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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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87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12화
“아가씨의 뜻대로 따라주십시오. 해가 되진 않도록 하겠습니다.”
월터의 부탁에 위드는 에리카를 바라봤다. 그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절대로 꺾이지 않을 것만 같은 고집스런 그녀의 눈빛에 위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우리 인원도 부족한데 그냥 끼워주도록 하죠?”
가일만이 혼자 싱글벙글 신나있었다. 위드가 에리카를 그라다 왕국으로 보낸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죽어서 볼을 씰룩거리던 그였다.
“니가 뭔데 끼어들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저쪽 구석에 가서 찌그러져 있어!”
루카가 눈을 부라리며 윽박지르자 가일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나도 엄연히 이쪽 사람인데!”
“이쪽? 누가 너 끼워준다고 했어? 그리고 니가 뭔데 여기 있는 거야? 여긴 중요 인물들만 있을 수 있는 곳이야! 너 어떻게 들어왔어? 이 자식이 완전 돌았구만!”
신랄하게 이어지는 루카의 핀잔에도 가일은 당당했다.
아니 가슴을 쫙! 펴기까지 했다.
“왜 그럽니까? 나 자유기사 가일! 당분간은 프레타 병의 자랑스런 기사의 한 사람으로서 용감하게 몬스터들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이름을 날릴 겁니다! 내가 트랜트 아머가 없다뿐이지, 검술에 있어서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얼마의 시간만 흐르면 프라디아 대륙에서 최고로 유명한…… 크악!”
“죽어라! 죽어!!”
루카는 무지막지하게 주먹과 발을 날리며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가일을 질질 끌고 방 밖으로 나갔다.
“제기랄! 내가 뭘 잘 못했다고 이래요오오오-!!”
“뭘 잘 못했냐고? 몰라서 묻냐? 몰라서 물어! 모르면 맞아! 맞으면 네놈이 뭘 잘못했는지 잘 알게 될 거다!!”
“크아악! 이 폭력적인 인간!”
“오냐! 나 폭력적이 인간이다! 크하하하!!”
“제기라아아알-!!”
방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에 방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웃음을 참거나, 터트렸다. 그로 인해서 분위기도 한결 나아졌다.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길 기다렸다가 위드가 다시 에리카에게 말했다.
“정말로 남겠다는 거지?”
“그럼 내가 거짓말 하는 것 같아?”
“전쟁에선 누가 누굴 도와주고 하는 건 없어.”
위드의 냉정한 말에 에리카는 서운한 감정이 밀려들었지만 마찬가지로 냉랭한 표정으로 간단하게 대답해버렸다.
“나도 알아.”
***
벌컥!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페바난 남작이 들어왔다.
“들으셨습니까?”
어이가 없다는 듯 묻는 페바난 남작을 향해서 30대 중반의 중년인, 델라스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러 준남작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미 들어서 알고 있네.”
페바난 남작이 분통을 터트리듯 말했다.
“프레타 병이라니! 델라스 백작님께서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5천 명도 아닌 고작 500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것도 프레타의 병력은 고작해야 300명 정도고, 나머지 200명은 오브라이언 용병대의 용병들이라고 합니다! 그런 어중이떠중이들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전쟁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닌데 알레이스 후작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낮의 일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인지 페바난 남작은 해선 안 될 말까지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방 안에 모인 그 누구도 그의 말을 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이라도 알레이스 후작을 찾아가서 따져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군의 사기와 기강이 어찌 바로 서겠습니까?”
“진정하도록 하게.”
이 중에서 나이가 가장 들어 보이는 40대 초반의 뚱뚱한 중년인, 사비에르 백작이 손을 들어 페바난 남작을 진정시켰다.
“사비에르 백작님! 아무리 알레이스 후작이 총사령관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어중이떠중이들을 받아들여 군의 사기와 기강을 흩트려 놓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군을 지휘한다면 그 휘하의 지휘관들과 병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여전히 진정할 줄 모르는 페바난 남작의 모습에 사비에르 백작이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조금 억양을 높여 말했다.
“그만 진정하고 앉도록 하게!”
“죄, 죄송합니다. 너무 흥분해서…….”
“됐으니 그만 앉도록 하게.”
“예.”
페바난 남작이 자리에 앉자 델라스 백작이 입을 열었다.
“페바난 남작의 말대로 이건 이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있을 전쟁에서 군의 사기와 기강이 떨어질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아무리 카일러 준남작이 영웅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모두 부풀려진 소문일 뿐입니다. 더욱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능력은 형편없으면서 주변의 마법사 길드나, 용병들로 인해서 프레타 성을 그나마 지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50명, 그것도 오브라이언 용병단과 합친 고작 500명의 병력으로 특별부대라니요?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델라스 백작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새를 참지 못하고 나서는 페바난 남작이었다. 잔뜩 흥분한 모습으로 보아 그가 낮에 얼마나 깊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알레이스 후작은 이번 왕국군의 총사령관이네. 우리가 나선다고 하여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네. 자네들도 잘 알지 않는가?”
“그건…….”
흥분해서 날뛰던 페바난 남작까지도 입을 꾹! 다물었다.
상대는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다. 자신이 뜻한 바가 있으면 설령 상대가 공작이라고 하더라도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바꾸지 않는 철혈의 남자였다. 좋게 말하면 지조가 강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상당히 독선적인 성격이었다.
즉, 자신들이 아무리 달려가 뭐라고 항의를 하더라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사람이 바로 알레이스 후작이었다.
“그럼, 이대로 그냥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분하다는 듯 페바난 남작이 물었다. 그는 낮에 있었던 일로 인해서 위드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은 터였다.
“알레이스 후작이 결정한 일이니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뭐라고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 하지만!”
사비에르 백작이 눈을 반짝이며 뜸을 들였다.
“하지만 무엇입니까?”
누구보다도 페바난 남작이 궁금해 했다.
“자신이 결정한 것이 옳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주면 그것만큼 망신스러운 일도 없겠지.”
“그 말씀은?”
사비에르 백작이 델라스 백작을 바라보며 웃었다.
“프레타 병에게 어려운 임무를 부여하면 되는 것이네. 임무를 실패하면 프레타 병을 자신의 생각만으로 합류시키고, 별도로 특별부대로 만든 알레이스 후작이야 말로 가장 망신스럽겠지.”
“그렇기는 하지요.”
델라스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비에르 백작의 말에 동의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당장은 이렇다 특별한 임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로군요.”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이야기만 듣고 있던 바우만 자작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몬스터와 전쟁이 벌어지면 위험천만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질 것이네. 그때까지는 배불리 먹이며, 쉬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그래도 영웅 아닌가? 하하하핫!!”
사비에르 백작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페바난 남작은 맞장구를 쳤다.
“그렇지요! 위드 카일러 준남작은 이번 몬스터 혈풍으로 인해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 중 한 사람이죠!”
“그러고 보니 굳이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나서줄 분들이 오고 있군요.”
“그게 무슨 말인가, 바우만 자작?”
델라스 백작의 물음에 바우만 자작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보급부대의 책임자들을 잊으셨습니까?”
“보급부대라면?”
바우만 자작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베케일 백작님과 야쿠 백작님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아!”
그제야 알겠다는 듯 델라스 백작이 탁자를 탁! 하고 쳤다. 그리고는 재밌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두 백작께서 카일러 준남작에게 꽤나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지?”
“상당하더군요. 아마도 이 사실을 두 백작님께서 아신다면 보급부대가 족히 2, 3일은 빨리 도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하하!”
페바난 남작의 말에 모두가 크게 웃었다.
“아주 볼만 하겠어! 크하하하하하!!”
“하하하핫-!!”
Chapter 5 첫 전투
제국력 1384년 12월 30일.
페르만 왕국 브리자스 성.
뿌우우우우우-!!
성을 뒤흔드는 거대한 나팔소리는 경쾌하다기보다는 장엄했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거친 쇠사슬 소리와 함께 도개교가 내려지며, 육중한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전군! 전- 지이인-!!”
척! 척! 척! 척척척척!!
전진 명령이 떨어지자 가장 선두의 병사들이 브리자스 성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만 지나면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은 10만의 페르만 왕국군에 명령을 내렸다.
라네시 영지로의 진격 명령을!
많은 이들이 반대를 했지만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은 자신의 뜻을 꺾지 않았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기 전에 전쟁을 시작해야만 보다 빠른 시간 내에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10만의 병력이 브라자스 성을 차근차근 빠져나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특히, 성을 떠나지만 그들로 인해서 더 이상은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브라자스 성의 병사들과 성민들은 기쁨의 눈초리를 감추질 못했다.
“이왕이면 하루 더 쉬었다가 브리자스 성에서 새해를 맞이하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는 듯 말하는 루카의 모습에 커닝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어차피 우리 성도 아닌데 상관있냐?”
“그건 그렇지만, 이왕이면 차가운 땅바닥에서 이슬이나 맞아가면서 새해 아침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따뜻한 침대에서 새해 아침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낫잖아.”
커닝도 루카의 생각이 나쁘지만은 않았기에 더 이상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문득,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가일의 모습에 루카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저 자식은 뭐가 좋아서 저렇게 즐거운 거냐?”
루카의 물음에 커닝이 키득거렸다.
“왜 안 좋겠냐? 사랑하는 에리카 양이 그라다 왕국으로 떠나지도 않고 함께 전쟁에 참가하는데. 아마 눈앞에 오크가 있어도 지금만큼은 웃으며 손이라도 흔들어 줄 수 있을 걸? 킥킥!”
커닝의 말에 루카가 한심하다는 듯 가일을 향해서 걸어가려고 했다. 곁에서 커닝이 손을 뻗어 그를 붙잡지만 않았어도.
“왜?”
“내버려둬. 앞으로 죽을상을 해서 싸워야 하는 놈인데 그때까지 만이라도 저러게 내버려둬라.”
커닝의 말에 루카는 픽!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차피 얼마 후면 피를 뒤집어쓰고 헉헉대며 뛰어다닐 팔자니. 그래, 즐거워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거워해라!”
“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