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96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96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21화
“에휴우우…….”
깊게 한숨을 내쉬는 가일의 모습에 루카가 그의 목에 팔을 걸며 말했다.
“죽으러 가냐? 웬 한숨을 그렇게 쉬고 그러는 거야?”
“그럼 이게 살기 위해서 가는 겁니까? 루카 형님은 트랜트 아머라도 있죠! 나는 뭡니까! 장차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자유기사로 이름을 날려야 하는데 여기서 꼼짝없이 죽게 생겼으니 내가 지금…… 큭!”
퍽!
“아씨! 왜 때려요!!”
루카가 말했다.
“우린 살기 위해서 가는 거야. 떳떳하게 살기 위해서 가는 거라고.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으면 네가 말하는 것처럼 네 이름이 어쩌면 세상에 알려질지도 모르지. 그리고…… 내가 목숨을 걸고 한 번은 구해주지.”
“예?”
루카가 활짝 웃었다.
“네놈 말대로 나는 트랜트 아머가 있으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네가 위기에 처하면 내가 한 번은 구해준다고. 알겠냐? 그러니까 너무 풀죽어 있지 마라. 우리는 죽으러 가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간다는 것만 생각해. 그게 네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니까.”
“…….”
가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인간이 루카 맞아?’
가일은 자신에게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 있는 루카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작게, 혼자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꿈이라면 정말로 끔찍한 악몽이군!”
***
“저게 무슨!”
바스틱 백작은 기가 막힌다는 듯 앞을 바라봤다.
그곳엔 프레타 병이 두 무리로 나뉘어져 한 무리는 작전 지역으로 이동 중이었고, 나머지 한 무리는 갈 곳을 정하지 못하여 제자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부관! 부관!!”
바스틱 백작은 급히 자신의 부관을 불렀다.
“예!”
부관이 다가오자 바스틱 백작이 얼굴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서성거리고 있는 프레타 병을 가리켰다.
“당장 저들을 작전 지역으로 이동시키도록 하게!”
“됐네.”
알레이스 후작의 만류에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던 부관이 멈칫거렸다.
“총사령관님!!”
바스틱 백작의 외침에 알레이스 후작은 됐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들을 이번 전쟁에서 제외시키도록 하게.”
“그건 안 될 말씀이십니다! 군의 기강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죽으라고 떠밀 수는 없지.”
“명령입니다! 총사령관님의 명령이라면 어떠한 명령이라도 따라야 하는 것이 전쟁입니다! 저들을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고 그냥 떠나보내도록 한다면 분명, 병사들 내부에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어떠한 명령이라 하더라도 따라야 하는 것이 전쟁이다. 어느 한 사람으로 인해서 모든 병사들의 정신 상태를 해이해 질 수 있었다.
더욱이 지금은 전쟁 초반이었다. 초반부터 군의 기강을 흐트러트릴 수는 없는 노릇!
바스틱 백작 역시도 프레타 병으로 하여금 몬스터들의 후방을 공격하게 한다는 작전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결정이 내려진 이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군인 것이다.
“내가 책임을 질 테니 걱정 말게. 부관은 저들을 모두 돌려보내도록 하게. 남겠다는 자들 역시도 모두 돌려보내도록!”
“아, 알겠습니다!”
부관은 서둘러 말을 타고 달려 나갔다.
“전쟁은 인정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차피 우리의 병사도 아니네. 더욱이 대부분 용병들이니 자네가 걱정하는 것만큼 큰일은 없을 것이네. 그러니 이쯤 해두게.”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바스틱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느새 멀어진 위드와 프레타 병을 바라봤다. 그들의 발걸음에는 힘이 없었다. 적어도 바스틱 백작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카일러 준남작이 잘 해낼 것이라고 믿고 계십니까?”
알레이스 후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멀리 둘로 나뉜 프레타 병을 보며, 또 다른 한쪽에서는 낄낄거리는 웃음이 흘려 나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임에도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세상 그 누구보다 통쾌하다는 듯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저놈이 죽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후련하군!”
야쿠 백작의 말에 베케일 백작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준남작 따위가 백작을 협박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군! 이왕이면 가장 처참하게 갈기갈기 찢겨져 죽었으면 좋겠군!”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낸 건가?”
베케일 백작이 히죽 웃었다.
“내가 본래 이런 쪽으로는 좀 머리 회전이 빠른 편이지! 아카데미에서 군사학을 전공했더니 갑자기 떠오르더군. 하하하핫!”
“큭큭! 대단하네!”
문득, 베케일 백작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쩝, 그 타이먼 족 계집과 에리카라는 계집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쉽단 말이야.”
야쿠 백작도 동조한다는 듯 말했다.
“그만한 계집들은 흔히 볼 수 없지.”
“저 따위 버러지 같은 놈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그러고 보면 마법사 길드장과 오브라이언 용병단도 함께였지?”
“그렇지.”
야쿠 백작이 혀를 찼다.
“멍청한 건지, 의리가 있다고 해야 하는 건지! 죽을 줄 알면서도 저렇게 따라가는 걸 보면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야.”
“의리는 무슨! 멍청한 거지! 어쨌든 이제 저놈도 죽을 테니 맘 편하게 발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겠군!”
“나도 그렇네. 하하하하!!”
Chapter 8 2차 성장!
뿌우우우우-!!
전투를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리고, 곧이어 진군의 북소리가 울린다.
둥! 둥! 둥! 둥!
리듬을 탄 북소리가 전투에 참가하는 모든 이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것이 불안감인지, 기대감인지, 흥분감인지는 모두가 제각각 달랐다.
알레이스 후작은 자신의 말대로 편성되어 자리를 잡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다 저 멀리 보이는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몬스터들은 질서 없이 어지럽게 이곳저곳에 각각 종류별로 무리를 이루고 모여 있었다. 수십만에 달하는 인간들의 모습에 섣부르게 공격을 해오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작하도록 하게.”
알레이스 후작의 음성에 바스틱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을 돌아봤다. 덩치가 거대한 병사 하나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손에 들고 있던 푸른 깃발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펄럭! 펄럭! 펄럭!
푸른 깃발이 펄럭이자 각 부대의 지휘관들이 저마다 하나가 되어 큰 소리로 외쳤다.
“전구우우우운- 전진!!”
척! 척! 척! 척! 척!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땅이 진동한다.
대지에 물결치듯 총 15만 5천 명의 병사들이 하나가 되어 발을 맞춰 앞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페르만 왕국군의 전진에도 몬스터들은 아무런 행동도 없이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다.
펄럭! 펄럭! 펄럭!
이번에는 노란 깃발이 펄럭인다.
“전구우우우우운- 정지!!”
하나가 되어 제자리에 멈추는 15만 5천 명의 왕국군.
펄럭! 펄럭! 펄럭!
이번에는 붉은 깃발이 펄럭인다.
제1군의 지휘관들이 크게 외친다.
“방패에에에- 차아앙!!”
퍽! 퍽! 퍽! 퍽! 퍽! 퍽!
가장 앞에 자리를 한 방패병들이 바닥에 방패를 박고, 그 사이 사이로 창병들이 창을 앞으로 내밀어 땅에 고정시킨다.
그리고 이어서 제2군의 지휘관들이 크게 외친다.
“궁병 준비이이이이이!!”
스윽, 스윽, 스윽, 스윽, 스윽…….
롱보우를 지닌 궁병들이 열을 맞춰서 화살을 먹이고, 시위를 당겼다. 보다 위력적이고, 먼 거리를 공격할 수 있는 병기들은 기동성을 위해서 이번 전투에서 제외시켰기에 당장 가장 먼 거리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은 롱보우가 전부였다.
“꿀…… 꺽!”
한 병사의 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제2군 지휘관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발사아아아아!!”
슈슈슈슈슈-!!
새카맣게 하늘을 뒤덮는 화살!
몬스터들은 그 모습을 보며 그제야 우왕좌왕거리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퍽!!
크우우우우-!
꾸이이이익!!
므우우우우!!
화살에 관통당한 몬스터들의 처절한 비명이 하늘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또 다시 화살이 하늘을 뒤덮었고, 몬스터들의 몸과 그 주변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눈을 번뜩이며 앞장서서 달리는 오우거를 시작으로 몬스터들의 돌진이 시작됐다.
인간의 군대였다면 애초부터 이런 허망한 화살세례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쾅! 콰강! 쾅쾅쾅쾅!!
“크윽!”
“우욱!!”
“컥!!”
방패병들의 신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뒤에서 동료가 또 그 뒤의 동료가 다시 그 다음 동료가……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지 않았다면 몬스터의 전력질주에 몸이 튕겨져 나갔을 것이다.
“쿨럭! 쿨럭!!”
내장을 뒤흔드는 충격에 곳곳에서 방패병들이 피를 토해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비틀거리며 그 뒤에 있던 방패병이 부상당한 동료의 자리를 대신해서 채웠다.
푸욱! 푸푸푹! 푸아악!!
방패 사이, 사이에 촘촘하게 솟아난 창대엔 몬스터의 피가 수액처럼 흘러내렸다.
쉬익! 쉬익!!
창에 어깨를 관통당한 리저드맨은 징그러운 눈동자를 굴리며 팔을 휘저었다.
퍼억!
“크악!”
자신의 창대를 부여잡고 있던 창병은 고개를 배꼼 내밀었다 순간 휘둘러진 리저드맨의 팔에 머리를 얻어맞아 그대로 옆으로 나가 떨어졌다.
몬스터들의 비명!
병사들의 비명!
그 비명소리를 뚫고 날카롭게 찢어지는 외침!
“투처어어어억!!”
퍼어억! 퍼어억! 퍼어억! 퍼어억!
프랑시스카와 재블린(Javelin : 투척용 창)이 날아들어 몬스터들의 머리와 어깨, 가슴 등에 무차별적으로 박혀 들어가고, 뚫고 지나가고를 반복했다.
웅웅웅웅웅!!
대기가 요동친다!
“모든 힘의 근원이여, 하늘과 땅을 스쳐가는 자유로운 바람이여, 지금 그대의 힘을 빌려 내 앞의 적을 상대하려 하니 그대의 힘을 보여라! 라이트닝 웨이브(Lightning Wave)!!”
파지지지직!!
엄청난 크기의 은빛 번개가 밀집되어 있던 몬스터들 사이를 파도치듯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번개가 지나갈 적마다 소형 몬스터들은 새카맣게 타서 바닥으로 쓰러졌고, 중, 대형 몬스터들은 몸을 부르르르 떨며 쇼크 상태에 빠졌다.
“모든 힘의 근원이여, 모든 존재를 활활 태워버릴 붉은 화염이여, 지금 그대의 힘을 빌려 내 앞의 적을 상대하려 하니 그대의 힘을 보여라! 파이어 웨이브(Fire Wave)!!”
화르르르륵!!
이번에는 불의 파도다! 엄청난 열기를 동반한 거대한 불길이 넘실거리며 몬스터들을 집어 삼켰다.
꾸이이이익!!
케에에에엑!!
크와아아아악!!
몬스터들의 비명과 그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로 온 사방에 악취와도 같은 노린내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몇몇 병사들은 참을 수 없는 냄새에 구역질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방패병과 창병이 몬스터의 접근을 막고, 뒤에서 궁병, 투척병, 마법사들이 미친 듯이 화살과 투척 무기와 마법을 쏟아낸지 한참이 지나서야 붉은 깃발이 다시 한 번 요동치듯 흔들렸다.
펄럭! 펄럭! 펄럭!!
푸르르릉! 푸르르릉!!
깃발이 펄럭이자 신호라도 받은 듯 제4군의 좌우 기병대의 말들이 연신 투레질을 해대며 탄력 있는 다리를 움찔움찔 거렸다.
“기병대! 돌겨어어억-!!”
투두두두두!!
좌우에서 쏜살같이 튀어나간 기병대는 곧바로 몬스터들의 좌측과 우측을 화살처럼 관통하며 파고들었다.
피가 튀고, 살이 뜯기며, 뼈가 잘리는 소리와 비명, 환호, 절규가 메아리처럼 돌고 돌았다.
그러는 사이 제2군이 뒤로 빠지며 제3군인 보병대가 발을 맞춰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뜨거워진 전장의 열기를 들이 마시며 호흡을 길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뜨거워진다!
달려가 몬스터의 머리를 부수고, 배를 가르고, 사지를 뜯어버리고 싶어진다!
욕망이 들 끊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곧이어 돌격할 보병대의 가슴과 머리를 뜨겁게 달군다. 그리고 깊게 호흡한 전장의 열기를 토해내며 싸운다!
기병대가 좌우로 파고들어 사정없이 몬스터들의 대열을 흐트려 놓자 알레이스 후작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제3군인 보병대와 조금씩 뒤로 물러나던 제1군인 방패병, 창병이 서로 위치를 바꾼다.
“우와아아아-!!”
“아아아아아-!!”
보병대가 창병을 피해, 방패병을 피해 앞으로 내달렸다. 타오르는 불을 향해 달려가는 부나방처럼 달려든 보병대는 그대로 몬스터의 머리를 모닝스타로 깨부수고, 심장에 검을 쑤셔 넣고, 팔과 다리를 육중한 철퇴로 짓이겨 버렸다.
지옥의 시작!
전장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
전장의 상황이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하더라도 몬스터들의 후방은 어떠한 피해도 없었다. 시간이 흐른다면 모를까? 당장은 왕국군이 몬스터들의 후방까지 뒤흔들어 놓기엔 부족했다.
기병들이 이리저리 이동하며 몬스터들을 흔들어 놨지만 그 움직임은 정면으로 돌진해 들어오는 보병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틈을 만들어 주기 위함일 뿐이었다.
“이왕이면 느긋하게 움직이죠.”
가일이 위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바보냐? 후방이 교전 상태에 들어가면 우리의 임무가 무슨 의미가 있냐? 우리의 임무는 후방을 쳐서 몬스터들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붙잡아 전방의 보병대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몬스터들을 죽여야 하는 거야! 너 전쟁 처음이지?”
루카의 핀잔에 가일이 얼굴을 찌푸렸다.
“누가 몰라서 그럽니까! 그냥 이대로 돌격했다가는 개죽음 당할 것 같으니까 그러는 거죠! 눈이 있으면 저길 봐요! 오우거가 득실득실 하잖아요! 우리가 저놈들을 어떻게 상대해요!”
“그, 그거야…….”
처음이었다. 가일이 말로써 루카를 패배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가일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어차피 우리는 후방을 공격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뭐, 알레이스 후작이 보낸 보병대가 전면전을 벌이면 그때 바로 공격하라고 지시라도 내려습니까? 공격을 언제 하건, 그건 어디까지나 영주님의 판단 아래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언제 움직이든 뭔 상관입니까? 나중에 뭐라고 하면 ‘몰라서 그랬다. 너무 많아서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