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91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9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16화
Chapter 6 나쁜 인간들
히드라는 아홉 개의 머리를 이용해서 쉬지 않고 이어지는 공격이 가장 위협적이다. 거기에 간간히 휘둘러지는 꼬리의 공격도 위험천만했다. 또, 피부는 얼마나 질긴지 어설픈 공격에는 상처가 쉽게 생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히드라와 싸울 때 무엇보다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뿜어내는 독연이었다. 아홉 개의 머리 중 상대적으로 큰 하나의 머리가 뱉어내는 독연은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프레타 성을 공격했던 히드라의 독에 맞은 병사는 그대로 몸이 녹아버렸다. 그 정도로 강력한 독물이기에 트랜트 아머를 착용했다하더라도 절대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쉬아아악! 쉬아아악-!!
후우웅! 후우웅!
혀를 날름거리며, 머리를 요동치듯 이리저리 흔들며 공격을 하는 히드라의 모습은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거기에 입을 벌릴 적마다 드러나는 이빨은 얼마나 날카로운지 물리면 그대로 끝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조심해!!”
동료의 외침에 기사는 급히 몸을 웅크리며 바닥을 굴렀다.
쾅!
히드라의 머리 하나가 대지에 그대로 꽂혔다. 그리고는 멀쩡한 모습으로 유유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의 위력!
머리에 묻어 있는 흙먼지만 아니라면 방금 바닥이 파일 정도의 공격을 한 부위가 머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거대한 머리가 움직일 적마다 엄청난 바람소리가 동반되었다. 몇몇 기사들이 돌아가는 머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러봤지만 아쉽게도 허점을 순순히 내보일 히드라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아홉 개의 머리가 있는 이유는 그런 보완을 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동시에 공격하자!!”
한 기사의 외침에 빙 둘러서 히드라를 감싸고 있던 기사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는 아홉 개! 히드라를 감싸고 있는 기사는 스물한 명!
최소 다섯 이상은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공격!!”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물한 명의 기사들이 동시에 공격을 펼쳤다.
“차하앗-!”
“하아압!!”
“으햐아압!!”
땅을 박차고 뛰어 오르는 기사들, 상체를 깊숙이 숙이고 앞으로 내달리는 기사들, 검을 앞으로 세우고 달려드는 기사들. 모두 제각각이었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공격을 펼치는 기사들의 모습에 히드라의 아홉 개의 머리도 동시에 움직였다.
후웅. 후우우웅!
허공에서 회전을 하는 머리, 바닥을 쓸어가는 머리, 일직선으로 쭉! 나아가는 머리, 중앙에서 독물을 뱉어내는 머리!
마치, 유명한 화가가 그린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모습에 몇몇 병사들은 넋을 잃은 사람들처럼 입을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퍼억! 쾅! 퍼퍽!
“크아악!”
“커헉!”
“푸악-!”
몇몇 기사들이 보기 좋게 히드라의 머리와 충돌하며 달려들 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나갔다. 개 중에는 바닥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기사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기사들이 공격에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푸욱! 서걱! 츄아악!
몸통에 검을 박아 넣은 기사, 질기디 질긴 히드라의 살가죽을 잘라버린 기사, 한 웅큼의 살을 베어버린 기사.
쉬아아아아아-!!
“크윽!”
“으윽!”
히드라의 괴상한 비명소리에 몇몇 병사들은 실제로 고막이 찢어져 피가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히드라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아홉 개의 머리를 사방팔방으로 휘두르며, 기사들을 공격했다. 얼마나 광폭해졌는지 기사들은 마땅한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피하기만 급급할 지경이었다.
콰앙! 퍼억!
“크아아아!”
“으악!”
한 명의 기사가 흉폭해져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히드라의 머리에 부딪혀 뒤로 날아갔다. 또 이렇다 할 목표 없이 쏟아져 나오는 독물은 주변의 병사들과 몬스터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다.
코를 짓누르게 만드는 역겨운 비린내와 함께 녹아버리는 병사들과 몬스터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슈아아아앙!
그렇게 장내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며 한 자루의 랜서가 날아들었다.
푸아아악!!
날아든 랜서는 빠른 속도로 히드라의 머리 하나를 그대로 꿰뚫어버렸다. 하지만, 히드라는 길게 비명을 내지르며 더욱더 광폭해질 뿐이었다.
그 사이 또 한 자루의 랜서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쉽게도 히드라가 머리를 움직여 피해버렸고, 랜서는 히드라를 지나쳐 뒤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오크의 머리통을 깨부쉈다.
슈아아앙! 슈아아앙! 슈아앙!
하지만, 랜서는 연이어 계속해서 날아들었고, 히드라는 눈을 번뜩이며 날아드는 랜서들을 모조리 쳐냈다. 그리고는 랜서를 날려 자신의 머리를 관통시킨 장본인을 향해서 빠르게 이동했다.
“말에서 내려 흩어져!!”
오브라이언의 외침에 용병들이 각각 말안장을 박차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내달렸다. 히드라는 새롭게 등장한 인간들의 모습에 조금도 두려움 없이 공격을 펼쳤다.
여덟 개의 머리는 채찍과도 같았다. 거리가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유연하게 휘둘러졌고, 크게 벌린 입 속의 날카로운 이빨은 물리면 그대로 끝이라는 듯 번뜩이고 있었다.
오브라이언과 용병들이 히드라의 주의를 끄는 사이, 위드를 비롯한 프레타 기사들과 페르만 왕국군 기사단의 기사들이 히드라를 감싸고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히드라는 조금도 밀림이 없었다.
오히려, 상대가 많아지자 더욱 날뛰며 위협적인 공격을 펼쳤다. 하나가 줄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여덟 개나 남았다. 그리고 그 머리는 쉽사리 근처로 접근 자체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제가 독을 뿜어내는 머리를 자를 테니 나머지 머리들이 절 공격할 수 없도록 주위를 끌도록 하세요!!”
위드의 외침에 가스파가 급히 대꾸했다.
“영주님! 위험합니다!!”
피에나 역시도 위드의 곁으로 다가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위험한 행동을 스스로 하려고 하냐는 듯 질책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피에나, 이겨야지. 프레타 성을 찾아야 하잖아.”
“하지만.”
“걱정마. 절대로 위험하지 않아.”
그래도 안 된다는 듯 피에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미 결심을 굳힌 위드도 자신의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었다.
“미안해. 블링크!”
“위드-!!”
피에나의 외침과 동시에 독물을 뿜어내는 머리 바로 위로 위드의 모습이 나타나자 오브라이언이 급하게 외쳤다.
“카일러 준남작이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나머지 머리를 유인해!!”
오브라이언 자신이 가장 먼저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자연적으로 머리 하나가 그를 향해서 다가왔다. 입을 크게 벌리고 다가오는 모습은 공포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그 정도에 움츠려 들 오브라이언이 아니었다.
“하아압-!!”
바스타드 소드가 휘둘러지고 히드라의 이빨과 거칠게 충돌했다.
까아앙!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특히, 기사들이 히드라의 나머지 머리를 유인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그 중 엄청난 도약력으로 유인이 아닌 머리 하나를 잘라버리겠다는 듯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르는 피에나의 모습은 언뜻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했다.
“캬오옷-!”
슈아악-!
웬만한 검으로도 자르지 못하는 피에나의 손톱이니 히드라의 가죽이 질기다 하더라도 잘리지 않을 리가 없다.
손톱은 히드라 머리 가죽을 길게 잘랐다.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히드라는 머리를 휘둘러 허공에서 방향 전환을 하지 못한 피에나의 몸을 가격했다.
퍼억!
“피, 피에나 양!!”
커닝이 놀라 부르짖으며 힘없이 떨어지는 피에나의 몸을 가까스로 잡았다.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손톱도 하나 부러져 있었다.
커닝이 급히 돌아보니 부러진 손톱 하나가 히드라의 머리에 박혀 있었고, 피를 엄청나게 흘리며 대지를 시뻘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다 점점 힘을 잃고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야아아아아-!!”
커다란 기합!
커닝의 시선이 돌아갔다.
밝게 빛난다.
검이 빛을 뿜어낸다.
궤적이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히드라의 머리를 깨끗하게 잘라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피가 화산처럼 터져 나왔다. 그리고 검을 휘두른 검붉은 트랜트 아머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영주님…….”
커닝은 단숨에 히드라의 머리를 깨끗하게 잘라버린 위드의 모습이 놀랍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피에나!!”
커닝의 곁으로 나타난 위드는 정신을 잃은 피에나를 바라보며 급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다행이 죽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당장 깨어나기엔 어려운 상태.
“커닝 경! 피에나를 부탁합니다.”
“영주님?”
“놈을 죽이겠어요.”
말을 하는 위드의 음성에서 커닝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꼬맹이 영주가 아님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위드가 블링크를 사용해서 히드라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위드가 또 하나의 머리를 자르고, 오브라이언이 하나를 자르고, 아일린이 하나를 자르고…… 어느 순간 히드라의 거구가 축! 늘어져 쓰러졌을 때!
거대한 함성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커닝 자신도 함성을 내지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
“이, 이겼다!!”
“아아아…… 이겼어!!”
“우리가 이겼어!!”
살아남은 자들의 환호성이 대지에 깔린 시체의 차가움을 뜨겁게 바꾸고 있었다.
하지만, 죽은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냥 살아남았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전쟁.
누군가가 살아남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것. 그게 바로 전쟁이다.
전쟁이 남기는 것은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것은 슬픔이다.
“피해 상황은?”
바스틱 백작은 상처를 입고 어깨에 붕대를 감고 있는 알레이스 후작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전체 사망자 수는 7천 명, 부상자 수는 경상, 중상자 모두 포함 1만 8천 명입니다. 중요한 전력인 기사단의 사망자 수는 56명, 더 이상 전쟁에 참여할 수 없는 부상자의 수는 1백 24명입니다. 그 중 트랜트 아머를 소유한 사망자가 6명이며, 부상자가 13명입니다.”
바스틱 백작의 보고에 알레이스 후작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승리를 했다고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결코 좋은 결과라고는 할 수 없었다.
특히, 트랜트 아머를 소유한 기사를 19명이나 잃었다는 것은 앞으로의 전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다. 19명이라고 하더라도 트랜트 아머를 소유한 기사들의 힘은 일반 병사 1천 명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주 중요한 임무에 투입될 수도 있는 인재들이기 때문에 안타깝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피해가 크군.”
알레이스 후작의 음성이 무거워진 막사 안의 공기를 더욱더 무겁게 짓눌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오히려, 그 정도의 대규모 몬스터들의 기습 공격을 이 정도로 막아냈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10만의 페르만 왕국군이 이번 전쟁에 병력을 일으킨 것은 라네시 영지를 되찾기 위함이다. 아직 라네시 영지로는 발도 들이지 못한 상황에서 이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