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80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80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5화
뒤를 따르던 용병들은 프레타 기사단원들의 눈빛을 보고 피식피식 웃었다.
“역시 재밌어.”
“그러게 말이야.”
두 용병이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프레타 성의 사람들은 특별했다. 귀족은 귀족답지 않고, 평민은 평민답지 않았다. 귀족과 평민이라는 신분은 그냥 말 그대로 신분일 뿐이었다. 그들은 하나의 인간이었고, 서로를 돕는 이웃일 뿐이었다.
용병들에게는 신선한 모습이었다.
특히, 프레타 기사단원들의 절반 이상이 용병이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용병이 기사가 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사단 전체의 반수 이상이 용병으로 만들어지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위드가 기사단 전원에게 트랜트 아머를 지급했다는 말은 도저히 믿기가 힘든 말이었다.
“단장님!!”
후방의 경계를 담당하던 용병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몬스터입니다!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몬스터!!”
“프레타 성이 벌써 무너진 건가?”
“설마!!”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용병들은 어수선하게 떠들어댔다. 그러면서도 각자의 병기를 점검하고, 흐트러졌던 대열을 갖추는 것으로 그들이 대륙 10대 용병단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프레타 성은?”
오브라이언의 물음에 용병이 곧바로 대답했다.
“아직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그럼 몬스터는 다른 곳에서 출몰했다는 소리군.”
오브라이언의 말에 용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이곳을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나타난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탈출을 하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시간은?”
용병이 대답했다.
“속도로 봤을 때 약 2시간을 전후로 꼬리를 잡힐 것 같습니다.”
“그렇게나 빨리?”
곁에 있던 룬이 놀란 얼굴로 용병을 바라봤다.
“엄청난 속도로 오고 있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오브라이언은 룬을 향해서 말했다.
“우선 전투 준비를 하도록 한다. 동원 가능한 모든 인원을 준비시키도록.”
“알겠습니다.”
오브라이언은 이어서 위드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그림자처럼 아일린이 따랐다.
오브라이언이 전해온 소식에 위드는 우선적으로 함께 탈출을 하는 병사들 중의 절반을 동원해서 영지민들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어쩌실 작정입니까?”
병사들을 보내고 움직이지 않는 위드를 마로크가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시간을 벌어야죠.”
위드가 굳은 어조로 대답했다.
***
멈칫!
“피에나?”
잘 걸어가던 피에나가 갑자기 멈춰 서자 에리카가 의문스런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월터는 혹시라도 자신이 느끼지 못한 위험을 감지했나 싶어서 바짝 긴장한 얼굴로 검자루를 손에 쥐었다.
피에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뒤를 돌아봤다.
뭔가를 고민하는 피에나의 모습에 에리카와 월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뒤를 바라보던 피에나가 낮게 말했다.
“나 돌아갈래.”
“응?”
“위드가 지키라고 했는데…… 미안. 나 위드한테 갈래.”
말을 마치고 피에나가 왔던 길을 돌아가려고 하자 에리카가 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인데? 위드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피에나는 에리카를 가만히 마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몬스터가 오고 있어. 위드는 싸울 거야.”
“아!”
에리카는 피에나의 말에 걱정스런 탄성을 내뱉었다.
“이거 놔.”
피에나의 말에 에리카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뭔가를 결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나도 갈게.”
“아가씨!!”
“월터 경, 지금은 한 사람의 힘이라도 필요할 때겠죠?”
“아가씨! 아가씨가 가봐야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냥 이대로 빨리 벗어나는 것이…….”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밟고 살아나면 무슨 의미가 있죠? 그렇게 살아서 뭘 하죠? 그럴 바엔 차라리…….”
에리카의 말에 월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영주님의 뜻을 모르셔서 하는 말씀입니까! 이대로 영주님의 죽음을 헛되이 하실 작정입니까!!”
“아니요. 아버지도 아마 저랑 같은 생각이실 거예요.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의미 있는 죽음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아버지처럼.”
“아가씨…….”
“죄송해요. 도망가는 것도 지쳤어요.”
고개를 숙여 사과한 에리카는 피에나에게 말했다.
“피에나, 나도 같이 가고 싶어.”
피에나는 잠시 고민하는 듯싶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 같았기에 이왕이면 자신과 함께 가는 쪽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다고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가도록 하죠.”
“월터 경.”
월터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언제 한 번이라도 아가씨의 고집을 이겨본 적이 있습니까? 가죠. 이참에 먼저 간 동료들을 만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피에나를 선두로 월터와 에리카는 왔던 길을 서둘러 되짚어 가기 시작했다.
***
“제2대는 오른쪽! 제3대는 왼쪽! 제4대와 5대는 2대와 3대를 지원한다!!”
꾸이이익!!
케에엑!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오크와 고블린에 맞서서 오브라이언 용병단의 용병들은 치열하게 병기를 휘둘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아직까지는 중대형 몬스터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이 모두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하앗-!”
서걱! 서걱!
최대한 잔인하게!
최대한 처참하게!
병기를 휘두르는 용병들은 자신의 앞에 걸린 오크나 고블린을 인정사정없이 베고, 찌르고, 도려내고, 짓이기고 있었다. 모두들 모습 그대로 하나의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용병들의 잔인함에도 오크와 고블린들은 물러남이 없었다. 오히려, 피 냄새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죽어 쓰러져 한 줌의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동료의 시체를 밟으며 달려들었다.
꾸이이! 꾸이익!!
후우웅!
오크의 손에 들린 클럽이 다른 오크를 상대하고 있던 용병의 머리를 향해서 나아갔다.
“알린!!”
“허억!”
동료 용병의 외침에 알린이라 불린 용병은 화들짝 놀라며 급급히 고개를 숙였다. 부웅!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오크가 휘두른 클럽이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고, 고마워.”
알린은 자신의 위기를 알려준 동료 용병에게 고맙다는 말을 외치고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이 빌어먹을 오크 새끼!!”
쇄애애액!
롱소드가 바람을 가르며 오크의 안면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으아앗-!!”
기합성을 내지르며 알린은 오크의 안면을 꿰뚫은 롱소드를 그대로 휘둘렀다.
꽈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안면을 가르며 롱소드가 빠져 나왔다.
그럼에도 클럽을 쥐고 있는 팔을 휘둘러오는 오크의 모습에 알린은 질려버렸다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는 적응이 될 만도 했건만 저런 상태에서도 공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알린은 날아드는 클럽을 여유롭게 피하며 다시 롱소드를 휘둘러 오크의 머리통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오크의 양팔과 다리, 가슴까지 철저하게 분리시켜 버렸다.
툭툭!
사지가 완전히 잘리고 나서야 오크의 움직임이 멈춰졌다.
“퉷!”
알린은 오크의 머리통을 향해서 침을 뱉어내고는 다시 또 다른 오크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아무리 기형적인 회생능력을 지닌 오크라고는 하지만 오크는 오크다.
대륙 10대 용병단인 오브라이언 용병단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수적인 차이가 심하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잘 짜인 대열에 맞춰서 싸우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조금 있으면 중, 대형 몬스터들이 몰려올 것이니 조금이라도 피로가 쌓이면 바로바로 동료와 교대를 하도록!!”
대장들의 외침에 용병들은 충실하게 따랐다.
그 모습을 보며 마로크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확실히 용병들은 공성전보다는 이런 야전에 강하군요.”
위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공성전에서도 용병들의 활약이 대단하긴 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리 프레타 성 병사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웬만한 영지의 병사들보다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현재 싸움을 하고 있는 오브라이언 용병단만큼은 아니었다.
“죽어라! 다 죽어라아아아-!!”
악을 쓰듯 소리를 질러대며 오크만을 골라서 도륙하는 한 사내.
사내의 움직임은 그야 말로 한줄기 바람과도 같았다.
아주 사나운 바람!
전후좌우 할 것 없이 사내는 자신의 주변에 오크란 오크는 죄다 죽이고 다녔다. 마치 오크가 부모형제를 죽이기라도 한 듯 바로 곁에 고블린이 있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오크만을 쫓아서 검을 휘두르는 사내의 눈엔 붉은 광기마저도 엿보일 정도였다.
“다 죽여버리겠다! 다 죽여버리겠어어어어!!”
사내의 광기 어린 외침에 몇몇 오크들이 몸을 움찔거릴 정도였다.
“저 자식은 왜 저기서 지랄발광하고 있는 거야?”
루카가 어이없다는 듯 사내를 바라보며 말하자 곁에 있던 커닝이 키득거렸다.
“알잖아? 저 자식 오크한테 감정 있다는 거. 킥킥!”
커닝의 말에 루카가 그를 바라보다 뭔가가 떠오르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그랬었지! 크하하하하!!”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
사내, 가일은 눈에 보이는 오크란 오크는 모두 죽일 듯이 주변일대를 휩쓸고 다녔다. 그러자 두려움을 모를 것 같던, 피 냄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오크들마저도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했다.
므우우우우우우!!
그때 들리는 미노타우로스의 거대한 괴성!
“왔다!”
드디어 중, 대형 몬스터들이 왔다고 생각하자 오크와 고블린을 상대하면서 약간의 여유를 갖던 용병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