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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94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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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9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19화

 

 

Chapter  7 무리한 작전 명령

 

 

연금술사의 탑.

탑의 가장 상층부인 탑주실에 7명이 둥그런 원탁에 각각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연금술사의 탑 내에서 탑주실의 원탁에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는 이들은 오직 이들뿐.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프라디아 대륙의 몬스터 혈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선량하고 푸근하게 보이는 동네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베논 바이텐. 그의 물음에 카르무 리엔이 대답했다.

“원하는 방향으로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만족스런 상황입니다.”

“만족스럽다면 되었네. 계속해서 계획대로 진행시키도록.”

“예.”

이어서 베논 바이텐은 루스티 히에브를 바라봤다.

“수호 기사단의 준비는 어떤가?”

“현재, 각 전투의 지휘를 맡고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하는 일은 없기에 계획 실행 날짜만 정해지면 언제든 소환이 가능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베논 바이텐이 말했다.

“히에브 자네가 가장 잘 알겠지만 우리에게 수호 기사단은 최강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네. 아무리 몬스터와 키메라가 있다고 한들, 체계적으로 어떤 명령이든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수호 기사단뿐이라는 점을 명심하게나.”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루스티 히에브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것이 만족스러웠는지 베논 바이텐은 희미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드래곤 기사단이 움직일 준비를 한다 합니다.”

드래곤 기사단이라는 소리에 베논 바이텐의 웃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생각보다 조금은 이르군. 그 만큼 급하다는 말이겠지. 허허허.”

잠시 웃음을 터트린 베논 바이텐이 말을 이었다.

“드래곤 기사단이 나타나거든 상황을 봐서 비행 몬스터들을 대거 투입시키도록 하게. 그것으로도 부족하다 싶으면 그때는……. 우리도 그에 맞춰서 대응을 해야지. 로제, 그것들의 준비는 끝났겠지?”

로제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예, 이미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상태입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머뭇거리는 로제의 모습에 제브리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왜 그러나?”

로제는 제브리를 바라보다 이내 베논 바이텐에게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드래곤 기사단을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것들이 공개되면 대륙은 여지없이 저희가 이번 일의 모든 배후세력으로 지목하게 될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를 의심하는 눈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굳이 그 의심을 증폭 아니, 저희가 이번 일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벌써부터 알려야 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하지만, 로제의 걱정을 베논 바이텐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묵살시켜버렸다.

“그 정도까지 간다면 더 이상 감춘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겠지. 그때가 되면 우리의 모든 것을 공개해야하네.”

“바이텐 님!!”

베논 바이텐은 로제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네. 드래곤 기사단을 상대하기가 힘들다 싶어지면 곧바로 그것들을 공개하도록 하게. 그리고 그것들을 투입하는 것과 동시에 마지막 계획을 실행하도록 하게.”

베논 바이텐의 말에 로제를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한 일이다. 생각보다 드래곤 기사단의 움직임이 빨라져서 계획이 앞당겨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슬슬 이동 준비를 해놔야 할 것 같습니다.”

크루거 아크의 말에 베논 바이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허, 이제부터는 대륙 전체와 전면전을 벌이는 일밖에 남지 않았군. 재미있겠어.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나?”

“…….”

“…….”

베논 바이텐의 물음에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을 할 이유가 없었다.

프라디아 대륙은 연금술사들을 너무 무시했다. 그렇게 천 년간 억눌려왔던 분노가 이제 폭발하려고 하고 있다. 진정한 피의 폭풍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

 

제국력 1385년 1월 18일.

브리자스 영지와 라네시 영지의 경계선.

몇 차례의 자질구레한 전투를 벌이며 라네시 영지의 경계까지 도착한 페르만 왕국군은 멀리 보이는 엄청난 수의 몬스터에 일단 전진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진지를 구축했다.

언뜻 보아도 수만은 족히 넘어 보이는 몬스터들의 수는 모든 이들의 고개를 설레설레 젓도록 만들었다. 

도대체 몬스터 땅엔 얼마나 많은 몬스터가 살고 있었기에 저렇게 많은 몬스터가 무리를 이루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몬스터 땅의 크기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프라디아 대륙 전체로 따지면 그야 말로 작은 얼룩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작은 땅덩어리에 어떻게 저렇게까지 많은 몬스터가 살 수 있었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그라다 왕국의 영지를 빼앗은 몬스터의 수만 하더라도 거짓인지, 진실인지 확인을 하지 못했지만 족히 수십만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곳 페르만 왕국까지 침입한 몬스터의 수와 그간 두 왕국 사이에서 전투를 벌이며 죽었을 몬스터의 수까지 더하면 실로 그 수가 예측이 안 될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수의 몬스터와 싸워야 할지 몰랐기에 더욱더 두렵게 느껴졌다. 

몬스터 혈풍이라는 말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이대로 무작정 밀고 들어가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오!”

“무슨 소리! 어차피 몬스터! 원거리 공격을 하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힌 후에 기사단과 기병을 선두로 모든 병력을 밀고 들어가면 저 정도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끝이 날 거요!”

“그건 바로니오 백작이 몬스터들의 전투력을 몰라서 하는 말이오! 설령, 바로니오 백작의 말대로 몬스터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합시다. 그것으로 인해 발생될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오! 우리의 적은 당장 눈앞에 있는 몬스터만이 아니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인데 벌써부터 무리한 작전으로 전투를 벌여 애꿎은 병력의 희생을 늘릴 필요가 무엇이오!”

“어차피 희생 없이 승리를 차지할 수는 없습니다. 희생을 줄이겠다고 이리저리 작전만 짜다가 어느 세월에 라네시 영지로 들어서고, 또 언제 라네시 영지를 수복한단 말입니까? 때론 과감하지만 결단력 있는 작전도 필요한 법입니다.”

“처음부터 병력의 희생을 늘여 놓으면 이후, 라네시 영지로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수복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병력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하는 겁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설전.

병력의 차이를 믿고, 그대로 강행 돌파하자는 측과 치밀하게 작전을 세워 병력의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측의 대립은 끝날 줄을 몰랐다.

탁탁탁!

가만히 듣고 있던 알레이스 후작이 탁자를 두드렸다.

“모두 조용들 하시오.”

알레이스 후작의 말에 양측 간의 시끄러운 설전은 중지되었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팽팽함은 결코 끊어지지 않았다.

“바스틱 백작.”

“예, 총사령관님.”

“우리의 앞을 막고 있는 몬스터의 무리 중 히드라나 바질리스크는 얼마나 되나?”

“다행스럽게도 히드라나 바질리스크는 한 마리도 없습니다. 다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척후병의 보고에 의하면 오우거와 미노타우로스, 트롤 등의 대형 몬스터의 수가 3천 마리는 넘는다고 합니다.”

“헉!”

대형 몬스터의 수가 3천 마리 이상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놀라고 말았다. 

그중 가장 약한 트롤이라고 하더라도 잘 훈련된 병사 5명 이상은 달라붙어야 상대가 가능했다. 그런데 미노타우로스와 오우거까지 합쳐서 3천 마리 이상이라니!

“만만치 않군.”

알레이스 후작이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할 적마다 내보이는 그만의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알레이스 후작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자연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었지만 모르는 몇몇 지휘관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떠들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알레이스 후작이 눈을 떴다.

“명령을 내리도록 하지.”

전쟁에 있어서 모든 최종적인 작전 명령은 결국 총사령관의 몫이다. 최고의 권한을 지닌 만큼 전쟁의 승패 여부에 따라서 영웅도, 죄인도 될 수 있는 자리였기에 모든 작전엔 신중함이 뒤따르기 마련이었다. 

“우선 현재의 군을 4군으로 나누겠소. 제1군은 방패병과 창병으로 중앙의 최전선에 배치를 하도록 하고, 제2군은 궁병과 투척병, 마법병단을 주로 하여 제1군의 바로 뒤쪽에 배치를, 제3군은 보병으로 제2군의 뒤쪽에 배치하고, 제4군인 기병은 각각 두 부대로 나눠서 본진의 양익을 맡도록 한다.”

가장 흔하다 할 수 있는 병력 배치였다.

“제2군이 화살과 투척병기, 마법으로 원거리에서 몬스터들을 공격하고, 그 사이 몬스터들이 접근하는 동안 제1군이 제2군의 방패 역할을 하도록 하시오. 제2군이 뒤로 물러나면 제4군인 기병대가 좌우에서 몬스터들을 공격해 대열을 흐트려 놓고, 이후 제3군이 전면 공격을 펼치는 것으로 전투를 해나가겠소.”

병력 배치에 이어서 전술 역시도 그리 특이한 점이 없는 전술이었다. 보통의 군단이라면 흔히 하는 전술이었던 것이다. 

그것에 몇몇 지휘관들은 불만을 품었지만, 알레이스 후작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기사단은 총 4개조로 나누어 각각 제1군, 제3군, 제4군에 배치를 하도록 하시오. 제4군엔 두 개 조를 각각 좌우로 배치하도록. 대형 몬스터가 많으니 기사단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오.”

강력한 기사단을 4개 조로 나눈다는 말에 지휘관들은 더욱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사단과 같이 강력한 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들은 한꺼번에 뭉쳐 다니며 몬스터들을 말 그래도 휩쓸고 지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대형 몬스터가 한곳에 모여 있다면 또 모를까, 전투가 벌어지면 분명 곳곳으로 흩어질 것이니 기사단 역시 4개조로 나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시오.”

그것을 끝으로 알레이스 후작은 작전 명령을 마쳤다. 

가장 흔하고, 가장 평범한 작전이었지만 어찌 보면 가장 흔하고, 가장 평범하다는 것은 그 만큼 효과가 탁월하다는 말이기도 했기에 지휘관들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작전이 실패하면 그 모든 책임은 알레이스 후작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총사령관님.”

그때, 베케일 백작이 알레이스 후작을 불렀다.

“무슨 일인가?”

“카일러 준남작과 프레타 병은 어디 군 소속입니까?”

그러고 보니 위드와 프레타 병에 대한 작전명령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프레타 병은 보병과 창병이 뒤섞인 300명의 프레타 성 병력과 오브라이언 용병단의 용병 200명이 통합되어 있는 어정쩡한 병력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트랜트 아머를 소유한 이들이 열 명 이상이었기에 그들만 하더라도 엄청난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본다면 500명이라는 병력은 너무나도 적었다.

보병에 넣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휘체계가 확실하게 잡혀 있는 보병대에 프레타 병이 불쑥 끼어들면 전투시 뭔가 어긋나는 부분이 분명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특별부대라는 명칭으로 따로 독립적인 부대가 되어 있었지만 이런 전투에서는 그들의 활약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기사단이나, 기병처럼 강력한 전투력과 기동력을 지니고 있다면 효용성이 생기겠지만 어차피 일반 보병과 마찬가지일 뿐이니 이래저래 작전에 투입하기가 어정쩡한 것이었다.

알레이스 후작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베케일 백작이 말을 이었다.

“프레타 병은 명색이 특수부대입니다. 그렇다면 그에 걸 맞는 작전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입가에 웃음을 걸치며 위드를 바라보는 베케일 백작.

‘집요하군.’

위드는 그가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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