될 것을 알려왔다.

 

‘무술대회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상대의 무기는 편. 거리를 좁혀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은 무혼은 질주하며 펼쳐지는 초식인 혈랑벽력의 검로를 떠올렸다.

 

그리고 공극소와 자신의 사이에 펼쳐진 혈랑벽력의 검로중 자신을 인도하는 검로를 쫓아 검을 그으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무혼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화룡편이 굉음을 내며 자신의 주인이 이끄는 길로 달려오고 있다.

 

‘삼두화룡!’

 

불을 뿜는 기세를 펼치던 화룡편이 3개의 머리로 나누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무혼의 머리와 가슴과 다리를 동시에 노리며 왔다.

 

그러나 무혼은 자신의 검로를 믿었고 검로의 끝과 삼두화룡이 만나는 곳을 검으로 찌르자 화룡의 3개의 머리가 사라지고 혈랑검에 맞아 튕기는 붉은 채찍이 보였다.

 

채찍이 비켜나며 보이는 검로를 따라 다시 검을 이끌던 무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각과 조를 볼 수 있었다.

 

‘편 못지않게 권과 각도 위험하다.’

 

용맹하게 달리던 혈랑검이 간발의 차이로 화룡마편의 어깨를 벗어나고 무혼은 몸을 돌려 화룡조와 회룡각(廻龍脚)를 피해냈다.

 

화룡마편에게서 물러선 무혼이 다시 검으로 겨누며 수평으로 찔러가자 화룡편이 방위를 점하며 다시 달려온다.

 

화룡편의 머리에 부딪힌 혈랑검이 뒤로 튕겨나자 무혼은 보법을 밟고 검을 돌려 계속 다가오는 화룡편과 격돌시키고 공극소의 가슴을 향해 검을 날렸다.

 

탱!

 

‘편을 다루는 자들은 보통 권각술이 약한 법인데 화룡마편의 모습에서는 그런 것을 전혀 찾을 수가 없군.’

 

혈랑검과 화룡편이 어우러지고 얽히면서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현란한 몸짓과 빠른 공격이 계속 이어지자 사람들은 그들의 대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등을 노린 화룡편을 튕겨낸 무혼은 화룡마편에게 틈이 보이자 원형의 검로를 따라갔고 혈랑검의 모습을 놓치지 않은 화룡마편도 되돌아온 화룡편으로 원형을 그리며 무혼을 향해 오른팔을 내밀었다.

 

카카카카캉.

 

불타오르는 용이 꾸불거리며 달려오는 형상으로 무혼에게 쇄도하던 화룡편이 탐욕스러운 입을 벌리며 무혼의 요혈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하지만 낭아무비가 구사하는 혈랑의 굳센 이빨을 간직한 혈랑검에게 5번의 연속공격이 모두 막혀 튕겨 나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다시 두 장을 물러섰다.

 

“출관 후 천마신교 내의 내 연배에 탐룡강격(貪龍剛擊)을 막아낼 수 있는 자는 쌍귀선뿐이리라 생각했었소. 정말 놀랍소.”

 

화룡마편의 투박한 목소리에 무혼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서 입을 열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 탐룡강격은 운 따위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말을 마친 화룡마편의 손에 있는 화룡편이 붉은 기운이 서리며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곧 성난 광룡이 된 듯 강렬한 기세를 내뿜으며 요동치고 있다.

 

“내가 무엇을 펼치려는지 소문을 들었을 거요. 막을 자신이 없으면 내려가시오.”

 

“오오-. 저것은…….”

 

“화룡마편이 드디어…….”

 

“상대가 그 정도로 강한가?”

 

비무대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화룡편이 붉은빛을 발하며 요동을 치자 한마디씩 던지며 무혼을 기대에 찬 눈으로 보고 있다.

 

“한 수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혈랑검의 검 끝을 하늘로 향하고 똑바로 세운 검날에 붉은빛이 이글거리자 삽시간에 사방은 고요해졌고 무혼에게서 나온 기세를 느낀 화룡마편도 신중히 자세를 잡고 있다.

 

그것을 본 귀빈석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섰다.

 

“말려야 하는 것 아니오?”

 

“그럼 승패는 어찌하고요?”

 

“당연히 화룡마편…….”

 

“흥, 말도 안 되는 소리!”

 

적천의 단주가 공극소의 별호를 떠올리자 귀검마옹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잘랐다.

 

“실력으로 보나 연륜으로 보나 화룡마편이 이길 것이 뻔하지 않소.”

 

“어딜 봐서 화룡마편이 저 아이에게 실력으로 이길 수 있단 말이오?”

 

“반 단주는 눈이 없소? 척 보면 알 것 아니오?”

 

“뭐라고? 네놈의 눈깔이 잘못된 모양이구나?”

 

“이놈이 좋은 말을 하면 제대로 들을 생각을 하지 않고 오냐 해보자는 뜻이렷다?”

 

두 단주의 모습을 보고 있던 당주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만들 하게! 원로원에 들어갈 날이 50년도 남지 않은 사람들이… 쯧쯧, 모두들 비무대에서 눈을 떼지 말고 여차하면 막을 생각이나 해!”

 

당주의 호통에 두 단주는 입을 다물었고 모두들 시선을 비무대 위로 돌렸다.

 

 

 

 

 

“호적수와 겨룬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오.”

 

신중한 얼굴이지만 눈가에 웃음이 떠돌고 있는 화룡마편은 즐거운 듯 말을 꺼냈고 그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무혼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화룡마편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몸을 움직여 갔다. 그의 움직임에 맞춰 무혼도 검로를 따라 검끝으로 고운 곡선을 그리며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디뎠다. 그러면서도 눈은 서로의 눈을 계속 놓치지 않고 있다.

 

 

 

 

 

쿠아아아앙-

 

드디어 앞으로 뻗은 화룡마편의 오른손에서 무수한 화룡이 쏟아져 나온다.

 

수많은 화룡이 굉음을 토하며 비무대를 후끈하게 달구기 시작하자 주위에서 보던 사람들은 열기로 가득한 기세에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으며 화룡들은 비무대 위의 모든 것을 삼킬 듯 요동치며 눈을 번득인다.

 

동시에 귀빈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몸에도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무혼아!”

 

귀빈석에서 비무대를 내려다보는 귀룡일검 장대암은 자신도 모르게 무혼의 이름을 부르며 비무대 위의 조그마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것이 화룡지세(火龍之世)!’

 

불길로 뒤덮인 세상, 모든 것이 타오르는 곳의 주인들이 자신들이 인정한 것 외에는 무엇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화룡마편의 절초인 화룡의 세상, 화룡지세였다.

 

너무나도 유명하여 소문으로 들었지만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위력은 소문이 축소되었다고 알려준다.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위압적이고 절망에 빠질 듯한 화룡편의 타오르는 상대의 투지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자신이 따라가고 있는 검로의 주인 역시 누구도 그 위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혈랑검법의 최고의 위력을 자랑하는 두 개의 절초 중 하나!

 

크르르르릉- 크아아앙-.

 

천하를 진동시키는 포효로 모든 것을 밀어내고 폭풍 같은 기세에 주위의 공기들마저 길을 열어 푸른 하늘의 태양을 보여준다.

 

그 폭풍의 중심에서 대지를 굳건히 밟고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내며 고개를 든 혈랑의 붉은 눈빛이 태양마저 꿰뚫어 버린다는 낭안관일(狼眼貫日)!

 

화룡마편의 기세에 이어 무혼의 기세마저 쏟아져 나와 또 한차례의 열기가 사방에 뿌려지자 사람들은 다시 한걸음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물러서고 있어도 자기 자리를 의연히 지키고 있는 자가 있다.

 

“가라! 공야 아우! 눌러버려라!”

 

마천태풍도 고명우는 그의 가슴에 격동하는 말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힘껏 쥐며 외쳤다. 그리고 믿었다. 그의 의제(義弟)가 화룡지세를 넘어 끝없이 날아오를 수 있다고…….

 

 

 

 

 

콰콰콰콰쾅!

 

자신을 밀어내는 혈랑의 기세에 분노한 화룡들이 몸을 둘러싼 불길을 공간 가득 메우며 무혼의 요혈에 쇄도해 왔다.

 

그것을 보고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을 벌린 혈랑이 거친 질주를 하며 화룡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어. 파훼식도 아닌데 화룡들이 모두 막히고 있다니?’

 

화룡마편은 입술을 깨물었다. 화룡지세를 더욱 완벽하게 익히고자 처음 계획한 것보다 2년을 더 수련하고 나왔다. 그리고 이 정도면 약간의 극의도 깨달았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무혼은 검 한 자루로 화룡들을 막아내고 있다. 빠르다는 느낌이 없지만 혈랑검은 언제나 화룡의 앞에 서 있었고 그의 보법은 공극소가 보아도 어려움 없이 경쾌한 모습을 보이며 공극소에게 다가오고 있다.

 

‘말도 안 돼. 게다가 저 움직임은……?’

 

화룡지세가 뿜어내는 기세에 맞서지도 않고 흘리지도 않으며 오히려 기세를 이용해 최소한의 내력으로 맞서나간다.

 

‘네가 누구든 지지 않겠다!’

 

공극소의 발놀림이 갑자기 빨라졌고 화룡들도 더욱 요동친다.

 

더욱 거칠어진 화룡의 모습에 무혼도 이를 꽉 물며 혈랑검을 이끌고 있다.

 

‘기세가 더욱 세졌어.’

 

거센 화룡이 뿜어내는 열기를 자신의 기세로 밀어내고 있지만 화룡편의 거센 공격이 주는 충격은 온몸을 진동시키고 혈랑검과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귀에 울리고 있다.

 

두 사람의 주위에 가득 차 자신의 시선을 어지럽히는 불길에 모습을 숨기며 다가오는 화룡들을 튕겨내며 한동안 무아지경에서 검을 휘두르던 무혼은 화룡지세의 한 지점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이 자신이 찾던 곳임을 깨달았다.

 

‘태양을 볼 수 있는 곳!’

 

몸을 날린 무혼의 모습은 태풍 속을 내달리는 혈랑처럼 거세게 쏟아졌고 태풍의 중심에 우뚝 선 무혼의 팔에 이끌린 혈랑의 이글거리는 붉은 눈빛은 한줄기 선명한 선을 그리며 화룡들을 꿰뚫고 지나간다. 그리고 공극소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목 앞에 있는 혈랑검의 끝을 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내려다보던 그의 눈은 떨렸지만, 천천히 입을 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졌소, 아주 좋은 일초였소.”

 

검을 거둬들인 무혼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포권을 하고 조용히 대기 장소로 걸어가자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능미류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무혼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무혼…….”

 

무혼이 천마연무관에 입관할 때 가족 외에는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빈약한 내공, 높지 않은 그의 아버지 서열. 그 자신은 기재로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천마연무관의 수련생 중 한 명.

 

그것이 능미류가 무혼을 처음 봤을 때, 무혼에 대한 소개였다.

 

다만 그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면 이해조차 하기 힘든 검에 대한 열정과 노력, 그리고 검에 대한 미소.

 

‘언젠가는 천마맹호단 너희들을 다 뛰어넘을 거야.’

 

얼굴에 미소를 담고 능미류의 시선을 똑바로 보며 당당하게 이야기하던 어린 무혼의 말이 능미류의 귀에 울려 퍼졌다.

 

“해냈구나.”

 

능미류가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 그것은 감동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하자 웅성거림이 곧 비무대 주위에 모두 번져나갔다.

 

“지금 화룡마편이 진 건가?”

 

“그런 것 같은데?”

 

“믿을 수가 없군. 그 화룡마편이…….”

 

잠시 후 대회장에는 대기소로 사라진 새로운 우승 후보를 향해 대대적인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아아아-.

 

 

 

 

 

“허허허.”

 

귀검마옹은 자신의 두 눈을 보고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헛웃음 소리를 내었다.

 

“장 아우, 내가 본 것과 자네가 본 것이 똑같겠지?”

 

“그렇습니다.”

 

“설마, 설마 했거늘…….”

 

“반 형님, 저는 그 아이를 믿었습니다.”

 

“오늘도 한잔해야 할 듯하이.”

 

“좋지요.”

 

귀검마옹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 번졌다.

 

 

 

 

 

이틀이 지난 후, 어제 4강에 오른 자천의 도객을 꺾은 무혼은 이제 결승만 남겨두고 있었다.

 

이미 썰렁해진 대기소에는 무혼만 홀로 앉아 있었다. 쌍귀선은 반대편에 있는 대기소에서 자신과 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후우…….”

 

무혼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큰 숨을 한 번 내쉬고 비무대를 올라가자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쌍귀선 육무천의 모습이 보였다.

 

“후후, 화룡마편과 대결하리라 생각을 했는데 그를 꺾다니 대단하구나?”

 

육무천은 즐거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편이라는 무기가 부채에 강한 일면을 지니고 있어 화룡마편의 실력과 그의 화룡편은 그를 궁지에 몰아넣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천마맹호단 출신도 아니면서 결승전까지 올라온 상대가 쌍귀선이 가장 부딪치기 주저하는 화룡마편을 중도탈락시킨 것이다.

 

‘검이라… 편 종류만 아니라면 부채가 더 유리한 법.’

 

무혼이 검을 뽑자 육무천도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두 개의 검고 작은 귀선을 양손에 쥐고 자세를 취했다.

 

두 사람의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심사관이 깃발을 올리자 육무천은 독특한 보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귀성만변보(鬼聲万變步). 귀곡성을 울리며 만 가지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그의 가전경공은 쌍선과 같이 그의 집안에서 내려오는 절기였다.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두 개의 부채에 맞춰 들려오는 귀곡성은 사람들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쌍귀선은 무위보다 진의 운용을 훨씬 경계해야 할 자! 갇히지 않겠다.’

 

무혼은 굳은 얼굴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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